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애프터 미드나이트 (London After Midnight.1927)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27년에 ‘토드 브라우닝’ 감독이 만든 미스테리 추리 영화.

내용은 영국 런던 외곽에 있는 저택에서 ‘로저 밸푸어’ 경이 총상을 입고 죽은 시체로 발견되어 자살로 추정된 채 5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을 때. 비버 모피 모자를 쓰고 뾰족한 이빨을 가진 수상한 남자가 긴 가운을 입은 시체처럼 창백한 인상의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져 로저 밸푸어 경의 딸인 ‘루씰 밸푸어’, 루씰의 연인인 ‘아서 힙스’, 로저의 오랜 친구인 ‘제임스 햄린’ 경, 5년 전 로저의 죽음을 자살로 발표한 ‘에드워드 C 버크’ 경위 등 여러 사람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본작은 ‘토드 브라우닝’ 감독이 직접 쓴 단편 소설 ‘최면술사(The Hypnotist)’를 베이스로 해서 영화로 제작된 것으로 본래는 러닝 타임 65분짜리 무성 영화였지만, 1965년에 발생한 MGM의 금과 화재 사건 때 영화 필름의 마지막 사본이 소실되었다가, 2002년에 ‘터너 클래식 무비즈’에서 ‘릭 슈미들린’이 본작의 필름 스틸과 대본을 가지고 45분짜리 영화로 재구성했다.

릭 슈미들린은 영화 보존주의자이자 ‘사일런트 필름’의 학자로 고전 영화를 복구하는 것에 매진하는 제작자 겸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사일런트 필름은 사운드 녹음이 되지 않아 배우의 대사를 자막 처리하는 무성 영화를 말한다. (1894년부터 1929년까지 제작됐다)

본작은 필름 스틸을 재구성한 것이라서 정지된 사진을 놓고 카메라 시점만 움직이면서 다음 사진으로 넘겨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차피 원본 필름도 무성 영화라서 배우의 대사를 자막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움직이는 영상과 정지된 사진을 나열한 것은 좀 차이가 커서, 온전한 영화라기 보다는 영화북 같은 느낌을 준다. 만화로 치면 애니메이션의 컷을 잘라 종이책으로 구성한 애니메이션 북에 가깝다.

본편 내용은 수상한 사람이 등장해 뱀파이어로 의심을 받아서 언뜻 보면 호러 영화 같지만, 실제로는 수상한 사람이 실은 신분을 위장한 것이고. 범죄 현장을 재현한 후 최면술로 범인을 유도하여 과거의 살인 행각을 재현시켜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미스테리 추리물이다.

근데 사실 말이 좋아 추리물이지, 탐정과 범인의 대결을 그린 것도. 범인의 트릭을 추리로 풀어내는 것도 아니다.

작중에 벌어진 5년 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밸푸어 집안의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비버 모피 모자의 남자가 누군지 그 정체를 알아보려고 조사에 나서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호러물 분위기가 더 강하다.

근데 반전 설정을 통해 ‘호러물인 줄 알았지? 유감이야, 추리물이었습니다!’ 이렇게 장르 이탈을 한 것이다.

이게 치밀한 설계 하에 이루어진 반전은 아니고 좀 갑작스러운 느낌이 강해 스토리 구성이 정교하지는 않아서, 스토리적으로 반전을 빼면 남는 게 없지만.. 그 남은 반전이 당시 관객한테는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어 반전의 묘미를 어필만 했다고 생각한다.

반전 이외에 남는 건 ‘론 체니’다. 작중에서는 에드워드 버크 경위/비버 모피 모자의 남자 배역을 맡아서 본작의 진 주인공이자 씬 스티럴 역할을 하고 있다. (비버 모피 모자의 남자는 정해진 이름이 없고 캐스팅 네임 자체가 그렇게 지어져 있다)

론 체니는 영화 배우이자 뛰어난 분장사로 ‘천의 얼굴의 사나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호러 영화에 자주 출현했고, ‘노트르담의 꼽추(1923)’와 ‘오페라의 유령(1925)’에서 괴물 역할로 나온 게 특히 유명한 배우다. (아들인 ‘론 체니 주니어’도 영화배우인데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클래식 호러 영화에 많이 출현했고 그중에서 ‘늑대인간(1941)’에서 주인공 ‘래리 탈보트(늑대인간)’ 역으로 나온 게 가장 유명하다)

론 체니의 비버 모피 모자를 쓴 남자 분장은 최면술사 느낌 물씬 풍기는 동그랗게 뜬 눈과 의도적으로 흡혈귀로 의심 받게 하는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양손을 들어올렸을 때 박쥐의 피막처럼 펼쳐지는 망토까지 더해서 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90년대 아동용 괴기 서적인 ‘괴기랜드’에서는 본작에서 비버 모피 모자를 쓴 남자가 가정부를 위협하는 스틸 컷을 가지고 와서 ‘드라큐라의 세 번째 아내가 되는 잔혹한 흡혈귀’라는 생뚱 맞는 설명을 써 놨는데. 비버 모피 모자를 쓴 남자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고 실제로 흡혈귀인 것도 아니다.

결론은 추천작. 공포물로 분위기 잡고 추리물로 귀결시킨 미스테리 영화로 스토리 구성이 치밀하지는 않지만, 반전의 효과가 커서 당시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 했고, 론 체니의 비버 모피 모자를 쓴 남자 분장이 꽤 인상적이라서 나름대로 볼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해서 약 15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00만 달러의 박스 오피스 수익을 거두어 그 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10번째로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하고, 토드 브라우닝 감독과 론 체니 협업 영화 중에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전해진다.

덧붙여 본작을 만든 토드 브라우닝 감독은 1935년에 본인이 직접 본작을 리메이크한 ‘마크 오브 더 뱀파이어(Mark of the Vampire)를 만들었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1/21 15:23 # 답글

    스쿠비 두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겠군요...
  • 잠뿌리 2018/11/21 20:12 #

    생각해 보면 이 작품 영향을 어느 정도 받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256679
5378
9143128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