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플러스 ~내 기억 속의 이름~ (2000)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2000년에 ‘아트림 미디어’에서 개발, ‘위자드 소프트’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발매한 미소녀 게임.

내용은 한국 최강의 재벌인 주영 가문의 후계자인 ‘주인공(디폴트 네임 없음)이 12살 때 만난 첫사랑의 소녀를 잊지 못하고 있던 중, 18살이 된 어느날 6년 전 첫사랑의 소녀와 똑같이 닮은 얼굴의 소녀 ’정령지‘와 만나고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에 걸쳐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또래인 ‘정령지’, 소꿉 친구 포지션의 누님인 ‘남궁신영’, 외국인 여동생인 ‘제나 윌리티브’가 메인 히로인 3인방이다.

각각 동갑, 연상, 연하로 나뉘어져 있지만 셋 다 긴 생머리로 나와서 히로인 외모의 다양성은 좀 부족한 편이다. 당시 메인 히로인 3인방의 외모 특징을 인터넷 투표로 결정해서 셋 다 긴 생머리로 정해진 것인데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양날의 검이 됐다.

게임에서 선택 가능한 커맨드는 집안시찰(저택의 실내/실외 이동), 잠시 휴식(아침 점심 저녁의 페이즈를 1번씩 쉬어서 넘기기), 장기 휴식(밤에만 선택 가능/다음 날로 넘기기), 시내 시찰(휴일에 선택/도시 맵으로 이동), 호출(세이브/로드 및 시스템 메뉴 선택)이다.

게임 플레이의 기본은 이동 포인트를 소비해 저택 안을 돌아다니며 각 히로인을 만나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동 포인트는 맵 화면 우측 상단에 ‘루비’로 표시되며 총 3개가 존재한다.

페이즈의 개념이 있어서 아침, 낮, 저녁의 3페이즈에 각각 이동 포인트가 3개씩. 총 9번의 이동이 가능하다. 밤에는 다음 날로 넘어가는 것과 세이브/로드 밖에 못한다.

밤에는 랜덤으로 결정된 히로인과 ‘산책 모드’로 들어갈 수도 있다.

정원을 함께 거닐며 대화를 나누는 이벤트인데 화면 좌측 상단에 S(스타트)에서 E(엔드)까지의 그래프가 진행될 때 히로인이 말풍선으로 뭔가 떠올릴 때 그 타이밍에 맞춰 히로인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대화 선택지가 뜬다.

이동 포인트는 한정되어 있는데 저택 안의 어디에 가야 공략하고 싶은 히로인을 만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고. 아무도 없는 곳에 가면 괜히 이동 포인트만 소비한 것이 되어 게임 진행이 좀 불편한 구석이 있다.

히로인의 호감도가 그래프나 수치로 따로 표시되지 않고 밤 시간 때 저택 실내의 홀에 가면 하녀 ‘페이시아’가 히로인의 현재 호감도 수준을 알려주는데 이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작은 L.A.N.S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자처하고 있는데 이게 각각 러브(L), 어드벤쳐(A), 노블(N), 시뮬레이션(S)의 약자다.

자세히 풀어 말하자면, 메인 스토리가 사랑 이야기라서 러브, 그 사랑 이야기의 핵심적인 요소가 추억 찾기라서 그걸 찾는 과정이 어드벤쳐, 대화량이 소설 3권 분량이라 노블, 캐릭터와 주인공의 관계가 감정 수치의 패러미터로 존재해서 선택지에 따라 호감도가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이란 말이다.

그리고 M 모드, 프리 헌팅 모드, 비주얼 노블 모드의 3가지 모드가 탑재됐다고 하는데. 메이드 모드는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여신 ‘프레이야’의 질문을 받고 어떤 대답을 했냐에 따라서 게임 내 캐릭터의 성격이 바뀌는 것, 프리 헌팅 모드는 휴일의 외부 시찰 때 도시 맵에서 마주치는 서브 히로인을 공략하는 것. 비주얼 노블은 메인 히로인 3명의 스토리를 진행하는 모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선택지에 따른 변화가 전혀 없어서 M모드가 제 기능을 하지 않고, 프리 헌팅 모드는 초회 한정판에는 있지만 이후 2.0 버그패치로 존재 자체가 사려저서 버그 패치판으로 플레이하면 서브 히로인으로 누가 나왔는지 구경조차 하지 못한다.

