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유령 (1992) 아동 영화




1992년에 ‘왕룡’ 감독이 만든 아동 영화.

내용은 만세 중학교에 다니는 14살 중학생 ‘달달구’가 어린 아이를 구하고 대신 똥차에 치여 죽음을 당했는데, 저승사자 ‘모란’과 함께 저승에 갔다가 염라대왕 2세로부터 저승의 3가지 보물을 요괴 강도들에게 탈취 당했는데 그걸 되찾아오면 되살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영계 탐정으로 임명 받아, 이승으로 잠시 돌아가 사건 해결에 나서는 이야기다.

본작은 ‘토가시 요시히로’의 ‘유유백서(1990)’를 실사 영화로 만든 것인데. 위키에는 유유백서 원작 라이센스를 받고 만든 작품이라고 써 있지만, 실제 작품의 타이틀 롤에는 유유백서 원작 표시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또 본편 내용과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원작과 다른 점도 많아서 과연 라이센스작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포스터나 비디오판 커버에 적힌 소개 문구에도 유유백서 원작 언급은 전혀 없고, ‘한국 SFX 영화의 자존심!’ ‘한국판 사랑과 영혼’ 이렇게만 적혀 있을 뿐이다.

1탄은 유유백서 원작의 ‘영계 탐정편’으로 달달구(유스케)가 죽었다가 잠시 되살아나 요괴 강도들이 훔쳐 간 저승의 3가지 보물을 되찾는 이야기다. 영계 탐정으로 활동하기 전의 자잘한 에피소드는 전부 쳐 내고, 곧바로 보물 찾기에 나선다.

주인공 달달구 배역을 맡은 배우는 당시 인기 개그맨 ‘김정식’이다. 슈퍼 홍길동 2탄 이후의 시리즈와 밥풀데기 형사 시리즈에 출현해서 아동 영화에선 익숙한 배우라서 실제 나이와 설정상의 나이가 큰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다. (당시 김정식의 나이는 33세인데 작중 달달구의 나이는 14세다)

싸움 잘하는 악동 캐릭터로 시리즈 1탄에서 나온 모습이 크게 망가지는 일 없이 원작 만화에 나온 주인공 스타일을 아동 영화스럽게 각색해 소화하고 있어서 그나마 제일 낫다.

2탄, 3탄에서는 호색 기질과 바보 성향이 너무 강해져서 1탄과 비교할 때 좀 이질감이 느껴진다. (특히 바보 성향 강해진 게 문제인데 캐릭터 자체가 영구나 맹구 같이 변했다)

주인공의 절친이자 자칭 라이벌인 양봉창(원작의 쿠와바라 카즈마) 배역을 맡은 배우는 개그맨 ‘조정현’인다. 시리즈 1탄에서의 행보는 원작과 동일한데. 이후에는 달달구와 콤비로 출현하기는 하나, 액션적인 부분에서 1인분 역할을 하지 못하고 라이벌 관계도 부각되지 않으며, 그냥 달구 친구로 달구의 여행길에 따라다니지만 개그와 활약. 어느 쪽이든 간에 비중은 낮은 편이다.

히로인 유희(원작의 유키무라 케이코) 배역을 맡은 배우는 개그우먼 ‘서현선’인데 시리즈 1탄인 본작에서만 나오고. 2탄부터 3탄까지는 배우가 바뀐다.

시리즈 3탄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쿠라마는 본작에서 ‘구미호’란 이름의 여자 아이로 아예 TS화되었다가, 원작에서는 유스케가 목숨을 나눠줘서 살아난 반면. 본작에서는 그냥 죽는 것으로 처리되어 시리즈 후속작에서 아예 나오질 않는다.

원작의 히에이 포지션은 ‘묵사발’이란 요괴가 맡고 있는데. 묵사발 역시 본작에 나온 걸로 출현이 끝이다.

본편 스토리는 줄거리는 원작과 동일하고. 달달구가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과정의 이야기는 원작을 따라가고 있지만 요괴 강도들에게 저승의 3가지 보물을 찾는 이야기는 살짝 다르게 전개된다.

