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화와 강시 소동 (关人鬼事.1991) 강시 영화




1991년에 홍콩에서 ‘이초준’ 감독이 만든 강시(?) 영화. 원제는 ‘관인귀사(关人鬼事)’. 또 다른 제목은 ‘패왕화우귀(霸王花遇鬼)’. 한국 비디오판 제목은 ‘패왕화와 강시 소동’이다.

내용은 청나라 시대 때 황제에게 오해를 사서 억울하게 처형당한 내시 ‘증창’의 시체가 안치된 무덤에서 도굴범 일당이 시체의 입에 박혀 있는 ‘징벽주’라는 보물을 훔쳐내 중국의 문화재를 빼돌려 외국인에게 팔아치우는 홍콩의 밀수 조직 보스 ‘양위’에게 넘기고. 홍콩 경찰청의 ‘왕혜선’ 반장이 이끄는 특수반이 양위의 조직을 조사하던 중. 징벽주를 소유한 사람들 눈앞에 내시의 귀신이 나타나 사람들이 죽어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예스마담 시리즈가 인기를 끌 때 거기에 편승해서 나온 작품으로 여자 반장이 주인공으로 나와 특수반을 지휘해 범죄 조직과 맞서는 내용이지만.. 그런 것 치고 여주인공 ‘왕혜선’은 싸움을 잘하는 것도, 지휘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서 좀 예스 마담의 양산형 열화판 느낌이 난다.

왕혜선의 특수반은 본인을 포함해 5인조로 구성되어 있지만, 1명은 스토리 초반부에 사망하고. 남은 4명 중 다른 한 명은 스토리에서 이탈해 어느새 보이지 않으며, 결국 마지막에 남아서 영화 끝까지 등장하는 건 달랑 3명 뿐인데 이중에 누구도 톡톡 튀어 오르지 못한다.

캐릭터 설정이 특별한 게 없고, 개별적인 묘사를 전혀 안 하며, 항상 여럿이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해서 그렇다.

이 특수반의 활약으로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이라도 온전히 나왔다면 그래도 예스 마담류 영화의 왕도적인 재미라도 줬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다.

본편 스토리가 범죄 조직 수사에 초점을 맞춘 것 치고는 수사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범죄 조직에 역으로 털리기 일쑤라서 주인공 일행의 무능함이 너무 부각되어 좀 답답한 구석이 있다.

예스 마담류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신선한 점이 있다.

그게 작중에 벌어지는 사건이 귀신 사건이라서, 본작이 궁극적으로 예스 마담+강시 영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본작의 귀신은 청나라 시대 때 내시 귀신으로 강시 영화에 나오는 강시의 복색과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강시처럼 콩콩 뛰어다니며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게 아니라. 징벽주 소유자의 눈앞에 나타나 공격을 가해오며, 움직임이 자유로워서 생긴 건 강시인데 습성은 물건에 깃든 귀신에 가깝다.

징벽주를 만진 사람만이 볼 수 있어서 다른 사람한테는 일체 보이지 않는 설정이 있어 그걸 가지고 슬랩스틱 개그를 한다.

작중에 사망자가 은근히 많이 나와서 그런 상황 속에서 몸개그를 하는 게 어딘가 좀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특이한 점은 부적, 도사, 퇴마 같은 요소가 전혀 없어서 귀신을 쫓는 유일한 아이템으로 나온 게 여자가 입고 있던 스타킹을 벗겨서 휘두르는 거였다. 여자=음기의 공식으로 음기가 충만한 여자 속옷이 귀신을 쫓는 효과가 있다는 미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양소룡 주연의 ‘강시무사(1988)’에서는 브래지어에 부적 글귀를 써서 강시를 쫓는 아이템으로 쓰는 장면이 나왔었다)

증창이 징벽주를 가진 왕혜선 일행을 집요하게 노리다가, 왕혜선 일행이 황제 흉내내니 단번에 아군화되어 적을 소탕하고. 마지막에 양위에 의해 폭사하니, 왕혜선 일행이 갑자기 향을 나눠 들고 애도하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그 과정이 중간 내용 없이 급전개로 휙휙 지나가서 뭔가 영화 각본을 대충 쓴 듯한 느낌마저 든다.

주요 배우들은 좀 낯설지만 딱 한 명 낯익은 배우가 나온다. 70~80년대 홍콩 영화에서 악역을 자주 맡았던 배우 ‘적위’가 본작에서 밀수 조직의 보스인 양위 배역을 맡았다.

최종 보스전은 주인공 일행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양위 VS 증창의 목숨을 건 사투라서 주인공의 존재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근데 사실 목숨을 건 사투라고 써 놓긴 했는데 실제로는 개그색이 너무 짙어서 최종 보스전이란 게 무색해 보일 정도로 황당한 전개가 이어진다.

양위와 증창이 맨손 격투를 하다가, 증창이 뜬금없이 비틀거리며 강시 취권을 사용하고, 양위는 증창에게 전깃줄로 지져 전기 충격을 가하는가하면, 가스통에 엉덩이부터 꽂아놓고 입과 코를 막았더니 증창이 폭발해 노란색 액체를 분사하니 그게 치명적인 독이라고 해서 그거 맞고 죽어 버리니 진짜 상상도 못한 내용이었다. (이쯤되면 적위한테 있어서 흑역사급 영화인데)

결론은 미묘. 예스 마담의 아류작인데 수사 파트의 비중이 큰 것에 비해서 범죄 조직에 맞서는 특수반인 주인공 일행이 너무 무능하게 묘사되어 극 전개가 답답하고, 귀신물의 관점에서 보면 퇴마적인 요소가 전혀 없이 귀신을 소재로 한 몸개그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귀신 묘사의 밀도가 떨어져서 전반적인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예스 마담과 귀신을 조합한 시도 자체는 나름대로 신선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덧글

  • 진보만세 2019/03/07 01:32 # 답글

    예스마담물에서는 호혜중이 양자경, 양리칭에 밀렸죠. 미모는 출중했지만, 액션에서. 혜영홍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두 누님 다 60줄 ㅜㅜ, 나부락, 이새봉 누님도 어느덧 육십전후를 바라봅니다. 임정영, 우마 형님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아아, 세월아 세월아..
  • 잠뿌리 2019/03/08 09:52 #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집니다.
  • 지나가다 2019/03/07 11:43 # 삭제 답글

    [도신 (정전자)], [도성], [도협]을 봐도, 홍콩영화계는 서로 베끼는 걸 당연시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A]도 성룡이 아류작이 먼저 나올까봐 보안을 철저히 해서 생긴 제목이라더군요.
    [엽마군영 (폴리스 마담 4)]를 찍다 호혜중과 이새봉이 화상을 입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혜영홍은 액션이 좋았고, 오군여는 코믹한 감초, 백안니는 얼굴 센터, 간혜진은 막내였죠.
    간혜진은 병으로 요절했고, 스케이터 출신 백안니는 재혼 후 은퇴했네요.
    세월이 참 무상합니다.
  • 잠뿌리 2019/03/08 09:54 #

    강시선생 시리즈 같은 것도 실제로는 강시선생 정식 넘버링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양산형 모방작들을 강시선생 시리즈로 묶어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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