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하베스터 (Harvester.1996)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6년에 ‘DigiFX Interactive’에서 개발, ‘Merit Studios’에서 MS-DOS용으로 만든 호러 어드벤처 게임.

내용은 1953년에 ‘하베스트’라는 마을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깨어난 ‘스티브 맨슨’이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마을을 탐험하다가, 신비로운 존재 ‘하베스트 문’을 추종하는 비밀 결사 ‘하베스트’에 가입해야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정보를 듣고 거기에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장르는 기본적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클릭하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인데. 게임 그래픽이 3D 랜더링으로 만든 배경 위에 실사 베이스의 디지타이즈 된 캐릭터를 겹친 방식에 캐릭터의 움직임은 풀모션으로 제작됐고, 동영상도 다수 들어가 있어서 ‘인터렉티브 무비’ 성격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게임 용량이 큰 편이라 무려 CD 3장이나 됐다.

시에라 온라인의 ‘판타즈마고리아(1995)’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오브젝트를 클릭하면 조사를 하거나 사용을 하는 행동이 직접 나오는 게 아니라, 텍스트창이 뜨거나 혹은 오브젝트가 있는 화면 자체가 확대되고. 아이템을 집을 때도 집는 동작 없이 그냥 더블 클릭하면 자동으로 입수하는 것이라서 캐릭터의 동작 애니메이션 수 자체는 매우 적다.

예를 들어 서랍을 열고 아이템을 입수해야 한다! 라고 하면 서랍을 여는 동작 없이, 서랍을 클릭하면 서랍 안이 확대되면서 아이템만 보이는 상황인 가다.

단순히 이동을 하고, 후술할 액션 기능의 주먹질을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팔짱을 끼는 제스쳐를 취하는 것 정도가 기본 동작의 전부다.

그 이동도 지역에 한정되어 있어서 마을 전체 지도는 오버 헤드 맵으로 표시되어 이동 가능한 건물만 보이는 상태에서 클릭 한번으로 지역 이동이 가능하다.

특정 이벤트 때 나오는 동영상도 해상도가 낮아서 일반 화면의 절반이고. 동영상 자체도 상당히 짧으며, 등장인물만 실사지 배경은 3D라서 배경만 나오는 동영상은 퀼리티가 낮은데다가, 별 의미 없는 내용인 것도 많아서 동영상의 가치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정육점에서 3D로 만든 파리 동영상은 대체 왜 넣은 건지 모르겠다)

NPC와 대화는 풀 음성과 텍스트를 동시 지원한다. 대화 선택지도 뜨는데, 선택지를 고르는 것 이외에 키보드를 타이핑해서 직접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새로운 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허나, 입력 가능한 키워드 자체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그렇게 입력한 대화도 게임 진행에 필수 조건은 아니라서 중요성이 떨어진다.

대화 로그의 중요성 자체가 낮은 편이라서 사실 스토리 진행상 필수적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 몇몇 NPC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NPC는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 지장은 없다.

심지어 미사일 기지 같이 게임 클리어할 때까지 아예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건물과 장소가 여럿 있을 정도다.

게임 사용키는 마우스로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하고, 키보드로 이동을 지원하는데 키보드 화살표 방향키로 상하좌우 이동을 할 수 있다.

주인공 스티브 맨슨을 클릭하면 현재 소지한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는 인벤토리창이 열린다.

환경창은 ESC키를 눌러야 열린다.

환경창에서는 NEW GAME(새로 시작하기), SAVE GAME(세이브), LOAD GAME(로드), OPTIONS(옵션), HELP(도움말), QUIT GAME(게임 종료)를 선택할 수 있다.

옵션에서는 SOUND FX(효과음), MUSIC(배경 음악), GAMMA(감마) 수동 조정, TEXT(게임 내 글자), GORE(잔혹한 표현) 온/오프. QUICK TIPS(게임 진행 팁), PASSWORD(패스워드) 온/오프를 설정할 수 있는데 여기서 고어 효과의 온/오프 기능이 따로 있는 만큼. 본편 게임 플레이 내에 잔인한 장면이 꽤 나온다.

게임 발매 당시 지나치게 폭력적인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영국과 호주 발매판에서는 작중 아이들이 어머니를 잡아먹는 장면이 검열됐으며, 독일에서는 아예 게임 발매가 금지된 바 있다.