본래 원작에서 유스케가 죽음에서 부활한 다음 영계탐정으로 임명되어 활동한 것에 비해 본작에선 유령인 상태에서 보물찾기에 나섰다가 영화 마지막에 부활한다. (작중에선 그걸 환생이라고 부르는데, 환생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로 소생은 되살아나는 것이라 엄연히 다른 말이라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

그 때문에 본작의 클라이막스는 코딱지가 저승에서 탈출해 달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달구의 시신이 안치된 달구네 집에 불을 질러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는 것이라 오리지날 스토리로 전개된다.

보물찾기는 원작이 쿠라마, 히에이 같은 캐릭터의 부재로 별로 재미가 없고, 달구 여장 씬이 툭 튀어나오거나, 유희가 봉창의 몸을 빌려 대화를 걸어 온 달구의 진실성을 확인한 게 방구 냄새인 것 등등. 해괴망측한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쌈마이한 느낌이 강하지만, 달구의 죽음과 소생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건 나름대로 괜찮았다. 만화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이 본작을 봤을 때 스토리적으로 어필한 만한 건 그 부분이다.

달구의 죽음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달구의 소생으로 영화가 끝나기 때문에 딱 한 편짜리 영화에 걸맞는 이야기가 됐고. 여기서 끝냈으면 최소한 평타는 쳤을 텐데, 시리즈화되어 기어이 3탄까지 나왔다.

2탄은 유유백서 원작의 ‘켄카이 사범의 제자 선발 심사대회편’인데. 본작에선 켄카이가 뚱딴지 도사란 이름으로 개명됐다.

원작대로라면 뚱딴지 도사의 비중도 커야 되는데, 본작에서는 메인 캐릭터라는 게 무색하게 비중이 작다. 주인공 달구 일행의 개그에 웃어 주는 리액션 담당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줄거리는 원작과 같이 뚱딴지 도사의 제자가 되기 위해 제자 선발 심사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지만, 원작의 영력 테스트를 구현하지 않고 놀이공원의 유령의 집 컨셉을 한 인조 동굴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포커스를 맞춰서 내용이 좀 이상하다.

제자 지원자들이 동굴 안을 돌아다니면서 어떤 룰에 접촉해 탈락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디테일하게 나온다. 제일 이상한 건 작중 이름조차 나오지 않은 지원자 중 한 명이 남들 다 자리를 뜨는데 혼자 남아 있다가, 벽에 걸린 말하는 해골하고 격투를 벌이더니 패배 후 해골 동료가 되는 장면이다.

원작에 없는 건 물론이고 본작 자체의 스토리 본편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서 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고 이해도 안 간다.

원작에서 마계의 지명수배범 ‘란도’가 본작에서는 ‘코딱지’로 개명되어서 나오고, 코딱지와의 최후의 대결이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캐릭터 디자인과 라스트 배틀 내용은 원작과 전혀 다르다.

원작에서는 제자 선발 심사 대회 결승전 때 정체를 드러낸 란도와 싸우는 내용이었는데. 본작에서는 달달구가 우승해서 뚱딴지 도사의 제자가 되어 수련을 받고 하산한 뒤. 마회충 사건을 접하고 코딱지와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바뀌어서 제자 선발 심사 대회와 사성수편의 중간이 됐다.

당연히 란도의 정체 반전이 본작에선 나오지 않고, 또 봉창(쿠와라바)의 비중도 작아졌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진 게 모란(원작의 보탄)인데 대놓고 달달구에게 구애를 하고, 본편 스토리 내에서 맡은 역할이 중요한 것도 아닌데 출현 분량은 쓸데없이 많아서 엄청 편애를 받고 있다.

모란 배역을 맡은 배우는 당시 청춘스타인 ‘김예령’으로 본작을 통해서 인기를 얻어 크라운 제과의 C콘칩 광고에도 본작의 캐릭터로 출현했을 정도인데, 지금 현재는 야구 선수 ‘윤석민’의 장모로 알려져 있다.

3탄은 유유백서 원작의 ‘사성수편’인데 원작에서 히에이, 쿠라마가 합류하면서 유스케, 쿠와바라, 히에이, 쿠라마의 4인 체재를 이루었던 반면. 본작에서는 달달구(유스케), 양봉창(쿠와바라) 단 둘만 등장한다.

이전 시리즈와 다르게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고 바로 ‘미궁성’에 돌입하는데. 사건의 발단인 마회충이 과거 회상씬으로 나오고, 사건 해결의 목표인 ‘벌레 피리’ 찾기가 중반부 이후에 뜬금없이 밝혀져서 스토리 순서가 엉망이다.

