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에 대만의 게임 개발사 ‘TWISTER=龍捲風工作室(용권풍공작실)’에서 개발, ‘SOFT WORLD=智冠科技(지관과기)’에서 Windows 95용으로 발매한 액션 RPG 게임. (소프트 월드는 게임 유통사로 한국에서는 지관(유)로 알려져 있다)
내용은 중국의 4대 민간 전설 중 하나인 ‘백사전’의 후반부를 각색한 것으로, 천년 묵은 백사 ‘백소정’이 두꺼비 요괴 ‘법해’를 물리친 뒤 그의 내공을 흡수해 인간으로 변신하여 속세로 내려갔다가 인간 청년 ‘허선’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아들 ‘허몽규’를 낳지만.. 그 이후 법해가 백소정에게 재도전해 패배시키고 그녀를 ‘뇌봉탑’에 봉인해서 허선이 허몽교를 데리고 간신히 탈출한 뒤. 세월이 흘러 장성한 허몽규가 부모님의 사랑의 증표인 우산을 갖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뇌봉탑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에서는 백소정이 청사(푸른 뱀) ‘소청’을 시녀 삼아 속세로 내려왔다가 허선과 맺어졌다가, 금산사 스님 법해가 백소정, 소청을 퇴치하려고 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판본에 따라서 소정의 아들이 장성하여 뇌봉탑에 가서 어머니 소정을 구출하고 속세를 떠났던 아버지와 상봉하는 해피엔딩과 소청이 소정을 대신해 법해를 죽이는 복수 엔딩, 소정, 소청 둘 다 퇴치 당해 허선과 끝내 이별하는 배드 엔딩이 있는데. 본작은 해피엔딩을 채택해서 아예 주인공을 소정과 허선의 아들로 정한 것이다.
본편 스토리는 중국 민간 설화를 소재로 삼은 판타지물이지만, 게임 자체적으로는 오리지날이 아니라 블리자드의 디아블로(1996)를 모방한 게임이다.
리얼 타임으로 진행되는 쿼터뷰 시점의 액션 RPG라는 점과 기본적인 시스템, 게임 내 미니 맵 표시 같은 게 디아블로의 미니 맵과 유사하다.
게임 조작은 마우스랑 키보드 겸용으로 디아블로와 같이 타겟을 마우스 커서로 지정한 뒤,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면 공격.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마법이다.
기존의 디아블로류 액션 RPG 게임에서 마우스 왼쪽 버튼을 꾹 누른 상태에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면 해당 커서 방향으로 자동 이동이 가능한데 비해 본작은 일일이 클릭을 해야 이동을 해서 좀 불편한 구석이 있다.
주요 메뉴의 활성화는 마우스 커서를 화면 상단 끝까지 올려야 윈도우창 라인이 표시된다.
상태 카테고리에서 축소지도(미니 맵), 인물속성, 물품/생명, 장비, 마법 등의 윈도우 정보창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인물속성’에서 표시되는 캐릭터 능력치는 ‘속성’ 칸으로 분류되는데 등(레벨), 경(경험치), 금(소지금), 명(HP=생명력), 술(MP=마력), 생명(명과 동일)/마법(술과 동일)/공격/속도/명중/방어/민첩/회피가 있다.
창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표시되는 건 HP/MP 밖에 없다.
속성 옆의 기능 1, 기능 2는 무기, 마법, 스킬의 숙련도다.
기능 1은 검/표(표창)/쌍검/곤봉/접선(부채)/방구/지/수/화/풍/뇌. (여기서 방구는 생리 현상 방귀가 아니라 방어구의 줄임말이다)
기능 2는 반화/회풍/인술/잔상/화안/무도/불법/시서/도보/종횡/개쇄/영부/신선.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레벨 업을 하면 ‘사용점수’가 1레벨당 10점씩 상승해서 숙련도에 투자할 수 있는데. 이게 항상 원하는 때 숙련도에 포인트를 쓰는 게 아니라, 게임 플레이 도중에 NPC를 만나서 돈을 주면 해당 기술을 가르쳐주겠다는 대화가 뜰 때. 실제로 돈을 지불해서 해당 기능을 해금시켜야 사용점수 사용 칸이 활성화된다.
