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집이 없어 (2018) 2019년 웹툰



2019년에 ‘와난’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9년 5월을 기준으로 19화까지 연재된 코믹 만화. 와난 작가는 ‘어서오세요 305호에’, ‘하나(HANA)’로 잘 알려져 있다.

내용은 귀신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귀신의 집 아이라고 놀림 받고 자라나 집과 귀신 이야기라면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고해준’이 고등학생 2학년이 됐을 때 집을 나와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입학해 자취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집 없이 텐트 생활을 하던 문제아 ‘백은영’에게 전 재산이 든 지갑과 함께 어머니가 준 부적까지 도둑맞은 뒤. 본래 들어가려 했던 기숙사에는 못 들어가고, 버려진 옛날 기숙사 건물에 들어갔다가 백은영과 재회하여 기숙사 룸메이트로서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종의 이유로 돌아갈 집이 없는 고등학생 고해준과 백은영이 귀신이 출몰하는 폐 기숙사에서 같이 사는 게 메인 스토리라서 약간의 호러적인 요소가 있다.

귀신은 일단 나오긴 나오는데 생각보다 출현 분량이 적고. 오히려 폐 기숙사의 흉물스러운 소품과 음산한 배경 쪽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그것도 처음에 좀 나오지 나중에는 잘 안 나온다.

문제는 본작이 가진 고유한 요소이자, 개성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귀신 나오는 폐 기숙사에서 고딩 주인공들이 동거 아닌 동거 생활을 하는 것인데.. 이게 나중에 청소하고 사람들이 드나들어 환경이 개선되면서 폐 기숙사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해 개성이 없어진다.

결국 남는 건 돌아갈 집이 없는 고딩 주인공 2명밖에 없고. 본작의 핵심적인 스토리는 귀신 나오는 기숙사에 사는 고딩들 이야기가 아니라 집 없는 고딩들의 성장기다.

주인공이 현직 고교생인데 학교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폐 기숙사에서의 생활에 집중하고 있어서 학원물 느낌은 거의 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고해준’과 ‘백은영’의 투 탑 체제를 이루고 있는데 두 사람이 학년이 달라서 학교에서 마주칠 일이 없고. 집이라고 할 수 있는 폐 기숙사에서만 마주치니 배경이 기숙사 중심으로 나오는 거다.

서로 다른 성격과 스타일 때문에 티격태격 다투는 콤비라는 컨셉 하의 투 탑 주인공 체재를 형성하는 것에 비해, 캐릭터 간의 갈등 관계가 지나치게 상극에다가, 완전한 평행선을 그리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어서 특별히 눈에 띄는 조연도 없어서 달랑 주연 캐릭터 2명만 굴리는데도 불구하고 캐릭터 운용력이 대단히 나쁘다.

고해준은 인생이 완전 현시창에 불쌍한 캐릭터로 묘사되는 반면. 백은영은 그런 고해준의 인생을 망친 주범 중 하나로서 지나치게 어그로를 끌어 비호감의 끝을 보여주기 때문에 작품 자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게 보통, 나쁜 남자/BAD ASS/츤데레 수준이 아니라 인격파탄자 수준으로 묘사되는데. 첫 등장 때 절도를 저질러 고해준의 기숙사 라이프를 망치고. 패드립을 밥 먹듯이 날리며 급기야 살인 미수까지 저질렀는데. 양심의 가책은커녕. 본인이 싫은 소리 들었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와서 궁극의 트롤러로 나온다.

이게 작가의 말로는 좀 얄미운 캐릭터다, 욕 먹는 캐릭터라는 것 알고 있다. 라고 가볍게 퉁-치고 넘어가서, 애가 본래 비호감이지만 실은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고. 그게 다 밝혀지면 호감 캐릭터가 될 거예요. 여러분 기대하세요! 라고 작가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의도적으로 어그로를 끈 것이겠지만.. 문제는 독자의 반응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에 있다.

정확히, 이 작품을 보는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일지.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안 하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독자를 자극할 수 있을지 연구하듯이 캐릭터를 통해 어그로를 끌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모든 캐릭터가 선하고 성실할 필요는 없다. 또 그걸 강요함으로서 작가의 캐릭터 메이킹의 자유를 저해하면 안 된다.

하지만 최소한의 윤리 의식이 결여된 캐릭터에게는 정이 갈래야 정이 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어떤 사연을 품고 있던 간에 그 진정성이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나갔다.

아무리 성격 나쁜 캐릭터라고 해도, 개심의 여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서 애가 존나 나쁜 새끼지만 나중에 정신 차린다는 복선을 심어 놓고. 착한 놈과 나쁜 놈 사이의 밀고 당기기가 있어야 하는데.. 당기는 것 없이 계속 밀어내기만 하니, 작가가 완전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캐릭터를 막 굴리고 있다.

백은영이 사연 있는 캐릭터라는 떡밥은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던져지기는 하나, 이미 독자는 고해준에게 감정을 몰입하지. 백은영에게 몰입하지 않는다.

작중에 고해준이 백은영에게 반격을 하는 씬을 보면, 고해준도 분명 과하게 나갈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그 부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고해준의 반격을 사이다로 여기며 아무도 백은영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걸 보면, 차후에 백은영의 과거가 다 드러나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자기연민적인 캐릭터가 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댓글란에 매 회마다 독자들이 백은영 욕하고 비난하는 글이 괜히 베스트 댓글로 올라가는 게 아니다.

캐릭터 간의 갈등 관계와 캐릭터 메이킹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화해를 해서 캐릭터 간의 갈등이 해결되고 정신적 성장을 하겠지만, 그 미래에 대한 기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가 비호감인 상황이라서 총체적 난국이다.

이걸 해결하려면 백은영이 사연 있는 캐릭터라고 해도 그걸 포장하지 말고, 고해준이 백은영을 제대로 된 사람 만드는데 도와주는 전개로 이어지는 것 밖에 없다고 본다. (이건 뭐 늑대한테 길러진 늑대 아이한테 인간의 언어와 사회적 상식을 가르치는 수준이랄까)

작화는 이전 작에 비해서 크게 발전한 건 없는데 스타일 자체는 좀 달라졌다.

고해준의 현시창 설정과 백은영과의 신경전, 싸움이 밥먹듯이 벌어져 분위기가 살벌하고 배경과 줄거리에 귀신, 폐가, 부적 같은 게 나오는 만큼 벌건 대낮보다 밤 배경이 많이 나와서 ‘어서오세요, 305호에!’와 비교하면 거의 라이트 사이드와 다크 사이드 수준이고. ‘하나(HANA)’랑 비교해도 작화의 톤이 너무 어둡다.

개그가 간간히 나와도 어떻게 분위기 쇄신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두운데. 이게 작가의 이전 작과 차이가 많아서 긍정적으로 보자면, 작가가 이전 스타일에서 탈피해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결론은 비추천. 작가의 이전 작에 비해 스토리와 작화가 어두워서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귀신 나오는 폐 기숙사란 배경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달랑 2명뿐인 주역 캐릭터를 한쪽은 완전 불쌍하게 묘사하는데 다른 한쪽은 지나치게 악하게 묘사해서 밸런스가 붕괴되어 캐릭터 자체의 성장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뚝뚝 떨어지게 만든 작품이다.


덧글

  • dex 2019/05/10 09:56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웹툰이 어서오세요 305호에인데요.
    집이없어는 조금 보다 포기했네요.
  • 잠뿌리 2019/05/11 16:06 #

    캐릭터 어그로가 너무 심해서 보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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