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와 악마 (Lisa e il diavolo.1973) 사타니즘/데모니즘 영화




1973년에 이탈리아, 스페인 합작으로 ‘마리오 바바’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오리지날 타이틀은 ‘Lisa e il diavolo’. 미국 및 월드 와이드 개봉 영제는 ‘Lisa and the Devil’다.

내용은 젊은 미국인 ‘리사 라이너’가 스페인의 유적지 ‘톨레도’에 관광을 왔다가, 악마를 그린 프레스코 벽화를 보던 중 알 수 없는 뮤직 박스의 소리에 이끌려 잡화점에 들어갔다가 벽화 속 악마를 쏙 빼닮은 남자를 만나게 됐는데, 그 이후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지나가던 차를 얻어 타고 가다가 차량 고장으로 정차했을 때. 스페인 귀족 가문의 집 앞에 멈춰 서서 그 집에 하룻밤 신세를 지는데 악마의 무한 루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리사와 악마’라는 제목처럼 작중에 악마가 등장하긴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고 오컬트적인 묘사는 일절 나오지 않아서 데모니즘 영화는 아니고. 무한루프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어 미스테리 스릴러물에 가깝다.

본편 스토리는 여주인공 리나에게 감정을 이입하면 당최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가 없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 리나의 주변 인물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보면 사건의 진상을 차근차근 파헤쳐 나갈 수 있다.

언뜻 보면 내용이 난해할 수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작중에 설명이 부족할 뿐이다.

본편 내용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작중 인물은 ‘백작 부인’, ‘막시밀리언(백작 부인의 아들)’, ‘카를로스 경(백작 부인의 남편)’, ‘엘레나(막시밀리안의 아내)’. 이렇게 4명이 백작 가문이고. 여기에 차를 타고 가다가 냉각수가 고장나서 백작 가문의 집에 묵게 된 ‘프란시스 레하르’, ‘소피아 레하르’ 부부와 운전 기사 ‘조지’ 3명이 추가된다.

이 7명은 집사이자 악마인 ‘레안도르’에 의해 무한루프를 겪게 되고, 그들이 살던 집은 수백 년 동안 방치되어 인근에서 유령의 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대에 이르러 엘레나의 환생인 ‘리사 라이너’가 운명의 농간으로 그 집으로 다시 돌아와 무한루프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무한루프 속에 갇힌 사람들은 중앙 광장의 프레스코 벽화에 나온 죽은 사람의 영혼을 가져가는 악마로 그려졌던 레안도르에 의해 꼭두각시 인형(더미)가 되어 근친상간과 살인을 반복하는 거다.

엘레나는 무한루프 속에서 죽어서 뼈만 남아 방치된 상태라 더미로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그녀의 환생인 리사가 나타나자 엘레나를 대신할 더미 인형으로서 제조된다. (엘레나를 대신할 더미 인형이란 언급은 리사와 악마 확장판인 하우스 오브 엑소시즘에서 추가된 장면이다)

막시밀리언은 엘레나와 부부 관계지만 고자라서, 엘레나가 시아버이자 막시밀리언의 계부인 카를로스와 불륜 관계에 빠져서 막시밀리언에게 전부 살해당하고. 레하드 부부와 조지는 공교롭게도 사건이 벌어진 날 백작 가문의 집에 묵게 되어 싸그리 죽음을 당한 것이며, 백작 부인은 막시밀리언에게 지나친 애정을 품고 있고, 소피아 레하드는 조지와 불륜 관계에 빠져 있어서 작중 인물들이 인간관계가 뒤틀려 있으며, 네크로필리아(시체성애) 요소까지 나와서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막시밀리안 고자 설정은 하우스 오브 엑소시즘에서 엘레나의 악령에 빙의된 리사를 통해 언급되며, 엘레나가 시아버지 카를로스와 바람이 난 계기가 된다)

무한루프에 갇힌 7명이 전원 사망하면서 폐가에서 눈을 띤 리사가 비행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가려다가, 결국 엘레나 더미 인형으로 변해 쓰러지는 라스트 씬은 그녀도 무한루프에 갇혔다는 걸 뜻하는 거다.

요약하자면, 악마가 사람들을 서로 죽게 만들어 그들의 영혼을 회수하여 더미 인형으로 만들고 무한루프 속에서 근친상간과 살인을 반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에 비유하면, 용기사 07의 ‘괭이 갈매기 울적에’를 생각하면 된다.

본편 스토리 내에서 여주인공 ‘리사’는 작중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사건에 휘말리기만 하는 역할로 나와서 스토리를 주도해 나가지는 못하지만. ‘엘레나’의 환생으로서 무한 루프 속에서 벌어지는 근친상간과 살인의 원인을 제공한 캐릭터로서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주인공 자체는 아무 것도 안 하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에서 사건이 벌어지게 만든다는 거다.

애초에 여주인공 전생의 이름이 ‘엘레나’도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헬레네가 고대 그리스식 발음이고 스페인에서의 발음은 엘레나다)

캐릭터 중에서는 ‘텔리 사발라스’가 배역을 맡은 악마 집사 레안도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집사 포지션을 쭉 지키고 있어서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방관자 역할을 하며, 적당히 밝고 붙임성 있는 성격의 무해한 인물을 연기하는데. 그 실상은 죽은 사람을 더미 인형으로 만들어 무한 루프를 돌리는 사악한 악마라서 끝까지 본심을 드러내진 않아도 가장 위험한 인물이란 사실을 숨기고 있어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결론은 추천작. 70년대 당시로선 보기 드문 무한루프를 소재로 한 게 유니크한 구석이 있고. 악마가 등장하는데 오컬트적인 묘사가 전혀 없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모든 캐릭터의 설정이 뒤틀려 있고 근친상간, 시체성애, 피로 얼룩진 치정극의 연속 등으로 막장의 끝을 보여주지만 그런 끔찍한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본편 스토리가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쏠쏠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영화 배급사의 외면을 받아서 극장 개봉에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같은 해 개봉한 미국 영화 ‘엑소시스트(1973)’가 대히트친 것을 보고, 2년 후인 1975년에 엑소시즘 내용을 추가 편집해 ‘더 하우스 오브 엑소시즘’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본작은 본래 제작자인 ‘알프레도 레오네’가 마리오 바바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만든 영화였으나, 확장판의 추가 편집 내용이 원작을 훼손해서 마리오 바바 감독이 이에 불만을 품고 하차해서 알프레도 레오네의 입김이 커졌다. 엑소시즘 추가 내용은 알프레도 레오네가 만들었고 마리오 바바 감독의 이름을 아예 ‘믹키 리온’이라는 가명으로 바꿔 올렸다.

본작의 오리지날판은 마리오 바바 감독이 별세한지 2년 후에 정식 버전이 출시됐고, 1983년에 미국 텔레비전에 방송됐다.

덧붙여 작중에 레안도르가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다니는 설정을 갖고 있는데. 이건 레안도르 배역을 맡은 텔리 사발라스가 애드립으로 추가한 것으로, 실제 배우 본인이 담배를 끊으려고 그 대안으로 막대 사탕을 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98766
5580
9529606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