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칸: 바람의 신화 (1998)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8년에 ‘컴&매직 엔터테인먼트’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만든 액션 롤플레잉 게임.

내용은 한국의 상고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치우, 우사, 운사, 풍백 등 4명의 신화 속 캐릭터들이 신석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본작은 쿼터뷰 시점에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액션 RPG 게임으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1996)’ 아류작이다. 정확히, 스킨만 바꿔서 다운그레이드한 것으로 당연한 일이지만 원작에 비교하면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플레이어 셀렉트 캐릭터는 ‘치우’, ‘우사’, ‘운사’, ‘풍백’ 등 4명이고. 기본 능력치와 착용 가능한 장비가 조금씩 다르다. 치우는 도끼 장비 가능. 우사, 운사는 창 장비 가능. 풍맥은 단도 장비 가능이다. 장검, 방패, 철퇴 등은 전 캐릭터가 다 장비할 수 있다.

헌데, 플레이어 셀렉트 화면 자체에서는 그런 차이가 표시되지 않아서 캐릭터를 골라 게임을 시작한 이후에 확인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해를 할 수 없는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시작하기 직전 뜬금없이 플레이어의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것이다. 그거 입력한다고 게임 캐릭터 능력치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서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 넣은 건지 모르겠다.

게임 화면에서 좌측 하단의 캐릭터 썸네일을 클릭하면 ‘스테이터스창’이 열리고, 우측 하단의 파란 원형 석판을 클릭하면 ‘인벤토리창’이 열린다. 그 옆에 보이는 아이템 슬롯창이 인벤토리창과 별도로 관리되는 아이템 인벤토리 역할을 한다.

인벤토리창 바로 위쪽의 여의주 아이콘은 마법 활성화창으로, 게임 플레이 도중에 얻는 마법 쪽지를 아이템 슬롯창에서 클릭해 사용하면 게임 플레이 화면 아래쪽에 해당 마법이 활성화되어 칸으로 표시된다.

양쪽 끝에 한 칸씩 생기는데 좌측에 생긴 게 마법 리스트. 우측에 생긴 칸이 바로 사용하는 마법으로 한 번에 하나씩 밖에 못 쓴다. 마법 리스트에서 마법을 선택. 우측 칸에 활성화시킨 다음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사용할 수 있다.

HP는 검, MP는 지팡이로 표시된다.

캐릭터 능력치는 Level(레벨), Experience(경험치), Attack(공격력), Defence(방어력), Weapon Class(무기 수준), Armor Class(방어구 수준), Hit Point(HP=생명력), Magic Point(MP=마력), Strength(힘), Endurance(내구력), Wisdom(지혜), Dexterity(민첩성), Gold(소지금)으로 능력치 관한 부분은 캐릭터 이름까지 포함해서 다 영어로 표기되어 있다.

능력치 표기를 영어로 할 수 있긴 한데, 캐릭터 이름까지 영어로 표기한 건 좀 의외다. 게임 배경이 중세 판타지면 모를까. 한국의 고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영어가 들어간 걸 보면 좀 괴리감이 느껴진다.

만랩은 20 밖에 안 된다. HP와 MP의 최대치가 255라서 맨랍을 찍고 능력치를 최대한 올려도 HP/MP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디아블로를 따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의 수치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어 장비의 상위, 강화 개념 같은 게 없다.

그 때문에 게임 플레이 중에 몬스터를 쳐 잡으면 장비 드랍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다 똑같은 무기들이니 아무 짝에도 쓸데 없다. 그저 인벤토리칸만 낭비할 뿐이다.

심지어 캐릭터별 장착 가능/불가 장비가 따로 있는데, 장착 불가 장비가 드랍되는 경우도 많아서 아이템 드랍 밸런스가 엉망진창이다.

물론 여분의 장비를 마을 내 상점에 가져다 팔 수 있긴 한데, 마을과 필드, 던전을 오가는 시간과 수고를 생각하면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인벤토리창에 있는 장비는 무기, 방어구뿐이고. 소비형 아이템은 인벤토리창에 뜨지 않고 아이템 슬롯에만 표시된다.

