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시즈모 (Exorcismo.1975) 사타니즘/데모니즘 영화




1975년에 ‘후안 보쉬’ 감독이 만든 스페인산 엑소시즘 영화.

내용은 해안가 근처의 동굴에서 사탄을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흑미사를 열었고, 부유한 집안의 딸인 ‘레이샤’도 흑미사 참가자였는데 차를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뒤.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회복됐지만 뭔가에 씌인 듯 신을 모독하고 발작을 일으켜서 그걸 본 그녀의 어머니 ‘패트리샤’가 ‘에이드리안 던닝’ 신부를 초빙해서 엑소시즘을 하려던 중. 레이샤의 주변 인물이 목이 돌아간 채로 죽은 시체로 발견되어 의문의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 가운데, 던닝 신부가 레이샤의 몸에 그녀의 죽은 아버지의 유령에 씌였다는 사실을 밝혀내지만 연이은 살인 사건에 던닝 신부 자신도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73년에 미국에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만든 ‘엑소시스트’의 아류작이다. 정확히는, 원조 엑소시스트의 흥행에 숟가락을 얹듯 어설프게 엑소시즘 요소를 넣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부터가 엑소시즘을 뜻하고 있으나, 실제로 본편 스토리에서 엑소시즘이 벌어지는 것은 전체 분량 중 정확히 3분 내외다. 영화 끝나기 약 10여분 전부터 ‘레이샤’의 몸에 상처가 생기면서 악마 빙의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그 뒤 약 3분에 걸쳐 엑소시즘을 시도한 다음, 던닝 신부와 레이샤가 계단에 함께 굴러 떨어졌다가(엑소시스트 1의 클라이막스를 어설프게 베낀 느낌), 피 흘리는 레이샤를 보고 그녀의 애완견(셰퍼드 견종)이 던닝 신부와 사투를 벌이는 게 3분 정도 되는데.. 악마를 몰아낸 게 아니라 개를 물리친 시점에서 영화를 딱 끝내 버리면서, 레이샤의 몸에서 상처가 사라진 것으로 구마 의식이 성공했다는 뉘앙스로 퉁-치고 넘어가서 완전 급조된 결말을 보여준다.

제목만 그렇지 실제 본편 내용에선 엑소시즘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적기 때문에 거의 관객을 기만하는 수준에 가깝다. 포스터나 비디오 커버에는 던닝 신부가 성수 뿌리개까지 들고 나오지만 엑소시즘 분량이 오뚜기 3분 요리 시간이라서 진짜 별거 없다.

사실 이 작품은 엑소시즘 장면보다 오히려 흑미사 쪽에 더 신경을 썼다.

알몸에 검은 망토를 걸친 젊은 남녀들이 난잡하게 비비적거리고, 가슴 달린 악마 석상 앞에서 제단 위에 나체의 여인을 바치고. 사방에서 북을 치면서 제사장의 피를 호화찬란한 금잔에 뚝뚝 떨어트리는 것 등등. 쓸데없이 디테일한데 그런 부분만 딱 놓고 보면 영화 제목을 엑소시즈모(엑소시즘)이 아니라 블랙 매스(흑미사)라고 해야 될 정도다.

전체 내용의 약 3/4은 레이샤의 주변 인물이 목이 꺾여 돌아간 채 죽은 시신으로 발견되고 살인마가 사건 현장에 욕설을 메시지로 남겨서, 레이샤 집안의 가정부와 던닝 신부가 각자 따로 행동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 극 전개가 범죄 스릴러처럼 진행된다.

빙의 현상을 보이는 레이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해친 살인마의 정체를 파악하는 이야기처럼 진행을 해서 뭔가 좀 엑소시즘물로선 핀트가 어긋난 느낌을 준다.

엑소시스트 원작의 리건처럼 레이샤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신성 모독을 하면서 빙의 현상의 징조를 보이긴 하는데 그걸 짤막하게 보여줄 뿐이라서 스토리의 중심에 벗어났다.

전반부, 중반부에 걸쳐 실컷 의문의 살인 사건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 거의 다 끝나갈 때쯤에 엑소시즘 모드로 넘어가는 관계로 이야기 구성이 의식의 흐름 수준으로 즉홍적이다. 정말 각본을 아무 생각 없이 휘갈겨 쓴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졸작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엑소시스트의 아류작이지만 원작과 차별화된 점도 꽤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엑소시스트 원작에서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가정 불화 때문에 마음에 어둠이 드리워진 사춘기 소녀의 몸에 악마가 빙의하는 게 기본적인 내용인 반면. 본작에서는 사춘기가 한참 지난 준 성인에 가까운 젊은 아가씨가 사탄 신봉자라서 흑마술을 벌이면서 악마 좀 씌워달라고 사정사정하는 수준이라 극단적인 차이가 있다.

거기다 결국 악마에 씌였는데 그게 실은 진짜 악마가 아니라. 여주인공의 죽은 아버지의 유령이 씌인 것이라서 근친상간적인 설정까지 들어가 있어 뭔가 배경 설정이 되게 하드하다.

그리고 엑소시즘 파트가 짧고 엑소시즘 자체의 분량이 적어서 밀도가 낮아서 그렇지, 악마 들린 여주인공의 분장 자체는 생각 이상으로 호러블하다.

칼에 베인 듯한 갈라진 상처와 흉터가 몸에 잔뜩 생기고 입술이 메말라서 갈라지는 것과 뭔가 탁한 유리 구술처럼 변한 눈동자 등등. 원조 엑소시스트의 리건 못지않은 포스를 자랑한다.

결론은 평작. 엑소시스트의 아류작인데 엑소시즘 영화를 표방하는 것 치고는 엑소시즘 분량이 워낙 적고 그것도 극 후반부에 몰아서 나오며, 급조된 결말이 더해져 엉망진창이고. 전체 내용의 3/4가 정체불명의 살인마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어 뭔가 장르의 핀트가 어긋난 느낌을 줘서 각본의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여주인공이 처음부터 사탄 숭배자로 나와서 대놓고 악마 빙의를 바라는 것으로 나왔다가 자기 아버지의 유령에 씌인 하드한 설정이 엑소시스트 원작과 큰 차이가 있고 또 악령 들린 여주인공 분장은 나름대로 호러불한 구석이 있어서 나름대로 볼거리를 제공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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