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붉은매 (1998)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3년에 소주완 작가가 글, 지상월 작가가 그림을 맡아 소년 챔프에서 연재됐던 동명의 무협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서, 1998년에 ST 엔터테인먼트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 ST 엔터테인먼트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1994)’를 발매한 ‘소프트라이’가 사명을 바꾼 곳이고, 이 작품을 끝으로 사라졌다.

내용은 동백꽃단에 소속되어 있던 정천, 묵룡 형제가 모함을 받고 마을에서 쫓겨나던 중, 화룡과 추룡의 추격을 받아 묵룡의 희생으로 정천 혼자 탈출에 성공한 뒤. 형의 복수를 위해 무공을 배워 강해지려고 중원 무림을 돌아다니는 이야기다.

게임 조작 키는 키보드 화살표 방향키 상하좌우 이동, SPACE BAR(필드 맵에서 지도 켜기), ESC키(메뉴창 열기), ENTER키(커맨드 실행 및 대화), SHIFT키(홀드 상태 일 때 달리기)다.

포인세티아가 2D로 나온 파이날 판타지 4를 모방한 게임이라면, 본작은 3D로 나온 파이날 판타지 7을 모방한 게임이다.

필드맵이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의 3D 맵 스타일인데. 이동 키가 상하좌우 4방향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이동 자체는 전진, 후진의 상하 키만 지원하고. 정면 시점을 좌우 키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마을 안에서는 상하좌우 4방향 이동 키를 온전히 지원한다. 그리고 마을 안에서는 기본 이동 속도가 너무 느린 관계로 달리기는 필수다.

마을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은 도구 상점, 사당(세이브 기능 지원), 무도관. 주점 2층(여관 기능) 등이 있다.

로드는 아무 때나 할 수 있지만, 세이브는 오직 마을 안 법당에서 스님에게 말을 걸어야 가능하다. 법당 자체가 없는 마을도 나오는데 그때는 스님이 유동 NPC가 되어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그때 말을 걸어서 세이브할 수 있다.

도구점에서는 체력(HP) 회복, 기력(SP) 회복, 공격 효과가 있는 소비형 아이템을 판매하는데. 무기/방어구 같은 장비 아이템은 아예 없다.

장비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라서 캐릭터의 순수 능력치인 ‘체력/공격력/방어력/지력/민첩성/내공력’은 오직 레벨업을 해야 올라간다.

‘무공’은 마법의 대체제로 SP를 소모해서 사용하는 기술로 능력치 중 지력은 무공의 위력. 내공력은 SP 최대치로 치환된다.

필살기는 전투 도중 적에게 공격 받고 데미지를 입을 때 그 피해량에 따라 축적되는 TP 게이지가 꽉 찼을 때 사용하는 문자 그대로의 필살기로. 파이날 판타지 7의 리미트 브레이크다.

무도관에서는 신체 단련/무공 or 필살기 연마를 할 수 있는데. 신체 단련은 레벨업을 했을 때 얻는 보너스 수치를 소비해서 머리/몸통/팔/다리의 4군데를 단련하여 해당 부위의 수치를 상승시켜서, 필살기 연마로 이어진다.

무공 or 필살기 연마는 기본적으로 돈을 주고 기술을 배우는 것인데, 돈을 쓰기 이전에 무공을 익히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신체 부위별 단련 수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A 무공/A 필살기를 배우는 조건이 머리/몸통/팔/다리 부위 각각의 단련도 평균 10 이상과 돈 1000. 이런 식이다.

거기다 이게 캐릭터 자체의 레벨이 올라가야 무공/필살기 배울 수 있는 게 해금되는 방식이라. 결과적으로 ‘레벨/신체 단련 수치/돈’이 다 필요하다.

최대 레벨이 30 밖에 안 돼서 다소 낮은 편이다.

전투 때는 기본적으로 ‘공격’, ‘방어’ 커맨드가 뜨고, 여기서 공격 커맨드에서 ←를 누르면 무공. →를 누르면 필살기. 방어 커맨드에서 ←를 누르면 아이템, →를 누르면 도망이다. 그냥 일렬로 정리하면 됐을 텐데 왜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전투 때의 카메라 시점은 캐릭터 움직임에 따라 자동 이동하는데, F9키를 눌러서 카메라 모드를 수동 조정할 수도 있다.