프리 헌팅 모드를 위해 존재한 게 도시 맵으로 휴일에 외부 시찰을 나가서 ‘팬시점’, ‘경화루’, ‘페스트푸드점’, ‘편의점’, ‘사거리’ 등의 5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데. 버그 패치로 프리 헌팅 모드가 제거되어 이후에는 어디에 가든 서브 히로인이 등장하지 않아서 완전 유령 도시가 되어 버렸다.

게임 공략이 가능한 건 메인 히로인 3명뿐인데. 버그 때문에 메인 캐릭터의 호감도가 상승하지 않아서 결국 선택지가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엔딩 직전의 히로인 선택 밖에 없다.

무슨 선택을 고르던 호감도가 안 오른다면 이벤트 진행은 어떻게 하냐?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건 사실 호감도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특정한 날짜에 자동으로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저택을 돌아다니며 히로인들 찾아다니지 않고 사장실에서 잠시 휴식/장기 휴식만 계속 눌러대면서 시간만 보내도 거의 모든 이벤트를 다 볼 수 있다.

8월 4일날 발생하는 최종 히로인 선택지만 알아서 고르면 장땡인 거다.

게임 외적으로 설명을 한 것에 비해 게임 내에서 시스템이 대부분 구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구현된 건 소설 3권 분량이라는 노블 밖에 없다.

허나, 그게 사실 말이 좋아 소설 3권 분량이지. 실제로는 메인 공략 캐릭터가 3명밖에 없어서 스토리의 볼륨 자체가 적은 상황에, 일반 캐릭터 대화는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어 지루하고, 본편 스토리가 특별히 감동적이거나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다.

메인 히로인 3인방 중 진 히로인은 어디까지 ‘령지’고 령지와 다이렉트로 관련된 첫사랑의 그녀 스토리의 비중이 너무 커서, ‘신영’이나 ‘제나’ 등 다른 히로인의 스토리 밀도가 좀 떨어져서 그렇다. 신영, 제나를 선택했을 때조차 령지 파트인 첫사랑의 그녀 스토리부터 종결된 다음에 다른 사람을 연인으로 선택하는 전개라서 그런 것이다.

이걸 음식으로 비유하면 딱 햄버거 세트다. 령지 스토리가 핵심 메뉴인 햄버거. 신영, 제나는 각각 감자 튀김과 콜라인 거다. 감자 튀김과 콜라를 자기 입맛에 맞게 각각 따로 주문할 수 없고, 무조건 햄버거 세트만 주문해서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햄버거부터 다 먹고 나서 감자 튀김과 콜라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보통, 이런 미소녀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인 주인공의 입담과 리액션이 좋아야 재미가 배가 되는데. 본작에서는 그런 센스가 전혀 없고, 단순히 재벌 가문의 후계자로서 강압적으로 나서는 것과 친절하고 상냥하게 나가는 것의 2가지 패턴 밖에 없어서 재미가 없다.

오히려 미소녀 게임으로서의 CG가 당시 국산 게임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고 메인 캐릭터 3인방의 캐릭터 디자인이 준사하며, BGM도 무난한 편이라 비주얼 노블에서 ‘비주얼’만큼은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발매 당시 국산 게임을 기준으로 보면 완성도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긴 해도 최소한 이벤트 CG와 캐릭터 디자인만큼은 이전에 나온 국산 미소녀 연애 게임과 비교가 안 된다. (참고로 이전에 나온 국산 미소녀 연애 게임으로는 '신혼일기(1997)', ‘캠퍼스 러브 스토리(1997)’, ‘나의 신부(1998)’, ‘네버 엔딩 러브(1999)’, '세가지 보석(1999)' 등이 있다)

그밖에 본작은 게임 인터페이스적인 부분에서는 일본 미소녀 게임의 기본을 따르고 있다.

게임 플레이 때 대사 스킵을 지원해서 CTRL키로 대사를 빠르게 넘기는 건 일본 미소녀/성인 게임의 전통과 같은 것이고, 게임 내에서 본 이벤트 CG를 게임 타이틀 화면에서 갤러리 모드에서 감상할 수 있고 음악 감상 모드도 지원한다.

헌데, 이 갤러리 모드에 메인 히로인 3인방 이외에 프리 헌팅 카테고리가 있지만 앞서 말한 버그패치판의 경우 해당 모드가 사라져 CG 갤러리 모드에서 이름만 뜰 뿐, CG는 없는 공란으로 나온다.

