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파워 몬스터(2000)




2000년에 ‘ID 소프트웨어’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만든 아케이드 게임.

내용은 파워 몬스터를 조종해 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대충 줄거리에 그렇게 적어놨지만, 실제로는 본편 스토리도 없고. 캐릭터 설정도, 설명도 전혀 없다.

단지, 게임의 주요 목표가 스테이지 어딘가에 있는 집을 골인 지점으로 삼아서 그곳을 찾아가는 것이라 줄거리로 적은 것이다.

본작은 닌텐도의 포켓 몬스터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약간 다르다.

일단,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게 기본적으로 특정한 게임을 베낀 짝퉁 게임을 지칭하는데. 이게 캐릭터, 디자인뿐만이 아니라 게임 자체를 베낀 것인 반면. 이 작품은 캐릭터는 분명 포켓몬스터를 베꼈고. 게임 팩키지 일러스트는 아예 베낀 수준이 아니라 포켓 몬스터 그림을 복사+붙여넣기 했는데, 캐릭터를 떠나서 게임만 보면 오리지날이다.

물론 이건 좋은 의미의 오리지날이 아니다. 게임 자체가 너무 해괴해서 이것과 비슷한 게임을 찾을 수 없는 것 뿐이다. 바꿔 말해 이렇게 이상하고, 또 못 만든 게임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다.

게임 조작 키는 화살표 방향키 ←,→(좌우 이동). ↑(공중 부양), ↓(돌진 박치기), CTRL키 or Z키(점프), SPACE BAR or X키(총알 발사)다.

기본적인 공격이 총알인데 이게 정면으로 쏘는 게 아니라 포물선을 그리며 나가는 총알이라서, 그 스타일이나 센스가 완전 90년대 DOS 게임스럽다.

공중부양은 문자 그대로 허공에 떠올라 비행하는 것인데 기력 게이지를 소모한다. 언뜻 보면 ‘별의 카비’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중력의 개념이 없어서 기력 게이지가 있는 한 계속 공중에 떠오른 상태라서 풍선 같은 느낌을 준다.

돌진 박치기는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돌진하는 것인데 이게 분명 공격 판정이 있는데. 무적기가 아니라서 적이 공격하고 있을 때 돌진 박치기를 가하면 오히려 무방비 상태로 적의 공격을 받게 된다.

언뜻 보면 전혀 쓸모없는 기술 같은데, 기본 총탄이 포물선 방향으로 나가는 관계로 바로 코앞에 있는 적도 공격할 수 없어서 울며겨자먹기로 박치기를 써야 한다.

하지만 결국 총알이 됐든, 박치기가 됐든. 공격 기술이 달랑 2개 있는 게 판정도 나쁘고, 사거리도 짧고, 심지어 위력도 낮아서 안 쓰는 것만 못하다.

그 때문에 게임 플레이가 적을 차근차근 없애면서 골인 지점을 찾아 이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적을 무시하고 최대한 피해 다니면서 골인 지점을 찾는 게 기본이 됐다.

맵 디자인은 배경과 구조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똑같고 아무리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도 바뀌지 않는다. 적 몬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바뀌는 건 맵의 구조 정도인데. 이 맵 구조가 좀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 이유도 없이 맵의 상하 높이가 너무 큰 차이가 나서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떨어져 내리다가 한참 후에 바닥에 착지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게 어떤 느낌인지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50층짜리 탑 A에서 탑 B 구역으로 넘어가려면 50층 꼭대기에서 1층까지 낙하한 다음. 1층 바닥에서 탑 B 구역으로 넘어가 B구역의 1층부터 50층까지 다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인 거다.

높이 차이가 큰 만큼 중간에 걸리는 발판이나 벽에 걸리는 구간도 많고. 적이 공격하는 와중에 낙하하면서 그 공격 범위를 스치고 지나가면 체력이 초스피드로 깎이는 것 등등. 이동 및 피격 판정이 거지같은 걸 넘어서 불합리한 수준이다.