초중반까지는 잔인한 장면이 좀 애매하게 나오다가, 후반부에서 몰아서 나온다. 고어 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은 거의 모탈 컴뱃 페이탈리티 수준이다. (정확히, 서브제로의 페이탈리티 척추뽑기다)

주인공이 즉사 트랩에 걸려서 죽을 때도 꼬박꼬박 죽는 동영상 컷도 나온다.

액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 플레이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삼아서 마우스 커서를 위, 중앙, 아래로 움직여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상단, 중단, 하단 판정의 펀치를 날릴 수 있다.

키보드도 동시 지원해서 CTRL키(홀드) 상태에서 화살표 방향키를 눌러 공격하고 ALT키로 회피할 수 있다.

맨손은 당연히 공격력이 약하고. 무기를 장비해야 싸울 만 해진다. 무기는 야구 방망이, 소방용 도끼, 수확용 낫, 당구대, SM 채찍, 렌치, 롱소드, 전기톱, 네일 건, 샷 건이 있고 인벤토리창에서 해당 무기에 커서를 데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장비할 수 있다.

소방용 도끼, 렌치는 공격용 이외에 게임 진행에 필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고. 전기톱은 가스통, 네일 건과 샷건은 잔탄 제한이 있다.

주인공의 생명력은 인벤토리창 좌측 하단에 있는 증명사진으로 표시되는데. 생명력이 최대치면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생명력이 낮으면 멍들고 피를 흘리는 얼굴이 된다.

회복용 아이템이 나오긴 하나, 아이템 위치가 고정되어 있고 배치율 자체가 적은 편이라 생명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전투가 발생한 상황이 아니라면 언제든 세이브/로드가 가능해서 그나마 사정이 낫다.

게임 장르가 호러지만 공포 분위기가 게임 전반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초중반부까지는 뭔가 좀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을 주고, 후반부에 공포 요소가 몰아서 나온다.

본편 스토리의 초중반부는 게임 내 날짜로 6일에 걸쳐 비밀 결사인 하베스트에 입문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으로 무려 CD 2장 분량으로 나온다.

남의 자동차를 긁기(기물파손), 이발소 회전간판 싸인볼 훔치기(절도), 식당에 불지르기(방화), 초대장 구해오기 등의 4가지 미션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마을 주민 NPC들이 성인 잡지를 건네주면 DDR 치러 가는 늙은 보안관, 학생들을 체벌해서 피로 물든 야구 방망이를 가진 학교 선생, 고양이 고기를 파는 정육점 주인, 배고프다며 자기 딸을 잡아먹고 뼈만 남긴 히로인의 아버지, 툭 튀어 나온 아기 눈알을 꾹 눌러 집어 넣는 주인공의 어머니, 고문도구와 섹스 토이가 가득한 방에 붕대에 칭칭 감긴 채 유폐된 주인공의 아버지, 켜지지 않는 TV를 보는 주인공의 남동생 등등이라서 진짜 비정상적인 캐릭터가 가득하다.

무서운 게 아니라 기괴한 느낌일 준다.

데드 씬은 딱히 없지만 마을 주민 NPC를 죽으면 보안관에게 체포당해 사형 판결을 받고 죽을 수도 있다.

전투 같은 경우는 히로인 ‘스테파니’의 척추뼈를 구하러 납골당에 들어갔을 때 늑대형 괴물과 싸우는 씬이 딱 한 번 나온다.

모든 미션을 클리어하고 하베스트 입문해 롯지에 있는 비밀 문에 들어간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액션 모드로 돌입하고 퍼즐 요소는 조금만 나온다.

롯지는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레벨로 표기되어, 각 레벨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 클리어한 뒤, 로프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롯지에서 나오는 NPC는 마을 주민 NPC의 또 다른 모습이나, 완전 새로운 NPC가 나오기도 하는데. 전반적으로 기괴함과 변태적인 느낌이 더 강해진다.

인육을 다듬는 주방장, 샷건 쏘는 호텔 벨보이, 킬러 광대, 어린 자식 셋한테 산채로 잡아먹히는 어머니, 킬러 광대, 창녀, SM, 장님, 노인학대 로마 병사, TV 영화 캐릭터 소환사 등등. 이상함의 레벨이 마을 파트에 나오는 마울 주민 NPC들을 넘어선다.