전투 승리 후에는 경험치와 돈 밖에 안 들어오고 아이템 드랍은 일절 없다. 경험치, 돈이라도 왕창 들어오면 또 모르겠는데 실제로 들어오는 양이 너무 적어서 능력치 상승 방법이 레벨 노가다 밖에 없는 것에 비해 노가다 보상이 너무 인색해서 레벨 디자인이 거지같다.

파티 멤버는 정천, 주발, 홍령 등 셋이 전부다. 주발은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지만 게임판에서 정천과 첫 만남 후 첫 번째 동료가 되어 끝까지 함께 해서 비중이 상승했고. 홍령은 협객 붉은매 극장판 애니메이션(1995)에 등장한 캐릭터를 가져다 썼다.

작중 금속도예공의 딸이라 아버지가 비운의 죽음을 당해서 진실을 알기 위해 정천 일행에 합류한 캐릭터로 애니메이션판의 설정을 일부 가지고 왔지만. 애니메이션 원작에서 정천을 좋아하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령령하고 같은 여자로서 친구 먹어서 사이가 좋았던 묘사가 게임판에서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본작은 주인공 파티 멤버들끼리의 회화 이벤트가 거의 없어서 너나 할 것 없이 캐릭터 전원이 자기 개성이나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정천조차도 붉은매로서의 설정을 전혀 가지고 오지 못해서 원작을 모르고 게임만 하면 이 어디가 붉은매냐고 반문할 수 있을 정도다.

전투 멤버로서의 관점에서 보면 정천, 주발은 공격 위주의 어태커, 홍련은 버프/디버프/힐링 기술을 사용하는 힐러 스타일이다.

홍련의 경우 캐릭터 설계가 이상해서, 무공은 치유계인데 필살기가 버프/디버프의 보조 계열이라서 일단 무조건 맞아서 TP 게이지를 꽉 채워야 보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 효율이 나쁘다.

의외인 건 치유 마법의 탈을 쓴 공격 마법인 ‘반생법’인데 이게 적의 HP를 흡수해서 아군의 HP를 올려주는 것으로 판타지 마법으로 치면 ‘에너지 드레인’인데 보스한테도 잘 통해서 상당히 강력하다.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만화 원작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원작 구현율이 상당히 떨어져서 거의 독립적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붉은매 원작에서는 정천이 협객 붉은매로서 활약하는 것으로 시작해 대대붕과 싸우는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는 반면. 게임판인 본작에서는 정천이 붉은매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정천이 본명 그대로 나와서 주발, 홍령을 동료로 삼아서 여행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대대붕과 맞서 싸우는 스토리가 됐다.

원작 1권에 나온 삿갓 형제와 거미인간 류 등이 게임판에서는 후반부에 나오는 중간 보스들이 됐다. 원작 1권 내용이 게임판에서는 후반부의 스토리가 된 것이다.

정천이 자기 정체를 숨기는 원작의 설정이 사라진 관계로 게임상에서는 가짜 붉은매는 나오는데. 정작 진짜 붉은매인 정천은 가면을 쓰지 않는다.

원작에 없던 머리 둘 달린 쌍두룡과의 싸움이 나와서 무협 게임인지, 판타지 게임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생긴다. (캐릭터 이름에 용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진짜 용, 드래곤이다!)

원작 만화가 한창 연재되던 때 게임화된 것이라서 스토리도 어중간하게 끝내서 완결성이 떨어진다. 정확히, 원작 만화 14권에서 대대붕을 쓰러트린 시점에서 게임판 스토리도 끝나고. 이후에는 비학천류엽 무공 연마에 힘쓴다는 내용으로 끝나서 원작 만화 14권 이후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았다. (참고로 원작 만화는 1부가 26권으로 완결됐고 2부까지 나왔었다)

그 때문에 작중에 던져진 떡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다. 정천의 형 묵룡의 생사가 밝혀진 것도, 형의 복수를 완수한 것도, 형제를 모함한 사건의 흑막이 밝혀진 것도 아니다.

