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소울 슬레이어즈 (1999)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9년에 ‘그림 엔터테인먼트’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만든 RPG 게임.

내용은 내전을 피해 어머니와 함께 신앙 마을 ‘엘람’으로 피신 온 ‘시안’이 친구들과 잠시 놀러 나갔다가 마을에 다시 돌아오니 산적들의 습격으로 마을이 불에 타버리고 어머니와 친구들과 헤어져 갈 곳을 잃어 홀로 길을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동은 마우스 커서 화살표가 됐을 때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러 방향을 클릭하거나, 꾹 눌러서 홀드 상태일 때 마우스 커서와 함께 자동 이동이 가능하고. 더블 클릭을 하면 대쉬를 할 수도 있다.

헌데, 이동을 하다가 커브 길이 나오거나, 뭔가에 발이 걸려서 조금이라도 막히는 지형이 나오면 움직임이 뚝 끊겨 버린다. 수동으로 커서를 움직여 방향을 다시 잡고 이동해야해서 게임 플레이의 맥이 뚝뚝 끊긴다.

설상가상으로 어떤 상황이 되었든 간에 마우스 커서가 주인공 캐릭터한테 스치기만 해도 커서 모양이 별표로 바뀌면서 캐릭터창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것도 대단히 불편하다.

예를 들면 마우스 버튼을 꾹 눌러 홀드 상태에서 마우스 커서를 따라 캐릭터가 이동하는데, 그 커서를 움직이다가 캐릭터 몸에 살짝 스치면 화살표 커서가 별 커서로 바뀌면서 마우스 홀드가 마우스 버튼 클릭으로 간주되어 캐릭터창이 불쑥 뜬다는 거다.

NPC와 대화를 할 때와 건물에 들어갈 때 문을 열거나 계단 위를 올라가는 기능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인데. 무조건 가까이 있는 상태에서 타겟을 똑바로 바라보고 정확히 가리키면서 버튼을 클릭해야 작동한다. 이것도 상당히 짜증난다.

플레이어 캐릭터에 마우스 커서를 데서 커서 모양이 별표가 됐을 때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창/인벤토리/게임환경창이 뜬다.

캐릭터창은 우측에 나열된 메뉴 중 STATUS(능력치)로 활성화되어 ITEM(아이템), MEMBER(전투 파티원 교체), MAGIC(마법) USE(아이템 사용)으로 기능이 나뉘어져 있다.

근데 정작 캐릭터 자체의 능력치는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LV(레벨), EX(현재 경험치), NX(다음 레벨업을 위해 필요한 경험치), HP(생명력), FP(피로도=스킬/마법 포인트), GB(소지금) 이렇게만 표시된다.

힘, 건강, 민첩성, 지력, 마력 같은 일반적인 RPG 게임의 스테이터스 수치를 배재하고. 물, 불, 바람, 흙의 4가지 원소를 베이스로 한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고 있어서 캐릭터창의 MAGIC 커맨드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게 게임 박스 팩키지의 설명으로는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서 공격력과 방어력이 달라진다 어쩐다 하는데 실제로는 그냥 공격력, 방어력 표기를 다이어그램으로 표시한 게 전부고.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정해진 다이어그램은 변하지 않아서 아무 의미가 없다.

아마도 게임 기획 단계에서는 뭔가 의미있는 시스템을 넣고자 한 것 같은데, 게임 완성 단계에서 알맹이가 쏙 빠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다.

장비 슬롯은 ARMS(무기), ARMO(갑옷), ADD(악세서리) 등의 3개가 전부다.

‘히람’, ‘리타’는 각각 로봇 조종, 동물 조종 능력이 있어서 멤버 커맨드에서 리스트에 있는 로봇, 동물 중 하나를 골라서 전투에 참가할 수 있다.

주인공 ‘시안’에 한정해서 레벨이 오를 때마다 캐릭터 썸네일 복장이 바뀐다.

