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성 마왕과 슈퍼 왕자 (1987) 아동 영화




1987년에 ‘박옥상’ 감독이 만든 아동용 SF 영화.

내용은 지구에서 7광년 떨어진 ‘시리우스 알파별’의 외계인들이 ‘흑성 마왕’을 물리쳐 얼음 혹성에 봉인하지만, 승리에 취한 시리우스 알파별 외계인들이 타락하여 우주의 창조신이 분노해 불의 심판을 내려 혹성 마왕을 부활시켜 시리우스 알파별을 멸망시키기에 이르는데, 그때 시리우스 알파별의 어린 왕자가 홀로 살아남아 지구로 날아와 우주의 방랑자를 자처하는 소년 ‘한단’으로서, 우주 천문학자 ‘엄 박사’가 운영하는 수련원 캠프의 관리를 맡은 ‘대장’의 조수가 되었다가, 메달의 힘으로 ‘슈퍼 왕자’로 변신. 흑성 마왕이 보낸 외계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은하에서 온 별똥 왕자(1987)’의 아류작 같지만 실제로는 은하에서 온 별똥 왕자와 같은 해에 나와서, 1년 전인 1986년에 나온 김청기 감독의 ‘외계에서 온 우뢰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차이점은 우레매는 당시 인기 개그맨 ‘심형래’를 주연으로 삼았는데. 본작에서는 개그맨 ‘김정식’, ‘엄용수’, ‘이성미’가 출현하는데도 불구하고 조연 캐릭터로만 나와서 비중이 작다는 점이다.

엄용수는 우주 천문학자. 김정식은 수련원 캠프의 관리이자 엄용수의 조수. 이성미는 엄 박사의 딸이자 김정식이 짝사랑하는 히로인 포지션 캐릭터다. (작중 김정식이 맡은 캐릭터는 이름조차 따로 안 나오고 영화 포스터에는 별명인 밥풀떼기로 표시되어 있다)

본편 스토리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분리해서 볼 수 있는데. 전반부는 이성미가 데리고 온 태권단 아이들이 김정식의 인솔 하에 수련원 생활을 하는 것. 후반부는 주인공 한단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흑석 마왕의 부하들에게 납치 당한 친구들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련원 내용이 상당히 긴데 흑석 마왕쪽 이야기하고 전혀 연결이 되지 않아서,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필름 낭비, 캐릭터 낭비가 심하다. 거의 연예인 수련원 광고 영상에 가까울 정도다.

실제적인 주인공인 ‘한단’ 배역을 맡은 배우는 지금 현재 ‘이종박’이란 예명으로 탤런트 겸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민’으로 아역 시절 출현한 것이다.

연기력이 출중하거나, 인지도가 높은 건 아니라서 아역 시절의 필모 그래피가 이 한 작품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하지만 인상이 약한 반면 설정이 이상해서 그게 오히려 기억에 남아 버렸다.

그게 보통, 슈퍼맨이나 황금날개, 우뢰매 같은 작품에서는 초능력 히어로가 자신의 능력과 영웅 신분을 숨기고 일반인(혹은 바보)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절대 정체를 들키지 않게 조심하는데.. 본작의 주인공 한단은 자신이 우주의 방랑자이자 우주의 고아라고. 대놓고 외계에서 온 왕자라고 말하고 다녀서 주위의 믿음을 받지 못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 같아 보이지만 초능력을 가진 영웅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게 일반적인데. 본작은 반대로 내가 슈퍼 히어로라는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이렇게 나가니까 좀 황당한 거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착해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놀림을 받는 것 까지는 아니고. 유일하게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함께 행동하기도 하니 보기 불편한 부분은 없다.

사실 그것보다 더 이상한 설정이 있어서 그렇다.

