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해저드 (1998)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8년에 ‘펌프킨 소프트웨어’에서 개발, ‘SKC 소프트 랜드’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발매한 롤플레잉 게임.

내용은 인간족 카린과 마물족 데브론이 마찰을 빚어 ‘트라팔카 대전’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마왕 ‘데브로나’가 데브론을 모두 사악하게 만들자, 카린족이 영혼의 전사를 만들어 선택된 2명의 전사 ‘레카르도’와 ‘아네미스’가 데브로나를 봉인하고 340년의 시간이 지난 후, 데브론족의 사악한 제사장 ‘가우스’에 의해 데브로나의 부화 의식이 거행되고 마왕성이 재건되기 시작하면서, 카린족의 유명한 전사들을 납치하고 암살하기 시작하는데. 카린의 남쪽 라미트의 영주이자 전사인 ‘라돈 크레아스’가 납치당하자, 그의 딸인 ‘아미 크레아스’가 호위 대장 ‘바론 무아르’와 함께 과거 전설적인 전사였지만 라미트 남부의 작은 마을 ‘카트만’에 운둔한다고 알려진 ‘노아’를 찾으러 갔다가 그의 제자인 ‘릭’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롤플레잉 게임이지만, 게임 조작 방식은 RTS 게임 스타일이다.

실시간 전투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언뜻 보면 ‘발더스 게이트(1998)’를 떠올리게 하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워크래프트(1995)’의 조작감에 가깝다.

발더스 게이트는 포즈키를 눌러서 게임을 멈춘 뒤 캐릭터에게 명령을 주입해서 포즈를 해제하여 전투를 진행하는 게 플레이의 기본이고 그 과정에서 전술적인 전투가 가능한 반면. 본작은 포즈키를 지원하지 않고 무조건 우클릭으로 치고받고 싸우는 방식이다.

마우스 커서로 드래그하여 그룹 지정은 가능하나, 대형의 개념이 없어서 그룹 지정해서 파티를 움직일 때 법사나 도둑 같이 근접전에 약한 캐릭터가 선두에 서는 경우도 많다.

그룹 지정을 한 상태에서 적이 다가올 때 마우스 커서의 공격 표시(칼 표시)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적을 가리키면 자동으로 치고받고 싸우는데. 가리키지 않으면 적에게 공격을 받아도 반격을 하지 않는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방어 자세를 취하지만, 전투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데다가 피아를 막론하고 치고박고 때리기 바빠서 가드 기능을 사용할 틈이 없다.

기본적인 캐릭터 이동 속도가 느려 터져서 옵션 기능으로 게임 속도를 최대로 올려도 그렇게 빨라지지 않는다.

계단 입구 같이 단 한 명만 지나갈 수 있는 통로에서 적 한 마리가 길을 막으면 플레이어 파티 전원의 진로가 막혀 움직일 수 없는 것과 적 말고도 적이 드랍한 아이템이 길을 막아 진로 방해 효과가 있어서 엄청나게 불편하다. 적이 길을 막는 것까지야 이해는 가는데 드랍된 아이템 때문에 진로가 막히다니 진짜 왜 이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더 답답한 건 적이 길을 막는 상황이 되면 길 앞에 정면으로 대치한 아군과 적의 일 대 일 공방으로 이어지기라도 해야 되는데, 서로 마주 보는 상태에서 길을 막고 있어도 마주한 방향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공방 자체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군이 공격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 적까지 아군을 공격하지 않아서 서로 멀뚱히 보고만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예 캐릭터를 길 바깥쪽으로 빼야 한다)

파티 멤버는 한 번에 다섯 명까지 설정할 수 있고, 파티 멤버를 구성하는 동료는 게임 진행에 따라서 최대 10명까지 얻을 수 있지만.. 캐릭터 스타일이 전사/마법사. 단 두 종류 밖에 없다.

