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3.1] 서태지 게임 S=C+R 2795 (1997)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7년에 ‘네오 인터네이셔널’에서 개발, 과거 유명 빵집 브랜드인 ‘크라운 베이커리’에서 윈도우 3.1용으로 발매한 어드벤처 게임. 본래 제목은 ‘S=C+R 2795’이고 서태지 게임이 부제다. 본제가 의미를 알 수 없어서 흔히 서태지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에 나온 게임이지만, 윈도우 95/98이 아니라 윈도우 3.1용에 486 DX2를 지원하는 구식 게임인데. 동인 게임이나 팬메이드 게임이 아니라 정식 게임으로, 실제 게임 내 스텝롤에는 서태지가 직접 감수를 맡았다고 나온다. (정확히, 감수에 서태지의 본명인 ‘정현철’이 적혀 있다)

내용은 1997년 1월 31일, 가수 ‘서태지’가 태지 보이즈 콘서트를 5일 앞두고 행방불명되고. 서태지의 앨범에 소리가 사라지는 괴현상이 발생했는데 경찰은 별다른 소견을 내지 못하고, ‘김지혁’ 교수만이 이 모든 것이 악령의 소행 같다는 말을 했는데, 실제로 1000년 묵은 3마리의 악령이 소리를 없애고 사람들을 그림자 인간으로 만들어 노예로 부리자, 신이 ‘아름다운 소리 태지’를 내려주어 서태지가 세 악령을 봉인했지만.. 사람들이 영혼을 팔아 악령들이 다시 부활하여 서태지를 가두어 놓아, 플레이어가 서태지의 문장 3개를 찾아 악령들을 물리쳐 서태지를 구하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이게 말이 돼?’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데 과장이 아니라 실제 내용이 그렇다. 아예 게임 본편 내에 악령 드립을 진지하게 낭독하는 음성이 잔뜩 나온다. 의외로 작중에 나오는 캐릭터 전부 다 음성 지원을 한다.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나레이션, 전화기 목소리, 라디오 소리까지 다 음성이 나온다.

본작은 게임으로서의 장르가 요즘 게임 장르 용어로 치면 ‘히든 오브 프로젝트 게임’에 가깝다.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화면상의 프로젝트을 클릭해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보통, 히든 오브 프로젝트 게임은 퍼즐성을 동반하고 있지만 본작은 그런 게 없다.

단순히 아이템을 찾고, 아이템을 사용하고, 비밀번호를 찾아내 입력하는 게 전부라서 퍼즐 구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게임을 진행하면서 서태지의 사진과 비디오 영상을 모으는 게 게임 플레이의 전부다. 사진/영상 수집은 스토리 클리어 필수 조건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수집의 의미 밖에 없다.

사진은 초상화, 포스터, 전광판, 심지어 쓰레기통에 버려진 종이조각까지 곳곳에 존재해서 그냥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클릭하면 자동으로 ‘포토’ 카테고리에 등록된다.

영상은 ‘비디오’ 카테고리에 등록되는데 게임 플레이 도중에 볼 수 있는 TV, 컴퓨터, 이벤트(뮤직 비디오) 영상이 등록되는 게 아니라, 그냥 게임 진행 정도에 따라 자동 등록되는 관계로 이쪽은 수집의 의미조차 없다.

비디오 카테고리에 등록도 안 되는데 동영상 스킵을 할 수가 없어서 끝까지 보는 게 좀 귀찮다. 잘못해서 한 번 더 클릭하면 같은 영상을 또 끝까지 봐야 한다.

동영상은 서태지 팬들의 인터뷰와 서태지 콘서트, 서태지 노래의 뮤직 비디오를 잘라서 넣은 것들인데 대부분 다 흑백으로 나온다.

세이브는 플레이 도중에 직접 할 수는 없고, 자동 세이브를 지원해서 게임을 하다가 우측의 Q 아이콘을 누르면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는데. 이때 EXIT를 눌러 게임을 종료하면 그 다음에 게임을 시작할 때 컨티뉴를 클릭해 앞서 하다가 중단한 부분부터 이어서 할 수 있다.

단, 그 때문에 게임 엔딩을 본 이후에 컨티뉴를 하면 엔딩 이후의 장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게임을 더 진행할 게 없다.

본편 스토리 자체는 서태지가 봉인했던 악령을 물리치는 호러물이라서, 게임 배경과 분위기를 공포스럽게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그런 배경 곳곳에 서태지 사진을 찾는 요소를 넣어서 되게 생뚱맞다.

악령이 부활하고, 사람들이 영혼을 팔고, 악령을 숭배하는 사타니스트가 활개치고, 사람이 잡혀가거나 죽기까지 하는 극 전개 속에서 사방팔방에 서태지 사진을 찾아내 클릭하여 포토 앨범에 등록하는 게임 진행이라서 엄청나게 이질감이 느껴진다.

3개의 문장을 얻는 게임 풀레이 자체도 정도를 넘어설 정도로 이상하다.

