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상사 (2018) 2019년 웹툰




2013년에 ‘네온비’ 작가가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한 성인용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2018년에 ‘백종석’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바로 IP TV 및 디지털 케이블 TV로 서비스됐다.

내용은 아는 동생 ‘김민’ 때문에 사채 빚을 뒤집어쓰고 호스트로 일하다가 성노예가 됐던 과거를 숨긴 ‘권승규’가 엘리트 회사원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던 중, 현재 일하는 회사에 김민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오르고, 복수심에 불타올라 김민이 짝사랑하는 ‘채영조’를 빼앗으려고 그녀에게 접근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웹툰 원작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재를 해서 전 58화로 완결됐는데, 애니메이션은 총 러닝 타임이 엔딩 스텝롤을 제외하면 약 1시간 40분 정도 돼서, 그 100분 내에 완결까지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 때문에 원작의 조연 캐릭터는 단역 수준으로 비중이 내려가고 단역 캐릭터는 배경 인물로만 나오거나, 아예 등장하지 못한 인물들도 있다.

원작에서 나름대로 비중이 있었던 ‘주세연’과 ‘루미나’가 이에 해당하는데. 이 둘은 단순히 권승규와 배드씬을 찍는 것 이외에는 스토리 기여도가 전무해서 정말 아무 것도 없다.

원작의 주연 4인방 중 ‘백혜미’조차 과거를 다루지 않고 현재만 다루면서 캐릭터가 맞이한 결말도 원작과 다르게 축약 처리해서 주연에서 조연으로 격하됐다.

그래서 사실상 권승규x채영조x김민의 3인방을 중심으로 한 치정극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채영조를 사이에 두고 권승규와 김민이 대립하는 게 메인 스토리인 것이다.

단순하게 김민이 존나 나쁜 놈이고. 권승규는 피해자이자 복수자이며, 채영조는 둘 사이에 끼어 있는데 권승규랑 눈이 맞아 진짜 커플이 됐는데. 김민이 깽판친다는 걸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셋을 뺀 나머지 인물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그 셋의 치정극을 위한 제물로 바쳐진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수준이라서 캐릭터 운용이 나쁘다. 원작을 미리 접한 사람이 볼 때는 그 부분에 아쉬움을 느낄 만 하다.

후반부의 전개가 각색되어 작중 캐릭터가 맞이한 결말도 다르다. 남녀 주인공인 권승규, 채영조는 원작의 결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비해. 김민, 백혜미, 민실상, 리오는 원작과 다른 결말을 맞이해서 좀 이질감을 들게 한다.

애니메이션판의 각색된 내용은 원작의 팬이 볼 때 아쉽거나 미묘하게 느껴질 만한 구석이 있는데. 사실 애니메이션판의 진짜 문제는 각색된 내용이 아니라 연출에 있다.

본편 스토리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차츰차츰 진행되는 게 아니라 무슨 동영상 스킵 하듯 후다닥 지나가면서, 캐릭터의 감정이 아닌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데 여기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부각시키기 위해 가사 들어간 보컬곡을 밑도 끝도 없이 집어넣어 억지로 감성을 강요하고 있다.

보컬곡이 총 7개나 들어갔고 엔딩곡을 제외하면 본편 내에 6곡이 재생된다. 남녀 주인공이 존나 사랑하고 있고. 존나 애틋한 관계란 걸 보컬곡으로 미칠 듯이 어필하고 있는 거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노래를 딱 넣은 게 아니고, 기회가 되는 족족 노래를 쑤셔 넣은 느낌이다. 완전 무슨 전국 발라드 노래자랑이 따로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애니메이션 감성이 아니라 뮤직 비디오 감성이다.

본작 자체가 애니메이션보다 실사 드라마나 영화 같은 감각으로 만들었다는 걸 방증하는 부분이다. 드라마라면 로맨스씬에서 보컬곡 넣어서 분위기 잡는 게 일상다반사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걸 접하면 위화감이 든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는 만화와 실사의 비주얼 차이 이전에 연출 방식 다르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해준다.

