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차왕 엄복동 (2019) 2019년 개봉 영화




2019년에 ‘김유성’ 감독이 만든 스포츠 영화. 과거 월드 스타였던 가수 ‘비(정지훈)’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일제강점기 시대 때 일제가 조선에 대한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조선자전차경기대회를 열어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독립 운동가 ‘황재호’가 민중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자전차 대회에 우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시골 청년 ‘엄복동’이 도시로 상경해 우여곡절 끝에 자전차 선수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일제 강점기 시대 때 실존한 인물로 자전차 대회에 우승하여 자전차왕의 칭호를 얻었지만, 말년에 자전거 도둑으로 전락했던 ‘엄복동’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줄거리, 소재, 인물만 보면 자전차 대회가 핵심적인 내용인 스포츠물이 되었어야 했는데, 정작 본편 스토리는 자전차 대회와 독립투사들의 독립운동으로 양분하고 있어 영화의 기본 스탠스가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항일 영화가 됐다.

보통,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자전거 대회에 온전히 집중해서 스포츠를 통한 항일 운동을 전개하는 게 맞을 텐데. 실제로는 자전차 대회와 독립 운동을 별개로 놓고 한쪽에서는 자전거 타는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독립운동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전차 파트는 자전거를 탄 이후로 밤하늘에 자전거 별자리까지 상상해서 볼 정도로 순박한 시골 청년 엄복동이 도시로 상경해 자전차 선수가 되는 과정을 그렸고 여기에 코미디와 로맨스 요소도 들어가 있는데.. 독립 운동 파트는 일제의 악랄한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독립 투사들의 비장한 최후를 그리고 있어 엄청 진지하고 어둡기 때문에 자전차 파트와 전혀 맞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전차 파트는 아동 영화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유치한데, 독립 운동 파트는 반대로 엄격, 근엄, 진지해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는 거다.

스포츠도 하고 싶고, 코미디도 하고 싶고, 로맨스도 하고 싶고, 항일 액션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쑤셔 넣었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두 파트의 상성이 맞지 않는 것과는 또 별개로 기본적인 이야기 자체가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져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땅에 떨어진다.

‘이범수’가 배역을 맡은 ‘황재호’의 존재가 스토리의 개연성 떨어지는 걸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밤 중의 내기 자전차 레이스 때 결승선에 갑자기 툭 튀어나오거나, 독립 운동가 동료들의 죽음에 오열하는데 일본 경찰에게 아무런 의심도, 조사도 받지 않은 것, 클라이막스 때 뜬금없이 엄복동 저격을 노리는 일본 순사 앞에 불쑥 나타나 암살을 저지하는 것 등등. 아무런 맥락도 없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중요한 역할은 혼자 다 맡으니 캐릭터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편애가 심하다.

그 황재호와 더불어 주인공 엄복동은 캐릭터 운용적인 부분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실제 역사에서 엄복동은 자전차 대회 우승자는 맞는데 말년에 자전거 수십 대를 훔쳐다 팔아먹은 자전거 도둑이 되어서 절대 미화할 인물이 아닌데 본작에서는 진짜 밑도 끝도 없이 미화시켜 항일 운동의 봉화를 올린 항일투사로 묘사하고 있다.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현실에서 범죄자인 인물을 민족 영웅으로 묘사하는 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고, 그걸 떠나서 봐도 본편 스토리의 모든 스포라이트를 엄복동 한 개인에 집중하고 있어서 다른 캐릭터가 전혀 조명 받지 못하는 건 문제가 크다.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네임드 혹은 인기 배우를 주인공으로 기용하면 그쪽에 올인하는 것이다.

본편에 나오는 자전차 대회는 개인전이 아니라 팀전인데도 불구하고 엄복동의 동료들은 완전 공기 비중이라서 배경 인물 신세를 면치 못하고, ‘모리시타’와 ‘카츠라’ 같은 일본 선수와 라이벌 구도를 제대로 이루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가족 캐릭터조차 활용하지 못했다.

