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나: 산 채로 묻힌 여자 (Suzzanna: Bernapas Dalam Kubur.2018)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




2018년에 ‘록키 소라야’, ‘앙기 움바라’ 감독이 만든 인도네시아산 호러 영화. 넷플릭스에서 배급을 맡았다. 인도네시아 원제는 ‘Suzzanna: Bernapas Dalam Kubur’. 월드 와이드 영제는 ‘Suzzanna: Buried Alive’다.

내용은 금슬 좋은 젊은 부부인 ‘수잔나’와 ‘사트리아’가 결혼한 지 5년 만에 임신에 성공했는데, 사트리아가 일 때문에 집을 비우고 해외로 일을 하러 간 사이, 사트리아의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인 ‘조날’이 동료 직원인 ‘우마르’, ‘두둔’, ‘지노’를 꼬드겨 사트리아의 집에 도둑질을 하러 갔다가, 집에 홀로 있던 수잔나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 뒤쪽에 산 채로 묻어 죽음으로 몰고 갔다가,. 임신한 상태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수잔나가 귀신 ‘순델볼롱’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남편을 기다리고. 원수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시소로 고마타 푸트라’ 감독의 ‘순델볼롱(1981)’을 리메이크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정확히는, 해당 작품에서 순델볼롱 배역을 맡은 배우 ‘수잔나’에 대한 헌정 영화다.

수잔나는 80년대 인도네시아 호러 영화의 단골 배우로 지금 영화 용어로 치면 ‘호러 퀸’이라고 할만하다. (1942년 출생으로 2008년에 당뇨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수잔나가 주연을 맡았던 순델볼롱은, 순델볼롱을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본작이 수잔나 헌정 영화로서 순델볼롱을 메인 소재로 채택한 것 같다.

그래서 아예 작중 순델볼롱이 되는 여주인공 이름이 ‘수잔나’로 나오고, 주인공의 집에 있는 수잔나의 초상화도 수잔나 역의 배우를 베이스로 한 게 아니라. 원조 수잔나의 베이스로 그려진 것이다. 그리고 작중 수잔나와 고용인들이 야외 극장에서 보는 영화와 집에서 TV로 보는 공포 영화가 원조 수잔나가 출현한 작품들이다.

부제인 ‘산 채로 묻힌 여자(Bernapas Dalam Kubur)’는 ‘Beranak dalam Kubur(1972)’, ‘Breathing in Mud(1971)’ 등의 두 작품을 혼합한 것인데. 해당 작품 둘 다 수잔나가 주연으로 출현했다.

원조 수잔나가 호러 퀸으로서 활약하던 시기가 80년대라서, 본작은 본편 스토리의 시대 배경 자체를 80년대로 잡아서 주인공의 집은 물론이고 주요 배경 세트를 80년대풍으로 만들었다.

작중 인물들이 영화를 보러 간 것도 극장 건물이 아니라 풀숲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야외극장이고, 택시 같은 게 없어서 휠체어 인력거를 사용하며, 스마트폰이 대신 유선 다이얼 전화기를 사용한다.

본작에서 수잔나 배역을 맡은 ‘루나 마야’는 1983년생 모델 출신 영화배우인데 본작에서 원조 수잔나 느낌이 나도록 메이크업해서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오른쪽 뺨의 점까지 세밀하게 구현했다.

순델볼롱은 창녀란 뜻의 순델, 구멍이란 뜻의 볼롱의 합성어로 혼전 임신을 한 채로 사망했을 때 무덤에서 아이를 낳거나 혹은 출산 중에 사산한 여성의 영혼이 원귀가 된 것을 말하는데. 이게 지역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고, 본작에서는 임신한 상태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이 변치 않으면 죽음의 운명에 거스르는 힘을 얻어 현세에 머무를 수 있게 되지만 원한을 다 갚거나 혹은 산 사람을 죽이면 저승에 끌려가기 때문에 놀래켜서 공포감만 심어준다는 설정으로 재구성됐다.

퇴치 방법도 순델볼롱의 눈앞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으로 나올 정도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주요 키워드로 나온다.

수잔나가 죽어서 귀신이 됐는데 본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혼란에 빠졌다가, 남편과 사별하는 것을 슬퍼하고 번민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오며, 그 과정에서 나온 수잔나 배역의 ‘루나 마야’의 감정 연기도 꽤 좋은 편이라서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그런 감정 연기 이외에도 순델볼롱이 되어 원수들 앞에 나타나 요사스러운 웃음소리를 흩날리는 것도 고전 호러 영화 느낌을 자아내서 좋았는데, 이게 우리나라로 치면 전설의 고향에서 처녀 귀신같은 느낌을 생각하면 된다.

2018년에 나온 영화지만, 일부 카메라 워킹은 고전틱한 느낌을 주는데 의도적으로 그런 연출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작중 인물이 서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해서 게 위쪽과 아래쪽으로 순델볼롱이 미끄러지듯 스르륵 지나가는 장면 같은 걸 손에 꼽을 수 있다.

작중 순델볼롱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일 수 없는 제약을 갖고 있지만, 사실 죽일 수만 없지 죽지 않는 수준에서의 위해를 가하는 것은 가능하고. 사람을 공포에 빠트려 자살하게 만들거나, 환영술로 기만하여 내분을 일으켜 서로 죽이게 만드는 것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복수를 하기 때문에 공포 영화로서의 볼거리도 풍부한 편이다.

주요 데드 씬이 피칠갑 수준으로 유혈이 난자해서 생각보다 고어 수위가 꽤 있는 편이다. 오장육부 장기자랑 같은 건 나오지 않지만 피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수잔나가 피해자고 조날 일당이 가해자라서 순델볼롱의 복수가 정당방위이고, 조날 일당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악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천발 받아 마땅한 악당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그들이 죽는 장면은 무섭다기보다 통쾌한 구석이 있어 극적인 재미가 있다. 이게 권선징악을 지향하는 고전의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다.

수잔나가 작중 강력한 힘을 가진 순델볼롱으로 설정되고 묘사되기는 하나, 조날 일당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주술사의 도움을 받고. 또 마을 주민들을 선동해 반격에 나서서 수잔나 부부를 위험에 빠트려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어서 파워 밸런스도 잘 잡혀 있다.

엔딩 같은 경우. 보통, 귀신의 복수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복수를 끝마치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은 함께 할 수 없어 눈물로 이별하며 명복을 비는 장면으로 끝나는 게 일반적인데. 본 작품에서는 그걸 완전히 재구성해서 새드 엔딩 같으면서도 해석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 수 있게 해서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결론은 추천작. 80년대 고전 영화 배우에 헌정하는 작품이라서 배경 세트, 소품, 복장, 배우 메이크업, 일부 카메라 워크까지 상당수 고전 영화 느낌이 나게 만들어서 요즘 관객이 볼 때는 촌스럽거나 낡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남녀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와 주연 배우의 열연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끝까지 악랄하게 묘사된 악당들에게 복수하는 게 통쾌하게 다가와 극적인 재미를 주고 있어서 현대 영화인데 고전적인 맛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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