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탈 (1999)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9년에 ‘한빛 소프트’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만든 액션 RPG 게임.

내용은 고향을 떠나 전쟁에 나갔던 ‘명’이 2년 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집은 불에 타고 어머니가 납치당한 상황에, 명 자신이 실은 대환국을 비밀리에 지켜오던 삼족오문의 마지막 후예이고, 낙명의 황제 ‘진농’이 사건의 흑막이란 사실을 듣고서 어려서 생이별한 친아버지의 유일한 증거물인 탈 조각을 모으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1996)’의 인기에 편승해 한국형 디아블로를 표방하고 나온 게임인데. 실제 게임 스타일은 여러 가지로 볼 때 디아블로와 전혀 다르다.

레벨은 ‘등급’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경험치가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고. 등급의 소수점이 조금씩 올라서 앞자리 숫자가 변하면 레벨업을 하는 거다.

디아블로 같은 경우는 레벨업을 하면 라이프와 마나가 전부 회복됐는데, 본작은 레벨업을 하면 전혀 회복되지 않고 이전의 수치만 유지된다.

예를 들어 레벨업을 해서 생명력 최대치가 15에서 30이 됐으면, 30/30으로 회복되어야 하는 걸 15/30으로 유지된다는 말이다.

그나마 레벨업을 하면 체력/마나의 최대치는 상승하기라도 하지, 지혜/민첩성/공격력/방어력/중량은 레벨업을 해도 올라가지 않는다. 오직 장비를 착용해야 수치가 오른다.

체력이 라이프(생명력)의 역할을 하니 사실상 순수 능력치는 지혜, 민첩성 밖에 없는 것일라 능력치 책정과 설정이 굉장히 부실하다.

장비 슬롯은 머리, 어깨, 손(무기), 허리가 있는데. 사실 허리는 장비를 착용하는 게 아니라 소비형 아이템 인벤토리다.

각각의 부위를 클릭하면 전용 인벤토리가 뜨는데 인벤토리 하나당 허용된 슬롯이 약 5개 정도 밖에 없어서 장비가 됐든 아이템이 됐든 많이 가지고 다닐 수 없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휴대 중량 제한이 있다는 거다.

장비/아이템에는 무게 설정이 따로 있어서, 그게 무게의 총합이 최대 중량 수치를 넘어가면 인벤토리 내 슬롯이 비어 있어도 ‘힘이 부치는군..’이라는 음성 메시지가 뜨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입수할 수 없게 된다.

최대 중량치를 올리려면 ‘송로’라는 아이템을 입수해야 한다. 보통, 드랍 아이템으로 나온다.

장비 자체가 디아블로처럼 착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치를 요구하게 되어 있는데 등급은 둘째치고, 앞서 말했듯 지혜, 민첩성이 전혀 안 올라서 장비를 새로 얻고도 능력치가 낮아서 착용이 안 되는 경우가 속출한다.

디아블로처럼 같은 장비라도 특수효과가 따로 붙는 요소는 일절 없어서 애초에 장비 파밍 요소 자체가 없다.

돈의 개념도 없고, 상점은 고사하고 마을조차 나오지 않아서 장비/아이템을 사고 팔 수도 없다.

체력/마나 회복용 소비형 아이템은 인벤토리 내에서 직접 사용할 수 없고 꼭 단축키 슬롯에 드래그해서 옮겨 놓은 뒤. 키보드 숫자키를 눌러서 써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마우스 하나로 전부 조작할 수 없다는 소리다.

아이템 중에 유일하게 인상적인 건 '향'인데. 향을 입수해서 제단 오브젝트를 활성화시키면 텍스트 문구가 출력되면서 아이템이 랜덤으로 드롭된다. 즉, 제단에 향을 바쳐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아이템을 얻는 거다.

배경 음악은 완전 악취미적이다. 본작이 한국형 디아블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디아블로처럼 음악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시키려고 하는데 문제는 이 음악이 전설의 고향 느낌 나게 만든 상황에, 음성 코러스로 넣은 게 ‘황병기’의 ‘미궁’에서 웃음 파트를 반복 재생이다.

