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5] 부킹맨: 맨 앤 우먼 (1997)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7년에 장군, 야화, 천상소마영웅전으로 잘 알려진 ‘FEW(퓨처 엔터테인먼트 월드)’에서 개발, ‘웅진 미디어’에서 윈도우 95용으로 발매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발매시기로 보면 한국 최초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내용은 1996년 서울에 있는 S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인 주인공이 여러 여자들과 부킹을 통해 원 나잇 스탠드를 가지며 방탕하게 놀면서 대학 4년을 보내는 이야기다.

당시 연소자 관람불가로 성인용 게임으로 출시됐는데 박스 패키지 뒷면에는 ‘교육적인 게임’이란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교육이 성교육인 건가?)

4명의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을 선택해 육성시키면서 24명의 히로인을 공략할 수 있으며, 600개의 이벤트가 나온다.

일단, 4명의 남자 주인공은 외모의 차이만 있을 뿐. 캐릭터 능력치 자체는 다 동일하다. 이름, 성격(외향적/내향적), 생일이 단 한 개의 디폴트 값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다른 건 둘째치고 이름조차 변경할 수 없으며, 캐릭터별 전용 이벤트 같은 건 일절 없고. 모든 이벤트 CG가 전 캐릭터 공용이라서 플레이어 캐릭터 셀렉트의 의미가 없다.

캐릭터별 비하인드 스토리는 게임 매뉴얼에 캐릭터 소개에만 나오고 게임 본편에는 단 1글자도 안 나오는데다가, 캐릭터 소개에 돈 많은 재벌 2세 캐릭터라고 뜬 애도 공통 디폴트 설정 때문에 시작 소지금이 1000원인 걸 보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게임 내 플레이어 캐릭터의 방에서는 화면 우측의 셀렉트 커맨드를 누르면 8가지 배경 중 하나를 골라서 바꿀 수 있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스케줄 관리창이 뜬다.

게임 플레이 기간은 4년이고 스케줄 관리는 그 기간 동안 플레이어를 육성하는 커맨드이며, 이동은 자유행동으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 의상은 현재 입고 있는 옷 교체. 일과 끝은 하루의 남은 기간을 다 보내는 턴 종료. 파라미터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치 표시다.

‘스케줄 관리’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화면 우측 상단에 표시되는 아이콘을 스케줄표에 넣어서 ‘일과끝’을 눌러 실행하는 방식이다.

GO CHAT 아이콘(컴퓨터 채팅), 전화기 아이콘(전화하기), 음표 아이콘(음악 감상), 야자수 아이콘(휴식), TV 아이콘(TV 감상), 비디오 아이콘(영화 감상), ZZZ 아이콘(잠자기) 등을 선택할 수 있는데. 휴식/잠자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실행할 때마다 돈이 들지만 능력치가 상승한다.

‘이동’은 마을 필드에서 SD 캐릭터를 움직여 돌아다니는 것인데 그 방식과 그래픽이 ELF사의 ‘동급생(1994)’을 모방했다.

게임 내에 나오는 주요 무대가 실제 서울 시내 번화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이동 가능한 곳은 신촌/종로/대학로/이태원/화양리/강남역/압구정/천호동 등의 총 8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철, 버스, 택시 등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전철, 버스는 각각 요금이 500원이 드는데 택시는 이동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돈이 줄어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과 지역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피로도가 쌓인다.

게임 본편 내용이 부킹을 해서 원 나잇 스탠드를 하는 것인 관계로 그냥 도시 내지는 사는 동네가 배경이 아니라 번화가 배경이라서 일반 건물, 상점보다는 술집, 호프, 소주방, 카페, 나이트 클럽 같은 게 압도적으로 많다. 신촌 지역의 독다방(독수리 다방) 같은 당시 실제 영업하던 가게 상호명이 그대로 나온다.

심지어 천호동, 화양리 지역에 가면 ‘사창가’까지 방문할 수 있다. 돈이 있으면 이용 가능한데 텍스트로 관련 내용이 뜰 뿐, 실제 CG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게임으로선 약간 컬쳐 쇼크를 안겨준다. 더 황당한 건 사창가 이벤트 보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매독에 걸렸다는 이벤트도 뜬다. (600가지 이벤트란 게 이런 것들이었다니..)

문제는 지역이 8개나 되고 곳곳에 가게가 분포되어 있어서 미팅이나 데이트 약속이 잡히면 약속 장소를 찾아가는 게 굉장히 피곤하다는 점이다.

데이트 장소는 수동으로 결정할 수 없고, 항상 랜덤으로 바뀌는 상황에 맵 기능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데. 간판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가게 상호명이 써있지 않아서 건물에 직접 들어가보지 않으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서 매번 맨 땅에 헤딩하는 식의 플레이를 강요하고 있다.

이벤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메시지가 떠도 자동으로 집에 귀가하는 게 아니라. 수동으로 움직여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도 되게 귀찮다.

동급생은 필드에서 건물 입구나 특정 포인트에 접촉하면 시간이 경과되는 반면. 본작은 이동을 할 때마다 시간이 경과된다.