전투 파티원 교체는 멤버 커맨드 상단에 표기된 캐릭터 슬롯을 마우스 왼쪽 버튼으로 꾹 눌렀을 때 HIG/MID/LOW의 3개 위치에 캐릭터 이름이 표기된 것으로 전투에 참가시킬 수 있다.

주요 대사는 한글로 나오는데 무슨 이유인지 등장인물 이름은 전부 영어로 표기하고 있다. 근데 이벤트 메시지나 캐릭터 대사에서는 캐릭터 이름이 꼬박꼬박 한글로 나와서 표기의 일관성이 없다.

‘네발새’라는 파이날 판타지 초코보 짝퉁 같은 사족보행 대형 새를 타면 한번 왔던 마을로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

상점 분포도가 매우 낮아서 상점을 제대로 갖춘 마을이 보기 드물 정도다. 대신 전투 클리어 보상으로 몹들이 아이템 드랍을 자주한다. 문제는 그게 소비형 아이템은 보급할 수 있지만 무기/방어구는 드랍하지 않으니 보급이 어렵다는 점에 있다.

전투는 랜덤 인카운터로 발생하며, 쿼터뷰 시점의 턴제 배틀로 별도의 설명이 없이 아이콘만 뜬다.

칼(공격), 칼/지팡이(마법), 약병(아이템), 방패(방어), 날개 달린 신발(도망)을 고를 수 있다.

커맨드야 아이콘 생긴 걸 보고 어떤 기능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아이템과 스킬/마법은 진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설명 한 줄 나오지 않은 채 영어로 적혀 있어서 정말 사용하기 불편하다.

동료는 총 4명이 나와서 주인공 시안을 포함해 파티 인원이 5명이나 되지만,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멤버는 달랑 3명밖에 안 된다.

전투에 참가한 인원 밖에 경험치를 받을 수 없어서, 캐릭터 육성에 어려움이 따른다.

게임 난이도는 속된 말로 지랄 맞는데. 플레이어 캐릭터가 레벨이 오르면 적도 동시에 레벨이 올라서 그렇다.

세이브도 제한적이라 하트로 표시되는 세이브 포인트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중반부 이후에 ‘시사이트’ 마을에서 ‘히람’이 동료로 들어온 뒤에는 캐릭터창에서 ‘CAMP’ 커맨드를 선택해 즉석에서 캠프를 차려 HP/FP 회복 및 세이브가 가능하긴 하나 던전과 마을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게임 내에 맵 기능은 전혀 지원하지 않아서 길 찾기가 어렵다.

필드에서 마을을 찾아갈 때는 그나마 ‘이정표’라도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최소한 알 수 있는데 던전 공략 때는 그런 거 전혀 없다. 현재 위치 파악은 물론이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지침이 전혀 나오지 않아서 필연적으로 헤맬 수밖에 없다.

게임 그래픽은 배경과 구조물은 디테일하고 꼼꼼한 것에 비해서 캐릭터 조형은 별로고, 캐릭터 자체의 크기가 작아서 제대로 식별하기 어려운 수준인데 전투 씬의 액션 연출조차 구려서 총체적 난국이지만, 상대적으로 캐릭터 일러스트는 괜찮은 편이다.

이게 당시 그림 엔터테인먼트의 ‘양승준’ 대표가 만화가 출신의 게임 개발자로 본작 자체가 대표의 만화 원작을 토대로 만든 것이라서 일러스트에 신경을 많이 썼다.

본편 스토리는 상상 이상으로 부실하다.

산적들이 마을을 습격해 어머니와 생이별한 주인공이 천애고아가 되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동료들을 만나서 여행을 다니면서 엄마 찾는 이야기인 게 전부다.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주면서 어머니를 찾는 여정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면 드라마틱했을 텐데 현실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여기 다니고 저기 다니고. 정처 없이 여행을 하면서 ‘넌 왜 여행을 하니?’라고 누가 물어보면 ‘어머니를 찾고 싶어’ 한 마디해서 넘어가는 수준이라서 스토리 몰입도가 떨어진다.