차라리 미궁 원곡 그대로 넣으면 또 모를까, 허접한 배경 음악에 미궁의 웃음 소리만 코러스로 넣으니 정말 해괴망측하다. 외국 사람들이 이 게임을 접하면 무서워하기는커녕 포복절도할만한 웃음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적 몬스터의 신음, 비명 패턴도 무슨 카드 돌려막기 하듯 반복해서 써서 생긴 건 잔혀 다른데 비명 소리는 다 똑같아서 효과음마저 구리다.

피아를 막론하고 캐릭터 모델링 자체의 수준이 매우 떨어져 액션의 타격감도 전혀 없다.

아니, 사실 타격감이 문제가 아니라 공격을 할 때 칼을 내리치는 모션을 취한 순간 적에게 공격 받으면, 플레이어의 공격이 캔슬되는 효과가 있어서 일 대 다수의 전투 때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것부터가 근본적인 문제다. 명색이 액션 RPG인데 액션의 쾌감이나 재미가 있기는커녕 액션의 피로감이 너무 크다.

심지어 어떤 장비를 착용하고, 어떤 무기를 들던 간에 주인공 ‘명’의 모습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웃통 벗고 양손 대검을 한손으로 쥔 모습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다. 최소한의 스킨 변경마저 지원하지 않는 거다.

스킨이 변경되지 않으니 공격 모션은 기본 단타 칼질 하나가 끝이다. 원거리 공격 같은 건 없다.

보조 캐릭터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용병/추종자처럼 플레이어 캐릭터를 따라다니면서 보조 공격을 해주는데. 이 개념 자체는 용병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디아블로 2(2000)보다도 더 먼저 도입됐다.

작중에서는 삼족오문의 전사 ‘삼무랑’이라고 나오는데 역전의 용사 드립치는 것 치고 A.I 수준이 워낙 낮고 또 능력치도 낮아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조 캐릭터에게 표시되는 능력치는 달랑 생명력과 마나 밖에 없는데 수동 조작이 불가능해서 그저 고기 방패 내구력 정도의 의미 밖에 없다.

플레이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보조 캐릭터의 3가지 진형을 따로 설정해줄 수 있지만, 생명력/방어력이 낮아서 몸빵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너무 잘 죽는 바람에 아예 작중에 보이는 대로 대화를 걸면 무조건 따르겠다고 들어와 화면 우측 상단에 ‘십인대’로 인원수가 표기될 정도인데. 한 번 죽으면 지역 단위의 맵 이동을 할 때마다 남은 수인대에서 차출되어 부활한다.

좌측 하단 끝에 있는 지도창에서는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지도를 클릭했을 때, 그 위치까지 자동으로 이동하는 걸 지원해서 언뜻 보면 편한 것 같지만.. 전체 지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없고, 수동으로 지도를 움직여 다른 지역을 볼 수도 없다. 오직 플레이어 캐릭터의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한 지도만 표시되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맵이 쓸데없이 길고, 수많은 문이 있어서 문 열고 들어가는 걸 쉬지 않고 반복해야 하는데. 맵 구조 자체도 나중에 갈수록 복잡해서 미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심지어 퍼즐 요소까지 나오는 관계로 액션 RPG의 관점에서 완전 꽝이다.

게임의 목적은 ‘탈’ 조각을 모아서 완전체로 만들고, 플레이어 캐릭터인 주인공 ‘명’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것인데. 각 맵마다 탈 조각 얻는 조건이 각각 따로 있고. 이게 보통은 특정한 아이템을 입수해야 ‘서낭당’에 바치는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이 특정한 아이템이 그냥 이름 없는 잡졸이 드랍하는 아이템인 경우가 많아서, 주의 깊게 드랍 아이템을 살피지 않으면 지나치고 넘어가거나. 혹은 버그 때문에 맵상의 적을 모두 죽여도 특수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러면 당연히 게임 진행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몹이 리젠되면 또 모를까, 본작은 몹이 절대 리젠되지 않고 죽은 시체가 끝까지 남아 있어서 저장한 데이터를 로드해서 다시 하는 수밖에 없다.

탈 조각을 얻어도 해당 맵의 모든 이벤트를 다 보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을 때가 많다.

스토리도 공략집에서는 탄탄하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어쩌고 무작정 띄워줬는데.. 실제로 자세히 보면 디자인만 고대 한국 느낌이 날 뿐이지, 스토리는 빛과 암흑의 피를 둘 다 이어 받은 주인공이 지상과 지하의 싸움을 종결짓고 출생의 비밀 아임 유어 파더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으로 요약이 가능해서 끝장나게 재미없다.