그게 작중 한단은 일찍이 흑성 마왕을 봉인한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 온 메달을 소유하고 있어서, 메달의 힘으로 슈퍼 히어로로 변신하는데. 그 슈퍼 히어로 버전을 ‘슈퍼 왕자’라고 부르며, 실제 어른 배우가 빨간 아이 마스크에 망토, 타이즈 차림을 하고 나와서 싸운다는 거다.

뭔가 DC 슈퍼 히어로 ‘샤잠’이 생각나게 한다.

작중 슈퍼 왕자의 초능력은 무술 실력(태권도), 비행 정도에 메달에서 신성한 빔을 발사해 악당들을 쓰러트리는데. 영화 포스터에는 슈퍼 왕자가 좌측 끝에 나와서 뭔가 주인공이 아니라 악당처럼 나왔고. 한단이 슈퍼 왕자 복장을 입고 포스터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데 이건 아예 영화 본편에는 안 나오는 장면이다.

앞서 말했듯 주인공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신하는 초능력 히어로라서 아이가 되면 파워 다운 된다. 실제로 본편에서 슈퍼 왕자가 악당들의 광선총 일점 사격을 당해 체력이 떨어졌을 때, 잠시 아이 모습으로 돌아가는 씬이 있다.

근데 아이 모습으로 돌아갔다가 뜬금없이 처형 BGM이 울리며 태권도로 악당들과 맞서 싸우다가, 금방 어른 버전으로 다시 변신해 메달 빔을 난사해 전황을 뒤집는 거 보면 뭔가 좀 내용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애초에 이 메달에 얽힌 사연도 어이가 없다. 우주의 창조신의 노여움으로 봉인에서 풀려난 흑석 마왕에 의해 시리우스별이 멸망했는데, 메달에는 창조신의 가호가 깃들어져 있어 거기다 데고 빌면 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서 설정 충돌이 생긴다. (아니, 행성 하나 멸망시키고 생존자 달랑 1명

너무 슈퍼 왕자한테 올인하느라 나머지 캐릭터들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좀 아쉽다. 캐릭터 간의 케미를 맞추기는커녕, 스토리 진행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인질 역할만 해서 캐릭터 운용이 나쁘다

하이라이트는 더 뜬금없다. 영화 끝나기 한 5분 전쯤에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슈퍼 로봇이 튀어 나와 악당 로봇과 싸우는 로봇 배틀씬이 나와서 그렇다.

우뢰매의 영향을 받은 작품답게 로봇씬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이 당시 한국 아동 영화가 흔히 그렇듯 로봇 디자인은 표절에 짜깁기다.

작중 슈퍼 로봇은 가변형 로봇으로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하는데. 그 설정만 놓고 보면 김청기의 스페이스 간담 V 같이 마크로스의 발키리를 베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당황스럽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에 나온 ‘엑스윙’에서 날개 4개 중 2개를 뗀 디자인으로 나와서, 그게 로봇으로 변신하면 기동전사 건담의 ‘리가지’가 된다! (엑스윙+건담이라니 진짜 상상도 못했다)

영화 끝나기 5분 전에 나온 로봇 전투 씬이라서 실제 분량은 그보다 더 적은데. 에필로그가 따로 나와서 그렇다.

에필로그는 한단이 친구들과 이별을 고하고 우주로 돌아가 흑석 마왕을 물리쳐 지구로 돌아오겠다는 것으로 끝나는데. 결국 본편 내에서 VS 흑석 마왕전은 나오지 않고 그렇다고 2부를 예고한 것도 아니라서 스토리의 완결성이 매우 떨어진다.

결론은 비추천. 능력을 감추고 신분을 위장해 인간 사회에 녹아들어 일상생활을 하는 초능력 히어로의 설정을 반전시켜 외계인이라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는데 진짜 외계 악당이 나타난다는 메인 스토리를 개그가 아니라 진지하게 만들어서 뭔가 좀 일반 상식에 맞지 않고, 원 탑 주인공한테 모든 비중을 밀어주어 다른 캐릭터가 전혀 활약하지 못해서 캐릭터 운용이 좋지 않으며, 여러 가지 설정적인 부분에서 일관성이 없어서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져 ‘외계에서 온 우뢰매’의 아류작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흑석 마왕의 모함은 스타워즈의 '데스 스타'를 베껴서 그렸다.


