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5] 신세기 에반게리온 강철의 걸프렌드 (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 鋼鉄のガールフレンド.1997)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5년에 ‘가이낙스’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1997년에 ‘가이낙스’에서 Windows 95용으로 만든 어드벤쳐 게임. 애니메이션과 게임 둘 다 가이낙스에서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같은 해인 1997년에 ‘하이콤’에서 정식 한글화 및 한글 더빙이 되어 윈도우 95/98용으로 발매됐다.

내용은 원작 TV 애니메이션 10화 이후를 배경으로, 제 3 신 동경시에 정체불명의 거대한 이동 물체가 나타나 네르프에서는 이를 사도의 내습으로 의심하고 있는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에반게리온의 파일럿 ‘이카리 신지’의 중학교 반에 ‘키리시마 마나’라는 소녀가 전학을 왔는데 처음 본 신지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해서 신지가 마나에게 마음을 끌리고, 그걸 본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가 달가워하지 않는 가운데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다.

어드벤쳐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보다/생각하다/대화/이동 등의 커맨드가 있긴 하지만 해당 커맨드를 선택해도 텍스트가 거의 출력되지 않고, 가끔 텍스트가 나올 때가 있어도 진짜 별 내용이 없어서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

NPC와의 대화는 현재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구간에서 랜덤으로 발생하는데 그 내용도 딱히 중요한 게 없고, 현재 어디로 가야 할지 진행 힌트가 가끔 나오긴 하나. 그 목적지를 어떻게 가야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아서 별 도움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자동 판매기를 찾아가서 쥬스를 뽑아 마셔야 다음 진행이 되는 상황에서, 자동 판매기는 남자 탈의실 옆에 있어! 라는 NPC 대화 힌트가 나오긴 하는데. 남자 탈의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안 알려준다

애니메이션 씬과 대사를 전혀 스킵할 수 없고, 세이브는 오직 행동 커맨드창이 뜨는 어드벤쳐 파트에서만 가능하며, 게임 환경창에서 지원하는 건 문자 정보 비표시(텍스트 온/오프)/음성만 켜기/표시 영역(3종류의 화면 해상도) 정도 밖에 없어서 게임 인터페이스가 굉장히 불편하다.

게임 내 나오는 선택지가 엔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본편 내용이 바뀌는 게 아니고 마지막 분기 선택지 때만 엔딩이 갈라진다.

멀티 엔딩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서 엔딩은 3가지가 나오지만, 엔딩 루트 선택지 직전까지의 전개 과정은 다 똑같아서 다회차 플레이를 할 이유가 없다.

엔딩만 보는 거라면 엔딩 선택지 나오기 전에 세이브한 데이터를 로드하면 그만이긴 한데, 앞서 말했듯 어드벤쳐 파트에서만 세이브가 가능하고. 애니메이션/대사 스킵이 안 되니 마지막 세이브 포인트에서 마지막 선택 분기까지 약 20분 넘게 다시 봐야하는 건 좀 고역이다.

디지털 코믹 어드벤처인 만큼, 부분적으로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있긴 한데 사실 그 양이 그리 많지도 않고, 일부분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수준이라 퀼리티도 낮다. 근데 그게 또 작중 캐릭터의 움직임이 부분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는 씬은 정말 하나도 없고. 기껏 나온다는 게 레일, 에스컬레이터, 자동차가 움직이는 게 디지털 코믹 장르의 관점에서 봐도 비주얼이 굉장히 부실하다.

이런 상황에, 게임 용량은 정말 쓸데없이 높아서 PC판의 경우 무려 CD 4장짜리 게임이었고. 발매 당시 고사양을 요구했다.

아이러니한 건 CD 4장짜리 게임인데 정작 인스톨할 때 표준 설치 용량은 40메가라는 거다. 게임 실행에 필요한 필수 파일만 복사했을 때의 기준이고. 실행 파일+그림 데이터를 전부 복사하는 건 약 526메가다.

음성 폴더만 하드에 복사하는 인스톨은 1.6기가. 모든 폴더를 다 하드로 복사하는 인스톨은 2.1기가가 필요해서 CD 4장 중 3장은 전부 음성 파일 CD다.

특이한 게 분할 인스톨을 지원하는 것인데. 이건 복수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이라서 예를 들면 C드라이브에 게임 실행 파일. D드라이브에 그림 데이터, E드라이브에 음성을 나눠서 지정한 곳에 복사할 수 있는 거다.

