2015년에 ‘thelerm’ 작가가 ‘라인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8년에 한국 ‘네이버 웹툰’에서 정식 연재되어 2019년 10월 한국 연재분 기준으로는 27화까지 연재된 일상 만화.
내용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윤하늘’이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혼전 임신을 하여 졸업식이 끝난 뒤. 남자 친구나 부모님한테 임신 사실을 끝내 밝히지 못하고 도망치듯 혼자 대도시로 올라와 독립생활을 하면서 아기를 낳아 키우는 이야기다.
theterm 작가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왕따 수인 소녀(가칭)’ 만화로 더 잘 알려진 작가인데 한국 작가가 아니라 태국 작가로 해외 웹툰이 수입된 케이스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는 작품 중에 ‘백귀야행지(2015)’의 아만 작가(대만), ‘위장불륜(僞裝不倫.2018)’의 ‘히가시무라 아키코’ 작가와 같은 해외 작가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0대 임신을 가볍게 다루었고, 그런 주제의 작품인데 여주인공의 가슴이나 다리를 부각시켜 성적 대상화를 했다고 해서, 한국 연재 첫날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별점 테러를 당해 당시 별점 10점 만점 중 3.9점을 받아 최하위 랭크를 기록하고. SNS상에서는 작품 연재 중단 운동이 벌어졌으며, 심지어 언론사들이 기사화까지 하고, 공중파 TV에 뉴스로 보도되기까지 하면서 이슈화된 바 있다.
정식 연재 작품에 한하여 작품을 연재하던 도중에 표절 문제나 작가 개인의 문제가 불거져 이슈화된 사례는 그동안 많았으나, 연재 첫날부터 작품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로 이슈화된 것은 극히 보기 드문 일이다. 한국 웹툰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입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이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해도 어떤 작품이든 간에 단 1화만 보고 그 작품 자체가 어떤지 판단을 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은 1화 내용만으로 온갖 분석 기사 올라와서 나쁜 웹툰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려서, 미움 받는 웹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정식 연재 첫날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모두에게 사랑 받고 네이버 화요 웹툰 부동의 1위였던 ‘마음의 소리’를 제치고 화요 웹툰 1위를 달성한 ‘여신강림(2018)’과 정반대되는 케이스가 됐다.
이 작품은 1화 연재 후 생긴 논란으로 인해 네이버 웹툰 측에서 자체 검열을 강화해서 본작의 내용 일부를 삭제, 편집하여 수정을 거쳐 다시 올린 것이기 때문에. 수정 이전의 내용을 가지고 논하는 건 의미가 없고 수정 이후에 현재까지 연재된 내용을 기준으로 어떤 작품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본작의 제목은 ‘틴맘’이고, 여주인공 ‘윤하늘’은 10대 임산부지만 학창 시절을 한창 보낼 때 임신한 게 아니라, 학창 시절의 끝자락에서 임신을 했고. 학교 졸업 후 도시로 상경해 혼자 아기를 낳아 기르기로 결심한 것이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학생이 아니라 사회 초년생이다.
10대 임산부라는 키워드만 놓고 보면 부모와 함께 살면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 신분에 임산부로서의 고민이 생기고 갈등을 빚는 게 일반적인 내용일 텐데 본작은 애초에 학생이 아니고, 부모 곁을 떠나 도시로 상경해 독립하여 미혼모로서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라서 궤를 달리하고 있다. 같은 10대 임산부 소재라고 해도 환경의 차이가 크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 독립생활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핵심적인 내용인데. 여기에 미혼모로서 홀로 출산 준비를 하는 걸 추가하고, 그걸 일상물로 풀어내고 있다.
여주인공 윤하늘은 성격 자체가 긍정적이라 고민은 하되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독립생활을 하게 됐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딱히 없으며, 도시에서 처음 만난 이웃들도 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혼자 자취 생활을 시작했는데 집 걱정, 돈 걱정이 없다는 시점에서, 그럼 대체 어려운 일이 뭐가 있겠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본편 내용을 쭉 보면 윤하늘이 아무런 고생을 하지 않는 건 또 아니다.
캐릭터와 작품 분위기가 워낙 밝아서 코믹풍이라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실제 작중에서 윤하늘의 고민과 갈등은 충분히 나온다.