‘물품, 생명’은 소비용 회복 아이템과 키 아이템 등의 아이템창.
‘장비’는 문자 그대로 장비창이고 장비 슬롯은 머리(투구), 몸(갑옷), 왼손(무기 1), 오른손(무기 2)이고. 장비 전용 슬롯은 10칸이라서 무기/방어구를 포함해 모두 10개씩만 여분의 것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마법’은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습득하는 게 아니라, 부지, 부주를 비롯해 여러가지 소재 아이템을 조합해서 부적을 만들거나, 특정 NPC가 요구하는 아이템을 건네주어 마법을 배워야 한다(정확히는 주문서를 구입하는 것)
지수화풍의 4대 원소 속성 개념이 있어서 마법도 4대 속성별로 분류되고. 적도 속성 내성이 있어서 그 상성을 따지지 않고 그냥 공격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마법이 공격 마법이고, 보조 마법은 회복, 속성 강화 정도 밖에 없으며, 기타 마법은 ‘둔갑주’라고 해서 게임 내 유일한 마을인 ‘무향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동 주문이다. 디아블로의 포탈에 해당하는데 이게 왕복이 아니라 편도라서 한 번 마을로 돌아가면 끝이다.
돈은 적을 죽이면 바닥에 떨어진 시체의 이름을 클릭해서 시체를 지우면서 돈을 얻는 방식이라서, 디아블로의 금화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게임 방식은 디아블로랑 유사하지만, 게임 진행 스타일은 약간 다르다. 디아블로는 핵&슬래쉬 장르의 대표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몬스터를 썰고 다니면서 지하로 계속 내려가는 반면. 본작은 잠긴 문을 열기 위해서는 키 아이템이 꼭 필요하고. 그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게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 됐다.
뇌봉탑 자체는 총 13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1층에서 13층까지 다이렉트로 올라가는 게 아니고. 뇌봉탑 이외에 다른 곳을 미친 듯이 돌아다녀야 한다.
숨겨진 문의 개념도 있어서 석상이나 벽의 스위치나 레버 같은 걸 찾아서 클릭해 비밀 문을 찾아내 들어가야 하는 구간도 꽤 많아서 키 아이템을 찾는 것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와상’이라고 클릭하면 회복시켜주는 석상이 던전 군데군데 있는데. 청동여와상은 체력. 벽옥여와상은 마법, 금색여와상은 체력과 마법을 동시에 회복시켜준다.
던전에는 NPC가 잊을 만 하면 뜨문뜨문 나오는 반면. 마을에는 NPC가 꽤 많은데, NPC의 대사나 대화 걸 때의 대화 내용이 캐릭터 머리 위로 글자가 뜨는 방식이라서. 이 부분은 확실히 디아블로의 대화 방식과 전혀 다르고 00년대 온라인 느낌이 살짝 난다.
문제는 그 NPC가 주는 퀘스트 비중이 너무 커서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게임 진행 자체가 막히는 일이 자주 생긴다는 거다.
어디 가서 뭘 하라고 시키기는 하는데, 그 어디 가서 부분이 위치 힌트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 이벤트 지역을 샅샅이 뒤져가며 자력으로 알아내는 수밖에 없는 데다가, 심지어 딱 정해진 순서대로 NPC들과의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하는 요소가 있는데 이것도 힌트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 몇 배로 헤맬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마을 맵을 던전 맵처럼 만들어 놨고, 또 미니 맵에서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은 파란 색으로 표시했지만, 바깥쪽 벽에 붙어 있는 문은 미니 맵을 끄고 게임 화면만 보면 문이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식별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디아블로류 게임이 가진 핵&슬래쉬적인 맛이 거의 없다.
장비, 아이템 드랍율도 대단히 낮아서 장비/아이템 보급이 잘 안 되는 것도, 무기 파밍이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핵&슬래쉬 장르 게임과 완전 대치점에 놓여 있다.
디아블로에서는 석관과 보물상자가 곳곳에 널려 있고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돈 뿐만이 아니라 장비와 아이템도 드립을 많이 됐는데 본작은 정반대로 그런 요소가 너무 절제되어 있어서, 싸움을 통해 점점 강화시켜 나가는 체감이 들지 않는다.
