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X 연애사건 2 ~여름 이야기~ (夏日物語.1992) 2019년 가정용 컴퓨터 386 게임




1992년에 ‘KINOKO GROUP’에서 개발, ‘DYNASTY’에서 MS-DOS용으로 만든 어드벤처 게임. 원제는 야일물어.(夏日物語). 국내판 번안 제목은 ‘X 연애사건 2 ~여름 이야기~’로 ‘SKC 소프트 랜드’에서 정식 발매했다.

대만 현지판 발매를 맡은 DYNASTY는 한자 사명이 ‘漢堂(한당)’으로 국내에서는 ‘용의 기사(염룡기사전)’ 시리즈로 잘 알려진 곳이다.

내용은 ‘입국관’에서 하숙을 하면서 ‘월치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희’가 다가오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하숙집 주인 딸이자 연모의 대상인 ‘순미’와의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려고 했는데 학교 친구 ‘진우’가 한 학년 선배이자 여자 친구인 ‘단혜’랑 같이 갔다가 공사장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시체로 발견됐고. 그걸 발견한 사람이 ‘순미’라서 졸지에 살인자 누명을 써서, 희가 순미의 무죄를 밝히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전작은 EGA, VGA를 지원했지만 본작은 VGA만 지원하고, 또 전작이 마우스로 컨트롤 가능했던 반면 본작은 키보드로만 컨트롤할 수 있다.

ESC키를 누르면 환경창이 떠서 세이브/로드, 사운드 온/오프, DOS로 빠져 나가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세이브 슬롯이 무려 5개나 되지만 주인공 방에서만 세이브/로드가 가능해서 좀 번거롭다.

그래픽도 더 안 좋아서 언뜻 보면 퇴보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국내 발매 때 작품 순서가 뒤바뀌었다. 즉, 여름 이야기가 1탄, 진홍적 살의가 2탄인데 국내에서는 반대로 나왔다는 말이다.

애초에 키노코에서 만든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전작, 후속작 개념이지, 시리즈물로 하나로 묶인 건 아니다. 게임 인터페이스가 동일할 뿐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정식 발매했을 때는 둘 다 X 연애사건이란 제목으로 묶어 버렸고. 진홍적 살의가 1탄, 여름 이야기를 2탄으로 만들어 버렸다.

1992년에 나온 게임을 1994년에 후속작이라고 발매했기 때문에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나 있다.

게임 인터페이스는 앞서 말했듯 후속작인 진홍적 살의와 비슷한데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커맨드는 진홍적 살의의 6개보다 3개 더 많은 9개로 ‘보다’, ‘듣다’, ‘말하다’, ‘건네주다/아이템 사용’, ‘아이템 집어들기’, ‘물리적 행동’, ‘아이템 확인’, ‘이동’ ‘자다’의 6개 커맨드다.

이중에 아무 쓸데가 없는 건 ‘물리적 행동’인데. 남의 빈방에 들어가서 이 커맨드를 쓰거나, 괜히 쓸데없이 상대한테 사용하면 게임오버 당한다.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를 하면 단 한 번도 사용할 일이 없는 잉여 커맨드다.

‘자다’는 게임 플레이 진행 기간이 요일로 표기되어 총 5일에 걸쳐 진행을 하는데. 하루에 할 수 있는 행동을 다하면 꼭 자기 방에 돌아가 잠을 자서 다음 날로 시간을 넘겨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종류와 요일별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다는 거다.

예를 들면 단혜, 백설이 방에 있는 날은 4일부터라서 1~3일 동안에는 아무리 방에 찾아가도 자리에 없고. 순미는 2일날 심부름을 나가서 부재중이라서 그날은 만날 수 없으며, 창고 열쇠를 얻기 위해선 방동의 방 TV를 조사해야 하는데 방동이 자리를 비우는 게 3일부터라서 그 이전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타이틀은 ‘여름 이야기’로 여름 방학을 맞이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인데. 이게 여름 방학식을 한 당일날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서 학생들이 주역인데도 불구하고 학교가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 일행이 사는 하숙집 ‘입국관’이 주요 무대다.

