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원 (幼兒怨.2018) 2020년 중국 공포 영화




2018년에 ‘엽위영’ 감독이 만든 홍콩산 호러 영화. 영제는 ‘The Cursed’다. 원제인 ‘유아원’은 어릴 ‘유’, 아이 ‘아’, 원망할 ‘원’자의 조합으로 어린 아이의 원한이란 뜻이 있다.

내용은 홍콩에서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 성인이 된 뒤, 외과의사가 된 ‘장자얼’이 어느날 변호사의 편지를 받게 되어 말레이시아에 있는 친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자신 앞으로 유산과 집을 남겼고 친자매인 ‘고정심’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한 끝에 절친 ‘제시카’ ‘에이미’와 함께 말레이시아에 갔다가 옛집에서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면서 소꿉친구 ‘소문’과 재회를 하기도 했는데. 실은 고정심이 장자얼의 쌍둥이 귀신이라서, 장자얼의 주변 인물을 참살하면서 복수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아예 오프닝 때부터 ‘고정심’이 귀신이자 사건의 흑막이란 사실을 대놓고 알려주면서 시작해서 그 정체에 대한 반전의 의미가 없다.

단지, 스토리 진행에 따라서 고정심이 원한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자세히 나오는 것뿐인데. 이게 사실 현재 진행형이라기보다는 과거 회상에서 드러나고 있어서 캐릭터 간의 관계가 되게 애매하다.

장자얼과 고정심이 본래 쌍둥이 자매로서 태아 때부터 어머니 뱃속에서 함께 자라고 있었는데. 비운의 교통 사고를 당해서 아버지가 즉사하고 어머니가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때, 유리 조각으로 배를 가르고 장자얼만 간신히 꺼낸 뒤 죽어서. 고정심이 귀신이 되어 장자얼에게 붙었는데 할머니가 산 자와 죽은 자를 편애하여 장자얼에게 애정을 쏟지만 고정심은 매몰차게 대했고 또 소꿉 친구 소문이 장자얼하고만 어울려 노니, 거기에 원한을 갖게 됐다가 어른이 된 뒤 복수한다는 내용이라서 쓸데없이 복잡하게 꼬아 놓았다.

그런 상황에서 작중 고정심은 인간 성인 폼, 인간 성인 귀신 폼, 인간 아이 폼, 아이 귀신 폼. 이렇게 4가지 폼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엄청 정신산만하다. (애초에 아이 귀신이 나이 먹고 성장한 어른 귀신으로 모습을 변신시킨다는 설정 자체가 좀..)

어떤 때는 어른 귀신, 어떤 때는 아이 귀신으로 나타나 사람들을 해치는데 거기에 어떤 규칙 같은 게 있는 건 또 아니라서, 진짜 무슨 기분 내키는데로 폼을 변경해서 등장하니 일관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작중 여주인공 장자얼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오로지 과거 회상에 의존하고 있을 뿐. 현실의 그녀가 기억을 떠올리게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고. 주변 인물들이 심령현상을 겪고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와중에 정작 장자얼은 귀신의 존재를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신의 존재를 깨닫는 게 극 후반부의 일이라서 늦어도 너무 늦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하게 만든다. 작중에 다른 인물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다 귀신이 누군지 아는데 여주인공 혼자 귀신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그렇다.

도사나 퇴마사 같은 주술자 컨셉의 캐릭터도 없어서 귀신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그냥 도망치는 게 끝인데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따라잡아 배드 엔딩 루트로 직결되니 극적인 재미가 너무 떨어진다.

제시카, 에이미, 소문 등등. 친구/연인 캐릭터들도 누구 하나 톡톡 튀지 못하고 활약다운 활약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리타이어하는데. 특히, 소문은 그래도 오래 버티기라도 하지. 제시카, 에이미는 후반부로 돌입하기 무섭게 눈 깜짝할 사이에 끔살 당해서 진짜 친구 따라서 말레이시아간 것 이외에 아무런 역할도 맡지 못해 캐릭터 낭비가 심하다.

배경이 말레이시아라서 실제로 말레이시아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했지만, 주인공 일행의 행동반경이 나이트 클럽, 수영장 등의 관광지와 저택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굳이 로케이션 촬영이 필요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고. 저택 배경과 귀신의 존재를 생각하면 하우스 호러물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기껏해야 나오는 게 2층에 거울 세워둔 방에서 귀신을 비추는 것과 테이블 위에 식기가 저절로 움직여 날아오는 폴터가이스트 현상 정도 밖에 없어서 배경 활용을 전혀 못했다.

귀신에 대한 묘사도 어린 아이 폼이든, 성인 폰이든 간에 무조건 검은 연기 같은 기운을 풀풀 풍기며 나타는데, 그걸 촉수나 총탄처럼 날려대는 관계로 CG 티가 많이 나서 되게 유치하게 보인다. 공포 영화가 아니라 슈퍼 히어로 무비의 빌런으로 나와야 되는데 번짓수를 잘못 찾은 느낌마저 준다.

여주인공이 최후의 생존자지만 그녀가 겪은 일을 주변에서 믿어주지 않아 정신병원에 갇혔다가, 먼저 죽은 소중한 이들의 환영을 보는 배드 엔딩은 여운이 남는 게 아니라 찝찝함만이 남아서 입맛을 쓰게 한다.

결론은 비추천. 주조연을 막론하고 캐릭터 운용력이 매우 좋지 않아 캐릭터 낭비 수준에 이르고, 주인공이 숨겨진 비밀을 찾는 것도, 도술이나 법력으로 귀신에 대항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안 하고 멍 때리면서 과거 회상하다가 저절로 진상이 밝혀져 떼몰살 당하는 스토리 전개가 극적인 맛이 전혀 없을 뿐더러, 한없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하며, 귀신 묘사가 일관성이 없고 너무 조잡하고 유치한데다가, 해외 및 저택 배경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영화 전반의 완성도가 극히 떨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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