가족과 남자 친구, 학생 시절 친구 등등. 속사정을 모르는 주변인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란 것부터 시작해 10대 미혼모에 대한 주변의 시선, 대학 진학에 대한 아쉬움, 독립생활의 불안함 등등.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른 미혼모로서의 고민이 있다.
다만, 고민을 하고 불안에 시달리고 때로는 눈물을 흘려도 부정적인 생각은 안 하고. 자기 자신의 긍정적인 성격과 주변의 착한 사람들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한다. 작품 자체를 착한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로 요약 가능할 정도라서 치유물적인 성격도 띄고 있다.
그리고 임신 사실을 가족, 친구, 애기 아빠이자 남자 친구한테 알리지 않은 걸 답답해하는 독자가 많은데. 본작에선 그걸 사회 초년생인 여주인공의 미성숙한 부분으로서 설정한 것이고. 그 문제가 터지고 해결되는 과정과 결과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서 메인이벤트가 활성화되는 키 포인트가 된다.
무작정 떡밥을 던져 놓고 회수하지 않은 게 아니라, 마치 대전 액션 게임에서 기를 모았다가 초필살기를 쓰는 것처럼. 메인이벤트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가, 굵직한 한방을 날린 것이라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가벼운 코믹풍의 스토리였던 게 진실을 밝혀야 할 순간이 다가오면서 갈등이 증폭하면서 그때 날린 한방의 효과가 대단했다.
윤하늘이 결혼하기 전까지를 시즌 1로 치자면 시즌 1의 하이라이트는 윤하늘의 출산, 부모님과 아기 아빠이자 남자 친구한테 사실을 밝히는 3단 콤보적인 연결 에피소드였다.
무거운 소재를 다룬다고 해서 꼭 어둡고 힘든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소재가 무겁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의 접근성이 낮은 걸, 밝은 캐릭터와 가벼운 스토리로 중화시켜 소재에 의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정보 전달의 효과도 있고 그게 또 소재적인 측면에서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어서 일상물로서의 자기 색깔이 뚜렷하다.
네거티브는 최대한 배제하고. 포지티브함을 가득 채워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판타지로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긴 하나, 픽션인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거기에 매력이 있기에 태국 현지와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거다. (태국에서는 2017년에 8부작 웹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본작이 지향하는 포지티브함은 작가가 그렇게 방향성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네거티브함을 방향성으로 잡은 작품은 ‘현시연’으로 잘 알려진 키오 시모쿠 작가가 10대 미혼모의 육아 스트레스를 소재로 한 ‘지옥프리(2008)’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는데. 그런 건 작가의 스타일을 존중해줘야 할 일이다.
밝은 이야기와 어두운 이야기는 독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보는 거지, ‘이런 소재는 무조건 어두운 이야기로 써야 한다!’ 이런 식의 강요는 고정관념으로서 창작의 자유를 저해한다.
허나, 나라 간의 정서의 차이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고. 한국에서는 10대 임신과 미혼모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고 보수적이라서 픽션인 만화라고 해도 그걸 보는 눈이 다소 엄격하게 작용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네이버 웹툰이 이 작품을 들여온 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들여올 때 나라 간의 정서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들여온 것에 문제다.
근데 이건 앞서 말했듯 한국 웹툰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라서 웹툰 플랫폼, 편집진, 작가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리라 본다.
작화는 캐릭터 디자인는 무난하고, 웹툰으로서의 컷 구성이 좋아서 캐릭터의 시선에 따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가독성이 좋은 편인데, 한 가지 아쉬운 게 배경이 약간 부실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배경 자체를 디테일하게 그리지 않고 간략하게 묘사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애초에 캐릭터 컷이 자주 나와서 배경이 꼭 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적긴 하나, 그래도 캐릭터 없이 배경만 나오는 씬은 작화 밀도가 확 떨어진다.
결론은 미묘. 10대 미혼모라는 무거운 소재를 밝은 캐릭터와 가벼운 스토리로 다루어 소재에 의한 진입 장벽을 낮춰서 부담없이 편하게 볼 수 있고, 착한 캐릭터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나와서 치유물의 성격도 띄고 있어서 일상물로서 왕도적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지만, 한국 연재에 한정하여 그런 점을 온전히 평가 받지 못한 채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다루었다는 게 문제시되어 한국 정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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