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퀘스트 (Conquest.1983) 판타지 영화




1983년에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합작으로 ‘루치오 풀치’ 감독이 만든 소드 앤 소서리 판타지 영화.

내용은 검과 마법이 숨 쉬는 신비한 땅에서 아버지에게 마법의 활을 받은 젊은 청년 ‘일리아스’가 고향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 여행길에 나섰는데, 사악한 마녀 ‘오크론’이 일리아스의 마법 활에 살해당하는 예지몽을 꾼 뒤. 늑대인간 부하들을 보내 일리아스의 부모님을 몰살하고, 일리아스와 마법 활을 찾기 위해 추격대를 보냈는데. 그 과정에서 일리아스가 무법자 ‘메이스’의 도움을 받아 둘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판타지 장르 중에 소드 앤 소서리를 표방하고 있는데, 80년대 당시 이 장르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코난 더 바바리안’의 아류작 취급을 받지만, 사실 본편에 나오는 문명은 바바리안 같은 야만용사 부족보다 문명 레벨이 더 낮아서 사람들이 가죽 옷을 입고 동굴 생활을 하는 원시 문명 수준이다.

작중에 나오는 무기도 제대로 된 검, 창, 도끼 같은 걸 사용하는 게 아니라 활, 뼈다귀, 나뭇가지, 돌 같은 걸 사용한다.

근접 전투를 벌이다가 급한 대로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게 땅바닥에 있는 나뭇가지고 이 패턴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서 진짜 말이 좋아 소드 앤 소서리다. (정확히는 소드가 없다고, 소드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일행의 전용 무기는 꽤 특이해서 인상적이다.

일리아스의 마법 활은 일반 화살을 사용하다가 이후 각성해서 화살 없이 빛의 형태를 띈 에너지 화살을 쏘는데. 한발을 쏘면 수십 개로 확산되어 뻗어나가고 유도 성질도 띄고 있어 완전 무슨 건담에 나오는 메가 입자포 수준으로 묘사돼서 소서리(마법)의 정점을 찍는다.

물론 80년대 영화라서 지금 보면 연출이 유치할 수는 있지만, 화살 없이 활시위를 튕겨 에너지 화살을 쏘는 설정 자체가 참신했고, 또 소드 앤 소서리 판타지에서 활 자체가 메인 무기로 나오는 건 매우 유니크하다. 일반적으로는 소드 앤 소서리에서 소드가 의미하듯 검이 최강의 무기로 나오니까 말이다.

활 없이 에너지 화살을 쏘는 마법 활 자체는 같은 해인 1983년에 나온 ‘던전 앤 드래곤즈’ TV 애니메이션판에서 궁수 ‘행크’가 사용하는데 어느 쪽이 원조인지는 알 수 없다.

메이스의 전용 무기는 뼈다귀와 뼈다귀를 이어 붙여서 붕붕 돌리고 휘두르는 뼈다귀 쌍절곤이다. 조형은 되게 허접해 보이는데 이상할 정도로 위력적으로 묘사돼서 인상적이다.

캐릭터 밸런스는 썩 좋지 않은데, 줄거리만 보면 마법 활을 소유하고 있어 마녀를 물리칠 예지몽의 영웅인 ‘일리아스’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일리아스의 동료인 ‘메이스’가 주인공이 됐다.

스토리의 기본 전개가 일리아스가 위험에 처하면 메이스가 구해주는 걸 반복하고 있고, 결국 막판에 가서는 메이스가 진 주인공이 되어 마법의 활을 사용하니 일리아스는 진짜 페이크 주인공이다.

게다가 일리아스의 특이 설정은 단순히 마법 활의 소유자란 것 밖에 없는 것에 비해. 메이스는 인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동물과 친숙해서 작중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서 붙잡힌 인질 신세 때조차 일리아스보다 더 눈에 띈다.

십자가에 결박당한 채로 바다에 빠졌다가 돌고래들의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하는 씬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장르에선 드물게, 히로인의 존재 자체도 없다. 작중 일리아스가 꿈에서 썸타던 여자를 현실에서 만나지만 히로인이 아니라 엑스트라라서 등장하기 무섭게 얼마 지나지 않아 리타이어한다.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보다는, 두 주인공의 남자 간의 우정을 부각시키고 있다.

오히려 악당인. 오크론이 하얀 늑대의 몸에 깃든 영혼인 ‘그레이트 조라’를 소환해서 일라이스의 암살을 의뢰하며 그 댓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고 하면서 썸 아닌 썸을 타니 뭔가 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느낌이다.

본작을 만든 루치오 풀치 감독이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네임드 감독이자, 고어한 묘사를 즐겨 쓰기로 유명해서 본작에도 어김없이 그런 게 나온다.

돌도끼에 맞은 머리의 뇌가 드러난다거나, 팔다리를 붙잡혀 오체분시되는 씬 등은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서 일반판에서는 삭제됐고. 무삭제판에만 모두 수록됐다.

늪지에서 좀비가 튀어나오고, 설원에서 눈으로 뒤덮인 괴물이 등장하며, 황금 가면을 쓰고 토플리스 차림으로 팬티 한 장 입고 나온 오크론이 몸에 뱀을 감은 채 흥분하면서 예지몽을 꾸고, 가면이 벗겨졌을 때 해골 안면을 하고 나오는 것 등을 보면 루치오 풀치 감독의 호러 성향이 어디 가지 않는 것 같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생뚱 맞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요소이자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소드 앤 소서리를 표방하고 있는데 정작 검이 나오지 않고, 배경의 문명 수준이 중세나 신화시대를 넘어선 원시 시대라서 뭔가 좀 판타지물로서의 핀트가 어긋난 느낌을 주는데다가, 본편 스토리가 마법 활을 소유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있는데 정작 그 주인공은 페이크 주인공화됐고. 스토리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어가는 진 주인공은 따로 있어서 전반적인 스토리가 엉성해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낮은 편이지만.. 감독 특유의 고어한 연출과 마법 활, 뼈다귀 쌍절곤 묘사, 돌고래 어시스트 등등. 오직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유니크한 것들이 잔뜩 있고 또 호러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루치오 풀치 감독 필모그래피상 보기 드문 판타지 영화라서 컬트적인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덧글

  • dj898 2019/05/31 13:17 # 답글

    포스터 주인공 뒷모습이 어디선가 무지 많이 본 느낌이... ㅋㅋㅋ
  • 잠뿌리 2019/05/31 13:35 #

    악마성 드라큘라의 사이몬 벨몬드를 생각나게 하죠. 근데 작품 자체는 이 작품이 악마성보다 훨씬 먼저 나왔습니다 ㅎㅎ
  • 시몬벨 2019/05/31 20:38 # 삭제

    아 저도 포스터 본 순간 악마성? 생각했는데
  • 시몬벨 2019/07/27 11:57 # 삭제 답글

    리뷰쓰신거 보고 재밌을것 같아서 저도 봤습니다. 배경이 원시시대라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스토리도 엔딩도 독특하고, 연출도 제작년도를 감안하면 꽤 멋지네요. 본작의 색기담당(?)인 오크론이 너무 작다...는것만 빼면. 그리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루치오 풀시답게 좀비가 나오는군요.
  • 잠뿌리 2019/07/27 20:48 #

    레이저 화살은 꽤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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