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어: 저주의 시작 (人面鱼: 紅衣小女孩外傳.2018) 2019년 개봉 영화




2018년에 대만의 ‘데이비드 청’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한국에서는 2019년에 수입됐는데 한국판 번안 제목은 인면어: 저주의 시작. 대만한 원제는 ‘인면어: 홍의소녀해외전(人面鱼: 紅衣小女孩外傳)’이다.

내용은 2007년 란탄에서 낚시를 해서 생선을 구워 먹던 ‘훙원슝’이 갑자기 미쳐서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키고 경찰에게 붙잡혔는데, 흑호 장군을 모시는 퇴마사 ‘린즈청’이 퇴마를 시도하다가, 해당 사건이 먼 옛날 흑호 장군에게 봉인 당한 마신자의 우두머리 ‘살마신’에 의한 짓이란 걸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마신자’가 등장해서 마신자 시리즈(홍의소녀해) 외전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마신자 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했던 빨간 옷 소녀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본작의 메인 소재는 란탄 지역에서 마신자들이 나타나 ‘정씨 왕국’을 위협하니, ‘정성공’ 장군이 ‘흑호 장군’이라는 동물신을 모셔와 마신자의 우두머리인 ‘살마신’을 봉인한 뒤. 그로부터 수백년의 시간이 지난 후 현대에 이르러 살마신의 봉인이 풀려 마신자들이 다시 활개치고 사람들에게 빙의하는 거다.

이전 시리즈보다 설정 스케일이 커졌는데 그 반동으로 현대 배경인데 지나치게 판타지스럽게 나가는 악영향을 끼쳤다.

극 후반부의 최종보스전 때, 흑호 장군을 강림시켜 CG로 떡칠한 황금색 호랑이의 기운을 발사해 살마신을 초전박살내는 씬은 장절한 게 아니라 너무 싼티 났다.

이게 완전 게임 감각인데. 정확히, 1993년에 데이터 이스트에서 만든 ‘파이터즈 히스토리’ 시리즈에서 나온 ‘미조구치 마코토’의 호랑이 장풍 기술 ‘타이거 바주카’였다.

마신자의 우두머리인 살마신은 해골 느낌 나는 얼굴을 가진 거인이 검은 연기를 두르고 나타나서 캐나다, 미국 동부의 인디언 민담에 나오는 ‘웬디고’를 연상시킨다.

웬디고 전승에 사람에게 빙의해서 정신을 조정하거나 미치게 했다는 내용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의 살마신은 웬디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메인 소재와 줄거리만 놓고 보면 퇴마사인 주인공 ‘린즈청’이 살마신과 맞서 싸우는 퇴마행이 주된 내용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본편 스토리는 과거의 죄업으로 마신자 부활의 계기를 마련하여 결국 마신자에 빙의 당해 자신의 가족을 비닐로 뒤집어 씌여 질식 살해한 연쇄 살인마 ‘훙원슝’에게 퇴마사 ‘린즈청’이 퇴마를 시도하던 도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해서 어머니를 위로해드리려고 마이크로필름 영화제 공모전 입상을 노리고 퇴마 장면을 몰래 촬영하던 ‘자하오’의 실수로 어머니가 마신자에 홀리게 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는 것이라 훙원슝, 린즈청, 자하오가 주축이 된 3가지 사건이 뒤섞여 있다.

훙원슝 같은 경우. 경찰에 구속됐다가 퇴마 시도를 한 이후로는 무대에서 완전 퇴장하고 훙원슝 집안의 내력과 자택 조사 등.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는 배경 도구로만 나오는데. 자하오는 지나가던 시민 A가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사건에 휘말린 수준으로 나온다.

린즈청은 퇴마사고, 훙원슝이 캐릭터가 금방 퇴장하고 사건 기록만 남았으니, 마신자의 위협과 공포를 알게 해줄 일반인 피해자가 필요해서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자하오네 가족이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헌데 그런 것 치고는 출현 지분이 너무 높아서 작품 러닝 타임이 쓸데없이 길어졌다.

린즈칭이 자하오 어머니에게 씌인 마신자를 퇴마하는 게 본편 내용이었으면 린즈칭과 자하오의 이야기가 접점을 이루었을 텐데. 극 후반부의 전개는 린즈칭은 살마신과 맞서 싸우고, 자하오는 마신자에 씌인 어머니를 찾아 나서면서 서로 따로 떨어진 상태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하느라 바빠 접점을 전혀 이루지 못하니 서로 겉돌고 있다.

그리고 호러 영화로서 순수하게 호러에 집중한 게 아니라 진즈청의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자하오 모자의 애달픈 사연 등의 신파극에 올인하고 있어서 공포의 밀도가 대단히 떨어진다.

작중 유일하게 공포물에 충실했던 건 훙원슝 집안의 내력 조사 과정에서 나온 자택 조사 씬 정도 밖에 없다. 밑밥을 제대로 깔아놔서 비닐봉지 한 장으로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밖에 타이틀인 ‘인면어’는 문자 그대로 사람 얼굴을 가진 물고기를 말하는 것인데. 이게 작중에서는 물고기 측면 비늘 부위에 사람의 눈, 코, 입이 드러나는 형상으로 묘사되는 게 끝이다. 물고기 얼굴을 사람 얼굴로 대체한 건 아니다.

비슷한 걸 찾아보면 ‘데빌맨’ 애니메이션에서 수족관에서 데몬족이 각종 어류에 빙의해서 비밀 대화를 나눌 때 느낌 난다.

마신자가 물고기에 깃들어 있다가 사람에게 씌이는 것인데. 퇴마를 해서 사람에게 마신자를 검은 연기의 형태로 뽑아내 물고기 속에 가둔 뒤 기름에 튀겨 죽이는 퇴마 방식도 기억에 남는다.

마신자=물고기 설정을 메인 소재로 써서 저주 인면어의 공포를 제대로 선사했다면 공포물로서 꽤 괜찮았을 것 같은데.. 타이틀만 인면어지, 정작 인면어 자체는 초반부에 잠깐 나오는 게 전부라서 뭔가 좀 거하게 낚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론은 비추천. 정성공 장군의 호랑이 수호신 전설로 시작하는 것과 마신자가 물고기에 깃든 인면어 묘사와 설정이 인상적이기는 한데, 영화 제목만 인면어지, 메인 소재는 인면어가 아니라 사람에게 빙의하는 마신자라서 보는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본편 스토리의 3가지 사건이 한데 어우러지지 못하고 서로 겉돌아서 스토리가 산만하고 분량만 쓸데없이 늘어난 상황에, 공포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신파극에 올인하고. 최종 보스전때 선보인 금빛 호랑이 CG가 유치찬란해서 호러 영화로서의 밀도가 매우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2019년 7월 13일에 열린 '타이페이 영화상(臺北電影獎)'에서 최우수 여우 주연상, 최우수 시각효과상에 노미네이트 됐고, 최우수 편집상, 최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덧글

  • 시몬벨 2019/09/04 01:12 # 삭제 답글

    리뷰를 보면 그냥 흔해빠진 B급영화같은데 뭔 상을 저렇게 많이 받았대요?
  • 잠뿌리 2019/09/04 23:12 #

    4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돼서 2개 부분만 수상했는데 마신자 시리즈가 이 작품까지 3편이나 나온 걸 보면 뭔가 대만에서는 알아주는 시리즈인가 봅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673743
5535
9492935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