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32] 라파엘 (2002) 2019년 GP32 게임




2002년에 ‘T3 엔터테인먼트’에서 한국의 휴대용 게임기 GP32용으로 만든 퍼즐 액션 게임.

내용은 ‘라파엘’ 왕자가 마법에 걸린 ‘하이넨 왕국’의 성에 갇힌 ‘하폰네’ 공주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일본의 ‘ASCII(아스키)’에서 1985년에 FM-7(후지쯔의 8비트 컴퓨터), X1(샤프의 컴퓨터 텔레비전), PC-8801, MSX용으로 만든 퍼즐 액션 게임 ‘더 캐슬(ザ・キャッスル)’의 리메이크판이다. 정확히는, 일본 현지에서 캐슬이 발매한 뒤 반년 후 난이도를 높인 ‘캐슬 엑설런트(キャッスルエクセレント)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왜 ’리메이크(자칭)‘이라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냐면, 발매 당시 관련 기사에서는 캐슬 엑설런트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운을 띄웠지만 정작 ASCII에서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획득한 작품이 아니고 무단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라서 그렇다.

관련 기사에 언급만 했지, ASCII의 원작 라이센스 표기는 게임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팬 메이드 게임이라면 이해는 가겠는데 나름대로 정식 출시되어 발매 당시 35000원에 판매되었기 때문에 뭔가 좀 낯부끄러운 구석이 있다. (노 라이센스 리메이크 해적판 게임이 35000원이라니!)

원작 더 캐슬에서 주인공 ‘라파엘’ 왕자가 마왕 ‘메피스토’에게 붙잡혀 ‘글로켄 성’에 갇힌 ‘마가리타’ 공주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였던 게, 본작에서는 아예 타이틀을 왕자 이름인 ‘라파엘’로 만들어 놓고. 라파엘 왕자가 ‘하이넨 왕국’의 성에 갇힌 ‘하폰네’ 공주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마왕 메피스토는 고사하고 그 비슷한 악당도 안 나온다.

게임 조작 키는 방향키 버튼으로 좌우 이동, B버튼(점프)다. 공격 기능은 일체 없고 오로지 점프만 가능하지만, 벽돌 같은 걸 밀어서 움직일 수 있고. 벽돌을 적이 있는 방향의 막다른 곳까지 밀어 넣어 압사시키거나, 적의 머리 위로 떨어트려 죽일 수는 있다.

점프는 버튼을 누르는 세기에 따라서 높이와 체공 시간이 달라지고. 공중에 떠 있는 동안에 좌우 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MSX용으로 발매한 원작의 조작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기사, 주교, 마법사, 전사, 식수식물, 눈 달린 불꽃 등등. 원작에 나온 6종류의 적이 그대로 등장하고, 원작과 마찬가지로 마왕 메피스토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벽돌, 항아리, 금고, 석상 같은 좌우로 밀어낼 수 있는 오브젝트와 곤돌라 컨트롤러, 벨트 컨베이어, 비행 블록 같은 이동 오브젝트, 바늘 같은 트랩 등등. 적뿐만이 아니라 오브젝트도 전부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더 캐슬에 없고 캐슬 엑설런트에 추가됐던, 산소통을 사용해 물속으로 들어가야하는 구간도 나온다.

맵 디자인도 원작과 거의 같아서 캐슬 엑설런트를 해본 사람은 기시감을 느낄 텐데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 똑같은 건 또 아니다.

원작은 화면 대비 캐릭터 크기가 컸던 반면. 본작은 캐릭터보다 화면이 더 크기 때문에 배경의 면적이 원작의 배경보다 몇 배 이상 더 커져서 그렇다.

