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왕일후 (四王一后.1973) 홍콩 영화




1973년에 이탈리아, 홍콩 합작으로 쇼 브라더스에서 ‘비토 알베르티니’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홍콩판 제목은 사왕일후. 이탈리어판 제목은 Che botte strippo strappo stroppio. 영문판 제목은 ‘슈퍼맨 어게이니스트 더 오리엔트(Orient Against the Orient)’다. (이탈리아에서는 1973년, 홍콩에서는 1974년에 개봉했다)

내용은 FBI 요원 ‘로버트 윌러스’가 태국 방콕에서 마약 밀매 현장을 급습했다가 악당들에게 제압당해 붙잡힌 요원을 포함해 총 여섯 명의 미국인을 찾아내 구출하라는 명령을 받아 그 임무를 수행하던 중. 홍콩까지 가게 됐는데 거기서 ‘맥스’, ‘제리’, ‘수지’ 등의 새로운 친구들과 알게 되고 ‘탕 사부’와 인연을 맺어 그에게 쿵푸를 배우고 FBI에서 특수 제작된 슈트를 입고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쇼 브라더스 영화라서 오리지날 작품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1967년에 ‘지안프랑코 파롤리니’ 감독이 만든 이탈리아 슈퍼 히어로 영화인 ‘쓰리 판타스틱 슈퍼맨(Three Fantastic Supermen - 이탈리어판 원제: I fantastici tre supermen)의 후속작으로, 정확히 쓰리 판타스틱 슈퍼맨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시리즈 2탄은 일본 도쿄의 3명의 슈퍼맨, 시리즈 3탄은 아프리카 정글의 슈퍼맨, 시리즈 5탄이 미국 서부의 3명의 슈퍼맨이다)

일단 이탈리아판 슈퍼맨 시리즈라고 해도 본작에서는 실제로 슈퍼 파워를 구사하는 초능력 히어로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배경이 홍콩인 만큼 쿵푸 사용에 포커스를 맞췄으며, 슈퍼맨이라고 자칭하는 건 새빨간 타이즈를 입고 나오는데 그게 특별한 슈트라서 그렇다.

도검불침 및 방탄 효과가 있어서 칼과 총이 통하지 않아서 쿵푸로 시비 걸다가 상대가 안 되니 비겁하게 총 들고 오는 악당들을 때려잡는 결전 병기로 사용한다.

홍콩판 제목인 사왕일후에서 사왕은 남자 넷, 일후는 여자 한 명으로 총 다섯 명이나 되는 주인공 일행이 빨간 타이즈 차림으로 쿵푸 액션을 펼치는 게 작중 하이라이트 씬인데. 슈트 디자인부터 시작해 방탄 연출이 되게 유치하고 조잡해서 실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쿵푸 액션 자체는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다. 명색이 쇼 브라더스 영화라서 기본 가닥이 있다.

흥미로운 건 사실 본편 내용이 아니라, 본편의 제작 비화인데. 본작에서 무술 감독 겸 엑스트라로 출현한 배우가 바로 ‘성룡’이란 사실이다.

근데 본작이 나올 당시에는 성룡이 ‘조수괴초(1971)’의 주인공으로 나왔다고는 해도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 ‘정무문(1972)’, ‘용쟁호투(1973)’ 같은 이소룡 영화의 엑스트라로 출현할 당시라서 본작에서도 엑스트라로 나오는데 진짜 문자 그대로 배경 인물 수준이라 단역이나 카메오조차 안 돼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원표’도 엑스트라로 출현하는데 그래도 이쪽은 악당 보스의 졸개들 중 하나로 나와서, 홍콩 상점가에서 로버트를 공구리칠 때 그에게 양발 날아차기(거의 드롭킥 수준)를 날리며 한 순간이지만 확 눈에 띈다.

본작은 이탈리아, 홍콩 합작에 홍콩이 주요 무대인만큼. 홍콩인이 주역으로 등장하는데, 작중 쿵푸 사범으로 나오는 배우가 ‘나열’이다. 60년대부터 왕성한 활동을 시작해 수백 편의 영화에 출현하면서 악당 배역으로 특히 유명해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인데 당시에는 성룡보다 인지도가 더 높았다.

본편 줄거리는 실종된 미국인을 찾는 이야기인데 정작 본편 스토리는 미국인을 찾는 게 아니라, 로버트와 친구들이 홍콩에 가서 쿵푸를 배우고, 쿵푸 쓰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과 로버트의 상관이 숨기고 있는 돈을 빼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인 찾기는 단순히 악당들 물리친 다음에 구출하는 걸로 퉁-치고 넘어가서 인질 구출 과정이 없이 결과만 나오는 수준이다.

잡혀 있는 인질들 포박 상태가 좀 황당해서 기억에 남는다. 보통은 밧줄에 묶이거나, 쇠창살 감옥에 갇혀 있는 묘사가 나올 텐데, 본작에서는 인질 여섯 명을 일렬로 눕혀놓고 길다란 나무칼 형틀을 내려서 여럿의 목을 한 번에 눌러 잠가버린 것으로 나온다.

본작은 코미디 영화로서의 성격도 강해서 시도 때도 없이 개그를 하는데. 당시 기준으로 관객들에게 통한 것 같지만 객관적으로는 좀 개그 욕심이 과하고 유치한 장면이 많아 평론가들한테는 혹평을 받았었다.

맨발로 철사장 수행을 하다가 붕대 감고 엉덩이로 땅바닥을 기어가는 것부터 시작해, 쿵푸 검술을 배워서 장검으로 페페로니 소시지를 썰어 버리고, 로버트의 상관이 가진 취미가 화장실 변기가 딸린 자기 사무실 안에서 바지 내리고 변기에 앉은 채 바이올린을 켜는 것이라거나, 빨간 타이즈 입은 것도 모자라 얼굴까지 타이즈를 치켜세워 마스크처럼 쓴 채 오두방정을 다 떨며 방탄 효과를 뽐내는 장면까지 보고 있노라면 의식이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만 같다.

결론은 미묘. 줄거리와 본편 스토리가 맞지 않고, 서양인의 동양 쿵푸 체험기 정도로 요약 가능한 내용에 쿵푸 액션은 보통 수준이지만 빨간 타이즈/검은 팬티의 쓰리 슈퍼맨 복장이 너무 조잡하고, 유치한 개그를 남발해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인데. 그 이상한 점들이 컬트적으로 다가와 병맛적인 재미가 있고, 다른 곳도 아닌 쇼 브라더스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흑역사적인 관점에서의 유니크함이 있어서 나름대로 존재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이 개봉할 당시인 1970년대 초에는 이소룡 사후, 싱가폴의 검열, 태국의 스크린 쿼터제 등으로 홍콩 영화의 수요가 급락해서 영화 제작 시장이 열악해져 외국과 합작 영화가 나오게 되었다고 하며, 본작 이외에 영국의 해머 필름에서 ‘레전드 오브 더 세븐 골든 뱀파이어(1973)’, 독일 합작인 ‘엔터 더 세븐 버진스(1974)’가 거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덧붙여 본작은 비평 쪽으로는 혹평을 면치 못했으나, 이탈리아와 홍콩에서 개봉 당시 흥행을 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덧글

  • dennis 2018/12/11 06:46 # 답글

    FBI에서 만든 뻘건 수트라...
    이전 미드에 나왔던 그 뻘건 내복...쿨럭~ 수트가 떠오르는구요... ㅎ
  • 잠뿌리 2018/12/12 23:55 #

    70년대 영화의 슈퍼 히어로 타이즈 슈트 디자인은 내복 느낌이 너무 강해서 전반적으로 좋지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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