체력이 다 떨어져 죽으면 천사의 날개를 단 파워 몬스터가 화면 위 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이것도 진짜 예스럽다. (무슨 ‘원더보이 인 몬스터 월드’나 ‘프리히스토리크(선사시대)’ 플레이하는 줄 알았네)

그밖에 타이틀 화면에는 ‘이어서 하기’가 분명 있지만 실제로 컨티뉴를 지원하지 않고. 또 중간 세이브 기능과 플레그가 일절 없어서 골인 지점 코앞까지 갔다가 죽으면 중간부터 다시 하는 게 아니라 스테이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게임 인터페이스가 진짜 완전 옛날 게임 스타일인 것이다.

배경 음악하고 효과음도 있긴 한데 이건 더 괴상하다. 일단 겉포장은 귀여운 캐릭터의 액션물을 표방하고 있는데 배경 음악은 되게 묵직하고 강렬해서 쿵쿵거리며 북치는 소리가 울려서 하드고어 액션 게임 느낌 난다.

설상가상으로 적 몬스터 죽을 때 ‘끄억!’하고 사람 비명 소리 질러서 제작진 센스가 상상을 초월한다.

정말 놀랍게도 나은 점이 몇 개 있기는 하다. 우선 체력/기력 회복 아이템 배치율이 생각보다 멀쩡한 편이고. 기본 점프가 꽤 높게 뛰고, 발을 딛고 뛰는 점프 발판이 상당수 존재해서 공중부양을 쓸 수 없을 때 점프로 대체할 수 있다.

결론은 미묘. 유명 게임 프렌차이즈을 베껴서 만든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그 베낀 사실 자체가 낯뜨겁지만.. 90년대 옛날 게임 스타일의 조작감, 게임 인터페이스, 비상식적인 맵 구조 등등. 베낀 것 이전에 게임 자체가 너무 이상하고 못 만들어서 오히려 한국 게임사에 족적을 남길 만한 괴작이다.

‘게임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 라는 반면교사 수준을 넘어서, ‘진짜 사람이 이렇게까지 게임을 못 만들 수 있는가?’라는 느낌이다.

이 작품의 존재 의의는 포켓몬스터 원작자들/게임 스텝들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드는 용이거나, 포켓몬스터에 중독된 어린 아이들에게 이 게임을 플레이시켜 충격 요법을 주는 것 정도 밖에 없다.

반대로 아빠 내지는 삼촌. 피카츄 나오는 그거 사다줘. 라고 자식이나 조카가 부탁했을 때. 이거 사다 주면 진짜 사탄한테 개인 교습해도 된다.

여담이지만 놀랍게도 이 게임은 아직도 판매 중에 있다. 정확히는, 파워 몬스터 1,2,3 합본이라고 해서 그동안 나온 파워 몬스터 시리즈 3개를 합친 컴플리트팩을 쥬얼 CD로 판매하고 있다.

근데 시리즈 2탄은 파워 몬스터 2가 아니라 파워 몬스터 플러스다. 즉, 파워 몬스터+파워 몬스터 플러스+파워 몬스터 3의 합본 구성이다. (파워 몬스터 플러스는 2001년, 파워 몬스터 3는 2003년에 출시됐다)

덧붙여 일본에서도 판매됐다. 정식 수출된 것이라기보다는, 일본의 서양 게임 전문점에서 쥬얼 CD 합본판을 판매한 것이다. 관련 기사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무려 가격이 2000엔이었다!


덧글

  • 레이븐가드 2019/05/08 00:05 # 답글

    정말 끔찍한 혼종이군요;;
  • 잠뿌리 2019/05/08 11:38 #

    중국에서조차 나오지 않을 법한 혼종이었죠.
  • 가가린 2019/07/08 19:23 # 삭제 답글

    뻔하죠뭐 ㅋㅋ 다른게임으로 개발중이다가 급하게 스킨만 바꿔서 내놓은.,
  • 잠뿌리 2019/07/09 11:14 #

    게임 자체가 워낙 망작이라 스킨을 바꾸지 않은 오리지날이었어도 폭망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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