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리스 (Sorceress.1982) 판타지 영화




1982년에 미국, 멕시코 합작으로 ‘잭 힐’ 감독이 만든 소드 앤 소서리 판타지 영화.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이 제작에 참여했다.

내용은 사악한 마법사 ‘트라이곤’이 자신의 마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모시는 ‘칼리가라’ 여신에게 앞으로 태어날 자식을 제물로 바치려고 하는데, 트라이곤의 아내가 거기에 반발하여 쌍둥이 딸 ‘미라’와 ‘마라’를 낳은 후 딸들을 데리고 도망치다가 결국 잡혀 죽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전사 ‘크로나’가 트라이곤을 무찌른 후. 쌍둥이 자매의 양육을 맡아 그녀들을 위대한 전사로 키워내겠다는 약속을 한 뒤. 20년의 세월이 지나서 트라이곤이 다시 부활하여 이제는 어른이 된 쌍둥이 딸을 찾으려고 혈안이 된 상황에, 쌍둥이 자매가 바바리안 ‘에릭’, 바이킹 ‘발드르’와 함께 힘을 합쳐 그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의 탄생 비화에 따르면,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을 맡았던 존 밀리어스 감독의 ‘코난 더 바바리안(1981)’ 실사 영화판의 흥행을 보고, ‘로저 코먼 감독’이 ‘잭 힐’ 감독을 찾아가 바바리안 영화를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에 잭 힐 감독은 알렉산더 뒤마의 중편 소설 ‘코르시카 형제들’에 영감을 받아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는 쌍둥이 자매가 등장하는 바바리안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작중 쌍둥이 자매가 싸움을 곧 잘하기는 하는데 액션 분량이 적고 액션 씬 자체도 별로 부각되지 않으며, 특별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전사의 복색/장비을 제대로 갖춘 것도 아니라서 야만용사(바바리안) 느낌은 거의 나지 않는다.

초중반까지는 쌍둥이 자매가 같이 다니다가, 중반부 이후에 한 명은 트라이곤 일당에게 잡혀가 세뇌 당하고. 나머지 한 명은 트라이곤의 마법에 의해 땅 밑으로 추락해 언데드 몬스터와 싸워서, 자매의 접점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져 자매로 설정된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

자매 중 하나가 적에게 세뇌 당해서 나머지 자매가 구하러 간다는 설정도, 보통은 자매끼리 어쩔 수 없는 싸움을 해서 극적인 전개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고. 위기의 순간 후술할 날개 달린 사자 ‘비탈’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사건을 해결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간 주인공들이 할 일이 없어진다.

쌍둥이 자매의 감각 공유 설정가지고 한 일이 자매 중 한 명이 에릭과 썸을 타서 배드씬을 찍는데. 나머지 자배가 모닥불 피워놓고 잠 잘 자다가 원거리에서 떡치는 자매의 감각을 공유 받아서 옷 다 입은 채로 혼자 흥분해 뒤척이는 씬이라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설상가상으로 이 감각 공유가 떡밥이 되어 남자 주인공의 자매 덮밥 엔딩으로 이어진 걸 보면 뭔가 이상한 쪽으로 로망을 실현한 것 같다.

자매의 동료로는 바바리안 ‘에릭’과 바이킹 ‘발드르’가 있지만, 에릭은 앞서 말한 남자 주인공인데 말끔하게 생긴 게 바바리안과 거리가 멀고. 또 싸움을 잘하는 설정도 아니면서 뜬금없이 세미 누드 씬으로 나와서 이상한 쪽으로 어필을 하고 있다.

특히 기름 바른 나무 기둥을 알몸으로 껴안듯이 묶인 채. 바닥에 세워둔 나무 말뚝으로 미끄러져, 엉덩이부터 떨어지는 말뚝 처형을 당할 뻔 한 건 왜 넣은 건지 모르겠다.

바이킹 발드르는 그나마 전사로서의 복장을 갖추고 검과 방패로 무장해서 주인공 일행 중 유일하게 바바리안물에 적합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바바리안물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지적으로 발드르 혼자 자기 밥값을 하고 있다.

주인공 일행의 사이드 킥 포지션으로 나오는 캐릭터가 반인반염소 ‘판도르’와 원숭이 인간 ‘하누’인데. 전자는 그리스 신화의 목신 ‘판’과 같은 생김새를 갖췄고, 후자는 인형 탈 쓴 게 티가 나지만 이름의 유래는 인도 신화의 원숭이 영웅 ‘하누만’인 것 같다.

근데 판도르는 길가다가 쌍둥이 자매가 강가에서 목욕하는 걸 훔쳐봤다가 어영부영 동료가 되고. 하누는 적의 수하였는데 잔소리 듣고 마음이 상해서 바닥에 드랍된 검을 들고 주인공 일행을 찾아가 무기를 건네주는 어시스트 역할을 해서 아군화되는 관계로 되게 사이드 킥 캐릭터로서 지속적으로 모습을 비추며 활약하는 게 아니라 뭔가 좀 억지로 끼워 넣듯 나와서 되게 애매하게 묘사된다.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건 타이틀 표지에도 나온 드래곤 날개가 달린 하늘을 날으는 사자 비탈인데. 타이틀 표지 때 나온 건 사자의 몸에 드래곤 날개가 달린 마법 생물이지만, 실제 영화 본편에 나온 건 근육빵빵한 인간의 몸에 사자 머리가 달리고 앞발 대신 드래곤 날개가 달린 디자인으로 나와서 눈에서 번개를 발사하니 되게 이상하다. 인간+사자+드래곤이 합쳐진 혼종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가 없다.