엄복동의 동생인 ‘엄귀동’은 형과 달리 아버지 ‘엄선양’의 애정과 기대를 듬뿍 받고 있지만 형에게 자전거를 사주어 자전거와의 인연을 만들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중에 죽음을 맞이했을 때 친가족이 그가 죽은 사실을 영화 끝까지 아무도 몰라서 개죽음 당한 것으로 나오고. 아버지에게 자천자 선수로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엄복동의 심정이 작중에 분명히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그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가 막판에 가서 신문 보고 갈등이 해결되는 건 완전 급조된 결말로 ‘있었는데, 없었습니다’라는 수준으로 스킵하고 넘어간 수준이라 가족 캐릭터들의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

캐릭터 밸런스와 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엄복동에, 엄복동에 의한, 엄복동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시나리오를 써내서 오직 엄복동만을 집중 조명하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의 존재감이 싹 다 죽어 버린다.

캐릭터 운용의 관점에서 엄복동이 블랙홀이 되어 모든 걸 빨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엄복동 이외에는 불필요한 캐릭터가 많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좀 활약을 하는 황재호도 결국 자전차 선수로서의 엄복동에게 있어 선생이자 멘토, 구도자 역할이라서 그런 것이라 엄복동의 사이드 킥 수준이다.

엄복동이 여성 독립 운동가랑 썸 타다가, 대오각성하여 자전차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하여 항일 투사로 최종진화하여 항일 운동의 시초가 되는 것으로 묘사되는 클라이막스 씬은 엄복동 밀어주기의 절정에 달한다.

관중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엄복동을 지켜라!’ 이러면서 몸으로 막아서는데. 갑자기 일본 경찰들이 일제 사격을 가해 사람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가운데도, 엄복동만은 계속 가오 잡은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이에 사람들이 애국가를 합창하니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미친 듯한 신파극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 본편에 들어간 CG 촬영 부분이 너무 조잡하고 엉성해서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는 것만 못하고. 줄거리와 소재, 주인공을 놓고 보면 가장 중요하고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자전차 대회의 묘사 수준이 너무 떨어져 속도감과 긴장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서 비주얼적인 부분도 허접함의 끝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 못 만들어도 삼일절에 맞춰서 개봉해서 반일을 통한 애국 감정에 호소하면서 신파극으로 어필하면 사람들이 봐줄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지금 현대의 관객들이 거기에 넘어갈 정도로 수준이 낮지 않다. (본작은 본래 2017년에 제작됐지만 2019년 개봉한 창고 영화로 실제 개봉일은 2019년 2월 27일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패착은 관객의 수준을 너무 무시한 게 아닐까 싶다.

결론은 비추천. 주인공의 스포라이트 독식으로 인한 블랙홀화 현상으로 다른 캐릭터의 존재 의의가 없어져 캐릭터 운용에 실패. 개연성 없는 스토리. 자전차 대회와 독립운동이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소재 조합, 로맨스, 코미디, 스포츠, 총기 액션, 신파극 등 되도 않는 거 어거지로 다 쑤셔 넣은 태그의 과용, 제작비 대비 허접한 CG, 부실한 자전차 경주 묘사, 애국 감성 강요의 끝을 달리는 과잉 신파극 등등. 돈만 많이 쓰고 못 만든 영화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재앙의 흉작. 2019년 개봉 영화 중에 최악 중에 최악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2017년에 김수현 주연의 ‘리얼’을 봤을 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과 동급인 CJ의 재앙으로 우주대폭망작이란 표현을 쓴 바 있는데. 불과 2년만에 그 기록을 갱신할 만한 작품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리얼이 우주대폭망작이라면 자전차왕 엄복동은 우주신성폭발작이다.