원거리 무기가 아예 없고. 원거리 공격을 대체하는 게 전사 캐릭터가 소지한 공격 마법인데. MP를 소모하기 때문에 노코스트(소모비용 없는) 원거리 공격의 대용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전사가 무작정 몹에게 다가가 후두려 패면 마법사가 힐을 걸어주어 보조하는 단순한 방식의 전투를 반복해야 한다.

전사의 공격 마법은 ‘스페셜 어택’으로 분류돼서 한 캐릭터당 하나씩 밖에 가지고 있지 않고. 기술 슬롯이 3칸 남아 있어도 새로운 걸 추가할 수 없다.

주인공인 ‘릭’만 특별대우라서 게임 진행 중 만나는 다섯 제사장을 물리치면 전체 공격 효과를 지닌 소환 마법을 배울 수 있다.

마법이 슬롯 아이템으로 나와서, 마법사는 언제든 마법을 슬롯으로 갈아 끼울 수 있지만.. 마법의 종류 자체가 10개 미만이라서 바꾸는 의미가 별로 없다.

HP와 HP 이외에 타임 게이지가 따로 있는데 이건 마법을 사용했을 때 줄어들었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늘어난다. 마법 사용의 대기 시간인 것이다. 즉, 본작에서 마법은 MP는 MP대로 소비하고, 대기 시간은 또 대기 시간대로 있는 거다.

아군의 수는 달랑 다섯 명 밖에 안 되는데. 적군은 잡몹의 수가 그 몇 배를 넘어서고 후반부로 갈수록 물량공세가 심해지는데. 방 이동을 해서 화면이 바뀔 때마다 그 방에 배치된 모든 몬스터가 순식간에 리젠되는 시스템을 도입해서 레벨 디자인이 최악 중에 최악이다.

턴제 전투였다면 모를까, RTS 조작감으로 진행하는 실시간 전투를 물량공세를 펼치는 몬스터를 상대로 반복하는 건 굉장히 피로한 일이다.

조작감 자체도 거지같은데, 월드맵 상에서 마을에 진입했을 때 한 번에 마을로 이동하는 게 아니고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마을 근방의 필드를 지나야 하는 거나, 왔던 길을 몇 번이고 되돌아가면서 퍼즐을 풀어야 진행이 가능한 던전의 기본 구조에 몬스터 리젠이 더해지니 게임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본작의 던전 디자인은 스위치를 밞거나, 레버를 조작해 발판을 움직여 길을 만들어 나아가는 퍼즐이 거의 대부분인데. 이게 던전 내에 있는 여러 개의 방을 돌파해서 스위치/레버를 찾아내 조작하는 게 기본이라서 왔던 길을 돌아가는 걸 반복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몬스터가 리젠되어 매번 전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 그렇다.

이게 정확히 어떤 거냐면, 던전 내에 방이 5개 있다고 치고 이중에 3번 방에 발판을 움직여 길을 만들어야 해서, 1번 방과 5번 방 좌우 끝에 가서 스위치를 누르고, 레버를 조작해서 3번 방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왕복하는 과정에서 몬스터가 전부 리젠된다는 거다.

즉, 3번 방에서 1번 방으로 가는 와중에 초기 배치된 적을 다 잡아도. 1번 방에서 다시 3번 방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적이 다시 리젠돼서 또 쳐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컨트롤을 잘해서 안 싸우고 피해가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필드/던전의 맵 디자인은 대부분 길이 좁게 만들어져 있어 이동의 제약이 크기 때문에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도 나무, 바위, 기둥, 벽 같은 장애물 따위에 이동 방향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RTS 방식의 조작인 만큼 파티가 이동 중에 몬스터가 가만히 보고 있는 게 아니고. 시야 안에 들어오기 무섭게 다짜고짜 쫓아와 공격해서 피해가기 어려운 거다.

조작감도 나쁘고 전투도 재미없는데, 몬스터가 물량공세를 펼치는 것도 모자라 리젠율까지 미쳐 날뛰어 게임 플레이가 고문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초중반부야 그래도 어떻게 넘길 수 있지만 몬스터 레벨이 오르는 후반부는 완전 미쳐 돌아간다.

