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황건적의 난 (魔国志: 之黄巾之乱.2018) 2018년 개봉 영화




2018년에 중국의 ‘회우’ 감독이 만든 퓨전 사극 영화. 원제는 ‘마국지: 지황건지난’. 한국판 번안 제목은 ‘삼국지: 황건적의 난’이다.

내용은 후한 시대, 신선으로부터 풍도천수를 전수 받아 엄청난 힘을 얻은 ‘장각’이 태평도를 만들어 농민봉기 ‘황건적의 난’을 일으키자, 조정의 군대를 이끄는 젊은 장군 ‘조조’가 신선 ‘좌자’의 도움을 받아 그의 수제자인 ‘곽가’를 부하로 삼고, 재야의 인재로 형제 결의를 맺은 ‘유비’와 ‘관우’를 스카웃하여 왼팔, 오른팔로 삼아서, 강동의 군벌인 ‘손견’의 여동생 ‘손향향’과 약혼한 사이라 그것을 빌미로 손견의 군세를 빌릴 계책까지 세워서 황건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은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 삼국지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삼국지 정사나 삼국지 연의를 베이스로 한 게 아니라 삼국지의 주요 사건과 인물만 가지과 와서 완전 새로운 내용으로 만든 퓨전 역사물이다.

곽가가 여자로 나오는 건 둘째치고 좌자 신선의 제자로 군사가 아니라 법사 캐릭터로 동료화되는 것과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 중에 장비는 빼고. 유비와 관우만 등장시켜 조조의 부하로 삼고, 손견의 여동생을 조조의 정혼자로 등장시키는가 하면, 장각은 조조의 숙적이고, 차후 조조의 라이벌로 여포가 등장하는 것 등등. 모든 게 다 조조 중심으로 만들어 놨다.

삼국지 원작 고증은 전혀 지키지 않고 오히려 곳곳에 원작 파괴 요소가 가득해서, 삼국지 골수 팬이라면 진짜 육두문자를 날리며 뒷목 잡고 쓰러지기 십상이다.

조조 중심의 스토리로 재편했는데 정작 하후돈, 하후연, 조홍, 조인 같은 조조 진영의 장수는 단 한 명도 안 나온다.

유비, 관우 형제가 조조에게 스카웃되어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비 관우 조조 삼형제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다.

한량으로 묘사되는 유비는 둘째치고, 관우 묘사가 해괴망측하다. 진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을 통틀어 삼국지물 역대급으로 이상하다.

미염공 관우가 수염 없는 맨 얼굴에 포니 테일 머리를 한 20대 미청년으로 등장하는 것부터 시작해, 어린 시절 딱 한 번 마주친 소녀를 마음에 두고 소녀의 그림을 품속에 넣고 다니는데. 그 소녀가 실은 인간이 아니라 신령적인 존재고. 관우와 재회한지 얼마 되지 않아 눈물로 이별하면서 관우가 가진 언월도에 깃들어 그걸 ‘청룡언월도’ 강화시켜주는 한편. 관우 자체도 무슨 폭주 이오리처럼 광전사 모드로 돌입해서 황건적을 썰어 버리니 과연 이게 삼국지가 맞나 의문이 든다.

본래 타이틀이 ‘마국지’인 만큼 마법이 유난히 부각되는데. 황건적의 난을 일으킨 ‘장각’만 해도 어둠에 물든 마법사처럼 묘사되어 콩을 던져서 병사들을 만들고, 환영과 파이어볼, 라이트닝 볼트 같은 공격 마법을 난사하면서 조조 일행을 공격한다.

작중 조조가 원작과 달리 집안이 크게 부유한 것도 아니고 사병은커녕 믿고 따르는 장수조차 없는 것으로 나와서 한 개 세력을 이끄는 군벌로 보기 어렵다. 그냥 아는 사람들 몇 명 모은 파티를 이끄는 수준으로 나와서 사극물 특유의 집단 전투 씬도 별로 안 나온다.

