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MHz (2019) 2019년 개봉 영화




2012년에 ‘장작’ 작가가 다음 웹툰에서 연재한 동명의 공포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2019년에 유선동 감독이 실사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양태수’, ‘함윤정’, ‘조한석’, ‘우소희’, ‘구상엽’ 등으로 구성된 대학교 공포 동아리 ‘0.0MHz’이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우하라이에 있는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로 MT를 가서 뇌파 실험과 강령술을 시도했다가 진짜 귀신이 나타나 떼몰살 당하는 이야기다.

원작의 시즌 1 내용이 초반부에서 구현됐지만, 중반부부터 후반부까지 전체 내용의 2/3이 영화판 오리지날 스토리로 전개되어 너무 많은 부분이 각색된 관계로 웹툰 원작 영화의 의미가 퇴색됐다.

원작은 심령 현상으로 고통 받던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어그로 캐릭터의 흉계로 인해 흉가에 갔다가 귀신의 저주를 받게 되는 이야기였던 반면. 본작은 그와 정반대로 동아리 멤버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 심령 현상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귀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또 현지 주민이 위험하다고 경고까지 한 흉가에 기어이 찾아가 흥미본위로 접근했다가 사고가 생기는 이야기가 됐다.

0.0MHz가 원작에서는 인터넷 카페 이름이고, 귀신을 보는 게 뇌에 영향을 끼치는 전파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상징하는 주파수라는 설정이 나와서 강령술 때 라디오가 나오는 것이었는데. 본작에서는 원작의 강령술은 강령술대로 실행하면서 아예 피실험자가 램수면을 시도해 뇌파가 0.0MHz에 맞춰지면 귀신을 본다는 뇌파 실험 설정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 뇌파 실험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0.0MHz 가설의 설명을 장치와 실험으로 대체한 것이라서 본편 스토리의 핵심적인 설정이 되지 못한다. 정말 단순하게 0.0MHz 주파수가 맞춰지는 순간 귀신이 등장한다는 알람 역할만 할 뿐이다.

근데 그 알람 역할이라도 집중해서 했다면 또 모를까, 굳이 0.0MHz 주파수가 맞지 않아도 심령 현상이 밥 먹듯이 발생해서 0.0MHz 주파수 자체에 의미가 없어졌다.

심령 현상 묘사 같은 경우, 원작 웹툰에서 공포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머리 귀신’ 묘사가 매우 부실하다. 원작의 그것을 충실히 구현하지 않고 재해석을 많이 했는데 그게 원작의 공포를 절반조차 담지 못했다.

일단, 머리 귀신이 특유의 머리만 남은 귀신 형상으로 나오는 게 하이라이트 씬 때의 일로 풀샷 받고 나오는 게 달랑 1분 정도 밖에 안 된다. 영화 러닝 타임이 102분이나 되는데 머리 귀신 풀샷에 할애하는 게 1분밖에 안 된다는 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머리 귀신은 보이지 않고 귀신 머리카락만 잊을 만 하면 뜨문뜨문 나오는 수준이다. 그것보다 더 많이 나오는 건 작중 함윤정이 머리 귀신에게 빙의 당해서 엑소시스트의 리건마냥 귀신 연기를 하는 장면들이다.

이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공중부양, 목 180도 꺾기, 구토, 목소리 변조, 환영, 엑소시즘 시도 등등. 엑소시스트에 나온 소재들이 다 나온다.

이 작품에서 기존의 공포 영화에서 나온 걸 짜깁기했다고 디스하려면 흉가 배경의 미장센을 깔 게 아니라 노골적인 엑소시즘물 연출을 디스해야 한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머리 귀신의 공포를 스크린으로 보기 위해 보러 온 것인데, 정작 화면에 나오는 건 코리아 엑소시스트라서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당한다.

그 엑소시즘이 원작에 없던 영화판 고유의 스토리인데. 그런 저항을 시도하는 내용 자체가 저항할 수 없는 압도적인 공포라는 원작의 핵심적인 내용과 정반대의 노선을 걷는 것이라 대체 왜 그런 무리수를 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히로인 ‘소희’ 배역을 맡은 게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라서 그 배우를 띄워주려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서 그렇다.

원작에서 소희가 귀신을 볼 줄 아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황이고. 작중 소희는 머리 귀신의 존재를 진작 파악해 공포에 떨면서 할머니 귀신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남는 캐릭터였다.

근데 본작에서는 소휘가 귀신을 본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모르고, 무당 집안의 딸이란 사실을 창피하게 여겨서 나중에 이거 가지고 셀프 신파극도 찍고. 본래는 오컬트 지식이 해박하고 퇴마도 할 줄 알며, 심지어 할머니 귀신을 자기 몸에 빙의시키기까지 하면서 ‘숨겨진 힘이 느껴지십니까?’ 컨셉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기 때문에 본작의 진 주인공으로서 모든 스포라이트를 집중해서 받는다.

원작에서 귀신의 존재를 간파하고, 귀신으로부터 사람을 지키는데 일조한 ‘하얀 개’가 영화판에서는 아예 나오지 않고. 하얀 개의 역할을 무당 각성한 소희가 가져가 버렸다.

소희만 각색된 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각색됐는데 이쪽도 상태가 썩 좋지가 않다.

상엽은 해당 배역을 맡은 배우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이성열’이기 때문에 그나마 소희 다음으로 스포라이트를 받기는 하는데. 캐릭터 비중이 원작보다 한참 낮아져서 페이크 주인공에 가깝게 됐다.