미팅/데이트 약속이 있는 당일 하루를 그냥 넘겨 버려도 약속 파토 메시지 같은 건 전혀 오지 않는데. 대신 해당 이벤트는 다시는 뜨지 않는다.

미팅/데이트와 관계가 없는 건물에서는 ‘이용하다’라는 커맨드가 떠서 돈을 써서 문자 그대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플레이어 캐릭터의 혼잣말만 뜰 뿐. 어떤 특정한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템의 개념이 없어 뭔가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그냥 단순히 돈만 나간다. 주인공 대화 로그로 무슨 능력치가 상승한 것 같다. 이런 메시지가 떠도 실제 능력치는 변하는 게 없을 때도 있다.

다만, 특정한 장소에서는 ‘아르바이트’ 커맨드를 선택해 스케줄 관리 슬롯에 아르바이트를 넣고, 일하는 시간에 맞춰 해당 장소에 방문해 다시 스케줄 관리를 선택하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데. 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필요 능력치가 있어서, 능력치가 낮으면 아르바이트도 못한다.

아르바이트 이외에 학교 수업이나 클럽 교육 같은 걸 받을 때는 해당 장소에서 스케줄 관리->스케줄 슬롯에 수업 드래그->수업 시간에 맞춰 학교 재방문해서 스케줄 관리 재선택.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집에서 출근/등교해서 볼일 보고 귀가하는 걸 전혀 스킵할 수 없어서 전부 다 수동 컨트롤 해야하기 때문에 엄청 귀찮다.

이동을 할 때 뜬금없이 필드에 몽둥이 든 깡패가 등장해 쫓아올 때가 있는데. 이 깡패와 접촉하면 소지금이 실시간으로 줄어든다. 유도 성질까지 갖고 있어서 집요하게 쫓아오는데 반해 물리칠 방법이 없고 오직 이동을 해서 따돌리는 수밖에 없다.

‘의상’은 상의, 하의, 머리 스타일, 악세서리 등의 4개를 수정할 수 있는 것으로 당시 게임 관련 기사에서는 90년대 한국 인싸 패션을 구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게임 내 캐릭터 일러스트의 퀼리티가 떨어져서 의상 센스 자체가 상당히 구리고. 앞서 말했듯 아이템의 개념이 없어서 새로운 목록을 추가할 수도 없다.

‘일과끝’은 그날 하루를 마치고 다음 날로 넘어가는 턴 종료의 개념과 같은데. 스케줄관리의 실행도 겸하고 있다. 스케줄을 정하고 일과끝을 눌러 실행을 하는 것인데 이게 일반적인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면 일주일이나 한달 스케줄을 정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반면. 본작은 하루 단위로 설정되어 있어서 되게 번거롭다.

게임 플레이 기간은 4년이나 되는데 스케줄 실행은 하루에 한번인 것이다.

‘파라미터’는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수치인데 그 종류가 굉장히 많아서, 능력=말발/순발력/매너/매력/팀웍, 마인드=센스/감성/지력/끈기/배짱, 경험치=경험력/인생관/사업 능력/여자 경험/실전, 건강=체력/HP/피로도/근육발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능력치는 스케줄과 아르바이트로 올릴 수 있지만.. 문제는 이 능력치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한 필요 수치로만 작용하다.

일반적인 미연시 게임처럼 히로인을 공략할 때 요구되는 능력 수치란 게 아예 없다. 심지어 HP가 0이 되도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능력치의 종류는 엄청 많은데 제 기능을 하지 않으니 형식적으로 적어 넣은 수준이다.

유일하게 중요한 능력치는 건강 카테고리의 ‘피로도’인데. 이 수치가 높으면 이동 때 건물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

2000여장의 시나리오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그 많은 텍스트 분량의 거의 대부분이 플레이어 캐릭터의 혼잣말과 생각이다.

연애 과정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르던 간에 주인공의 생각을 가장한 독백이 질리다 못해 학을 뗄 정도로 많이 나온다. 이게 입담이 좋은 것도 아니고 생각이나 말의 내용이 두서없고 유치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히로인과의 회화도 황당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미국에서 온 ‘이지나’ 같은 경우, 초면에 ‘Would you Like fuck me? 라는 대사를 날리는데 이걸 들은 주인공이 저거 ‘나 어때?’라고 말한 건가. 라고 독백을 하는데 완전 대환장쇼였다. (아니, 무슨 우즈 라이크 섬씽 투 드링크도 아니고 우즈 라이크 퍽 미라니, 시나리오 라이터가 FUCK ME가 무슨 뜻인지 알고 쓴 거 맞나.)

히로인 공략 같은 경우도 호감도를 쌓으며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연애 게임을 자칭하고 있으면서 히로인의 호감도 개념이 자체가 없다.

히로인 자체를 마음대로 만날 수 없고, 연락을 할 수도 없다. 데이트 스케줄은 이벤트로서 자동으로 잡히기 때문에 수동으로 조정할 수가 없다.