아이템 설명은 텍스트는 한 줄도 안 나오고 HP, MP 회복 수치만 뜨는데. 소비형 회복 아이템이 아닌 것들은 직접 써보지 않는 이상 용도를 알 수 없다. (마법 쪽지랑 신석 같은 것들)

장비를 착용할 때 마우스 커서로 클릭해 드래그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러서 장비.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땅에 떨궈서 버리는 방식이며, 장비에 대한 설명이 일체 뜨지 않아서 자잘하게 불편하다.

장비의 설명은 고사하고 장비 이름조차 표기되지 않는데, 마을 상점에서 장비를 사고 팔 때만 이름이 표기된다.

마을, 필드에서 월드맵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맵 구석진 곳에 있는 깃발이나 장승 부근에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켜 방향표 표시로 바꾸어 클릭해야 한다.

디아블로의 웨이 포인트가 깃발/장승으로 바뀐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오토 매핑 시스템은커녕 맵 자체를 지원하지 않아서 길 찾기가 좀 어렵고. 캐릭터 이동 속도가 느린데 빠르게 할 방법이 전혀 없어 게임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

전투가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마우스로 적을 클릭해 공격을 하는 게 끝이다. 타격감을 주기는커녕 타격음조차 없어서 때려도 때린 것 같지 않다. (정확히, 무기를 휘두르는 소리는 나는데 공격을 명중시켰 때의 피격음이 없다)

적의 공격을 받으면 자동 반격하는 것도 아니라서 일일이 클릭을 하면서 마우스 왼쪽 버튼 연타를 해야 하는 것도 엄청 귀찮다.

근데 귀찮은 걸로 끝나면 오히려 낫지, 적을 공격 타겟으로 삼을 때 방향이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공격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놔서, 몬스터들한테 둘러싸여 공구리 당하는 난전 중에 그런 삑사리가 날 때마다 사람 빡치게 만든다.

월드맵에서 이동 가능한 지역이 많긴 한데, 마을은 대부분 엄청 좁고 NPC 주민 수가 평균적으로 10명은커녕 5명조차 안 되고, 필드에는 몬스터만 나올 뿐 아무 것도 없고, 던전은 보물 상자와 항아리 등의 아이템 드랍 오브젝트가 있긴 하나 보스가 따로 없다.

스토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있는 걸 너무 부실하게 만들었다.

스토리 진행이 단순히 물건 찾기, 몬스터 사냥 등을 반복하면서 필요한 조건을 갖추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게임을 시작했을 때 첫 번째 목표는 ‘신석’을 찾는 것인데 호족의 마을에 있는 던전을 돌파해 신석을 입수하면 월드맵에서 새로운 지역이 개방된다.

문제는 스토리 내에 캐릭터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점과 스토리 자체도 최종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거다.

그때그때 눈앞이 스토리상 필수 아이템을 찾거나 NPC의 부탁을 받아 퀘스트를 수행하기만 하지, 플레이어 캐릭터의 육하원칙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게 빠져 있다는 거다.

게임 내용 자체가 상고 시대를 배경으로 한 건 알겠는데 플레이어 캐릭터가 뭐 하러 여행을 떠난 건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디아블로는 최소한 디아블로를 쳐 잡는다는 최종 목표가 있는데 본작은 그런 게 없다.

물건 찾기나 퀘스트 수행도 목표를 달성하면 관련 메시지가 떠야 되는데 그런 것도 없고. 다음 진행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찾아다니게 만들어서 스토리 진행이 직관적이지 못하다.

스토리 진행도 해괴하다. 보통, 게임 내 마을에는 뒷길로 던전이 연결된 곳이 있는데. 마을 뒷길 던전에서 몬스터 사냥하고 돌아오면 마을 주민 NPC들이 반응이 냉랭해지는 경우가 일반화됐다.

