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니 드라큘라 (Khooni Dracula.1992) 2019년 인도 공포 영화




1992년에 ‘하리남 싱’ 감독이 만든 인도산 호러 영화. 영제는 ‘블러디 드라큘라.’ 원제인 Khooni는 인도어로 ‘피묻은’이라는 뜻이 있어 제목을 한역하면 ‘피묻은 드라큘라’가 된다.

내용은 사악한 삼촌이 하녀를 겁탈하려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는데 하녀의 피가 땅에 묻힌 ‘쿠니 드라큘라’에게 흘러 들어가, 쿠니 드라큘라가 현세에 부활하여 사람들을 해치는 이야기다.

본편 스토리는 편집이 좀 이상하게 되어 있다. 드라큘라가 부활하는 장면이 오프닝이 나오긴 하는데.. 이게 단순히 땅바닥에 누워 있다가 메모지 같은 거 보고 벌떡 일어난 수준으로 묘사해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무슨 일에 해당하는 부분. 즉, 쿠니 드라큘라 부활의 비밀이 영화 끝나기 약 15분 전에 드러나서 늦어도 너무 늦게 나온다. 초반에 나와야 할 사건의 발단 부분이 극 후반부에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본편 스토리는 되게 뜬금없다. 무작정 쿠니 드라큘라의 모습을 비춰주면서 사람을 습격해 피를 빨아먹는 씬을 보여준다.

쿠니 드라큘라는 한 명의 독립적인 캐릭터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사람을 습격하기만 해서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습격당하는 사람이 비중이 있는 캐릭터도 아니고. 단역들만 죽어 나가며, 흡혈을 하면 그냥 죽어 버려서 흡혈귀가 전염되는 것도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여자만 집요하게 노리고, 제대로 된 대사 없이 으르렁거리면서 괴물 소리를 내며, 흡혈 살인을 반복하기 때문에 흡혈귀의 탈을 쓴 연쇄 살인마 느낌마저 든다.

복장도 완전 허접한데. 검은 옷에 챙이 넓은, 우리나라로 치면 삿갓 같은 걸 쓰고 나오며, 배우 자체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라서 일반적인 드라큘라 이미지와 매우 거리가 멀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페이즈 3단계의 변화를 거치는데. 이빨이 달리지 않은 인간 폼 < 이빨이 달린 흡혈귀 폼 < 피 묻은 고무 마스크가 추가되는 완전체 폼으로 나뉘어져 있다.

문제는 이게 어떤 원칙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집어넣었다는 거다. 뭔가 이상할 정도로 피 묻은 고무 마스크를 강조하는데 제목이 피묻은 드라큘라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마스크만 허접한 게 아니라 이빨 분장도 허접하다.

보통, 흡혈귀하면 송곳니인데 본작에선 윗니가 아니라 아랫니가 날카롭게 돋아난 것이라서 멧돼지 같은 인상을 준다.

흡혈귀로서의 능력은 시야를 마주쳐 홀리는 최면술과 흡혈 밖에 없는데, 십자가에 취약한 약점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악역인데도 불구하고 부조리의 희생자가 됐다.

극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씬 때는 주인공 일행이 남녀 합쳐서 약 7명이나 되는데 쿠니 드라큘라를 포위해서 머릿수로 밀어붙이는데다가, 최후에는 십자가도. 말뚝도 아닌 삼지창에 찔려 죽어서 불쌍하기까지 하다.

‘왜 갑자기 삼지창이 나온 걸까?’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는데 힌두교의 시바 신이 가진 삼지창을 법력기로 사용한 것이라 그런 거다. 인도 영화의 무당, 퇴마사들이 종종 삼지창을 들고 나오는 게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건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 씬이 어김없이 나오는데.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노래는 필수 요소니 그렇다 쳐도, 쿠니 드라큘라 전용 주제가까지 있다는 점이다.

오프닝을 제외하고, 본편 스토리에서 쿠니 드라큘라가 첫 등장하는 러닝 타임 약 10분 구간에서 전용 주제가 나온다. 후렴구로 ‘쿠니 드라큘라~’를 연호하는데 무슨 TV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오프닝곡 느낌마저 준다.

일반적인 인도 영화의 춤과 노래 씬이 뮤직 비디오 스타일인 것과 완전 다르다.

그밖에 특수효과라고 넣은 게 배경 사진에 번개를 그려 놓고 효과음만 번개치는 소리를 넣은 것인데 너무 조잡하다. 아무리 90년대 영화라고 해도 좀 마이너함이 과한 수준이다. (90년대가 아니라 60~70년대 영화 수준이랄까)

결론은 비추천. 제목은 드라큘라지만 흡혈귀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만들어 흡혈귀의 묘사에 대한 밀도가 대단히 떨어져서 흡혈귀 영화라고 보기 민망한 수준이고, 부실한 스토리, 엉성한 분장, 조잡한 특수효과까지 더해져 영화 전반의 완성도가 떨어져 악역 뱀파이어 전용 주제가가 나오는 것 이외에는 컬트적인 맛조차 없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하리남 싱 감독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쓰고, 쿠니 드라큘라 배역으로 출현하기까지 했다. 감독+각본+주연을 다 혼자 맡았다.


덧글

  • 시몬 2018/12/03 23:12 # 삭제 답글

    그러고보면 국산 드라큘라 영화도 있었죠. 제목이 영구와 드라큘라였나?
  • 잠뿌리 2018/12/03 23:21 #

    '관속의 드라큘라'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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