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에 ‘M. 수바스 압둘라’ 감독이 만든 말레이시아산 공포 영화. 포스터에는 차이니즈 호러 무비라고 써 있지만 실제로는 말레이시아 영화라서 말레이시아가 배경이다.
말레이시산 영화인데 감독은 인도 출신이고, 작품은 중국에 수출해서 한문 제목이 따로 붙었다. 한문 제목은 귀상신(鬼上身). 귀신을 지칭하는 단어라서 동명의 영화나 단어가 많다.
내용은 귀신을 소재로 한 5가지 단편 구성의 옴니버스 영화다.
보통, 옴니버스 방식의 영화는 여는 이야기/닫는 이야기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파트가 있는데. 본작은 그런 게 없다.
이게 기본적으로 단편 모음집인데도 불구하고, 한 번에 하나의 단편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단편 내용을 뚝뚝 끊어서 이 이야기 하고, 저 이야기 하면서 중구난방이 됐다. 그 때문에 이게 말이 좋아 단편이자, 실제로는 온전한 단편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상상 이상으로 떨어진다.
이게 정확히 어떤 구성이냐면, 도입부 때 남자 셋으로 구성된 세 친구가 숲속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놀다가 하나 둘씩 자리를 비우고. 그 뒤에 남녀로 구성된 세 친구가 호기심 삼아 버려진 폐가에 들어가 마법진을 그려 놓고 안대를 착용해 눈을 가린 뒤 각자 손에 상처를 내서 피를 깨진 그릇에 담아 흑마술로 귀신을 불러내는데.. 그 뒤에 앞선 남자 셋이 엮인 귀신 사건이 벌어지고. 그 다음에 앞의 캐릭터들과 전혀 상관없는 아저씨가 등장한 다음. 남자 셋이 엮인 귀신 스토리를 각각 진행하다가 아저씨 스토리도 넣고. 폐가에서 귀신 부르던 친구들 스토리도 끼워 넣은 거다.
장소, 시점, 사건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넣고, 빼고, 넣고 빼고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아무런 접점이 없어서 단편으로서의 완결성은 둘째치고 구성이 부실해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즉홍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만든 티가 팍팍 난다.
그래도 어떻게 이야기 자체를 정리해 보자면 대략 5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1. 팔찌 이야기
친구 A의 여자 친구가 길가다가 보석 팔찌를 발견. 어머니한테 선물해줬는데, 어머니로 둔갑한 귀신을 목격하고 패닉에 빠짐. 실은 남자 친구인 친구 A가 길가다 차가 고장 나 길가에 잠시 정차 중이었던 여자를 때려죽이고 돈을 훔쳐 달아난 강도라서, 살해 당한 여자가 팔에 차고 있던 게 보석 팔찌였고. 귀신이 되어 돌아와 친구 A를 물어 죽인다.
2. 돌아온 유령 이야기
친구 B와 친구 C가 남아서 놀던 중. 친구 B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여자 친구를 자랑하자 질투에 눈이 먼 친구 C가 친구 B를 망치로 때려죽임. 그 이후 친구 C의 유령이 친구 B의 아버지를 찾아가 살인의 진상을 밝히고 친구 B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3. 지박령 이야기
여주인공이 남자 친구한테 말을 걸어도 대꾸를 해주지 않자 삐쳤는데. 실은 여주인공이 죽어서 귀신이 되어 집에 묶인 지박령이 되었다는 이야기.
4. 가짜 귀신 이야기
주인공이 스쿠터를 타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폐가에 방문했는데 폐가 안에 제사상이 차려져 있고 거기서 사기꾼 부부가 귀신으로 변장해 주인공을 속여 제물을 가로채려다가, 진짜 귀신이 나타나 혼쭐이 나는 이야기.
5. 귀신 소환 이야기
세 친구가 폐가에 놀러가서 귀신을 부르는 의식을 치뤘다가, 진짜 귀신이 나타나 떼몰살 당하는 이야기.
정리해서 개별적으로 보면 이야기 자체는 멀쩡하지만, 구성의 문제가 너무 커서 어느 이야기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뿐더러. 설령 구성이 정상적이었다고 해도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소재는 꽤나 진부한 내용들이고 개연성이 없어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팔찌 이야기에서 친구 A의 강도 짓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란 설정이나, 친구 B가 친구 C를 살해하면서 사이코 살인마로 묘사되는 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개연성의 ‘개’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작중에 나오는 귀신들이 말레이시아 전통 귀신인 것도 아니고. 작중 배우들이 말레이시아인이 아니라 중국계가 섞여 있는데. 이게 정확히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중국인이라는 느낌이라서 작품 자체가 뭔가 좀 국적불명 느낌이 난다. 사전 정보 없이 보면 말레이시아 영화인 줄도 모를 정도다.
본작에서 유일하게 인상적인 장면은 일부 귀신 연출인데. 귀신의 등 뒤로 나이트클럽의 레이저 쇼를 방불케 하는 녹색 레이저 효과를 집어넣어서 화려하게 반짝반짝 거리는 게 상상. 아니 상식을 벗어난 연출이라 기억에 남는다.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에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한 건지 당최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그 연출이 굉장히 구리다는 거다. 이 작품이 2013년에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퇴보적이었다.
결론은 비추천. 인도(감독)+말레이시아(국적)+중국(수출/배우)가 들어간 영화 외적인 부분의 조합은 흥미를 자아내지만, 정작 작품 자체는 말레이시아 호러 영화의 특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렇다고 중국 영화도 아니라서 국적불명의 느낌이 강하며, 옴니버스 방식인데도 불구하고 각 에피소드가 단편으로서의 구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스토리 구성의 완성도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상황에, 소재는 진부하고 연출은 유치하며 비주얼은 허접해서 작품 자체의 수준이 저퀼리티의 임계점을 돌파한 망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IMDB 평점은 3.0이다. 북미뿐만이 아니라 중국 쪽에서도 평가가 대단히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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