일단, 롯지에 나오는 모든 NPC는 다 죽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을 주민 NPC는 죽이면 체포되어 사형 당하는 페널티가 있지만 롯지의 NPC는 그런 거 없다.

NPC를 죽여서 무기나 아이템을 입수하거나, NPC와 대화를 하거나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주면 전투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앞서 말한 회복 아이템이 부족해 생명력 관리가 어려운 걸 커버하기 위해 그런 요소를 넣은 것 같은데. 그게 의외로 플레이 진행에 있어 자유도를 부여하고 있다.

멀티 엔딩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엔딩은 2가지고. 어차피 맨 마지막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라 그 전까지 게임 플레이 내에서 한 행동과 선택은 엔딩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좀 더 편한 진행을 위해서는 몰살 플레이로 가는 편이 낫다.

그게 무기/아이템을 드랍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샷 건, 네일 건 같은 총기 무기만 해도 NPC를 죽이지 않는 이상 얻을 수 없는 무기들이다.

액션 컨트롤에 자신 있어서 ‘총 같은 거 없어도 다 이길 수 있어!’라고 호기롭게 외치기에는, 맷집 높은 적이나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이 공략 난이도가 다소 높아서 좋은 무기를 쓰지 않으면 클리어하기 어렵다. (특히 최종 보스전 바로 직전의 TV방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총 쏘는 괴도가 제일 어려운 난적이었다)

게임 엔딩은 2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스테파니’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 다른 하나는 스테파니를 죽여서 스티브 본인이 하베스터가 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전자가 굿엔딩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작중에 나오는 하베스트가 실은 연쇄 살인마 ‘하베스터’를 만들기 위한 가상현실 프로그램이라서, 스티브가 스테파니를 죽이면 현실에서 홀로 깨어나 하베스터가 되어 연쇄 살인을 저지르면서 컴퓨터로 하베스트 플레이에 몰두하고. 반대로 스테파니와 결혼하면 가상현실 속에서 가정을 꾸려 행복한 삶을 살지만 현실에서는 둘이 나란히 죽은 시체가 되어 땅속에 묻힌다.

결국 어느 쪽이든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내용인 거다.

결론은 미묘. 게임 용량이 CD 3장이라 당시 기준에서는 고용량 게임이지만, 디지타이즈된 캐릭터의 풀모션이 동작 애니메이션 수 자체가 적어서 별로 부각되지 못했고, 동영상 퀼리티도 낮으며, 게임 장르가 호러인데 게임 캐릭터와 본편 스토리가 무서운 게 아니라 기괴하고 변태적이며 난해하고 쓸데없이 잔인하기만 해서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게임의 만듦새가 엉성한 구석이 있어 용량 값을 못하고 있으나, 스토리 후반부에 가서 액션성이 증가하는 한편. NPC의 생사여부에 대한 자유도가 보장돼서 그 괴상망측한 스타일이 본작의 개성으로 자리 잡아서, 컬트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B급 게임 특유의 맛은 있는 작품이다.

음식에 비유하면 중국 야시장에서 파는 해마 꼬치, 불가사리 꼬치 같은 느낌이다. (벌레 꼬치가 아닌 게 어디냐)

여담이지만 본작은 1994년에 처음 공개됐지만, 프로그래밍을 완료하는데 2년이 걸려 1996년에 출시됐고 상업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덧붙여 본작은 스팀, GOG용으로도 출시됐다.


덧글

  • 시몬벨 2019/08/12 11:53 # 삭제 답글

    제겐 엔딩이 배드모조 만큼이나 시궁창스러워서 인상깊었던 게임입니다. 배드모조는 그나마 해피엔딩루트라도 있지 이건 둘다 배드엔딩이니...

    잠뿌리님 혹시 녹트로폴리스 noctropolis 는 해보셨는지? 만화책의 슈퍼히어로와 제4의 벽을 소재로 만든 인터렉티브 어드벤처 게임인데 저는 꽤 재밌게 했습니다. 미국에선 플레이보이모델로 유명했던 호프마리칼튼이 여주인공을 연기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 잠뿌리 2019/08/12 12:05 #

    엔딩이 2가지인데 둘 다 현시창이라서 뒷맛이 씁쓸한 게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죽고 가상에서 행복하게 살지, 현실에서 연쇄 살인마가 될지 선택하라니 외통수였죠. 녹트로폴리스는 아직 해보지 못한 게임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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