왜 분할 인스톨을 지원했는지 생각해 보면 당시 컴퓨터 하드의 평균 용량은 1.2기가/1.6기/2.1기가. 이 정도라서, 풀 인스톨 용량 2.1기가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하드에 설치하지 않고 CD-ROM에서 바로 실행하는 최소 인스톨 모드도 있는데. 설명에 아예 64배속 이상의 CD-ROM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서 터무니 없는 고사양을 지향했다. (이 게임이 나올 당시 CD-ROM 평균 배속은 24배, 32배였다)

미소녀 게임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답답한 전개가 속출해서 뒷목 잡고 쓰러질 수도 있다. 정확히는, 작중 신지의 찌질함과 호구스러움, 거기서 파생된 신지의 아스카에 대한 냉대 등이 복합적으로 플레이어를 급습해서 신지 욕을 안할 수가 없다.

단, 신지에 감정을 몰입하지 않고 한발 물러나서 보면 또 평가가 달라진다.

본편 스토리는 원작처럼 에반게리온이 사도를 격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신지가 처음으로 이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풋사랑을 하는 이야기고. 여기에 본처(?)인 아스카가 난입해 삼각관계 구도를 이루면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에반게리온이니까 제대로 된 연애가 나오는 게 아니라. 전쟁과 어른들의 사정 등이 개입되어 14살 보이 미츠 걸의 사랑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게 나름대로 드라마틱한 구석이 있다.

본작의 오리지날 캐릭터인 ‘키리시마 마나’는 아야나미 레이와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둘을 섞은 듯한 성격, 설정,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 본작에서 히로인 보정을 제대로 받아서 엄청 푸쉬를 받고 있다.

발매 당시 마나를 내세운 판촉 행위도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서 강하게 어필했고, 이후 ‘이카리 신지 육성계획’ 등의 작품에 공략 가능한 히로인 중 한 명으로 출현하기까지 한다.

게임상에서 마나 루트 엔딩도 해피엔딩이라기보다는 새드 엔딩에 가까워서 결말이 꽤 애틋하기 때문에 여운이 남는다.

하지만 그런 애틋한 결말과 반대로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순수하지 못해서 메인 히로인으로서는 좀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숨겨진 비밀에 의한 태생적인 문제가 있고, 그것을 통해 드러난 반전과 함께 건담 3대 악녀 중 한 명인 ‘니나 퍼플턴’ 수준의 어장 관리 속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슈퍼 로봇대전 시리즈에서 에반게리온과 건담 0083 스타 더스트 메모리가 함께 나왔으면 이 네타 쓸만할 텐데. ‘신지: 우라키씨. 이상해요. 저 차인 것 같은데 차이지 않았어요 / 코우: 야 너두?’)

본작에서 신지와 커플링은 오히려 아스카 쪽이 더 잘 어울린다.

아스카가 신지와 마나의 관계를 질투하면서, 신지에 대한 연심이 그대로 드러나서 그렇다.

에반게리온 원작에서는 TV판 방영 당시 신지에게 호감을 가진 건지, 아닌 건지 논쟁이 벌어졌다가, 극장판인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과 TV판의 리뉴얼판에 감정 묘사가 추가되고, 츤데레 캐릭터라는 공식 발언이 나오면서, 신지x아스카 커플링이 확립됐는데 사실 그 밑바탕을 이룬 게 이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로 이 작품 덕분에 신지x아스카 커플링의 지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캐릭터 부분에서 아쉬운 건 아야나미 레이의 비중이 공기 신세란 점이다. 신지 일행 단체 샷에서는 자주 나오지만 실제 작중 행적과 활약은 ‘토우지’와 ‘켄스테’만도 못한 수준이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디지털 코믹 어드벤쳐라 텍스트 양이 적으니 대사 자체가 적으니 그쪽 한글화는 논외고. 중요한 건 더빙으로 음성 용량만 CD 3장에 달하는 만큼 작중에 나온 모든 캐릭터의 풀 보이스를 지원한다.

당시 한국에서는 에반게리온 비디오판이 출시되었지만, 본작은 하이콤에서 ‘각 캐릭터의 목소리에 맞는 우리나라 성우는?’이라는 설문 조사의 결과에 따라서 전문 성우들을 기용해 더빙했다.

신지 – 이미자
마나 – 이현선
아스카 – 정미숙
레이 – 이현선
미사토 – 최덕희
리츠코 – 이현진
토오지 – 강수진
켄스케/.마야/히카리 – 양정화
카지/시게루/휴우츠키 – 김승준
마코토 – 최재호
겐도 – 정승욱

이렇게 캐스팅됐는데, 이게 성우 캐스팅 라인이 투니버스 방영판으로도 이어졌다. 재미있는 건 최덕희, 강수진 성우가 ‘슬레이어즈’에서 남녀 주인공인 ‘리나 인버스’, ‘가우리’ 더빙을 맡았기 때문에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거다.

