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판관 (阴阳判官.2003) 2019년 중국 공포 영화




2003년에 ‘여립평’ 감독이 만든 홍콩산 판타지 영화. 보통 음양판관으로 줄여서 표기하는데, 풀 타이틀은 ‘요재지이지음양판관(聊齋誌異之陰陽判官)’. 영제는 ‘헬-월드 져지(Hell-World Judge)’다.

내용은 중국 청나라 시대 때 포송령이 쓴 소설 ‘요재지이’에 수록된 ‘육판’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아, ‘주이단’이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가 시왕전에 있는 판관의 신상을 짊어지고 오면 돈을 주겠다는 내기를 해서 그 신상을 가지고 왔는데. 그게 실은 저승의 심판관인 육판이 이승으로 올라와 주이단의 행적을 지켜보다가 신상으로 변신한 것이라 그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된 후. 억울한 죽음을 당해 귀신이 된 ‘령지’를 돕고 악인을 벌 받게 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본작의 육판은 뭍 육(陸)자에 판단할 판(判)을 합친 말이다. 즉, 땅(이승)에서의 심판이란 뜻이 담겨 있다.

줄거리만 보면 육판이 주인공 같지만 실제로는 조연에 가깝다. 악처한테 시달리면서도 착한 성품을 가진 남자 주인공 ‘주이단’과 억울한 죽음을 당해 귀신이 된 ‘령지’의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로 육판이 주이단과 령지를 돕는 게 주된 내용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선인과 악인의 이야기로 나누어 고전적인 권선징악으로 이어 나가고 있다.

주이단의 활약이 유골 항아리를 가지고 신호를 보내면 령지 귀신이 나타나는 걸 이용해 관리한테 직접 하소연을 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라 좀 극적인 맛이 약하고, 악당들의 죄상이 완전 밝혀지기 전에 NTR 전개가 발생해 칼부림으로 악당 4명 중 간통한 둘이 먼저 죽어 버려서 권선징악의 통쾌한 맛이 약간 부족하다. (이 NTR 전후 관계가 어떻게 되냐면 악당 A, 악당 B, 악당 C가 있다고 치면. 악당 A와 악당 B는 부부관계고 악당 C의 사주로 악당 B가 여주인공을 함정에 빠트려 악당 C가 여주인공을 겁간해서 자살하게 만들었는데.. 실은 악당 B와 악당 C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었고 악당 A한테 간통 현장을 들켜서 빡친 악당 A가 악당 B와 악당 C를 참살한 거다)

사건이 해결된 시점에서 바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악처 ‘감은화’가 우연한 사고로 혼이 빠져 나간 걸. 육판이 령지의 혼령을 감은화의 육체에 집어넣어 령지의 생전 외모 그대로 인간으로 환생시켜주어 주이단과 맺어주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아무리 악처라고 해도 사람 혼 빠져나간 빈 몸에 여자 귀신 집어넣어 마누라 리셋하는 게 말이 되냐? 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이건 요재지이에 수록된 원작 육판에서 나온 내용을 어레인지한 것이다.

원작은 중국 안휘의 능양에 사는 주이단과 저승의 심판관 육판의 우정 이야기인데, 주이단이 성격이 호탕한 반면 머리가 둔해서 공부를 해도 과거 시험에 자주 떨어져서 육판과 친해진 이후 그가 좋은 심장을 가지고 와서 주이단의 심장과 바꿔치기하여 주이단을 총명하게 만들어 벼슬길에 오르게 하고. 이후 주이단의 부탁으로 그의 못생긴 아내 머리를 미인의 머리로 바꿔주는데. 그게 도둑에게 해를 입고 죽은 부잣집 딸의 머리라서 주이단이 그 집안과 사위 관계까지 맺는 등등. 성공한 인생을 살아서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신체이식 판타지가 따로 없다. (심장뿐만이 아니라 머리까지 이식하니 신장이식보다는 신체 이식에 가깝다)

원작에서는 육판이 심장, 얼굴을 바꿔치기할 때 주이단의 가슴과 배를 갈라 심장을 바꿔치기 하고. 주이단의 아내가 잠든 틈에 그녀의 머리를 베어 버리고 자신이 저승에서 가지고 온 미녀의 머리로 교체시켜준 것으로 나와서 묘사가 하드한데. 본작에서는 혼과 육체를 합쳐 인간으로 환생시킨 것으로 나와서 소프트하게 묘사된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했으면 완전 중국판 리 애니메이터(1985)가 됐을 거다)

남녀 주인공 배우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데, 육판 배역을 맡은 배우가 ‘우마’인 게 반대로 눈에 확 띈다.

우마가 천녀유혼(1987)에서 검선 ‘연적하’로 나왔고, 천녀유혼 자체가 요재지이에 수록된 ‘섭소천’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을 통해 또 요재지이 원작 영화에 출현 것이라 인상적이다.

신분은 저승의 심판관이지만 냉철하고 엄격한 게 아니라 사람 좋은 인상에 어려운 사람을 돕는 호인으로 나오며, 못된 사람을 골탕 먹이고 악인을 벌주는 것 등등. 대활약하면서 본편 스토리의 기여도 1위를 달려서 본작의 진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남녀 주인공을 합친 것보다 더 존재감이 있고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캐릭터, 스토리를 떠나서 비주얼만 놓고 보면 기본적인 연출, 영상 자체의 화질, 작품의 분위이가 딱 90년대 홍콩 영화인데. 실제 영화 개봉 년도가 2003년이라서 완전 의외였다.

아무리 봐도 2000년대 이후의 영화로 보이지 않는데 개봉 표기가 그렇다는 건 제작 년도가 잘못 알려진 게 아니라면, 90년대에 만든 영화를 2000년대 초에 개봉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론은 평작. 캐릭터의 갈등 관계가 명확하고 권선징악을 지향하는 스토리가 알기 쉽긴 한데 남녀 주인공이 존재감이 약한 편이라 스토리의 몰입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우마가 배역을 맡은 육판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묘사되고, ‘천녀유혼’처럼 요재지이에 수록된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가 또 만들어진 것 자체가 흥미를 꾸는 구석이 있어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육판은 한국에서 출간된 요재지이 번역본에도 실려 있다. 육판 ~육판관의 수술~, 저승의 심판관, 지옥의 심판관. 이런 제목들로 알려져 있다.

추가로 작중 주이단의 악처 감은화 배역을 맡은 배우는 90년대 홍콩 영화의 단골 배우이자 주성치 영화에도 자주 나오는 것으로 친숙한 ‘원경단’이다.

덧붙여 본작의 원작인 ‘육판’은 2015년에 방영한 중국 드라마 ‘요재지이’ 시리즈에서 육판이라는 제목 그대로 나온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29845
5439
9491648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