동료의 절반이 죽은 것도, 부상당한 것도 아닌데 대뜸 파티에서 이탈하고, 히로인과 단 둘이 남아서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르는데 끝내 어머니와 재회를 하지 못한 채 끝나 버린다.

암전된 검은 화면을 배경으로 캐릭터 대사만 떠서, 어머니도 못 찾았는데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히로인의 질문에 주인공이 ‘나한테는 꿈이 없어. 그래도 같이 가겠어?’ 이렇게 말하니 히로인이 ‘응..’이라고 대답하는 멋대가리 없는 고백 씬으로 퉁-치고 넘어가 엔딩 스텝롤로 이어진다.

엔딩 직전에 방문한 마을 전용 BGM은 보컬곡 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우 더빙으로 ‘나나나나~’ ‘흠우우움~하고 허밍을 있는 대로 다 넣으면서 밝고 희망 찬 음악을 틀어줘놓고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더니 엔딩은 이 모양 이 꼴이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주인공 시안의 캐릭터 설명이 ‘말수가 적고 평소에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라고 적혀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차라리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하는 게 더 나을 정도로 본작의 엔딩은 인간적으로 너무 대충 만들었다. (애초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오프닝은 고사하고 타이틀 화면조차 제대로 없는 걸 봤을 때부터 엔딩도 부실할 줄 알았다)

게임 플레이 동선 자체도 누구랑 대화하고 어디에 갔다가 또 누굴 찾아서 대화를 하고. 이런 단순한 전개가 반복되는데 그 순서에 맞게 대화를 하지 않으면 스토리 진행 플레그가 서지 않아서 게임이 막혀 버리는 관계로 진짜 쓸데없는 곳에서 엄격한 플레그 판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걸 게임 팩키지 광고 문구에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라느니, 매력적인 스토리라니 설명하고 앉아 있으니 어이가 없다.

그밖에 3D 동영상도 들어가 있긴 한데 그 분량이 굉장히 적고 중요도도 매우 낮다.

결론은 비추천. 마우스 하나로 대부분의 조작을 다 할 수 있지만 그 커서 움직임과 판정 자체가 좋지 않아서 조작감이 매우 나쁘고, 당시 기준으로 일반적인 RPG의 능력치를 따르지 않고 새로운 능력치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직관적이지 못하고 난해하며, 아이템, 스킬, 마법 등이 영어로만 표기되고 내용은 하나도 설명을 해주지 않는 데다가, 맵 기능도 전혀 지원하지 않고. 세이브의 제한도 있어서 게임 인터페이스 전반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그래픽도 배경만 좋지 캐릭터는 별로고 액션 연출까지 허접해서 비주얼도 후달리고. 본편 스토리는 밋밋하고 재미가 없는데 엔딩을 너무 대충 만들어서 마무리까지 엉성하니 게임 전반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작품으로. 오직 캐릭터 원화와 일러스트만 건질만 하다.

여담이지만 그림 엔터테인먼트는 자체 개발한 게임보다는, ‘L&K 로직 코리아’와 공동 개발한 게임인 ‘거울전쟁(2000)’, ‘붉은 보석(2003)’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덧붙여 본작의 후속작으로 기획된 ‘소울 슬레이어즈 2’는 나온다는 이야기만 나왔지 끝내 게임이 완성되어 발매되지는 못했는데, 훗날 ‘EZ2DJ’, ‘엔에이지’, ‘리니지 2’ 등으로 유명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정준호’가 메인 디자이너로서 일러스트 작업에 참여했었다. 정준호의 필모그래피에 올라가 있고, 실제 정준호가 그린 소울 슬레이어즈의 주인공 시안 그림도 공개된 바 있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원화 작업에 참여한 스텝 중에 훗날 유명 아트 디렉터이자, 아이덴티티 게임즈의 공동 창업자로 ‘드래곤 네스트’ 개발을 총괄했던 ‘박정식’ 대표가 있다. 본작이 첫 게임 업계 데뷔작인데 게임이 완성되기 전에 회사를 나와서 그로부터 수년 후 게임 완성본을 부록으로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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