‘태초에 천족과 마족이 있었으니..’로 시작하는 한국 판타지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거다.

아이러니한 건 이 작품의 시나리오가 1997년 문화관광부 주최 게임 대상 시나리오 부분 수상작을 원작으로 삼아 게임화한 것이란 사실이다.

이 게임이 디아블로의 장점 중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건 세이브/로드를 아무 때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밖에 없다.

결론은 비추천. 한국형 디아블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디아블로가 선보인 액션 RPG의 강점은 무엇 하나 가지고 오지 않고, 부실한 액션, 재미없는 스토리, 무늬만 한국적인 판타지, 만들다 만 듯한 게임 시스템, 불편한 게임 인터페이스 등등. 안 좋은 것만 잔뜩 모아 놓은 상황에 악취미가 다분히 느껴지는 BGM이 화룡점정을 찍어서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디아블로식 액션 RPG는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를 제시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한빛 소프트의 자체 개발 게임으로 업계 뎨뷔작이다. 한빛 소프트가 왜 갑자기 이런 망겜을 만들었냐면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등등. 블리자드 게임의 한국 유통을 맡아서 그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우리도 디아블로 같은 쩌는 게임 만들 수 있다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측된다.

덧붙여 이 작품은 플레이 스테이션 1로 이식될 뻔하다가 무산됐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는데. 진짜 이식되서 출시됐으면 디아블로 플레이 스테이션 1판하고 비교 당하면서 한국 게임의 흑역사를 만들었을 것 같다.

추가로 인트로 3D 영상에 나오는 주인공 ‘명’을 보면 상상이 안 가겠지만, 명의 공식 설정상 나이는 17살이다.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19/07/03 20:04 # 답글

    플스 1으로 이식되었다고 한다면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거친 초절정 명작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저걸 과연 어떤 일본 게임제작사가 손을 대느냐인데, 개인적으로는 캠콤이나 에닉스, 팔콤 중 한 회사가 손을 대었더라면 명작이 나올 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9/07/04 09:57 #

    콘솔로 이식했으면 아예 게임을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이식을 했어야 됐을 거라 봅니다. 원판의 게임성이 미완성 느낌이 날 정도로 너무 엉망이었죠.
  • 레이븐가드 2019/07/03 20:47 # 답글

    말로만 들었는데 망작이었군요
  • 잠뿌리 2019/07/04 09:58 #

    무슨 대상 수상작 어쩌고라는 광고가 떠돈 게 기억이 나는데. 대상 수상은 게임 시나리아 원작이 대상을 받은 거였고. 게임은 상과 무관한 망작이었죠.
  • 나인테일 2019/07/04 19:12 # 답글

    삼조오문의 삼무랑ㅋㅋㅋㅋ 내 손발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ㅋㅋㅋ
  • 잠뿌리 2019/07/05 15:48 #

    손발이 오그라들다가 황병기의 미궁 가져다 쓴 BGM듣고 의식이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넘어갔습니다.
  • 시몬벨 2019/07/05 00:59 # 삭제 답글

    아이고,,,이 전설의 망겜을 드디어 손대셨군요. 그나마 처녀귀신이랑 할머니귀신은 꽤 잘만들었다고 느꼈는데 전체적으로 볼때 쿠소 오브 쿠소 게임이었죠.
  • 잠뿌리 2019/07/05 15:48 #

    한빛 소프트의 흑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의 쿠소 게임입니다.
  • 뇌빠는사람 2019/07/08 13:28 # 답글

    이 때가 게임방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 쯤이었는데요 인터넷 뒤적이다가 게임메카였나 하튼 그런 데서 데모를 받아보고서 피를 토할 뻔 했었죠. 장비창이 아마 오른팔에 칼 한자루랑 뚝배기였나 갑빠였나 그 두 개뿐이었을 겁니다...
  • 잠뿌리 2019/07/08 14:07 #

    머리, 몸통, 어깨, 손(팔) 등 4개가 전부였죠. 허리는 장비가 아니라 소비형 아이템 인벤토리였는데. 각각의 인벤토리 아이템 슬롯이 5개 제한인데 소지 중량 제한까지 걸어놔서 아이템 휴대에 인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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