그 때문에 기본적인 맵 디자인이 원작의 것을 따라간다고 해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져서 원작의 팬이 할 때는 약간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게임의 기본 플레이는 원작과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노란색, 하늘색, 녹색, 보라색, 파란색, 빨간색의 여섯 가지 색깔 열쇠를 입수하여, 각각의 열쇠 색에 맞는 문을 열어 다음 맵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방을 나가서 스크롤이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오브젝트 배치가 원상태로 복구된다. 단, 죽은 적과 열쇠를 사용해 열린 문은 리셋되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원작과 또 다른 점은 주인공 라파엘 왕자의 리액션이 추가됐다는 것인데. 게임 플레이 중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하품하는 모션을 취하고. 벽을 밀 때 미는 동작을 취하고, 죽을 때 죽는 리액션도 빠짐없이 다 한다.

그래픽은 원작으로부터 17년 후에 나온 게임이니까 원작과 비교하면 발전하긴 했다. 원작과 별개의 게임으로 보면 그래픽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리메이크판으로서 원작과 대조해서 보면 나아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근데 게임 발매 전에 공개된 게임 스크린 샷은 그래픽이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캐릭터 간의 대화 이벤트도 있었는데. 정작 게임 발매 후 본편을 보면 그래픽에 잡티가 많이 보여서 거친 구석이 있고, 대화 이벤트는커녕 텍스트 한 줄 나오지 않아서 발매 전 게임 스크린 샷이 완전 낚시가 따로 없다.

원작보다 완전히 뒤떨어진 점은 게임 외적인 부분으로 게임 표지 디자인에 있다. 원작의 표지 디자인은 일본의 여류 만화가 ‘메르헨 메이커(めるへんめーかー)’가 담당해서 순정 만화풍으로 그렸고 캐치 프레이즈 자체도 ‘사랑에 빠진 왕자의 100가지 모험’이라고 했던 반면. 본작은 게임 표지 디자인과 게임 속 캐릭터 디자인이 다른 상황에, 표지 디자인 자체도 다른 작품의 것을 베껴서 그렸다.

표지에 나온 꼭두각시 인형 조종하는 하폰네 공주 일러스트는, ‘메탈 슬러그 X’의 PS1 이식판에서 SNK의 일러스트레이터 ‘신키로’가 그린 게임 커버 일러스트 중앙에 나온 ‘에리’를 트레이싱한 것이다. (게임 자체도 베끼고, 일러스트도 베끼고, 안 베낀 게 없다)

게임 속에 나오는 캐릭터 디자인은 표지와 달리 오리지날이긴 한데,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를 기용한 게 아닌 듯. 그림에 아마추어 티가 너무 많이 나서 퀼리티가 낮아 캐릭터 그림을 안 넣은 것만 못한 수준이 됐다.

유일하게 본작이 원작보다 나은 점은 게임 진행 중 언제든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세이브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이브 슬롯도 3개나 되며, 원작 같이 잔기(남은 목숨)을 소모해야 세이브가 되는 패널티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밖에 원작에서 게임 진행이 막힐 때 사용하는 수동 자살 기능이 본작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결론은 비추천. 17년만의 리메이크를 표방하고 있어서 게임 그래픽은 원작보다 좀 나아졌고, 주인공 캐릭터의 리액션을 소소하게 추가한 건 괜찮았는데. 라이센스를 획득해 정식으로 리메이크한 게 아니라, 노 라이센스 무단 리메이크작이라는 태생적인 문제가 있고. 그래픽은 달라졌는데 게임 기본 내용과 플레이 자체는 원작과 거의 동일해서 리메이크판으로서 발전하거나 개선된 부분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서, 제작진의 원작에 대한 존중이나 애정, 팬심 같은 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게임을 날로 먹으려는 안이함과 게으름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개발사인 ‘T3 엔터테인먼트’는 본작이 GP32 게임 데뷔작인데, 신생 업체는 아니고 PC용으로 만든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 ‘천하일품 요리왕(2002)’과 온라인 게임 ‘오디션’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 무려 한빛 소프트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덧붙여 T3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게임은 본작 라파엘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도 라이센스 취득 없이 무단으로 리메이크하거나 베껴서 만든 게임이 유난히 많았는데. 그중 가장 논란이 됐던 건 캡콤의 역전재판의 기본 포맷을 베껴서 모바일 게임으로 만든 ‘법정불패 강검사(200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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