설상가상으로 던전 내 퍼즐은 스위치/레버 조작으로 발판을 움직이는 건데. 이게 스위치/레버 조작 때 어디에 있는 어떤 발판이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없다.

매핑 기능을 일절 지원하지 않아서 그렇다.

그 때문에 발판이 있는 장소에 동료 1명을 남겨두고, 다른 동료를 조종해 스위치/레버를 움직여 앞서 남겨둔 동료가 있는 장소에 발판이 움직이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몬스터 리젠의 조건은 파티 멤버 전원이 다른 방으로 이동하는 것이라서, 위의 방법을 응용해서 대비해야 한다. 파티 전력이 감소하지만 퍼즐풀이와 몬스터 리젠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마을에서는 무기/방어구를 판매하는 무기점, 아이템을 판매하는 도구점, 숙박/세이브/파티 편성 기능을 제공하는 여관을 이용할 수 있다. 술집도 있긴 하지만 NPC한테 말을 걸어 대화를 보는 기능 밖에 없다.

아이템 매각을 상점 한 곳에서 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무기는 무기점에, 아이템은 도구점에 가서 매각해야 하는 게 좀 불편하다.

만랩은 72레벨이고, 캐릭터 능력치는 파워(공격력), 투 히트(명중률), 가드(방어율), 스피드(속도), 파이어(불)/아이스(얼음)/라이트닝(번개)/윈드(바람)/랜드(땅) 속성 내성. 아이(맵을 밝히는 탐색 범위)/배라지(공격 회수)로 나뉘어져 있다.

장비 슬롯은 ‘무기/갑옷/기타 방어구x2/악세서리’다. 기타 방어구는 브레이서, 신발. 악세서리는 목걸이, 반지, 팔찌류다. 방어구와 악세서리 종류에는 HP, MP, 방어력 상승 이외에 속성 내성이 걸려 있다.

캐릭터 장비는 웨폰창과 아이템창을 열어서 아이템창에 있는 장비를 웨폰창의 슬롯에 드래그하여 장착하는 기본이다.

본작의 장비는 캐릭터의 장비 숙련도가 아니라 장비 자체의 숙련도가 도입되어 있어서, 능력 수치가 디폴트/숙련에 의한 최대 수치로 표시된다. 예를 들어 +3/10이라고 써 있으면 해당 장비의 기본 수치는 +3인데. 오래 쓰면 최대 +10까지 오른다는 말이다.

같은 장비라고 해도 장비 숙련도에 차이가 있어서 장비의 수치는 통일되어 있지 않다.

언뜻 보면 좋은 것 같지만, 다음 마을로 넘어가면 항상 전에 쓰던 것보다 좋은 장비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장비 숙련도를 최대치까지 키워 쓰는 건 장비 살 돈을 아끼는 것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무기에 붙은 SH 수치는 '샤런트'라고 해서 플레이 도중에 만나는 보스급 몬스터를 쳐 잡으면 드랍하는 아이템을 무기의 홈에 드래그해서 끼워 넣으면 공격 횟수인 배라지 수치를 올려준다. 무기마다 홈의 갯수가 달라서 좋은 무기일 수록 샤런트를 박아 넣을 홈이 많다.

장비창 디자인이나 장비/아이템 설명 텍스트를 보면 뭔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1996)’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안 그래도 본작의 최종 보스인 ‘데브로나’는 생긴 게 디아블로 짝퉁이다.

세이브는 마을 내에 여관에서 투숙한 후, 빨간 책을 클릭하면 할 수 있고. 던전에서는 세이브 포인트나 세이브맨 NPC를 클릭해 세이브할 수 있는데.. 마을 내 세이브와 세이브맨 이용에는 돈이 든다.

여관 내에 있는 파란 책은 파티 편성 기능인데. 이건 아예 여관에서 밖에 할 수 없다. 세이브 제한도 제한이지만 파티 편성의 제한도 매우 불편한 점이다.

