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에 대만의 게임 개발사 ‘鷹揚(응양)’에서 MS-DOS용으로 만든 의료 시뮬레이션 게임. 원제는 ‘풍광의원(疯狂医院)’. 한국에서는 1996년에 게임박스에서 정식 수입해 한글화하여 출시했고 한국판 번안 제목은 ‘종합병원’이다. (영제는 크레이지 호스피텔)
내용은 시골 의원의 아들로 태어나 의과 대학을 졸업한 주인공 ‘맹구’는 아버지가 가업을 이어 시골 보건소에서 일하라고 하는 걸 거절하고, 5년 이내에 종합병원 원장이 될 것을 약속하고 도시로 상경했다가, 3류 병원인 ‘폭소 병원’에 의사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병원 의사가 되어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을 내리며, 수술을 하는 내용의 게임이다.
1988년에 Software Toolworks에서 만든 의료 시뮬레이션 게임 ‘Life & Death(국내명: 삶과 죽음)’에 영향을 받은 게임인데. 대만에서 만든 게임으로 개그 성향이 짙어서 라이프 앤 데스만큼 본격적이지는 않다.
본편 게임은 종합병원의 접수처를 중심으로 해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측, 우측으로 방을 구분하여, 1층에서는 ‘외과 진료실/내과 진료실/응급실’, ‘수술실/입원실’. 2층에서는 ‘원장실/부원장실/주임실’, ‘자료실/구내매점/휴식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자료실의 서재 책꽃이를 조사하면 ‘외과도구’, ‘이비인후과’, ‘임상병리학’, ‘외과수술’, ‘내과교재’, ‘산부인과’ 등의 의학 서적을 읽어볼 수 있다. 이게 실제 의학 서적의 내용을 담은 거라서 꽤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실제 게임 내에 다 반영된 것은 아니라서 좀 효율성은 떨어진다.
예를 들어 본작의 의료는 내과/외과만 다루고 있어서 산부인과 일은 전혀 없다.
자료실의 컴퓨터를 조사하면 ‘물품 검사’를 할 수 있는데 현재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다. 근데 아이템 소지한 것만 나오지 아이템의 효과는 전혀 나오지 않아서 불편하다.
자료실의 테이블 위에 이력서를 보면 ‘종합병원 의료 기록’이라고 해서 주인공의 스테이터스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직책, 월급, 경험, 환자수(집도한 환자의 수), 성공한수(환자의 수술 성공), 사망한수(환자의 수술 실패), 지명도, 매력, 인맥, 시험, 잔고 등이 있다.
게임 플레이 기간은 5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고, 그 안에 경험치/지명도/시험/인맥/매력 등의 모든 수치를 골고루 올려서 병원 내 평판을 높여 ‘인턴 < 정규 채용 < 의사 주임 < 정식 주치의 < 주임 의사 < 의무주임 < 부원장 < 원장’ 순서로 진급해야 한다.
플레이 기간 5년은 꼭 채울 필요가 없고 조건만 만족하면 남은 기간에 상관없이 바로 엔딩으로 직결한다.
지명도가 높은데 환자 수가 적으면 게임 오버된다.
매력, 인맥은 응급실, 수술실, 입원실, 휴식실, 원장실, 부원장실, 주임실 등등을 찾아가 NPC와 대화할 때 대화 선택지 중 ‘칭찬’을 고르거나, 구내매점에서 구입한 아이템을 선물해서 올릴 수 있다.
주의할 점은 NPC와의 대화하느라 진찰을 소흘히 하면 시험 수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환자를 진료할 때는 ‘진찰’, ‘검사’, ‘병력’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진찰로 환자의 말을 듣고 어디가 아픈지 확인하고, 검사를 해서 원인을 파악한 후. 병력에서 병의 진단 및 치료를 결정해 처방전을 내리는 것이다.
검사 종류는 20가지 정도 있는데 각각의 검사 화면이 달라서 바리에이션이 풍부한 편이다.
올바른 처방을 내리면 경험치와 시험(평가 점수)가 상승하지만 잘못된 처방을 내리면 현 원장한테 꾸중을 당하며 각종 수치가 하락하며, 심지어 제때 병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환자가 사망하는 이벤트도 발생한다.
이때는 유족들이 항의해서 합의금을 요구하는데 합의금을 낼 돈이 없으면 감옥에 가서 한달 동안 갇히게 된다.
질병 종류는 10가지가 있어서 환자 모습만 바뀌지, 증상과 검사/질병은 같은 게 랜덤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올바른 처방전만 달달 외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을 할 수 있어서 게임 플레이가 단순한 편이다.
치료할 자신이 없으면 병력에서 ‘전문 치료’를 활성화시켜서 스킵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환자 진료 성공/실패에 따로 기록되지 않고 그냥 진찰한 환자 수에만 추가된다.
랜덤으로 긴급 환자가 후송되어 응급실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수술 종류는 5가지가 있는데 수술에 실패하면 환자가 사망한다. 진찰 실패와 달리 수술 실패는 리스크에 해당하는 이벤트가 없다.
게임 패키지 광고에 무슨 수십 명의 개성이 다른 미녀들 어쩌고 하면서 생명을 주재하는 의사로서의 쾌감을 준다고 써 있는데.. 일단 미녀가 나오긴 하지만 간호사, 환자 NPC라서 별도의 이벤트 같은 건 없고. 생명을 주재하는 의사의 쾌감 드립친 건 솔직히 좀 도덕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
앞서 나온 의료 게임인 ‘삶과 죽음’이 제목에서부터 엄격 근엄 진지했던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은 제목부터가 원제를 그대로 한역하면 ‘미친 병원’이라서 의사의 쾌감 드립치는 건 제목 그대로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 같다.
멀티 엔딩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서 2가지 게임 오버 엔딩, 배드 엔딩, 해피 엔딩 등 총 4개의 엔딩이 있다.
지명도가 낮아 환자가 찾아오지 않아 병원이 망해서 해고 당하는 엔딩(게임 오버 1). 시험 수치 60점 이하로 하락하면 해고 당하는 엔딩(게임 오버 2), 종합병원 원장이 되는데 성공하는 엔딩(해피 엔딩). 5년 내에 원장이 되지 못해 낙향하여 시골 보건소에서 일하는 엔딩(배드 엔딩)이다.
게임 내 엔딩 치트키도 존재해서 암호 입력 화면에서 키보드 알파벳 F1키(게임 오버 엔딩 1), F2키(게임 오버 엔딩 2), F3키(해피 엔딩), F4키(배드 엔딩)를 누르면 각각의 엔딩을 볼 수 있다.
해피 엔딩에서는 플레이어의 게임 기록. 정확히, 주인공의 스테이터스 수치 결과에 따라서 평범형, 보수형 등의 타입을 알려준다.
결론은 미묘. 앞서 나온 의료 시뮬레이션 게임인 ‘삶과 죽음(1988)’만큼 의료 묘사의 밀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진찰, 검사, 병력, 수술 등. 기본적인 것은 다 갖추고 있어서 의료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아이덴티티는 확고하지만.. 처방전 정답을 알면 같은 진단을 반복해서 내리는 장땡이라 게임 플레이가 너무 단순하고, 개그 색이 좀 짙어서 가벼운 분위기가 의료물과의 조합이 다소 어색하게 다가와 병맛나는 엽기 게임으로 인식시켜서 보기 드문 게임 소재의 유니크함이란 장점을 갉아 먹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시리즈화되어 후속작이 계속 나왔는데 한국에서는 1탄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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