거기다 어떻게든 무기를 새로 얻었다고 해도. 해당 무기의 숙련도가 낮으면 장비가 불가능하다.
디아블로와 달리 동료가 있긴 한데, 한 번에 한 명씩 밖에 조종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정확히는, 동료를 얻을 때마다 각각 ‘녹색불꽃’, ‘홍색불꽃’, ‘황색불꽃’, ‘자색불꽃’이라는 아이템을 주는데. 그걸 가지고 해당 아이템 색깔에 맞는 등롱을 클릭하면 각각의 아이템에 대비한 동료로 플레이어 캐릭터가 바뀐다.
주인공 허몽교로 다시 되돌아오려면 ‘남색불꽃(남색화접선)’을 파란 등롱에 사용해야 한다.
이 불꽃 아이템도 아이템으로 분류되어 인벤토리의 아이템 슬롯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이템 소지 제한이 생기고, 파티를 이루어 데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등롱을 찾아서 변신해야 하는 것도 되게 번거롭다
전투보다 퀘스트의 중요도가 높고, 던젼 공략 때도 단순히 보스 몹 때려잡으면 장땡이 아니라 게임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찾아서 사용하여 다음 지역으로 건너가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동료가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사실 이 작품은 디아블로를 따라갈 게 아니라 바이오웨어의 ‘발더스 게이트(1998)’를 따라갔어야 됐는데 뭔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밖에 이 게임은 용량이 CD 2장짜리인데, 1999년 게임이라서 그런지 CD 2장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용량 자체가 적다.
CD 2장에는 오프닝, 엔딩 무비가 들어 있는데 둘 다 합쳐도 용량이 200메가가 채 안 된다. 3D 동영상이지만 분량도 각각 3분, 2분 내외라서 엄청 짧다. 근데 엔딩 영상은 가뜩이나 짧은데 오프닝 영상하고 중복하는 뱅크씬까지 있어서 영상 볼륨이 굉장히 부실하다.
오프닝, 엔딩 동영상은 만들어 넣었는데 정작 타이틀 화면이 없는 게임인 것도 좀 에러다.
한국에서는 정식으로 수입되어 한글화된 게임이지만.. 정작 오프닝, 엔딩 화면은 번역을 하지 않아서 몇 안 되는 영상 속 글자가 한자로 뜬다.
결론은 평작. RPG 게임으로서 일반화된 중세 판타지에서 벗어나서 중국 민간 설화를 메인 소재로 삼은 것은 괜찮았고, 부적 제작, 비전서 획득 등으로 재구성한 동양풍의 마법 체계는 나름대로 개성이 있긴 한데.. 기본적인 게임 스타일이 ‘디아블로’를 모방했는데 파밍 요소가 없고, 액션은 부실하며, 키 아이템을 찾아 잠긴 문을 열고 다니며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진행이 반복돼서 액션 RPG로서의 맛이 떨어지고, 퀘스트와 NPC와의 대화 비중이 높은 것에 비해 게임 진행 힌트를 전혀 주지 않아서 진행이 막힐 수밖에 없는 게임 플레이 동선이 플레이 의욕을 떨어트려서 모방한 원작과 차별화된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게임 개발력이 따라가지 못해서 그걸 심화시키지 못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에는 치트키가 존재한다. ENTER키를 누르면 텍스트 입력창이 바로 뜨는데 거기에 특정 명령어를 입력하면 된다.
life: hp 최대치 회복
magic: mp 최대치 회복
attack: 등급(레벨) 65 상승 및 공격력 999
magician: 모든 마법 습득 및 마법 사용시 MP 소비없음.
gold: 소지금 1000씩 증가
object: 물품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물품 입수.
오브젝트 치트키는 아이템 번호를 우측의 작은 칸에 입력하면 해당 아이템이 드랍되는 것인데. 키 아이템도 드랍시킬 수 있지만, 그걸 잘못 사용하면 스토리 진행 동선이 꼬이다 못해 막혀 버려서 더 이상 진행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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