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지니아 (1992) 2019년 컴퓨터학원시절 XT 게임




1992년에 ‘김종숙’이 MS-DOS용으로 만든 공개용 롤플레잉 게임.

내용은 3020년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핵에 오염되어 사라져 가는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들 중 일부가 오염되지 않은 곳을 찾아 모험을 떠났다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섬을 발견하여 그곳을 ‘ZINNIA’라고 부르면서 정착해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PC월드 8월호 부록으로 제공된 게임으로 ‘김종숙’이란 제작자가 1인 개발한 게임이다. 게임 소개에 국내 최초 한글 지원 롤플레잉으로 적혀 있지만, 사실은 한국산 상업용 RPG 1호는 토피아의 ‘풍류협객(1989)’이고, 공개용 아마추어 게임을 기준으로 봐도 ‘구운몽(nineksj)’ 유저가 1991년에 만든 ‘옥새를 찾아서’가 있다.

게임 사용키는 키보드 숫자 방향키 상하좌우 이동, SPACE BAR키(칼 공격), ENTER키(마법 공격), 키보드 알파벳 I키(아이템창), M키(배경 음악 온/오프), C/D/E/F(드라이브 지정과 해제), 1~9(게임 속도 조정), F1키(로드), F2키(세이브)다.

게임 메뉴얼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마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서 마법 공격은 사용할 수 없다. 분명 MP 수치도 따로 있는데 마법이 없으니 유명무실하다.

오로지 적을 잡아 경험치를 쌓으면 최대 HP가 늘어나는 것만 성장 시스템으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다.

아이템창도 문자 그대로 창을 열어 아이템 목록만 확인 가능하다. 기본 장비 이외에 다른 장비와 아이템의 개념이 없어서 장비 교환은 물론이고 아이템 사용은 못한다. 장비/아이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마을 내에 칼, 갑옷, 방패를 판매하는 상점이 각각 1개씩 총 3개나 있지만 장비 목록만 확인 가능하고 구입 자체는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돈도 단순히 숫자로만 표시될 뿐. 장비/아이템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필드에 있는 보물상자도 표시만 되어 있을 뿐. 열 수가 없다.

근데 이벤트 아이템은 또 존재하는 게 의외다. 정확히, 마을에서 초능력자 NPC와 대화 후 얻는 ‘믿음의 책’과 필드 내 동굴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턴제 전투로 격파할 때 얻는 ‘악마의 책’이다.

기본적으로 일본 팔콤의 ‘이스’를 모방한 게임이라서 초기 마을 맵 디자인부터 시작해 인벤토리창, 기본적인 조작성은 이스와 동일하다. 이스 시리즈가 2탄부터 마법이 추가된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이 모방한 건 정확히 이스 2고, 공격 키를 추가해 칼질을 하는 것은 마이크로 캐빈의 ‘사크’ 시리즈도 따라한 것 같다.

다만, 동굴 입구에 들어갈 때 벌어지는 턴제 전투는 또 다르다.

이 턴제 전투는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같이 몬스터의 정면이 보이는 시점에서 상단, 중단, 하단 공격의 3가지와 퇴각 등의 4가지 커맨드를 선택하여 싸우는 방식이다.

턴제 전투에서 승리 후 악마의 책을 얻고 나면 월드 자체가 바뀌는데. 파일을 보면 월드 5까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월드 4부터는 따로 만들지 않은 건지, 월드 3의 동굴 보스부터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어떤 공격 커맨드를 누르던 간에 절대 보스 몬스터의 생명력을 깎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월드 3의 필드 몹도 비정상적으로 강해서 제대로 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애초에 게임 내 마을은 월드 1에서만 나오고 월드 2부터는 마을이 나오지 않고, 동굴에서 보스 몬스터를 쳐 잡아 다음 월드로 넘어가면 이전 월드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서 월드 1 이후에 다시는 마을이 나오지 않으니 뭔가 근본적으로 미완성되어 있다.

그밖에 플레이어 캐릭터는 나무나 돌, 벽, 물 등의 장애물에 막히면 이동할 수 없는데. 필드 몬스터는 장애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과 스페이스바를 눌러 칼질을 해야 몹을 공격할 수 있는데.. 몹이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이리저리 움직여서 공격 타겟이 고정되지 않아서 몹을 사냥하는 것 자체가 좀 빡세다.

결론은 미묘. 게임의 기본 틀은 팔콤의 이스를 모방해서 독창성이 없고, 아이템창과 마법, MP는 단순 표기로만 등장할 뿐. 실제로는 아무 것도 적용되지 않으며, 능력치도 달랑 HP 하나뿐이고, 돈은 표시되는데 마을 내 상점에서 장비를 구입할 수 없는데다가, 월드의 개념을 넣었는데 이전 월드로 되돌아가기 기능을 넣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볼 때 게임 자체가 미완성되어 있어서 온전한 하나의 게임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게임 툴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니라 제작자 혼자 프로그램을 짜서 게임 틀을 만들고. 만화풍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그려 놓고 단 한곡 뿐이지만 음악도 자체 재작해서 넣어 최소한 다른 게임을 모방은 했어도 무작정 가져다 쓴 것은 아니라서 나름대로 분발한 흔적은 보이는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으로부터 1년 후인 1993년에, 본작의 컬러용 개량판이라고 할 수 있는 ‘불타는 영혼’이 나왔다. 그 작품도 같은 제작자에 1인 개발 게임이다.


덧글

  • 시몬벨 2019/03/14 00:30 # 삭제 답글

    그럼 불타는 영혼은 이 게임의 리메이크나 후속작은 아닌건가요?
  • 잠뿌리 2019/03/14 00:49 #

    개발자는 같은 사람입니다. 이 작품의 BGM과 맵 디자인, 몬스터 디자인이 불타는 영혼에도 그대로 쓰였죠. 다만 게임 본편 내용이 좀 달라져서 컬러용 리부트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니아에서는 인류가 정착한 땅 이름이 지니아이고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려 악마의 책을 모으는 내용인데, 불타는 영혼은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장소가 자연에 대한 질문을 영어로 대답하는 것으로 바뀌었거든요.
  • 뒹굴뒹굴 2019/08/17 10:56 # 삭제 답글

    불타는 영혼에서 이어지는 이야긴데요, 김종숙씨는 저 게임 이름인 지니아의 이름으로 음반을 두개를 냈고 가수 활동을 종료한 이후에는 리니지 토너먼트, 룰더 스카이, 탭소닉 등의 쟁쟁한 게임의 개발에 참여하셨더라구요. 그야말로 성공한 개발자의 표본인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9/08/22 15:58 #

    게임 개발자 경력이 화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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