리얼이 이상하면서 못 만든 정신 나간 영화라면, 자전차왕 엄복동은 ‘이상함’은 없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못 만든 영화라서 망작 특유의 일반인의 상식과 개념의 허를 찌르는 괴상함조차 없어서 허무한 웃음을 지으며 볼만한 맛조차 없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최종 관객수는 약 17만명이다. 제작비가 150억원이나 든 작품이라서 손익 분기점이 400만명이었기 때문에 제작비 대비 관객 수로 한국 영화사에서 기록적인 흥행 참패를 거두었다.

덧붙여 이 작품은 영화 투자사로부터 영화 촬영 과정에서 간섭을 많이 받아 김유성 감독이 한 번 하차를 하고, 배우인 이범수가 감독 역할을 맡아서 촬영을 이어 나가 ‘자문감독’이라는 유례없는 말까지 나왔다가, 김유성 감독이 복귀하여 나머지 부분을 만들어 영화 제작 과정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추가로 본작에서 엄복동 배역을 맡은 정지훈은 영화 개존 전에 시사회에서 혹평이 나오자,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영화가 별로일 수 있지만 밤낮으로 고민하고 연기했고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며 엄복동 하나만 기억해 달라는 자조적인 글을 남겼다가 논란을 빚었다.


덧글

  • 리아 2019/03/30 18:34 # 삭제 답글

    이범수는 어째 선택하는 영화마다 이상한것만 고르네요. 요즘 영화계서 밀어주는 누군가가 있나...
  • 잠뿌리 2019/03/30 23:56 #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등 드라마 주연일 때는 좋았는데 영화 필모그래피는 안 좋은 것 같습니다.
  • 레이븐가드 2019/03/30 19:59 # 답글

    삼일절 백주년이 될 때까지 기다렸군요

    도저히 답이 없으니 백주년 마케팅에라도 기대려고ㅡㅡ;
  • 잠뿌리 2019/03/30 23:57 #

    2017년 영화인데 2년 동안 창고에서 보관하다가 삼일절 맞춰서 개봉한 게 너무 꼼수였죠.
  • AAA 2019/03/30 21:17 # 삭제 답글

    대놓고 부실해서 놀랐습니다.
    그냥 폐기하지 왜...
  • 잠뿌리 2019/03/30 23:57 #

    150억 다 어디다 썼는지 의문이 갈 정도의 부실함이었습니다.
  • 無碍子 2019/03/30 22:28 # 답글

    이분은 말년에 자전차도적질을 하신게아니라 1926년에 처벌받은기록이있어요.
  • 잠뿌리 2019/03/31 00:00 #

    1926년 뿐만이 아니라 61살이 된 1950년에도 동아일보에 실린 절도 사건 기록이 있습니다. 26년에 처벌 받은 기사도 동아일보에 실린 기록이죠. 다만 1950년에 저지른 자전거 절도는 담당 검사가 엄복동의 과거와 현재 사정에 동정이 드는 부분이 있다고 기소유예로 석방되었다고 하죠.
  • dex 2019/03/31 20:53 # 삭제 답글

    다른 것 다 빼고,
    자전거 타는 모습부터 긴장감이 1도 없습니다.
    막 가속할 때 자전거 패달 밟으면서 좌우로 흔들리거나 하는 것도 없고,
    마치 헬스클럽에서 고정된 자전거 기구에서 패달밟는 모습같아요.
  • 잠뿌리 2019/04/01 18:54 #

    자전거 대회 묘사가 너무 허접했죠. 일체의 기술 없이 그냥 근력으로만 자전거 타는 느낌이라 헬스장 기구 느낌 나는 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 먹통XKim 2019/04/03 22:17 # 답글

    이걸 보느니 자전거 액션물로 길이 남을 퀵 실버를 다시 보겠습니다
  • 잠뿌리 2019/04/04 01:28 #

    이 작품은 자전거 대회 묘사가 너무 꽝이라서 자전거 테마라면 다른 작품을 보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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