사성수와의 싸움은 전부 개그로 시작해 개그로 끝나서 한없이 가볍다. 그 개그가 상당히 재미없는데 90년대 아동 영화 특유의 횡설수설 개그가 너무 자주 나와서 그렇다.

횡설수설 개그가 뭔가 하면,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거나, A를 물어봤는데 B로 대답하고, 아무런 맥락도 없이 말꼬리 물고 늘어지는 개그를 시도 때도 없이 치는 건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누가 ‘실례합니다’라고 말을 걸면 ‘실례라뇨. 실례를 하고 싶으면 저기 화장실로 가세요.’ 이렇게 대답하는 거다.

보통 이런 류의 개그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바보 캐릭터가 밀고 나가는 것이고. 90년대 기준으로는 영구, 맹구 같은 캐릭터의 특기 분야인데. 이걸 영구, 맹구가 아닌 일반 캐릭터가 밀고 나가니 되게 어색하게 다가온다.

근데 문제는 이 재미없는 개그가 아니라 최종 보스전인 봉황(원작의 주작)과의 대결을 이상하게 끝냈다는 점에 있다.

삼지창과 당파창 쌍창의 이기어창술(?)까지 써서 달달구를 몰아붙이다가 뜬금없이 창을 물에 담그니 창을 조정하던 봉황이 입에서 물을 토하고, 달달구가 한참 밀리다가 모란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달달구와 썸을 타면서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벌레피리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좋다고 하니, 그걸 지켜 본 봉황이 대뜸 자신이 두 사람을 보고 사랑을 깨달았다고. 감사의 마음으로 자신의 생명과 링크된 벌레 피리를 스스로 파괴하면서 사건이 해결된 이후. 달달구는 히로인인 유희과 맺어져 꽉 잡혀 사는 걸 암시하는 엔딩으로 이어져서 그렇다.

썸은 모란하고 타는데 커플링 엔딩은 유희랑 맺고, 최종 보스는 주인공 커플 보고 사랑을 깨달았다며 자폭하니 진짜 이건 급조된 엔딩 수준이 아니라 본작의 타이틀에 어울리는 정신나간 엔딩이다.

결론은 미묘. 만화 유유백서를 원작으로 실사 영화하한 작품으로 정식 라이센스작이란 소문이 있는 것 치고 타이틀, 엔딩 롤 어디에도 원작 표기가 없어서 라이센스설이 사실인지 의문이고. 본편 스토리는 원작 만화의 1~2권을 베이스로 해서 후속권의 에피소드를 섞었는데. 개그와 액션은 기대 이하지만, 주인공의 죽음과 소생에 관한 기본 이야기에 집중해 드라마성을 확실히 갖추고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각색한 내용은 나쁘지 않아서 왕룡 감독의 대표작인 ‘북두의 권’보다는 좀 나은 물건이 됐지만.. 시리즈화되면서 나쁘지 않았던 스토리가 점점 망가지고, 개그 센스까지 더 나빠져 후속편이 이어질수록 못 봐줄 수준이 되어 버린 작품이다.

만화 원작 팬이 보면 당연히 뒷목 잡고 쓰러질 만한데 그래도 시리즈 1탄은 평타는 치지만, 시리즈 2탄, 3탄이 비추천이라서 애매하게 됐다.


덧글

  • 진보만세 2019/02/11 22:12 # 답글

    물론 당시 기준이지만, 김정식이나 조정현이 그렇게 퀄리티가 나쁜게 나오는 편은 아니었는데.. 여전히 볼 마음은 들지 않으나 유유백서가 원작이라니 마음이 조금 동하기는 합니다 ^^

    좋은 리뷰와 비평 잘 읽었어요..
  • 잠뿌리 2019/02/12 18:46 #

    1탄만 볼만하고 2탄, 3탄은 김정식, 조정현 캐릭터가 다소 망가져서 거르고 넘어가는 게 좋죠.
  • 뇌빠는사람 2019/02/12 09:23 # 답글

    유유백서랑 블리치는 초반에 소소하게 재밌다가 본격 배틀물 가면서 재미 없어져 접었는데
    배틀물이 대중적으로는 먹히니 참...
  • 잠뿌리 2019/02/12 18:47 #

    점프에서 히트한 만화가 항상 그런 루트를 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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