파티에 편성되지 못한 캐릭터는 장비창도 활성화시킬 수 없다.

여관 2층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고 돈을 내고 하룻밤 자야지 2층에 갈 수 있는 구조라서, 숙박은 했는데 세이브나 파티 편성하는 걸 잊었다면 또 돈을 내고 다시 숙박해야 하는 구조라서 불합리하다.

일부 마을은 돈을 안 받고 세이브/파티 편성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 경우는 아예 여관 기능까지 없어진다.

돈은 몬스터를 잡을 때 자동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고, 몬스터가 드랍하거나 보물상자를 열었을 때 나오는 ‘금괴’를 입수하는 것으로 올라간다.

서브 이벤트가 이상하게 돈이 나가는 게 많은데, 구걸하는 소년 NPC에게 돈을 적선한다거나, 게임 단축키 팁을 알려주는 NPC가 그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가 하면, 뜬금없이 미래를 예언해줄 테니 돈을 달라는 NPC가 있는 것 등등. 뭔가 좀 자잘하게 돈이 나간다.

아이템 드랍 같은 경우에는 이상하게 MP 회복 아이템만 엄청 나오고. HP 회복 아이템은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수준이 돼서 밸런스가 맞지 않고. 방어구는 둘째치고 무기는 검 밖에 드랍이 안 된다.

특정한 장소에 고정되어 있는 보물상자에서 희귀 무기가 나오는 것과 별개로 실제 드랍하는 무기는 검만 줄창 나오는 게 동료들의 영입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어서, 아무도 영입하지 않고 메인 동료만 데리고 다니는 걸 가정해서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스토리상 필수적으로 합류하는 레귤러 멤버는 릭, 아미, 바론, 메일, 아리스인데. 이중에 릭, 바론, 메일은 검을 사용하는 캐릭터다.

본작이 가진 RPG로서 치명적인 단점은 텍스트의 부실함과 이벤트의 부제다.

마을 주민 NPC의 대사 대부분 마을 밖은 위험해요. 몬스터가 무서워요. 이런 것들 밖에 없는데, 아주 가끔 게임 진행을 위한 필수 로그 대사가 나와도 기껏해야 어디에 누가 살아요. 마을 밖에 무슨 일이 났어요. 이런 것뿐이다.

어디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게임 진행 방향의 직접적인 팁은 각 마을의 촌장과 대화를 하면 장땡이다.

근데 NPC와의 대화는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니 그렇다 쳐도. 파티를 이루는 동료 간의 회화 이벤트가 전혀 없는 건 문제가 좀 크다.

영혼의 전사인 남자 주인공 ‘릭’, 영주의 딸 ‘아미’, 호위 대장 ‘바론’, 운둔 고수 크샤르의 1대 제자 ‘메일’, 2대 제자 ‘아리스’, 도둑 ‘엔리케’, 아마존족의 여전사 ‘샤샤’, 괴력의 나무꾼 ‘도비치’, 무투가 ‘바쿠’, 페이크 동료 ‘스나이크’ 등등. 파티 멤버는 총 10명이나 되지만 아무도 회화 이벤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

동료가 파티에 합류할 때는 사람을 찾아달라, 물건을 찾아달라. 대충 이런 류의 특정한 퀘스트를 거쳐 합류하는데. 캐릭터 간의 대화는 퀘스트 의뢰와 결과 보고 때를 제외하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RPG 게임으로서 10시간 넘게 플레이를 해도 동료 간의 회화 한 마디 나오지 않는 것이다.

