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로드 메리 (Phra Rod Meree.1981) 판타지 영화




1981년에 ‘솜포트 샌즈’ 감독이 만든 태국산 판타지 영화. 80년대 당시 태국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장편 영화 중 하나로 손에 꼽힌다.

내용은 태국의 민간 신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12명의 자매’를 각색한 것으로, 집안이 너무 가난해 부모에게 버려진 12명의 어린 소녀들이 ‘야크시니(야차녀)’한테 거두어져 야크샤(야차)의 왕국인 동굴 안에서 신비한 물약을 받아 마시고 순식간에 어른으로 급성장했다가, 한 번은 동굴에서 탈출하여 어떤 왕국의 젊은 왕의 부인이 되지만.. 야크시니의 간계로 다시 동굴로 붙잡혀 왔다가 자매 중 막내인 ‘십 송’이 간신히 출산에 성공하여 태어난 자식 ‘프라 로드(신화 원작에선 프라 로타센)’를 야크시니의 부하 중 마음씨 좋은 야크샤에게 맡겼다가, 프라 로드가 순식간에 청년으로 성장하여 어머니를 구하고 야크시니의 딸인 ‘메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타이틀은 ‘프라 로드 메리’는 남자 주인공 이름이 ‘프라 로드’, 히로인 이름이 ‘메리’라서 두 사람 이름을 합친 것인데. 줄거리만 보면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본편 스토리의 핵심적인 갈등이자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좀 아니다.

프라 로드가 메리와 사랑에 빠지는 건 맞긴 한데, 이후 악한 야크샤가 프라 로드를 죽이러 오고. 메리가 말리러 오면서 둘 다 야크사 종족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여기서 야크샤는 순식간에 쓰러지고, 메리는 프라 로드가 잠시 갈등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결국에 어쩔 수 없이 쓰러트리는 전개로 이어져서 뭔가 좀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수준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본래 원작 신화의 태국 버전에서는 프라 로타센이 사명을 완수하고 돌아올 것을 약속하지만 때가 너무 늦어 메리가 슬픔 속에 죽어갔는데 죽기 직전, 다음 생에서도 프라 로타센을 따를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한발 늦게 도착한 프라 로타센이 메리가 죽은 걸 보고 슬퍼하며, 그녀의 시체를 안고 자신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었는데. 이후 두 사람의 혼이 윤회전생을 통해 다시 태어나면서 재회하는 결말로 끝나서 로맨스의 비중이 컸는데 본작에선 그걸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너무 대충 넘어갔다.

러닝 타임이 무려 120분으로 딱 2시간이나 되는데, 80년대 초 태국 영화라서 스토리 구성이 디테일하지 않고 뭔가 중요한 건 슥슥 넘어가는데. 쓸데없는 장면과 리액션이 많아서 필름이 좀 낭비된 느낌을 준다.

본편 스토리의 메인 소재가 12명의 자매이긴 한데 그렇다고 12명의 자매 한 명 한 명씩 다 포커스를 맞춘 것도 아니고. 그중에 단 한 명만 주인공의 어머니 ‘십 송’으로서 어느 정도 비중이 있고 나머지 11명은 전부 다 조연은커녕 단역조차 되기 어려운 배경 인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캐릭터 수만 많지 운용은 잘하지 못했다. (이름으로 ‘십 송’인 게 욕 같이 들릴 수 있는데 영문 캐스팅 네임이 ‘Sib song’이다)

판타지 영화로서 가장 중요한 판타지적인 묘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슥슥 지나가는 것으로 나오는데 아무래도 기술적인 문제가 큰 것 같다.

본작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야크시니’가 본 모습으로 변신하면 거대한 여자 괴물의 모습을 하고 나와서 괴수 특촬물을 방불케 한다는 거다.