상엽 같은 경우에는 본래 원작에서 심령 현상 때문에 고통 받는 캐릭터로서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어 독자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었는데, 본작에서는 그 역할마저 소희가 독식해서 캐릭터 자체의 비중이 한참 낮아져 페이크 주인공화됐다.

근데 그나마 페이크 주인공으로라도 남을 수 있는 게, 상엽 역을 맡은 배우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이성열’이라서 아이돌 띄워주기 효과가 적용돼서 그 정도인 거다. 양태수, 조한석 역의 정원창, 신주환 등은 무명 배우라서 대우가 더 박하다.

양태석과 함윤정이 사귀는 사이인데 조한석도 함윤정을 좋아해서 삼각관계를 이루고, 구상엽이 우소희를 짝사랑하는 걸 너무 부각시켜서 정말 쓸데없이 치정극과 로맨스 요소를 밀고 있다.

원작에서 만악의 근원인 조한석이 본작에서는 강령술을 제안해 이 사단을 냈지만, 다른 멤버들도 귀신의 집인 걸 알고 찾아가서 사건이 벌어진 책임을 나눠 갖게 되어서 트롤러로서의 존재감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상황에, 함윤정에 대한 애증을 사이코패스처럼 묘사해서 완벽하게 핀트가 어긋났다.

원작에 없던 영화판의 추가 요소 중에 좀 PC스러운 설정들이 있다.

조한석이 함윤정을 짝사랑하는데 나중에 미쳐서 뜬금없이 병원에서 의식 불명 상태인 함윤정한테 사랑을 고백하면서 덮치려고 하는 것부터 시작해 슈퍼마켓 주인한테 씌인 귀신이 하혈하는 여중생 귀신인데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 아무런 부연 설명없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고, 머리 귀신도 생전에 남자들에게 겁간 당해 자살한 여자란 설정이 붙어 있는데 이게 암시, 복선 같은 게 전혀 없이 영화 거의 끝나갈 때쯤에 대뜸 '나 가지고 장난친 놈들 다 죽일 거야!'라는 식의 셀프 고백으로 터져 나온 거라 당황스럽다.

PC스러운 요소를 추가한다고 해도 충분한 밑밥을 깔아 놓고 차근차근 회수하면서 개연성 있게 만들었다면 납득이 될 텐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고 부연 설명 하나 없어서 수습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왜 그렇게 만든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밖에 배경인 산속 흉가도 활용하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기본적인 카메라 워크가 지나치게 인물만 화면에 잡고 배경은 스킵하고 넘어가는 수준이라서, 인물의 시야와 동선에 따라서 카메라가 움직이질 않아서 작중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 주변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했다.

머리 귀신은 CG 티가 너무 많이 나고, 까마귀와 나방 같은 벌레와 막판 아궁이 불꽃 폭발 효과까지 전부 CG로 만들어 넣어서 싼티가 많이 나는 것도 흠이다.

결론은 비추천. 웹툰 원작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은 각색이 이루어져서, 아이돌 주연 배우 비중 밀어주기로 다른 인물들이 전부 공기화된 것부터 시작해 삼각관계, 치정극, 로맨스, 신파극, PC 요소 등등. 쓸데없는 내용이 오리지날 스토리로 추가되어 본편 자체를 망가트리는 주요 원인을 제공 했으며, 머리 귀신의 묘사와 배경 연출의 부실함이 더해져 작품 전반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에이핑크 정은지와 인피니트 이성열의 영화 데뷔작이다.

덧붙여 이 관객수는 약 135000명으로 1UHD도 달성하지 못했다. 정은지가 속한 에이핑크의 멤버 ‘손나은’이 주연으로 나오는 호러 영화 ‘여곡성(2018)’ 리메이크판이 생각나는데 그래도 여곡성보다는 관객 동원 수가 많다. (여곡생의 관객수는 약 67000명이다)

근데 여곡성에 이어 0.0MHz까지, 아이돌 가수가 공포 영화에 주연으로 나오면 망한다는 흥행폭망 공식이 이어져서 진짜 아이돌 가수는 호러 영화에 있어 흥행부도 수표가 된 것 같다.


덧글

  • 역사관심 2019/06/12 23:57 # 답글

    원작 진짜 진짜 무서웠는데, 영화가 망쳐놨군요;
  • 잠뿌리 2019/06/16 00:51 #

    원작은 1부는 호러 장르의 한국 웹툰 역대급 무서움을 안겨줬는데 영화는 그런 원작을 망쳤죠.
  • 시몬벨 2019/06/13 00:56 # 삭제 답글

    원작만화 1부는 진짜 한국공포만화에서 손꼽을만한 걸작이라고 봅니다. 근데 2부에 오면서 급전개 + 연출 부족 + 떡밥회수 실패 + 설명생략 으로 망해버렸죠. 작가야 이미 자기 머릿속에 내용이 다 들어있으니 소품 몇개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할거라고 생각했겠지만, 독자입장에선 진짜 황당한 정도를 넘어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마무리였습니다. 다행히 후속작에선(0.0MHZ와 같은 세계관. 손녀(소희)를 지켜주던 할머니가 주인공인데 일제강점기시절 꼬꼬마 소녀로 등장합니다.) 이런 문제가 없어져서 좋았습니다.
  • 잠뿌리 2019/06/16 00:53 #

    원작 웹툰은 1부가 한국 호러 웹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장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의 수작이었죠.2부는 엔딩에서 좀 아쉬움이 남는데 좀 더 시간과 지면이 할애되어 제대로 마무리 했다면 1부, 2부 묶어서 한국 웹툰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 봤습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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