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벨 집으로 (Annabelle Comes Home.2019) 2019년 개봉 영화




2019년에 ‘게리 도버먼’ 감독 및 각본,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은 애나벨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컨저링 유니버스의 넘버링으로는 일곱 번째 작품으로 연대상으로는 컨저링 1과 컨저링 2 사이의 이야기다. (컨저링 1의 사건으로부터 1년 후. 컨저링 2의 사건으로부터 2년 전)

내용은 퇴마사로 유명한 워렌 부부가 악마가 깃든 인형 ‘애나벨’을 제령하고 자택에 있는 오컬트 뮤지엄 진열장에 격리시킨 지 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 워렌 부부가 매스컴에서 사이비 취급을 받아서 어린 딸인 ‘주디 워렌’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베이비시터 ‘메리 엘렌’에게만 마음을 열었는데, 생일을 앞둔 어느 날. 부모님이 출장을 가서 메리와 단 둘이 지내다가, 메리의 친구 ‘다니엘라 라이오스’가 찾아왔다가 오컬트 뮤지엄 진열장에 있던 애나벨을 꺼낸 이후. 다른 유령들까지 전부 풀려나 집안에 심령 현상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애나벨 집으로’라는 제목과 ‘이번에는 내가 찾아갈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보면 애나벨이 집으로 찾아오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애나벨이 워렌 부부의 집에 봉인되어 있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집으로 찾아가는 건 아니다.

컨저링 본가의 주역인 워렌 부부가 오랜만에 등장해서 주역이 될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출장 때문에 자리를 비워서 비중이 단역 수준에 그친다.

본작의 주인공은 워렌 부부가 아니라, 워렌 부부의 딸인 ‘주디 워렌’이다.

본편 스토리는 모종의 사고로 집안에 봉인하고 있던 악령들이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고, 그 근원이 워렌 부부의 오컬트 뮤지엄이라서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 호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작중 애나벨은 유령을 끌어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설정상의 비중이 높은 것에 비해서 정작 출현 분량 자체는 적은 편이다.

애나벨에 의해 풀려난 오컬트 뮤지엄의 악령들이 출현 분량을 나눠 가졌다.

착용자를 흉폭하게 만들어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피묻은 신부 드레스, 죽은 사람의 눈에 동전을 올려놓은 걸 저승길 통행료로 받는 페리맨, 지옥의 사냥견, 미래를 보여주는 TV, 구멍으로 팔 다리가 튀어나오는 보드 게임 상자, 희생자의 비명이 울리는 사무라이 갑옷 등등.

출현 분량의 편차치는 있는데 공통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일단은 스스로 움직이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그와 반대로 악마가 조종하는 게 아닌 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애나벨보다 더 눈에 띤다.

작중 애나벨은 그저 악령 봉인이 풀리게 된 계기임과 동시에 악령을 다시 봉인하는 매개체로서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애나벨을 조종하는 악마의 모습도 시리즈 이전 작에서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짧고 강렬하게 묘사해서 묵직한 한 방을 날렸던 것에 비해. 본작에선 염소 뿔을 가진 악마의 실체를 대놓고 보여줘서 완전 무슨 판타지 영화를 방불케 해서 오히려 인상이 옅어졌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애나벨의 존재감이 옅어져서 바로 전작인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 때를 생각해 보면 과연 이게 그 애나벨의 후속작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다.

전작은 생각보다 꽤 무서운 작품이었는데 본작은 반대로 전혀 안 무섭고, 심지어 애나벨 3부작 중 가장 공포도가 떨어지게 됐다.

사건의 주요 무대가 워렌 부부의 집과 그 집에 있는 오컬트 뮤지엄인데 그걸 다 합쳐서 봐도 장소가 상당히 좁아서 작중 인물의 행동반경이 워낙 좁아서, 귀신 붙은 물건을 모아 놓은 박물관이란 거창한 설정에 비해 스케일이 너무 작다.

실제 박물관 사이즈였다면 또 모를까, 일반 가정집의 방 하나 규모를 가지고 미니 박물관으로 만든 것이라서 아무리 수상한 물건을 잔뜩 모아 놓았어도 생각보다 볼 게 없다.

시리즈 전통에 따라서 하우스 호러물을 표방하고 있으나, 그런 것 치고 집 자체도 너무 평범하고 멀쩡하다.