덧글

  • windxellos 2019/02/08 00:24 # 답글

    역습의 샤아는 88년 개봉이었으니 주인공 로봇은 어디 다른 데서 베껴온 것 아니었을까요.
  • 잠뿌리 2019/02/08 10:00 #

    역습의 샤아는 1988년 3월에 개봉했는데 리가지는 프라모델로 1987년 12월에 발매한 걸 생각해 보면 프라모델을 보고 베낀 게 아닐까 싶습니다.
  • ㅇㄹㅇ 2019/02/08 01:05 # 삭제 답글

    포스터에 나온 녀석은 역습의 샤아에 나온 ms 짝퉁인데 정작 역샤는 이거 1년 후에 나왔으니 어찌 된 일일까요? 제작사에 나름 건덕후가 있었던 건지...
  • 잠뿌리 2019/02/08 10:15 #

    역습의 샤아는 1988년 3월에 개봉했는데 리가지는 프라모델로 1987년 12월에 발매한 걸 생각해 보면 프라모델을 보고 베낀 게 아닐까 싶습니다.
  • 블랙하트 2019/02/08 10:45 # 답글

    예전에 방영한걸 본 기억은 있지만 제목이 생각 안나서 궁금하던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기억으로는 분명히 KBS에서 방영했었는데 뉴스 라이브러리에서는 검색해도 나오는게 없군요)
  • 잠뿌리 2019/02/08 20:17 #

    작품 인지도가 너무 떨어져서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죠.
  • 무명병사 2019/02/08 13:55 # 답글

    발키리와... 제간의... 혼종이라니... 아아 신들이시여! 누가 이런 괴물을 만들었단 말입니까!
  • 잠뿌리 2019/02/08 20:18 #

    그게 전투기 형태일 때는 스타워즈의 엑스윙(날개 반쪽짜리)이고 로봇으로 변신하면 리가지라서 괴상한 혼종이됐죠. 악당의 모함은 스타워즈의 데스 스타였습니다.
  • soldier 2019/02/08 14:04 # 삭제 답글

    very cool
  • 뇌빠는사람 2019/02/08 15:03 # 답글

    음 컬러링은 뉴건담인데 디자인은 리가지 비슷하기도 하고 제간 같기도 하고 근데 저도 틀딱이라 웬만한 어린이영화는 다 봤다 싶었지만 이건 전혀 모르겠습니다 ㅋ
  • 잠뿌리 2019/02/08 20:19 #

    https://twitter.com/jampuri81/status/1093517939800559617 <- 트위터에 스샷을 올렸는데 디자인이 괴상합니다. 포스터에 나온 거랑 또 다르죠. (특히 로봇 입이;;)
  • 놀이왕 2019/02/08 23:58 # 답글

    후반에 나오는 적 로보트는 트랜스포머G1의 디셉티콘의 로봇 가운데 하나이자 호러콘(헤드마스터이자 트리플체인저)인 스냅드래곤(SnapDragon)이라는 이름의 로봇을 표절한 겁니다. 영화에서는 거의 짙은 회색이지만 원본은 흰색과 보라색 계열로 이뤄졌으며 크렁크(Krunk)라는 이름의 헤드마스터와 파트너이고 전투기와 공룡으로 변신하죠.
    http://www.unicron.us/tf1987/figures/snapdragon.htm
    위의 사이트로 들어가보시면 해당 로봇의 완구와 애니 스샷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잠뿌리 2019/02/09 22:48 #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이었군요. 어째 공룡 변신하는 컨셉에 트랜스포머 생각나긴 했는데 그림록 검색하고 있어서 못 찾았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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