영화 끝나기 약 5분 전에 야크시니가 본 모습으로 변신해 궁궐을 파괴하는 씬은, 야크시니로 특수 분장한 배우가 미니어처로 제작된 궁궐을 직적 때려 부수는 것이라서 완전 괴수 특촬물이 따로 없어서 나름대로 흥미로운 비주얼을 선사하는데... 프라 로드가 마법의 검으로 발사한 레이저 빔 같은 거 한 방 맞고 뼈만 남은 해골이 되어 퇴치당하는 게 1분은커녕 5초도 채 안 걸려서 진짜 허망하게 퇴장한다.

영화 포스터에서 완전 주역처럼 화면을 장식하고 있는데 실제 영화 본편에서는 본 모습으로 나온 씬을 다 합쳐도 5분도 채 되지 않으니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과대광고로 보일 정도다.

감독은 개그 씬으로 생각하고 넣은 거겠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 황당해서 컬쳐 쇼크를 안겨주는 장면이 몇 개 있다.

야크시니의 부하 중 착한 야크시니가 반 대머리에 마른 체구의 아저씨로 묘사되는데.. 이 아저씨가 프라 로드를 키울 때 젖을 먹여야 되는데 젖이 없으니, 요술로 자기 몸에 가슴을 달아서 젖을 먹이는 씬이 나온다.

젖가리개 없이 맨 가슴 그대로 드러내고 영화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데다가, 옆에서 누가 딴죽거니까 젖에서 모유를 발사해 물총처럼 맞추기까지 해서 좀, 아니 많이 황당하다. (80년대 태국 영화에선 이런 개그가 먹혔나?)

그런 개그만 보면 진지한 구석이 전혀 없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12명의 자매가 동굴 안에 갇힌 채로 마법의 재료가 된다고 해서 눈을 뽑혀서 실명 당하고. 단체로 임신해서 아이를 낳다가 다 유산했는데 먹을 게 없어서 아기 시체를 나눠 먹는다는 설정이 나와서 꽤 하드한 구석이 있다.

이건 영화로 각색된 내용이 아니라 원작인 12명의 자매의 태국 버전의 신화에 나온 이야기를 구현한 것이다.

물론 워낙 옛날 영화라서 직접적인 묘사를 넣지 않고 간접적인 묘사만 하며, 특수분장도 되게 조잡해서 눈이 뽑혔다는 하드한 설정에 비해 뽑힌 눈 부분 분장은 되게 허접해서 분명 설정은 잔인한데 정작 비주얼은 잔인하지 않아 보인다.

결론은 미묘. 태국 민간 신화를 바탕으로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등장인물 수는 많지만 캐릭터 운용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러닝 타임이 2시간이 되는데 중요한 장면은 스킵하고 넘어가고 쓸데없는 장면을 많이 넣어 필름 낭비가 심한 편인 데다가, 개그 센스가 괴랄한 수준이라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진짜 괴작이란 말 밖에 안 나오지만.. 신화 속 야크샤(야차)들이 거대화되어 나타나는 내용과 비록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이라고 해도 거대화 된 야크시니가 궁궐 때려 부수는 장면이 나름대로 괴수 특촬물 느낌을 물씬 풍겨서 독특하면서도 이국적인 맛이 있었던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원작인 12명의 자매는 TV 드라마와 영화로 많이 만들어진 소재로 본작 말고도 다른 버전의 영화, 드라마들이 쌓여 있다.

12명의 자매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특정 국가의 민간 신화라서 나라별로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

덧붙여 본작에 투계씬이 나오는 것도 투계가 태국 민속놀이니까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원작 신화에서 12명의 자매들이 동굴로 추방되었을 때. 프라 로타센이 어머니와 이모들을 부양하여 생계를 꾸리기 위해 투계를 했다는 내용이 나온 걸 충실히 구현한 것이다.

추가로 본작을 만든 '솜포트 샌즈' 감독은 악어가 나오는 특촬 영화 '크로커다일(1981)', 일본 특촬물 점보 에이스의 태국 버전인 '자이언트 앤드 점보 에이스(1974)'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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