정확히는, 프롤로그에서 조조가 이끄는 군대가 장각 삼형제의 막내 ‘장량’을 격파한 부분만 대규모 전투고. 그 뒤로는 집단 전투가 전혀 안 나온다. 마지막에 가서 나오는 장각의 군대와 싸우는 씬도 조조 일행은 소수 정예라서 역사극의 부대 단위 전투가 아니라 일반 무협 영화의 일 대 다수 전투로 진행된다.

안 그래도 조조 일행의 전력이 너무 낮은데 전투 씬까지 그 모양이니 배경 스케일이 너무 작다. 황건적의 난 규모도 대폭 축소돼서 농민 봉기라고 보기 민망할 정도다.

생각보다 볼 게 없는 전투 씬과 액션을 제외하면 뭐가 남냐면 조조와 손향향의 로맨스 밖에 없는데, 이것도 사실 퀼리티가 낮다.

조조가 손향향의 오빠인 손견의 군세를 이용하기 위한 도구로 삼으려 했다가, 손향향이 자기 목숨을 바쳐 조조를 구하니 그때야 뒤늦게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다는 설정이라서 쌍팔년도 신파극을 찍고 있어서 쉰내가 팍팍 난다.

로맨스 요소를 빼고 조조라는 캐릭터 한 개인으로 보면 더 답이 안 나온다.

조조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난세의 간웅이란 설정이 인물의 대사로 직접 언급되기는 하는데.. 얘가 싸움만 좀 할 줄 알지. 지략이 높은 것도, 용병술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주인공 포지션인데도 불구하고 존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어그로를 끌어서 뭔가 굉장히 밉상 캐릭터가 됐다.

제일 황당한 게 동료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내용이다.

장각을 물리치기 위해선 장각의 군대에 잠입해 그를 암살해야 하는데 자기 목숨은 아깝지 않지만, 동료들의 목숨이 아깝다고 해서 동료들한테 독약을 먹이고. 자기랑 같이 안 가면 해독제를 안 주려고 했던 게 뽀록났는데, 그런 짓 안 해도 형제라 생각하고 목숨 바쳐 함께 하려고 했는데 왜 그랬냐고 타박 당하니까 대의를 위해 그랬다고 하면서 천하가 나를 버리게 하긴 싫다는 대사를 날리며 눈을 부릅뜨는데. 이건 완전 난세의 간웅이 아니라 그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는 미친 소시오패스다.

스토리가 유치하냐 마냐를 떠나서 각본 내용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스토리 자체도 온전히 완결된 게 아니다. 장각을 쓰러트려서 부제로 붙은 ‘황건적의 난’만 끝난 것뿐이다.

에필로그에서 유비, 관우 형제가 조조 곁을 떠나고, 손견도 돌아서며, 여포까지 나오는 데다가, 동탁의 난을 암시하면서 끝나 대놓고 시리즈화를 예고하고 있다.

결론은 비추천. 삼국지를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원작의 사건과 인물만 가지고 와서 재편한 것이라 원작 고증을 지키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원작 파괴를 자행하고 있어서 원작 팬을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들기에 충분하고, 명색이 역사극인데 부대 단위의 전투 씬은 딱 한 번 나오고. 그 이후로는 파티 단위의 소규모 전투만 계속 나와서 배경 스케일이 한없이 작으며, 연출, 묘사, 설정 등이 판타지 색체가 너무 짙어서 역사를 메인 소재로 한 것과 정면으로 충돌하여, 삼국지 영화란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게 만들 정도의 졸작이다.


덧글

  • 주사위 2019/02/27 07:51 # 답글

    국내 들어오면서 완전 제목사기영화가 되버렸네요.

    원제인 마국지라고 하면 대충 감은 왔다고 해도 거의 원전인물 이름만 빌린 꼴. ㄷㄷㄷ
  • 잠뿌리 2019/02/27 19:06 #

    이름만 빌린 작품인데 한국 번안 제목은 삼국지라고 적어놔서 낚시가 좀 심했습니다.
  • 블랙하트 2019/03/02 09:31 # 답글

    원작 파괴가 심한건 '천지를 먹다'나 '일본TV 삼국지'가 연상되는군요.
  • 잠뿌리 2019/03/03 18:01 #

    그 작품 둘 다 삼국지 원작 이미지를 너무 파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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