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라브린토스 (1998)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8년에 ‘삼성 전자’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만든 어드벤처 게임.

내용은 2011년에 다국적 거대 기업이 세계 각국의 정부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되고. 대륙으로 들어가는 광통신망이 집중된 한반도는 정보산업의 중심지가 되어 초고속 통신망이 국민 모두에게 보급되지만 고도자본주의 사회 하에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 파는 상품이 되어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개인을 통제하는 수단에 이르게 됐는데.. 서울 외곽의 위성 도시에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겸 아마추어 해커로 활동하던 주인공 ‘I’가 친구인 ‘F’의 실종 소식을 들은 뒤. F가 거대 정보 기업 ‘모듈’의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직접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박스 팩키지 제품으로 정식 출시된 작품이 아니고 한국 PC 게임 잡지 ‘게임피아’ 1998년 2월호에서 CD-ROM 게임 부록으로 제공된 작품이다.

게임 장르적으로는 ‘인터렉티브 무비’ 방식의 어드벤쳐 게임이고, 배경 및 메인 소재는 사이버 펑크+범죄 스릴러다.

한국산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은 스트리트 캅: 불상을 ㅊ자아라(1995), 모비드(1997), 황금 임파서블(1997) 등등이 나와서 기존에도 몇 작품 있었는데. 게임 내 캐릭터를 2D나 3D가 아니라 실사 배우로 넣은 것은 당시 한국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였다. (외국에서는 7번째 손님(1993), 판타즈마고리아(1995) 등의 게임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이버 펑크물로서 보자면, VR 게임, 무인 택시, 택시 요금 카드 결제, 화상 통화, 메모리 카드, 스토리지 등등. 미래 시대의 문물로 나온 것 중에 일부는 지금 현재 구현된 것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미래를 예측한 게 들어맞는 부분이 있는 게 흥미롭다.

게임 조작은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을 표방하는 만큼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고, 화면 우측 하단에 있는 4개의 구부러진 화살표를 클릭해 4방향으로 이동하는 게 기본이며, 화면상의 오브젝트를 클릭해 아이템을 얻거나, 동작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화면 우측에 게임 종료, 데이타 로드, 세이브, 인벤토리 기능을 지원하는데. 인벤토리 항목을 클릭하면 화면 하단에 아이템 목록이 뜨고. 게임 플레이 때 거기서 필요한 걸 선택하면 사용 가능하다.

중간 중간에 실사 동영상이 나오긴 하는데, 동영상 내용이 상당히 짧고, 동영상 속 인물이 대사 자체도 얼마 되지 않는다. 짤막한 대사만 하고 휙휙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배우, 성우를 기용한 게 아니라서 제작진이 직접 출현해서 연기나 대사가 되게 어색하다.

오브젝트 클릭 및 아이템 사용 빈도도 생각보다 낮은 편이다. 게임 볼륨 자체가 작아서 공략법만 알고 있다면 30분 내외로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라서 그렇다.

공략법이란 것도 사실 말이 거창한 수준일 정도로 게임 플레이가 엄청 단순하다. 심지어 게임 자체가 일직선 진행이라서 다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명확하게 나와서 길 찾기도 어렵지 않다.

이동할 수 있는 지역과 공간 자체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한 번 방문한 곳이 볼일이 끝나면 다시 방문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어지간해선 그냥 앞만 보고 나아가면 장땡인 곳이 많다.

아케이드, 퍼즐 요소가 있다는 정보가 널리 퍼졌는데. 실제로는 아케이드 요소라고 할 만한 건 극 후반부에 헬리곱터를 타고 탈출할 때 뒤쫓아 온 적기의 미사일 공격을 한 차례 피하고. 고도를 올리는 레버 조종을 할 때 딱 한 번 나오고. 퍼즐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공략 팁에 무슨 어려운 퍼즐 어쩌고 하는 건 그냥 말만 그렇게 적혀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31층에서 1층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다음. 1층에서 60층 옥상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끝이다.

게임 오버 구간은 총 2번 나오는데 첫 번째는 방송국 기자 R과 이메일 영상 통화를 했을 때. ‘R을 믿는다/믿지 않는다’ 선택지가 떴을 때 ‘믿지 않는다’를 골랐을 때. 두 번째는 헬리곱터 씬에서 적기의 유도 미사일이 쫓아올 때 타이밍에 맞춰 레버를 움직이지 않으면 격추 당하는 것이다.

둘 다 극 후반부에 나오는데. 후자는 그래도 헬리콥터에 탑승해 시동을 걸기 전에 세이브를 해놓았다면, 게임 오버 후 데이터를 로드해서 다시 그 지점에서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전자의 경우는 엔딩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게임 오버 당하는 것이라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엔딩은 텍스트 몇 줄로 퉁-치고 넘어가서 별도의 에필로그도, 동영상도 없다. 게다가 그 엔딩 텍스트 내용 자체도 작중에 던진 떡밥을 회수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서 되게 허무하다.

F의 행방을 끝내 찾지 못하고, 경찰에 체포된 H가 이후 어떻게 됐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거대 기업인 모듈사와의 대립도 되게 애매한 게, F의 행방을 쫓다가 알게 된 모듈사의 비밀이란 것이 게임상에 확실히 나오지 않고. F의 메모리 카드를 PC에 연결해 암호를 입력하면 언락되는 스토리지에서 직접 확인해야 모든 걸 알 수 있게 만들어놔서 그렇다.

즉, 메모리 카드로 스토리지를 열어보지 않으면 게임 엔딩 나올 때까지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사건의 진상이란 게 거대 기업과 범죄 조직이 결탁해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사회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인데 이게 사건 진상 파일에만 적혀 있고. 본편 스토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서 게임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본편 스토리를 요약하면 주인공이 메모리 카드 구해서 거대 기업의 정보를 빼돌려 방송국에 넘겨 폭로하는 게 끝이라서, 폭로 내용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 느낌이다.

결론은 비추천. 한국산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에 실사가 들어간 건 보기 드문 일이지만, 전문 배우가 아니라 제작진이 직접 출현해서 펼치는 발연기가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고, 게임 볼륨이 작고 플레이가 너무 단순해서 무늬만 어드벤처 게임인 데다가, 본편 스토리가 떡밥 회수를 다 하지 않고 애매하게 끝나서 완결성도 떨어져 게임 전반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무대인 서울 외곽의 위성 도시가 ‘분당’이다. 무려 분당 신도시가 배경인 것인데 작중에서는 저소득층과 외국 노동자들이 사는 빈민촌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근데 지금 분당 집값은 강남보다 더 올랐는데)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5/13 02:36 # 답글

    그래도 시도한 것 자체가 용하지 않을까요. FMV 장르 자체가 너무 예산과 기술이 크게 들어가는 장르였을 텐데, 그걸 해냈으니까요. 물론 파는 물건이 이랬다라는 건 용서가 안될 지 모르지만;; 이걸 프로토타입으로 남겨두고, 좀 더 세공해서 FMV 게임을 만들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 잠뿌리 2019/05/14 15:52 #

    삼성 전자에서 나온 게임이라 돈은 빵빵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돈이 있으니 저런 시도를 한 것이겠죠.
  • 무명병사 2019/05/13 03:34 # 답글

    아마 잡지 발매 당시에는 한두번 돌렸다가 지운 다음에 영웅전설1만 열심히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20년 뒤의 미래를 그럴싸하게 맞춘 건 돗자리 인정합니다.
  • 잠뿌리 2019/05/14 15:52 #

    같이 제공된 게임이 영웅전설 1이라서 이 게임은 영웅전설에 묻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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