입국관을 제외하면 경찰서, 사건 발생 현장인 공터(공원에서 공터 루트로)이 갈 수 있는 장소의 전부인 데다가, 경찰서와 공터는 사실 ‘악세서리/라이터/백설에게 편지’와 ‘사진’ 등의 중요 아이템을 입수하러 가는 곳일 뿐이라 해당 아이템만 얻으면 더 이상 볼일이 없다.

주요 무대인 입국관도 사실 사건 관계자가 같은 하숙집에 사는 것뿐이라서, 각 캐릭터의 방을 찾아가 증언을 듣고 증거를 찾는 게 플레이의 전부다.

본편 스토리는 탐정물의 관점에서 보면 추리 요소가 없다 못해 무슨 노래방 간주 점프하듯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게 많고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으면 용의자가 있어야 하는데 본작에서는 그게 없고. 단순히 주변 사람들 만나고 장소를 조사하면서 증언, 증거를 수집하다가, 막판에 가서 뜬금없는 사람이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진다.

그 사건의 진범이 자주 만나는 캐릭터도 아니고, 밑밥을 제대로 깔아 놓은 것도 아니며, 심지어 그렇게 주인공이 조사하고 대화한 입국관 거주자조차 아닌 데다가, 피해자를 죽인 이유가 흑사회의 뒷거래 현장을 목격 당해서 입막음으로 죽였다. 이거라서 완전 생뚱맞은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본편 스토리가 좀 생뚱맞아서 그렇지, 완전 막장은 아니며, 무엇보다 히로인 순미가 탐정 포지션인 주인공의 조수 포지션으로 적지 않은 활약을 해서 스토리의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후속작인 진홍적 살의보다는 한결 낫다.

진홍적 살의에서 히로인이자 조수인 ‘양자’가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해서 스토리 기여도가 엄청 낮았던 걸 생각해 보면 순미는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이면서도 조수로서 활약도 하고. 주인공과 맺어져 히로인으로서 엔딩도 장식하고 있으니 자기 역할을 충분히 다 하고 있다.

캐릭터 일러스트는 진홍적 살의보다도 퀼리티가 더 떨어져서 타카하시 루미코 그림체를 따라했지만 별로 티가 안 난다.

타카하시 루미코 작품 오마쥬가 몇 개 나오는데. 하숙집 주인 방동이 보는 신문에 ‘우르세이 야츠라 10주년 기념’ 기사에 ‘라무’의 초상화가 실려 있는 것으로 나오고. 백설이 잃어버린 악세서리가 라무 인형이며, 히로인인 순미의 방에 ‘메존일각’의 ‘오토나시 쿄코’ 포스터가 걸려 있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진홍적 살의처럼 등장 인물 이름을 한역 그대로 적어 놔서 ‘희’, ‘순미’, ‘한미’, ‘방동’, ‘단혜’, ‘백설’, ‘진우’, ‘유귀’, ‘은번’, ‘완운’으로 표기돼서 어색하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번역 퀼리티 자체가 상당히 낮아서 한 명의 캐릭터랑 대화를 하는데 하대와 존대를 오가고,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글을 읽는 듯이 국문체로 말하기까지 해서 번역에 일관성이 없다.

거기다 상황에 맞지 않은 대사도 종종 나와서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작의 텍스트 자체가 개판인지 알 수가 없다.

결론은 평작. 꼭 주인공의 방에서만 세이브/로드/잠자기(날짜 넘기기)가 가능한 게 번거로워서 게임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고, 추리 어드벤처지만 추리 요소가 전무해서 추리물로서의 밀도가 낮으며, 고전 게임인 걸 감안해도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 퀼리티가 떨어지지만.. 본편 스토리에 히로인의 중요성이 높은 것과 비례하여 조수로서 활약을 해 스토리 기여도가 높은 게 후속작보다는 한결 낫기 때문에 그걸 감안하면 간신히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락 시스템은 약간 특이하다. 게임 시작 때 묻는 암호를 틀리면 게임 중앙의 화면에 무조건 극락 배경에 부처님만 뜨고 다른 건 일체 표시되지 않는다.

근데 이게 커맨드 선택이 막힌 것은 또 아니고 화면만 그렇게 고정되어 있는 락이기 때문에 게임 진행 순서를 외우고 있으면 화면이 안 나와도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게 뭔가 좀 병맛적인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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