결론은 미묘. 멀티 엔딩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지만 엔딩 분기 이외의 선택지는 뭘 골라도 본편 스토리가 바뀌지 않아서 선택지가 무의미하고, 어드벤쳐 파트가 매우 부실하며, 애니메이션/대사 스킵이 불가능하고 세이브의 제한이 있어서 게임 인터페이스가 불편해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원작에 없는 오리지날 캐릭터의 등장과 오리지날 장면이 다수 추가된 것, 그리고 기존에 등장한 캐릭터 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면서 캐릭터 묘사의 밀도가 높아진 구석이 있는 점과 풀 보이스 지원이라 각 캐릭터를 연기한 성우들의 더빙을 보존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으로서의 메리트가 있어서 일장일단이 있는 작품이다.

원작을 모르고 플레이하는 유저에게는 고용량에 고사양 PC 환경을 요구하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뒤떨어진 게임성 때문에 졸작 소리 들어도 할 말 없을 텐데, 원작을 알고 플레이어에게는 팬서비스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한다. 하지만 과연 이 게임 하나 하기를 위해 컴퓨터를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 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을 런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아스카 없이 못 살아! 정도의 덕후라면 업그레이드하고도 남을 것 같기도 한데)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PC판에서는 마나의 가슴 노출이 무삭제로 나온 반면. 플레이스테이션 1, 세가세턴 등의 콘솔판에는 해당 장면이 삭제 됐다.

한국에서 발매한 PC판에서는 가슴 노출이 무삭제지만 엔딩곡의 음성이 삭제되어 보컬 가사 없이 소리만 나온다.

덧붙여 원작에서는 마나 엔딩 루트 때 나오는 건조기의 상표가 ‘토시바’로 적힌 반면. 한국판에서는 ‘삼성’으로 수정됐다.

추가로 콘솔판 중 2006년에 나온 PS2판에는 오리지날 추가 장면들이 있고, 2009년에 나온 PSP판에서는 마나의 과거를 다룬 에피소드와 마나와 함께 떠나는 해피 엔딩이 추가됐다.


덧글

  • 뇌빠는사람 2019/06/26 15:56 # 답글

    CD롬과 배속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게 몇 년만인지 모르겠네요
  • 잠뿌리 2019/06/26 18:05 #

    보통 게임은 CD-ROM 배속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아서 그런데 이 작품은 워낙 고사양의 PC 환경을 요구해서 CD-ROM 배속도 따져서 그헣죠. 인스톨 화면에서 하드 설치 없이 하려면 CD-ROM 64배속에서 하라고 써있을 정도였습니다.
  • 조훈 2019/06/26 19:49 # 답글

    이거 아직도 패키지로 소장 중인데... 정작 당시에 제 컴퓨터 하드 용량이 3기가 남짓이라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네요.
  • 잠뿌리 2019/06/28 09:33 #

    저는 발매 당시에는 워낙 고사양에 고가라 구경만 하다가 발매한지 십수년이 지난 뒤에야 재고로 싸게 팔던 걸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밀봉 새제품인데 먼지가 잔뜩 쌓여 있는 재고라 3000원가 했었죠.
  • 시몬벨 2019/06/27 01:41 # 삭제 답글

    제 기억이 맞다면 국내정발 PC판은 가슴노출이 무삭제긴 한데, 그 부분의 스크롤만 강제로 빠르게 진행되버려서 한 0.5초 정도 나왔다가 없어질겁니다. 정발되면서 취해진 조치인것 같아요.
  • 잠뿌리 2019/06/28 09:34 #

    가슴 노출이 무삭제지만 스크롤이 굉장히 빨리 움직여서 보기 좀 어렵긴 합니다.
  • 레이븐가드 2019/06/27 20:29 # 답글

    아스카가 정말 신지를 좋아했나요? 동인지만 보고 진짜 그런 줄 알았다가 TV판 보고 다 헛소리였구나 했었는데;
  • 잠뿌리 2019/06/28 09:35 #

    TV판에서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긴 했는데, TV판 리뉴얼판하고 극장판에서 추가된 장면에서는 신지를 좋아하는 게 확실한 대사들이 나와서 공식 츤데레로 인증 받았죠. 이 강철의 걸프렌드나 에반게리온이 참전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서는 아예 대놓고 커플링화됐습니다.
  • 무명병사 2019/06/30 14:59 # 답글

    그리고 이 게임의 특정 루트를 떼온 스핀오프 만화는 음... 여러가지로 충격적이더군요.
  • 잠뿌리 2019/07/01 17:00 #

    만화판은 작화가 적응이 안 돼서 보기 힘들었습니다.
  • 김갑환 2019/08/14 18:22 # 답글

    발매 당시 인텔 MMX 166hz, 24배속, 32MB 램으로..나름 고사양이라 자부했는데

    시스템이 못따라가서 갈수록 음성이 뒤로 밀리더라는..
  • 잠뿌리 2019/08/14 19:34 #

    이 게임은 게임 수준에 비해 너무 고사양을 요구해서 문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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