인적이 드물거나 외진 곳에 있는 것도, 흉가나 폐가인 것도 아니고. 이웃집이 버젓이 있는 작은 마을의 평범한 집으로 단지 집안에 오컬트 뮤지엄이 있는 것뿐이라 뭔가 좀 해당 장르의 기본적인 미장센을 갖추지 못한 느낌을 준다.

오컬트 뮤지엄 하나만 딱 보면 괴기스럽긴 한데, 거기서 문 밖으로 한 발 걸어 나오면 평범한 가정집으로 이어지니 되게 이질적이다.

순수 공포물의 관점에서 보면 별로 무섭지 않고 볼거리도 적지만, 작품 자체가 아예 재미가 없는 건 또 아니다. 관점을 달리 하면 볼만한 구석이 있다.

주인공이 온전히 10대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모험을 그린 쥬브나일 어드벤처 느낌이 살짝 난다.

비록 배경이 작아서 행동반경이 좁긴 하지만 무서운 일을 겪으면서 도망치거나 숨지 않고, 사건 해결을 위해서 나서기 때문에 으스스한 모험물 같은 느낌이 있다.

그 모험의 중심에 있는 게 여주인공 주디다.

주디는 부모님이 유명 퇴마사라서 본인도 그 피를 이어 받아 영안에 눈을 떴기에, 평소 유령을 볼 줄 알고. 무서운 일을 겪으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게 아니라, 무서워하면서도 십자가를 들고 기도를 올리며 영적 방어를 시도하고, 자기보다 나이 많은 메리와 다니엘라 등이 패닉에 빠졌을 때 수습하고 이끌어 줘서, 어린 아이라서 보호 받아야 될 존재만으로 묘사되는 게 아니라.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살아 있는 인간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들만의 힘으로 여차저차 애나벨을 봉인하여 사건을 수습하는 것도 포인트라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고 했다가 악령의 봉인을 풀어 소동을 일으키는 캐릭터가 어김없이 등장하긴 하고. 그 역할을 메리의 친구인 다니엘라가 맡고 있는데 본명 트롤링을 저지르긴 했지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확실한 이유와 동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흥미본위로 그런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막판에 가서는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해당 사건 외적으로는 친구 메리의 연애를 도와주고. 주디의 두 번째 친구가 되어주면서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던 문제를 해결할 계기를 마련해주기까지 하니 캐릭터 묘사가 괜찮다.

결말도 애나벨 시리즈 최초의 해피엔딩으로 깔끔하게 잘 끝났다. 사상자 하나 없이 애나벨을 무사히 봉인하고, 아직 사건이 끝난 게 아니라는 억지스러운 후속작 암시 없이, 메리, 다니엘라, 주디 등 주역 3인방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해서 되게 훈훈하다.

결론은 평작. 애나벨 시리즈 최신판인데도 불구하고, 애나벨이 설정의 비중이 큰 것에 비해 출현 분량이 적고. 다른 악령들에게 완전 묻혀 버려 시리즈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했고, 주요 무대가 되는 워렌 부부이 집이 다소 작고 작중인물의 행동반경이 좁아서 하우스 호러물로서의 밀도가 떨어져 시리즈 3부작 중 가장 안 무섭지만, 10대 아이들이 주역으로 활약해 사건을 해결하고, 캐릭터 간의 관계가 오밀조밀해서 이야기에 모립이 잘 되는 편이라, 순수 공포물로선 기대에 좀 못 미쳐도. 10대 아이들의 으스스한 모험을 다룬 쥬브나일 어드벤처로 보면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이다. 애나벨 3부작으로선 애나벨 2보다는 못하지만 애나벨 1보다는 나은 속편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게리 도버먼’의 감독 데뷔작이지만, 사실 감독 커리어보다 각본 커리어가 더 화려하다. 애나벨 전 시리즈, 더 넌, 요로나의 저주 등등.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컨저링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 전부의 각본과 스티븐 킹 원작 ‘그것(2017)’ 리메이크판의 각본을 썼다.

덧붙여 본작의 엔딩 스텝롤이 다 올라간 후 맨 마지막에 ‘로레인 워렌’의 추모 메시지가 뜨는데. 실제 로레인 워렌이 2019년에 9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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