결론은 비추천. 소드 앤 소서리/바바리안 판타지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본편에는 검도, 마법도 야만용사도 죄다 애매하게 묘사돼서 형식적으로만 있지. 실제 속은 텅 비어 있는 빛 좋은 개살구인 상황에 쌍둥이 자매 주인공의 감각 공유 설정도 배드 씬 같은 선정적인 부분에서만 활용하고 본편 스토리의 핵심적인 설정으로 사용되지 않아 메인 소재의 활용도가 낮으며, 주인공 일행 중 바이킹 동료를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바바리안물에 어울리지 않고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도 못하는데다가, 뜬금없이 튀어 나온 날개 달린 사자 인간이 상황을 종료시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인간들이 활약할 일이 별로 없어서 주객전도되어 활극물로서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결국 ‘코난 더 바바리안’의 인기에 편승해 숟가락 얹으려다가 폭망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로저 코먼 감독은 이 작품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아르헨티나 합작의 바바리안 영화 ‘데스스토커’ 시리즈를 제작했다.

덧붙여 이 작품은 미국, 멕시코 합작이 된 사연이 본래 처음에 로저 코먼 감독이 필리핀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가 포르투갈로 바꿨는데, 잭 힐 감독이 포르투갈에 가보니 영화를 촬영할 시설이 없어서 이탈리아로 또 바꿨다가, 영화 촬영 시작 2주 전에 멕시코로 최종 확정되었다고 한다.

추가로 잭 힐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작품은 영화 촬영 도중 제작 스튜디오의 영화 보관소 폭발로 2일 촬영 분량의 필름이 소실되고, 예산 부족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는데. 로저 코먼 감독이 약속한 예산을 주지 않고 특수효과와 음악의 퀼리티를 낮추는 걸 강요했다고 한다.

작중에 나오는 ‘판도’도 본래 잭 힐 감독의 영화에 단골 출현한 배우 ‘시드 헤이그’가 맡기로 했지만, 로저 코먼 감독이 헤이그의 개런티 지불을 거절해서 결국 신인 배우인 ‘데이빗 밀번’이 캐스팅됐다. (본작은 데이빗 밀번의 첫 영화 출연작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잭 힐 감독과 로저 코먼 감독이 함께 일한 마지막 작품이 됐다.

마지막으로 본작의 쌍둥이 자매 ‘미라’, ‘마라’ 배역을 맡은 배우인 ‘레이 해리스’와 ‘르네 해리스’는 실제로 이란성 쌍둥이 자매로 미국의 누드 잡지 ‘플레이보이’의 플레이메이트(각 호에 특집으로 게재되는 여성 누드 모델) 출신이다. 이 작품이 자매의 영화 데뷔작이면서 유일한 주연작이다.


덧글

  • 포스21 2019/07/24 16:03 # 답글

    본 적은 없지만 대략 설명을 보니 여캐를 베껴서 팔아 먹으려는 얄팍한 상술의 영화 같군요. ^^;

    것보다 글속에 언급된 데스스토커 는 좀 나은가요?
  • 잠뿌리 2019/07/24 16:57 #

    http://jampuri.egloos.com/4882596 <- 로저 코먼 제작 영화라 B급이지만 소서리스보단 그나마 좀 낫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9/07/24 18:34 # 답글

    ...동명의 게임제목도 있던 것 같은데
    제 기억에 로고가 비슷했던 것 같아요. 같은 소드 앤 소서리 계열 소재라 그런가.
  • 잠뿌리 2019/07/26 19:18 #

    제목보단 폰트가 비슷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팔콤의 소서리언도 타이틀 폰트가 저런 느낌이었죠.
  • 블랙하트 2019/07/24 22:58 # 답글

    예전에 MBC에서 방영한걸 본 기억이 나네요. 제일 기억에 남았던게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칼싸움에서 큰 방패로 공격을 막다가 팔짤려서 죽는 장면이었었습니다.
  • 잠뿌리 2019/07/26 19:20 #

    그게 검이 작중 최강의 무기라서 라지 실드로 막는데 방패랑 칼 자체를 종이자르듯 자르다가 팔도 자르는 씬이라 인상적이었죠.
  • 포스21 2019/07/24 23:22 # 답글

    검색해보니 유투브에 일부 버전?이 좀 나옵니다. ^^ 아무래도 비디오 출시 당시에 나온걸 그대로 올린 듯한 초 저화질에 무자막... 게다가 목소리도 좀 이상하게 나오네요. 흠 .. 어느정도 분량일지...
  • 잠뿌리 2019/07/26 19:20 #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온다면 미국 더빙판이 아니라 멕시코어 더빙판이 아닐까 싶네요.
  • 시몬벨 2019/07/25 20:10 # 삭제 답글

    이 영화 최고의 개그씬은 막판에 악당이 언데드군대를 소환하는 장면이죠. 진짜 그 장면은 왜 특수분장까지 시켜놓고 그런식으로 끝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비탈의 디자인은 아무리봐도 만티코어...
  • 잠뿌리 2019/07/26 19:21 #

    비탈이 타이틀 표지에 나온 사자 모습이었다면 만티고어 느낌 나는데, 실제 작중에선 두 발로 선 직립보행이라 사족보행하고 거리가 멀어서 되게 해괴했습니다.
  • 먹통XKim 2019/07/26 13:35 # 답글

    코먼의 제작비 아끼기로 인하여 감독들과 으르렁거리던 게 수두룩하죠

    그랑 같이 심해의 공포를 만든 지미 테루 무라카미는 생전에

    "다들 한정된 돈때문에 어찌 만들까 고민할때 그(코먼)는 계산기만 두들길뿐이었다."
  • 잠뿌리 2019/07/26 19:21 #

    로저 코먼의 안 좋은 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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