예를 들어 첫 시작 마을인 ‘웅소족’ 마을에서 마을 뒷산의 던전에 들어가면 적으로 곰, 해골, 박쥐가 나오는데. 몹을 사냥하다가 마을로 다시 돌아오면 마을 주민 NPC들이 말을 걸어도 아무 대답도 안 한다.

그나마 웅소족 마을에서는 던전 공략이 필수 조건은 아니라서 그냥 넘어가도 되는데. 다른 마을 중 일부는 던전 공략이 필수인 곳이 있어서, 스토리 진행을 위해선 던전을 돌파해야 하는데 돌파하고 나면 마을 주민들이 그렇게 변하니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웃긴 건 마을 주민들 반응이 나빠져도 상인하고 대화해서 물건 매매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상고 시대 배경의 게임이라서 한국적이고 유니크하다고 묻는다면 또 그것도 아니다. 원시 문명과 삼국 시대 문명의 뒤섞여 있어서 어떤 마을에 가면 고인돌 배경에 원시인 NPC가 나오는데, 또 어떤 마을에 가면 삼국 시대 사람들이 나온다.

장비가 돌로 만든 칼, 창, 나무 곤봉. 이런 게 나오다가도 갑자기 철검, 철퇴, 철갑옷이 나와서 세계관 내 문명 수준의 일관성이 전혀 없다.

부족 이름과 플레이어 캐릭터 이름만 상고 시대의 지명, 인물을 따왔을 뿐이지. 실제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곰, 호랑이 늑대, 박쥐까지는 그렇다 쳐도 스켈레톤, 스톤 골렘, 트윈 헤드 오우거, 좀비 등등이라서 한국적인 색체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해골 병사들이 공구리 치고 박쥐가 번개탄 쏘는데 이게 어딜 봐서 한국형 판타지라는 건지)

MP 회복 아이템으로 인삼, 마늘, 쑥, 고추 이런 거 나온답시고 단군 신화 판타지 드립치는 거라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참고로 HP 회복 아이템은 딸기, 사과 등의 과일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본작은 한국 고대 시대 배경과 부제 ‘바람의 신화’을 보고 추측해 보건데, 넥슨의 ‘바람의 나라(1996)’를 디아블로식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때문에 메인 스토리가 따로 없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게임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며, 스토리 진행의 직관성이 떨어지는 게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 사이에서 정체성을 상실한 것 같다. (플레이어 생년월일 입력은 온라인 게임 로그인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걸까)

결론은 비추천. 게임 시스템과 스타일은 디아블로 양산형이라 독창성이 없고, 자동 반격을 지원하지 않고 공격 명중 때의 피격음도 없고, 방향이 맞지 않으면 공격 자체가 불가능한 삑사리 판정이 자주 발생해 전투는 재미없는 수준을 넘어서 짜증을 불러일으키며, 이동은 느릿느릿한데 맵 기능을 일체 지원하지 않아서 길 찾기가 힘들어 게임 인터페이스가 매우 불편한데다가, 한국 고대 시대를 소재로 삼은 것도 명칭만 그럴 듯하게 써 놓은 것 뿐이고. 실제로는 일반적인 판타지물에 가까워 개성이 없는 상황에 스토리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부실하기까지 해서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작품이다.


덧글

  • 시몬벨 2019/02/03 04:51 # 삭제 답글

    디아블로 짝퉁 국산게임중에 탈이라는 게임이 있는데(잠뿌리님도 해보셨죠?), 완성도는 엉망이지만 적어도 크리쳐는 한국 고유의 느낌을 잘 살렸었죠. 소복입은 처녀귀신, 12지를 컨셉으로 만든 수인(이 중 호랑이 수인은 때려잡으면 동료로 들어옴), 검은색 옷입은 저승사자, 아기시체를 업고 다니는 할머니 귀신 등 지금 생각해도 크리쳐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봅니다.
  • 잠뿌리 2019/02/03 15:41 #

    탈은 앞으로 해볼 게임 리스트 대기 중에 있습니다. 발매 당시 무슨 게임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광고한 게 언뜻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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