연애 과정에서 육성의 결과물인 능력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으며, 호감도도 없고 대화 선택지도 없다.

단순히 연락 받고. 약속 장소로 나가고. 이후에 또 연락 받고 약속 장소로 나가고. 이런 패턴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거기다 그 패턴도 한 번 플레그가 열린 히로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히로인 한 명을 공략하고 있으면 다른 히로인은 공략은커녕 나올 수 자체가 없다.

가끔 부킹이 겹쳐서 히로인 2명과 조우해서 누구를 선택할지 정하는 게 있긴 한데 그건 이미 해당 히로인의 이벤트를 다 봐서 더 이상 볼 게 없을 때 다른 히로인 플레글 연 상황이고 게임상에서는 극히 드문 확률로 나온다.
히로인과 썸을 타서 그게 로맨스로 제대로 이어지느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 게. 본편 게임 내용 자체가 바람둥이 주인공이 부킹해서 원 나잇 스탠드를 가지는 것이고. 게임 시스템상 한번이라도 약속을 파토내면 해당 히로인의 공략 플레그는 물론이고 존재 자체가 사라져서, 공략 히로인을 밥 먹듯이 갈아치우는 게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라서 연애의 깊이가 정말 얕다.

애초에 본작은 연애 게임이라면서 히로인의 개별 엔딩이 없다.

히로인 공략을 아예 안 하고 게임 내 플레이 기간이 다 지나도 엔딩이 하나로 고정되어 있어서 다 똑같이 끝난다.

히로인 CG도 스탠딩 CG의 일러스트가 수시로 바뀌어서 일관성이 없다.

히로인 묘사를 그렇게 대충하니까, 히로인 수가 24명이 될 수 있었던 거다.

게임 패키지 설명에 교육적인 게임이라고 미친 드립을 쳤지만, 기본적으로 성인 게임이라서 일본 성인 게임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히로인과의 썸의 끝은 배드씬으로 이어진다.

해당 히로인을 공략할 때 어느 정도 내용 진전이 되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해 입술 아이콘(키스), 하트 아이콘(스킨쉽), 고추 아이콘(베드씬 돌입)을 선택해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근데 이게 사실 직접적인 떡씬은 안 나오고 CG로는 속옷 차림이나, 세미 누드 정도만 나오고 떡씬 관련 텍스트는 아예 안 나와서 실제 일본 성인 게임과 비교하면 좀 민망한 수준이다.

그밖에 버그가 엄청나게 많다. 대사 로그가 다 올라가기 전에 건물 밖으로 나오면 다시는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없어 진행 불가의 버그부터 시작해 이벤트 로그가 꼬이거나, 히로인 출현 플레그는 섰는데 정작 나와야 될 장소에서 나오지 않는 것 등등.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버그가 잔뜩 있다.

결론은 비추천. 발매 시기적으로 한국 최초의 미연시 게임으로 볼 수 있지만, 육성 시뮬레이션 쪽으로는 능력치 종류는 많은데 게임 플레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아서 육성 자체의 의미가 없고, 연애 게임 쪽으로는 플레이어 셀렉트 캐릭터 4명의 이름, 외모를 제외한 능력치, 이벤트 CG가 공통이라 누구를 고르던 다 똑같아 선택의 의미가 없으며, 히로인은 24명이나 되지만 자유롭게 만나거나 연락할 수 없고 데이트 스케줄이 자동 진행으로 잡히는데 호감도, 대화 선택지, 개별 엔딩 같은 게 일절 없어 공략의 의미가 없어서, 의미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게임 자체가 미완성된 느낌마저 들 정도라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잡지용 홍보 포스터에는 일본 미소녀 연애 게임의 그것처럼 캐릭터 일러스트를 그려 놓았는데, 정작 정식 출시된 박스 패키지에는 극화체로 그려진 여자의 마릴린 먼로 판치라 포즈가 나오고, 게임 CD 커버 일러스트는 브라에 빤스 차림의 여자를 껴안은 마초 남자가 그려졌으며, 게임 타이틀은 브라와 바지를 입은 여자를 상반신 알몸에 청바지 입은 남자가 껴안은 그림을 그려 넣어서 대놓고 성인 게임인 걸 어필했다. 웃긴 건 홍보 포스터, 패키지 일러스트, CD 일러스트, 게임 타이틀에 나온 그 어떤 그림, 캐릭터도 본편 게임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덧붙여 본작은 발매 당시 관련 기사에 따르면, 3주 만에 7000장이 판매되어 10000장 돌파 시점에 정품 게임 구매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경품 증정 및 게임 속 여주인공과 가장 닮은 사람을 뽑는 부킹맨 캐릭터 분장쇼 등의 이벤트를 개최하기로 했었다.

의외로 판매량이 높았지만 ‘남일 소프트’가 나온 ‘캠퍼스 러브 스토리(1997)’가 15000장을 판매해 더블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국산 미연시 초기작이란 타이틀도 묻혔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69841
4518
9452326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