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페리아 (Suspiria.2018) 2019년 개봉 영화




1977년에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2018년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 한국에서는 2019년 5월에 극장 개봉했다.

내용은 1977년에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한 메노파 가정 출신의 미국 여성 ‘수지 배니언’이 서베를린에 도착해 ‘마담 블랑’이 이끄는 무용 아카데미에 들어갔는데, 그곳이 실은 마녀들의 소굴이라서 마녀들의 파벌 싸움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스페리아 원작은 여주인공 ‘수지’가 무용 아카데미에 들어간 이후, 아카데미 내에서 떠도는 마녀에 관한 도시전설을 듣고. 진짜 마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서양판 ‘여고괴담’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본작은 수지가 출생의 비밀이 있고 마녀들의 파벌 싸움에 휘말리면서 진정한 자신으로 각성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물, 지명, 설정은 원작과 같지만 기본적인 스토리 자체가 완전 다르다.

또 서스페리아 원작은 강렬한 색체를 적극 상용한 화려한 미장센과 이탈리아 록밴드 ‘고블린’의 광기 넘치는 음악, 그리고 서스펜스 연출이 조화를 이루어서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 주었는데.. 리메이크판에서는 정반대로 배경이 어둡고 축축하며, 음악성을 배제하고 서스펜스보다는 기괴함을 자아내는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연출을 밀어서 원작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커버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원작과 별개의 독립적인 작품의 관점에서 봐도 문제가 좀 많다.

스토리 자체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이 마녀의 소굴에 들어갔다가 마녀의 파벌 싸움에 휘말리고 각성하는 이야기인데. 스토리 진행이 직관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심리 묘사와 감성 어필에만 올인해서 내용 이해를 어렵게 만들어 놨다.

스토리 관련 정보는 거의 주지 않은 채 영화 속 인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하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괴한 비주얼을 밑도 끝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 기괴한 비주얼이라는 게, 아카데미 내의 무용을 중심으로 해서 안무에 포커스를 맞춰 전위예술 같은 느낌마저 주는데 고어 수위가 꽤 높은 편이다. 한 밤 중에 연습실에서 벌어지는 올가의 최후 씬과 막판 숙청 씬 수위가 손에 꼽을 만하다.

그래서 잔혹하지만 아름답다거나, 감각적인 연출이라는 말로 좋게 포장은 할 수 있어서 예술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상대적으로 관객들에게 불친절하고, 관객과 호흡을 맞추지 못해서 대중 영화로서의 밀도가 떨어지게 됐다.

배경이 70년대 독일로 바뀌면서, 파시즘, 나치, 테러, 홀로코스트 등의 요소가 나와서 원작 이전에 마녀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걸 가지고 와서 마녀와 어거지로 연결시켜 정치적인 색깔이 너무 짙은 것도 문제다.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가면서 그와 관련된 인물과 이야기를 부각시키면서 주제와 무관한 불필요한 내용이 잔뜩 들어가 분량만 늘어나게 됐다.

원작에서는 수지에게 마녀 이야기를 해준 단역에 가까운 정신과 의사 ‘죠셉 클램페러’ 본작에서는 주연급으로 비중이 올라가면서, 수지 파트와 클렘페러 파트가 따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앞서 말한 불필요한 내용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어서 영화의 분량을 잡아먹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과 남자 성기 노출 같은 보기 불편한 장면들도 좀 있다.

결론은 비추천. 리메이크판이지만 원작에 대한 이해와 애정과 존중이 없고 단지 캐릭터와 설정, 명칭만 가지고 와서 만든 독립적인 작품에 가깝고, 오리지날 작품의 관점에서 보면 캐릭터의 심리 묘사와 감성에 지나치게 집착해 스토리 개연성을 상실하고, 쓸데없는 내용이 많으며 극 전개가 지루한 상황에, 시각적인 부분의 예술성만 강조하고 있어 공포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해 비주얼은 뭔가 있어 보이지만 정작 속은 텅 비어 있는 작품이다.

원작으로부터 무려 39년만에 나온 리메이크판인데도 불구하고, 원작 캐릭터, 설정 가지고 팬픽 소설을 쓴 수준이라서, 원작 팬이 보면 실망이 클 것이다.

여담이지만 작중 클렘페러 박사의 아내인 ‘앙케’ 역을 맡은 배우는 서스페리아 원작에서 여주인공 수지 역을 맡았던 ‘제시카 하퍼’다. 출현 분량이 대단히 짧아서 카메오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클레이 모렛츠’도 배역 자체는 조연인데 출현 분량이 카메오 수준으로 짧다. 거의 캐스팅 낚시 수준이다.

덧붙어 본작에서 클렘페레 박사, 마더 헬레나 마르코스, 블랑 등의 주요 인물 셋은 ‘틸타 스윈튼’이 분장을 해서 1인 3역을 맡은 것이다. 틸타 스윈튼 본래 모습으로 그대로 나온 게 블랑이고, 고령의 노인인 클렘페레 박사와 노파인 마더 헬레나 마르코스는 특수 분장을 한 것이다.

그 때문에 유일한 남자 주연이 실제로는 여자 배우가 분장한 것이라서 본질적으로 여성 영화가 됐다.

추가로 본래 서스페리아 원작은 마녀 3부작으로 한숨의 마녀, 어둠의 마녀, 눈물의 마녀 이야기편으로 각각 나뉘어져 있었지만, 본작은 후속의 여지가 없이 작품 하나로 완결됐다.

마지막으로 원작자인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전화 인터뷰 때 서스페리아 리메이크판은 쓰레기이자 자신의 영화에 대한 배신이라며 격렬히 디스하면서도 영화의 디자인적인 부분은 아름답다고 코멘트했다.


덧글

  • 먹통XKim 2019/05/24 14:53 # 답글

    극장흥행은 덕분에 전세계 흥행 합쳐도 제작비 절반도 안됨
  • 잠뿌리 2019/05/26 12:23 #

    제작비 절반도 못 벌었다니 흥행 폭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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