더빙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전문성우를 기용해서 더빙 퀼리티 자체는 무난한데. 배드씬의 신음 연기는 안 넣은 것만 못한 수준으로 어색하게 다가온다.

이게 한국은 일본과 다르게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불모지에 가까울 정도로 해당 작품이 거의 나오지 않았고, 본작의 더빙에 참여한 성우들도 아동용 애니메이션 더빙판에서 쭉 활동을 해왔기에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출현한 건 이번에 처음이라서 근본적인 이질감이 있다.

애초에 베드씬 자체도 비중이 낮고. 각각의 씬 분량도 상당히 짧은 편이라서 29금 어쩌고 하는 건 존나 오바다. (베드씬 다 합친 것보다 남자 주인공 권승규의 세미 누드씬이 더 많이 나온다)

그밖에 작품이 나온 타이밍 자체도 좋지 않다. 애니메이션이 나온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원작이 완결된 지 3년 후에 나왔기 때문에 원작과 시너지 효과를 전혀 일으키지 못했다. 사람들이 원작을 거의 잊어갈 때쯤 나온 것이라서 그렇다.

본작에서 그나마 괜찮은 점은, 애니메이션판으로서의 작화가 준수하다는 거다.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이라서 원작과 그림체가 다르지만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결론은 비추천. 작화는 좋지만 원작 스토리를 축약해서 캐릭터들이 대량으로 갈려 나가서 캐릭터 운용이 좋지 않고 후반부의 각색된 내용이 원작과 차이가 좀 커서 원작 재현율이 떨어져 원작 팬한테 미묘하게 다가오며, 보컬곡을 과도하게 집어넣어 재생하면서 한편의 애니메이션보다는 뮤직 비디오 감성으로 만들어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나 있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오중일 감독의 ‘블루 시걸(1994)’ 이후로 무려 24년 만에 나온 성인용 애니메이션이지만, 아직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요원하다는 현실을 알게 해준 작품이다.


덧글

  • 시몬벨 2019/03/23 02:41 # 삭제 답글

    성우분들이 연기하면서 얼굴좀 붉혔겠는데요
  • 잠뿌리 2019/03/23 12:35 #

    성우들도 낯설었을 것 같습니다. 케로로 중사, 뽀로로 시리즈 더빙하던 성우들한테 성인물 더빙을 시켰으니..
  • ㅇㅇ 2019/03/23 15:41 # 삭제 답글

    우리나라 성우들 에로씬 나올 때 뜨개질 하면서 연기한다고 합니다
  • 잠뿌리 2019/03/24 09:35 #

    달관하거나 초연한 느낌이네요.
  • 알트아이젠 2019/03/25 00:38 # 답글

    생각해보니 원작의 분량을 극장판 애니 하나로 무리하게 담은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전문 성우분들의 에로신 연기는 괜찮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 잠뿌리 2019/03/26 17:31 #

    TV 시리즈로 나눠서 나왔으면 좀 밀도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극장판 하나로는 부족했습니다.
  • 먹통XKim 2019/03/27 17:04 # 답글

    90년대 한국에로틱 비디오 영화 보면 무수한 영화들이 성우 더빙이었습니다.

    심지어 겉으로 공포물인척 하고 낸 영화 악마의 살인정사(1993) 뭐 공포물은 맞지만....
    여기서 주인공이 이정구 님(목소리만...그래서 비리비리한 남자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브루스 윌리스 목소리)

    케로로에서 도로로를 맡은 강수진 성우도 과거 이런 비디오 더빙도 맡았다죠

    ---남녀 주인공 성우가 케로로에서 쿠루루(김장)와 설화(김서영);;;
  • 잠뿌리 2019/03/28 18:40 #

    케로로, 뽀로로 시리즈에 출현한 성우들이라 성인 웹툰 더빙으로 접하니 괴리감이 들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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