공동묘지 납골당 지하에서 서태지 초상화를 도끼로 찢어서 그 안에 숨겨진 검을 얻고 스위치를 눌러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 사타니스트로 변장해 거울에 비친 문을 열고 돌입하여 관 속에 누워 있는 미이라에 칼을 꽂아 넣어 물리치고. 악령의 저택 안에서 샤워하고 나와서 나이트 가운 입은 여인한테 와인을 주어 취해서 잠들게 만든 뒤 화장대를 밀어서 숨어 있던 악령을 불러내 파이프를 불어서 서태지 음악으로 제령하는가 하면, 콘서트장에서 장난감 복엽기를 날려서 화성에서 아이들의 영혼을 노예 삼아 부리던 최후의 악령을 퇴치하는 것 등등. 전개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본작의 엔딩은 대학교의 서태지 연습실로 돌아와 포스터를 클릭하여 사라진 서태지 사진을 복원시키면 태지 보이즈 콘서트 동영상이 뜨는 것이다.

엔딩 스텝롤이나 엔드/핀 메시지 같은 건 따로 나오지 않고 동영상이 끝난 뒤에는 위치가 연습실로 고정돼서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할 수 없다.

게임을 막 시작했을 때의 연습실에서는 드럼이나 키보드를 클릭해도 소리가 나지 않지만, 엔딩 이후에 클릭하면 소리가 나고. 서태지 음악이 BGM으로 깔려서 세상에 소리가 돌아온 걸 암시한다.

결론은 미묘. 게임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짧고 그만큼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데, 아이템 찾고 사용하고 비밀번호 찾는 게 본편 게임의 전부라서 게임 진행이 단순하기까지 해서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없는데.. 호러 어드벤처 게임을 표방하면서 서태지를 억지로 끼워 넣어서 그 이상함의 정도가 일반 상식을 거뜬히 뛰어넘는 해괴망측한 게임을 만들어내 쿠소 게임 수준을 넘어서, 한국 게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바카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크라운 베이커리에서 유통을 맡아서 그 당시 케이크나 빵 10000원어치를 사면 게임을 서비스로 얹어주는 방식으로 나눠주는 판촉용 게임이다. 그래서 원본 CD 안에 서태지 게임뿐만이 아니라 크라운 베이커리 CF와 크라운 베이커리 케이크 카탈로그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후에는 의류 브랜드인 ‘스톰’에서 옷을 사면 게임을 얹어주는 것이 됐었다. (스톰판 CD에서는 스톰 카탈로그가 들어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크라운 베이커리판 비매품, 스톰판 비매품, 정식 발매판 등 3종류나 있어서 상술이 대단하다.

덧붙여 본작은 CD 게임인데, 게임 이외에도 CD 자체의 사운드 트랙을 일반 오디오나 CD 플레이어로 재생할 수 있어서 ‘시대유감’, ‘교실 이데아’, ‘우리들의 추억’ 등의 3곡을 들을 수 있다. 스톰판에서는 수록곡이 한곡 더 늘어서 4번 트랙에 ‘이 밤이 깊어가면 리믹스’가 들어있다고 한다.


덧글

  • 시몬벨 2019/01/13 03:01 # 삭제 답글

    어릴적 소년점프였나 하여튼 엄청 옛날 만화잡지 중에 주인공이 음악의 힘으로 히어로로 변신해서 세기말에 악마와 싸우는 만화가 있었는데, 그거랑 분위기가 굉장히 흡사하네요. 주인공이 기타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음악을 연주해서 생기는 음파로 악마들을 퇴치하고, 대빵악마가 인간들에게 주인공을 잡아올때까지 1분에 1명씩 죽인다고 협박해서(실제로 협박떨어지고 나서 1분마다 1명씩 죽임) 주인공과 히로인이 악마와 인간 양쪽에게 쫓기는 스토리였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 잠뿌리 2019/01/13 17:20 #

    옛날 만화 잡지 중에 소년, 점프 들어간 거면 소년 챔프, 아이큐 점프 중 하나겠네요.
  • 로그온티어 2019/01/13 03:29 # 답글

    ...묘하게 사이키델릭하고 괴기하군요. 스토리만 보면 무슨 실험적인 옛날 영화같아요. 컬트 영화나. 차라리 영화로 나왔다면 후대에 남을 컬트영화가 되었을지도... 근데 뭐, 90년대 작가주의가 팽배했을 땐 미국이나 유럽이나 해괴한 논리의 어드벤쳐 게임을 쏟아내곤 했는데.. 참 묘하다고 느껴요. 저걸 가치가 있다고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 어떤 것은 그래도 신랄한 느낌을 남기니까요.
  • 잠뿌리 2019/01/13 17:21 #

    이 게임은 서태지를 빼고 호러 어드벤처 자체로 놓고 봐도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해외 게임하고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죠. 진짜 게임 대충 만든 것 같습니다.
  • 무명병사 2019/01/13 03:28 # 답글

    ...엥?
  • 알트아이젠 2019/01/13 23:02 # 답글

    [컴백 태지보이스]만 있는게 아니라, 이런 게임도 있었군요.
  • 잠뿌리 2019/01/15 16:52 #

    이게 뭘 사면 얹어주는 판촉용 게임이고 크라운 베이커리, 스톰이 있던 시대의 게임이라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박달사순 2019/01/15 13:39 # 답글

    서태지와 오컬트가 함께하다니
    예전에 음악 거꾸로 들으면 들린다는 '내 몸에 피가 모자라' 가 생각나네요
  • 잠뿌리 2019/01/15 16:54 #

    국내에서는 백워드 마스킹의 유명 사례 중 하나였죠.
  • 루시아 2019/08/20 22:43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저희집에도 이 CD가 아직있는ㄷㅔ
    생각나서 찾아보다 반가워서 인사남기고 갑니다~
  • 잠뿌리 2019/08/22 16:03 #

    아직 이 게임 CD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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