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촉루선 (吸血髑髏船.1968) 귀신/괴담/저주 영화




1968년에 ‘쇼치쿠’에서 ‘마츠노 히로시’ 감독이 만든 일본산 호러 영화.

내용은 수억원의 금괴를 싣고 가던 화물선 ‘류오마루’가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해적에게 납치되어 신혼 여행차 배에 탑승한 배의 선의 ‘니시자토’와 ‘요리코’ 부부를 비롯해 승객 전원이 총에 맞아 죽고. 사건의 주범인 5명의 악당 ‘스에츠구’, ‘츠지’, ‘에지리’, ‘오노’, ‘타누마’가 금괴를 나눠 갖고 각자의 인생을 보내면서 3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 요리코의 쌍둥이 여동생 ‘사에코’가 성당에 맡겨져 ‘아카시’ 신부의 조수가 되어 살면서 ‘모치즈키’라는 연인까지 생겼는데. 어느날 모치즈키와 함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데이트를 나가 잠수를 즐기던 도중. 발목에 사슬이 묶인 해골을 발견하고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바다에 표류 중인 류오마루를 발견하여 사에코가 혼자 배 위에 올라가 안을 살피다가, 쌍둥이 언니 요리코의 망령을 만나 그녀의 혼에 빙의되어 악당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본작의 제목인 ‘흡혈촉루선’은 국내에서는 ‘뱀파이어 화물선’이란 제목으로도 알려졌는데, 흡혈이란 말이 들어가서 뱀파이어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뱀파이어 영화가 아니라 유령 영화에 가깝다. 정확히는, 망령의 복수를 다루고 있다.

왜 제목에 흡혈이 들어갔냐면, 본작이 쇼치쿠의 ‘괴기 특수촬영 영화’ 시리즈에 속해서 그렇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 ‘뱀파이어 코케미도로’이고, 본작이 두 번째 작품이라서 연관성을 만들기 위해 제목에 흡혈을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60년대 말은 일본에서 컬러 영화 제작 전성기였는데, 본작은 시대의 유행과 정반대로 흑백 영화로 제작했다.

본작이 표방하는 괴기 특수촬영 영화에서, 특촬에 해당하는 부분은 류오마루의 선체 바로 밑에 발목에 사슬이 묶인 채 총에 맞아 죽은 승객들의 해골을 묘사하는 씬과 극 후반부에 최후에 남은 악당들이 산성 용액에 닿아 죽을 때 몸이 부식되어 사그라드는 씬 정도다. (그래서 본작의 영문판 제목이 The Living Skeleton이다)

산성 용액에 녹아 죽는 거야 60년대 영화라 특수촬영 기술이 조악하긴 해도 내용 자체는 하드한데. 사슬 달린 해골 묘사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좀 유치하게 보일 수 있다.

해골 표본이 아니라 해골 인형을 소품으로 써서 인형 티가 많이 나서 그렇기도 하고. 기본적인 이미지 자체가 귀신이나 흡혈귀는 무섭지만 해골바가지가 뭐가 무서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라서 뭔가 좀 공포 포인트가 빗나간 느낌이 든다.

차라리 해골보다 사람의 형상을 유지한 망령으로 묘사한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러면 특수촬영할 거리가 없어서 괴기 특수촬영 영화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질 테니 그게 딜레마인 듯 싶다. (공포를 버리고 특촬을 얻은 느낌이랄까)

박쥐가 나오는 씬 같은 경우, 박쥐가 전부 조형물이라서 인형 티가 많이 나서 특촬물의 소품이라고 보긴 좀 민망한 수준이다.

메인 캐릭터인 요리코의 망령이 깃든 사에코가 특수 촬영의 중심에 있었어야 할 텐데. 정작 초자연적인 묘사는 하나도 없고 그냥 보통 인간으로 분위기만 음산하게 그려질 뿐이다.

악당들 앞을 스치듯 지나가거나, 먼발치에서 나타나 지켜보면서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악당들 스스로 찔려서 공포에 떨게 만들기는 하는데, 직접적으로 죽이는 씬이 없고 간접적인 묘사만 나와서 공포도는 다소 떨어진다.

애초에 망령이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게 아니라, 다섯 악당이라는 확실한 타겟을 대상으로 삼았고, 죽어 마땅한 악당이 죽는 내용이라서 공포물보다 복수극의 성격이 더 강하다.

사에코의 연인인 모치즈키가 남자 주인공인데 비중이 낮고 이렇다 할 활약도 못한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그냥 간 싱거울 때 살짝 쳐서 먹는 양념 수준으로 나온다.

최후의 악당 반전은 나름대로 괜찮은 편인데, 요리코 망령과 관련된 반전은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하이라이트 씬 보면 그 장면을 꽤 신경 써서 만든 것 같지만 ‘오오, 소름 돋는 반전!’ 이게 아니라 ‘아니,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이런 수준의 뜬금없는 반전이라서 좀 욕심을 과하게 부린 게 아닐까 싶다. (반전을 딱 1절만 하고 끝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결론은 평작. 괴기 특수촬영 영화 시리즈 2탄을 표방하고 있지만, 해골과 산성 용액에 부식되어 죽는 거 이외에는 딱히 특수촬영이 들어갈 부분이 없어서 말만 좀 요란하고, 메인 소재가 망령의 복수라 흡혈귀와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타이틀에 흡혈을 넣은 게 사람을 낚아서 기대를 배신하는 경향이 있지만, 마지막 악당의 정체가 공개될 때의 반전은 괜찮은 편이고. 복수극으로서 악당들이 차례대로 죽어 나가는 극 전개가 꽤 몰입도가 있어서 특촬물로서 부족한 부분이 좀 있어도 스토리는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 등장한 ‘류오마루’는 7000톤짜리 배를 빌려서 전세 촬영한 것이며, 촬영 종료 후 선박 소유자한테 영화 내용에 클레임이 들어와 삭제된 분량이 있다고 한다.

덧붙여 타이틀인 ‘흡혈촉루선’에서 ‘촉루(髑髏)’는 비바람을 맞아 뼈만 남은 해골을 뜻하며, 일본어로는 ‘도쿠로’로 표기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흡혈해골배’라서 이름은 그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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