그냥 라스트 보스 쳐 잡고 ‘우리 주인공 뒤질 뻔 한 거 간신히 살아서 강해지기 위해 무공 수련하러 갔어여.’ 이렇게 끝나니 총체적 난국이다.

게임 플레이 중간중간에 노인의 복주머니 찾아주기와 장로의 도움 요청(산적 토벌) 등의 소소한 이벤트가 발생하기는 하는데. 대부분 보상이 없고 그냥 고맙다는 말만 듣는 것 정도이며, 특정 이벤트에서는 사건을 해결했을 때 사례금을 받으면 정보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전반적인 이벤트 설계가 안 좋다.

잊을 만 하면 3D 동영상 이벤트가 뜨문뜨문 나오는데. 퀼리티는 다소 낮은 편이다. 특히 SD 캐릭터 모델링이 매우 좋지 않다.

결론은 비추천. 게임 시스템이 파이날 판타지 7을 모방해서 독창성 없고, 무협 게임이라서 기존 RPG 게임의 마법을 무공으로 치환한 것은 나쁘지 않았으나, 무기/방어구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능력치 상승은 레벨 노가다 밖에 방법이 없는데 레벨 디자인이 거지같아서 게임 환경이 너무 열악하며, 서브 이벤트도 아무 의미가 없어서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데다가, 만화 원작 게임인데 원작 구현율이 낮고 게임판 오리지날 스토리가 재미있는 것도 아니라서, 단순히 만화 원작의 인기에 편승하려고 대충 만들어진 게임 중 하나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이달의 우수 게임’ 1998년 4분기 수상작이다.


덧글

  • 무명병사 2019/05/05 18:18 # 답글

    저런 물건들이 이달의 우수게임 같은 걸 받았으니 우리나라 패키지 게임계가(한숨)
  • 잠뿌리 2019/05/05 20:36 #

    이달의 우수 게임이 신뢰가 가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게임이 많이 선정됐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9/05/05 19:04 # 답글

    으악....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시는 군요. 당시 국산 패키지 게임계의 또다른 민낯을 들추는 것은 좋지 않은 행위 입ㄴ...
  • 잠뿌리 2019/05/05 20:36 #

    국산 패키지 게임계가 괜히 망한 게 아니란 걸 알려주는 게임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젠카 2019/05/05 19:33 # 답글

    홍령은 게임 오리지널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판 오리지널 캐릭터를 빌려온 거네요. 이름과 외모, 설정이 거의 같습니다.
  • 잠뿌리 2019/05/05 20:37 #

    그러고 보니 극장판을 잠시 잊고 있었네요. 극장판 캐릭터 맞는 것 같습니다. 극장판에서는 정천을 좋아해서 령령하고 삼각관계를 이루지만, 또 령령하고도 사이가 좋은 캐릭터로 나왔었는데 게임에서는 령령이 후반부에 등장해서 홍령과 접점이 없고. 홍령이 정천을 좋아하는 묘사도 전무해서 잊고 있었습니다.
  • 진주여 2019/05/06 08:08 # 답글

    이거라도 엣날에는 재미있게 했죠.
    잡지 번들로 받아서 플레이했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 잠뿌리 2019/05/08 11:34 #

    저도 잡지 번들 한창 모으던 시절에 이 게임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 휴메 2019/05/06 12:34 # 답글

    이 게임을 다시 보게 되는 날이 올줄이야...
    원작이 좋아서 게임도 그 시절엔 재밌었죠..
  • 잠뿌리 2019/05/08 11:34 #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나온 게임이라 원작 의존도가 높았죠.
  • 먹통XKim 2019/05/06 19:56 # 답글

    이걸 정품으로 사서 해보고

    포인세티아 2구나 시바르
  • 잠뿌리 2019/05/08 11:34 #

    어스토니시아 이후의 소프트라이 게임은 믿고 하면 안 되는 게임이 되어 버렸죠.
  • 먹통XKim 2019/05/13 00:06 # 답글

    그나마 범작 수준 정도 하던 게 마이 프랜드 쿠
  • 잠뿌리 2019/05/13 02:30 #

    마이 프랜드 쿠도 광고 많이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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