RTS 방식의 게임으로서 캐릭터를 개별적으로 조종이 가능해 캐릭터별로 마을 주민 NPC와의 대화 때 반응이 조금 달라지는 경우가 있긴 하나, 그건 극히 일부분이고 내용도 단순해서 볼게 없다. (예를 들어 남자 캐릭터가 마을 주민한테 말을 걸면 ‘잘생기셨네요’, 여자 캐릭터가 말을 걸면 ‘예쁘시네요.’ 이런 대답이 돌아오는 수준이다)

본편 스토리는 마왕을 봉인하러 떠나는 여행 중에 마왕 봉인과 얽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인데. 이게 단순히 적 보스들 쳐 잡다 보면, 적 보스가 죽기 전에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마왕이 어쩌고 봉인이 어쩌고 영혼자가 어쩌고 주절주절 떠들어서 정보를 알려줘서 플레이어 파티의 캐릭터가 본편 스토리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애초에 아미는 납치된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노바를 찾아왔다가 릭을 만나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인데. 본편 스토리에서 아버지 구출하는 내용은 전혀 안 나오고. 릭은 아미의 부탁으로 그녀의 호위 대장 ‘바론’만 찾아주기로 했는데.. 아무런 맥락도 없이 갑자기 마왕을 봉인하는 용사 일행이 된 것이며, 동료인 샤샤는 아마조네스 마을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면서 파티에 합류하지만 게임 내에 아마조네스 마을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기승전결로 따지자면, ‘기’만 있고 나머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 게임 홍보에 ‘파겨걱인 시나리오’ 드립을 치고 앉아 있으니 이게 말이 되겠나.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캐릭터가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을 가진 건 10번째 동료인 ‘스나이크’다. 페이크 동료+트롤러 컨셉이라서 한국 RPG 게임사에서 역대급 밉상 캐릭터로 손에 꼽을 만하다.

전사+용사+용병+해결사+영혼자를 자처하고 몬스터 수십만 마리를 도륙했다고 뻥카 치는 허세 가득한 용병인데, 본작에서 가장 마지막에 얻을 수 있는 동료로 영입 조건은 1000골드를 주는 것으로 다른 동료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스나이크가 가입하면 동료 중 ‘메일’이 그가 마음에 안 든다며 파티에서 탈퇴하고, 이후 최종 던전 바로 전 던전인 ‘암흑의 성’ 앞에 도착했을 때 사망 이벤트가 발생해 동료 중 유일한 사망자가 되고. 암흑의 성 공략 때 얻는 최강의 장비 용자의 검과 용자의 갑옷을 스나이크가 훔쳐 달아났다가, 최종 던전인 ‘마왕성’에서 적으로 나와서 맞붙기 때문에 진짜 한국 RPG 게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악질이다.

그밖에 게임 인터페이스적인 부분에서 이해가 좀 안 가는 부분은 캐릭터 이름, 능력치, 장비, 마법, 아이템의 설명 텍스트가 다 영어로 나온다는 점이다.

분명 한국 게임이고 실제로 캐릭터 대사는 한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대사 이외의 부분은 영어로 표기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뭐 어차피 중독, 마비, 석화, 매혹 같은 상태 이상 효과도 없는 게임이라서 아이템이라고는 HP 회복, MP 회복, 열쇠 밖에 없어서 아이템 효과 설명이 따로 필요한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극 후반부의 던전이 암흑성, 마왕성으로 바로 이어져서 파티 편성이 가능한 건 마지막 마을인 ‘브람’ 마을에서 밖에 못하는데, 던전 2개의 길이 이어진 만큼 마을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려면 돌아갈 수 있지만 마왕성에서 돌아가려면 암흑성을 지나서 월드맵에서 마을 사이의 필드를 또 지나야 하기 때문에 실제 플레이상 최소 10분 이상 걸리니 돌아가서 마지막 던전 돌파를 앞두고 정비할 틈을 주지 않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엔딩은 멀티 엔딩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긴 한데, 엔딩 자체가 동영상 하나로 떼우고 에필로그가 따로 나오지 않아서 캐릭터 생사 여부에 대한 영상 내용의 차이만 약간 있을 뿐. 마왕을 봉인하는 결과는 다 똑같다.