문제는 버그패치판으로 안 하면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적인 버그가 나온다는 거다. 버그패치판으로 해도 게임 플레이 도중에 기습적으로 깨진 화면과 프리징 현상이 발생해 게임 실행 자체가 불안정해서 사실상 외통수다.

심지어 엔딩 스텝롤 다 올라가고 엔드 씬에서도 버그가 생겨 강제 종료되면 갤러리 모드가 갱신되지 않는다. 갤러리 모드가 게임 플레이 도중에 CG를 볼 때마다 언락되는 게 아니고. 게임 엔딩을 본 다음에 언락이 돼서 그렇다.

결론은 평작. 러브, 어드벤쳐, 노블, 시뮬레이션을 모두 모아 놓았다고 L.A.N.S 시스템을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게임 시스템의 대부분이 구현되지 않고 심지어 히로인의 호감도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데다가, 게임 플레이를 저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을 아예 못하게 깨지고 멈추는 버그가 지나치게 많아서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며, L.A.N.S 중에 유일하게 구현된 소설적인 부분도 특별한 감동도, 재미도 없어서 풀 음성 지원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시너지 효과를 받지 못해 노블로서도 어필하지 못하고 있지만.. 당시 한국 게임 기준에서 CG 퀼리티가 높고, BGM도 좋아서 비주얼로 간신히 캐리해서 미소녀 게임으로서의 아이덴티티는 지킨 작품이다.

여담이지 본작은 각 히로인에 대비되는 3가지 미니 게임이 있다. 로드런너, 요술나무, 카드놀이가 있는데 여기서 로드런너만 게임 내에 직접 나오고 요술나무와 카드 놀이는 따로 인스톨해서 플레이해야 한다. 문제는 로드런너 미니 게임이 연료가 다 떨어지면 게임 오버가 되야 정상인데. 실제 게임 내에서는 연료가 바닥이 나도 아무 문제 없이 계속 달릴 수 있고. 골인 지점에 도착하지 않는 이상 미니 게임 자체가 끝나지 않고 스킵도 불가능해서 게임 진행의 맥을 끊어 먹는다는 점이다.

덧붙여 이 작품은 발매 당시 국산 게임으로선 드물게 한정판 판매를 했다. 일반판의 2배 가격으로 약 8만원을 호가하는데 게임 원화집, 캐릭터 클리어 파일, 포스터가 포함된 구성이다.

추가로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맡은 사람은 아트림 미디어의 대표이자 국내 최초의 판타지 소설 작가인 ‘임달영’이다. 게임 내에 나오는 금발 메이드 ‘페이시아’는 임달영 작가의 소설 ‘마이언 전기/피트에리아(1995)’의 히로인인 ’페이시아 란드 필리스틴‘이고, 게임 시작 전에 질문을 던지는 여신 ’프레이야‘도 마이언 전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덧글

  • 아이언윌 2019/07/22 18:13 # 삭제 답글

    이건 데모 버전밖에 해보지 못했네요.
    게다가 이거 다음에 내놓은 물건이 그 해의 더 킹 오브 지뢰였던 터라 기억에 안 남았어요(…).
  • 잠뿌리 2019/07/22 20:39 #

    이 작품 차기작이면 스카드 잼인가보군요.
  • 시몬벨 2019/07/22 21:52 # 삭제 답글

    헉...임달영작가가 국내최초의 판타지작가였나요? 맨날 벌려놓기만 하고 뭐 하나 제대로 끝내는게 없어서 좀 이상한 아저씬줄 알았는데...국내최초의 판타지소설이 뭔지 모르지만 완결은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 잠뿌리 2019/07/22 22:05 #

    네. 임달영 작가가 쓴 '레기오스'가 1994년에 나왔는데 당시 한국에서 국산 판타지 소설에 인식이 없을 때 나온 것이라서 1세대 판타지 작가 중에서도 시조로 분류할 만 하죠.
  • 시몬벨 2019/07/23 00:51 # 삭제 답글

    방금 구글링해봤는데 레기오스란 작품은 국내 최초 판타지 소설에 심지어 완결까지 제대로 되었네요. 그 외에 피트에리아, 마이언 전기 등 옛날에 집필한 다른 작품들도 초장편이면서 다 완결시켰는데, 그 이후의 행보가 너무 대조적이라 아쉽습니다.
  • 잠뿌리 2019/07/23 08:04 #

    만화가 미완결된 게 많아서 그렇지 초창기 소설은 완결된 게 많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 초심을 잃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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