멀티 엔딩 조건이 영혼자의 검과 영혼의 목걸이를 찾느냐 못 찾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근데 영혼의 목걸이는 그 명칭 그대로 표기되는데 영혼자의 검은 맨 처음에는 NPC들이 ‘정신의 검’이라고 부르다가 어느새 ‘영혼자의 검’이라고 부르는데.. 막상 플레이어가 검을 입수하면 ‘이것이 용사의 칼인가?’라는 대사가 뜨고, 아이템 창에 뜬 아이템 명칭은 ‘아마겟돈’이라고 적혀 있는데 정작 그걸 장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해괴하다.

결론은 비추천. 롤플레잉 게임에 RTS 방식의 컨트롤을 도입한 건 그 당시 기준으로 나름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지만, 느려 터진 캐릭터 움직임에 인공지능도 좋지 않고 진로 방해 요소가 많은데다가, 전술적인 전투가 불가능해서 조작감이 매우 안 좋은데. 후반부로 갈수록 적 몬스터의 물량공세가 심해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걸 반복하는 구조의 던전에 화면 바뀔 때마다 몬스터가 리젠되기까지 해서 전투의 피로도가 극심해서 지옥 같은 난이도를 자랑하며, 게임 인터페이스가 자잘하게 불편하고. 동료 간에 회화 이벤트도 없고 캐릭터 자체가 스토리에 개입하질 않아서 RPG로서의 맛이 없어서,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난이도가 지독하게 어렵기만 할 뿐, 재미가 없는 작품이다.

같은 해에 나온 인터 플레이사의 ‘발더스 게이트(1998)’랑 너무 비교된다. 이 작품은 발더스 게이트랑 같은 해에 나왔기 때문에 게임 자체적으로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와 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작품이라, 차라리 발더스 게이트 출시 이후에 그쪽에 영향을 받았으면 지금의 것보다 더 나은 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90년대 한국 RPG게임답게 메타 개그가 나온다. 헌터 길드의 현상수배범 포스터를 클릭하면 현상수배범 정보에 제작진 이름이 들어간 것과 작중 캐릭터가 제작진이 사악하다는 발언을 하고. 눈 덮인 설산 마을에서 IMF 드립을 치는 것 등등. 구닥다리 개그 쩐다.

덧붙여 오프닝 영상에 나오는 스나이크는 남자 캐릭터인데 맨살 위에 배가 드러난 흉갑을 입고 팬티형 갑옷 하의에 스타킹 같은 걸 입어서 유니섹스적인 패션을 선보여서 시대를 앞서갔다.

추가로 본작 초반부의 비밀 주점에서 주점 건물 오른쪽 나무 뒤편에 숨겨진 상인이 존재하는데. 마족 최고의 대장장이를 자처하는 ‘켈로’라는 NPC로 가격이 비싸지만 성능이 높은 장비를 판매한다. 정확히, 초반부가 아니라 후반부에 나올 법한 장비들이라서 가격이 10000 단위를 넘어가서 돈을 에디트해서 늘리지 않는 이상 살 수가 없다.


덧글

  • 시몬 2019/01/21 22:55 # 삭제 답글

    국산게임에 저런 사악한 캐릭터가 있었다니 놀랍네요. 스나이크 잡으면 유언은 뭐라고 남기는지 궁금합니다.
  • 잠뿌리 2019/01/23 03:50 #

    그냥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고 죽습니다. 이 게임 자체가 캐릭터 대사 관련 텍스트가 부실해서 그렇죠. 다른 동료들도 합류 이벤트 때만 대사 좀 있지 그 뒤로는 스토리에 반영되는 대사가 전혀 없습니다.
  • 레이븐가드 2019/01/23 23:14 # 답글

    데브로나라길래 여자 악마인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군요. 정말 별 생각 없이 만든 듯...
  • 잠뿌리 2019/01/26 04:43 #

    악마 생긴 게 디아블로의 짝퉁 느낌이 강합니다.
  • 먹통XKim 2019/02/10 23:07 # 답글

    번들로 이건 나온 잡지 사봐서 해보고 포기/
  • 잠뿌리 2019/02/11 17:18 #

    게임 난이도가 극성맞아서 중간에 플레이를 포기할 만한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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