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에 ‘당위성’ 감독이 만든 홍콩산 호러 영화. ‘임달화’가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면도칼을 사용해 지갑을 터는 소매치기 ‘마이클’이 버스 사고로 연인 ‘친링’을 잃었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사고 난 버스와 같은 노선의 다른 버스가 죽은 귀신들이 탑승해 계속 사고가 발생하자, 버스 회사에서 귀신을 보고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대협’을 새로운 버스 기사로 임명하고. 대협의 노력으로 대부분의 귀신은 성불하지만 몇몇 귀신이 계속 남은 상태에서 친링의 귀신이 그에게 도움을 청해 마이클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과거 회상은 마이클과 친링 커플 생전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현재는 마이클이 폭력 조직의 위협을 받고 친구인 앤디, 레오를 잃고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 받는 상황에서 대협의 도움을 받아 친링과 재회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작의 영어 제목이 Ghostly Bus인 만큼 귀신 들린 버스가 등장하는데 이게 설정상의 비중은 높지만 실제 출현 분량은 그리 높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스에 귀신이 꼬이고 대협이 버스 운전기사로 임명되어 귀신들을 성불시키는 내용을 요약해서 본편 스토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본편 스토리는 마이클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전체의 약 80%를 마이클 쪽 이야기만 하고 있고 대협은 마이클의 친구이자 보조적인 역할만 해서 줄거리만 보면 투 탑 주인공 체재를 이루어야 하는데 실제 본편은 마이클이 스포라이트를 독식하고 있다.
그렇게 스포라이트를 독식하고 있는 것에 비해, 마이클 쪽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없고 지루하게 흘러간다. 폭력 조직에 쫓겨서 목숨을 위협 받는 내용은 극 전개가 너무 늘어지고, 친링과의 러브 스토리도 재회하기 무섭게 키스하기 바빠서 교감과 무드를 죄다 생략하고 넘어가서 연애 묘사의 디테일이 떨어진다.
거기다 극 후반부에 버스에서 성불하지 않고 남아 있던 두 마리의 악귀들이 마이클과 친링의 사랑을 방해하기 위해 버스에 이어 집까지 찾아와서 죽일 기세로 덤벼 들었다가. 때마침 집에 들이닥친 폭력 조직의 보스를 순살시키고 나머지 조직원들도 죄다 몰살시켜서 마이클 쪽 이야기로 구축해 놓은 갈등을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수준으로 무너트린다.
마이클의 친구들을 죽이고 또 마이클의 목숨까지 위협해서 갈등이 최고조로 올라갔던 조직 보스가 귀신과 마주치자마자 지나가는 단역 A 수준으로 찍소리도 못하고 죽어나간 것이라, 그렇게 허무하게 퇴장시킬 거라면 왜 굳이 폭력 조직과의 갈등을 넣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본작에서 그나마 괜찮은 게 몇 개 있다면 귀신 버스의 이미지와 라스트 배틀 때 나온 악귀의 이미지, 에필로그의 영혼 결혼식이 연출적인 부분에서 생각보다 아름답게 묘사되어 인상적이란 점이다.
작중 귀신 버스는 2층 버스인데 산 사람은 태우지 않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정류장에 서서 후문에 귀신만을 태워 달리는 것이라 그 이미지 자체는 오싹한 구석이 있다.
거기다 2층 버스라서 크기는 또 엄청 커서 계단 타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계단 타고 올라가는 씬을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해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 것도 괜찮았다.
라스트 배틀 때 나온 악귀의 이미지는 한 명은 한쪽 눈알이 없는 텅 빈 눈구멍을 드러낸 애꾸는 귀신으로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가 쓰는 칼날 손장갑 끼고 나와서 참격을 가해오고, 다른 한 명은 산발한 머리에 부패한 얼굴을 하고 나오는데 싸우던 도중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머리가 둥둥 떠올라 목 아래 창자 같은 촉수를 뻗어 대협의 목을 조르며 공격해오는 씬이 있어서 공포 영화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사실 앞전에 나온 버스 귀신 씬은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 수준으로 아주 짧게 나온 거라 그것만 보면 공포 영화라고 분류하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이 라스트 배틀 때의 악귀들 덕분에 최소한 공포 영화라고 부를 만하게 됐다.
에필로그의 영혼결혼식은 마이클과 친링이 각각 정장과 웨딩 드레스를 입은 서양 결혼식의 복장을 하고 나오는데 야외에서 하객 없이 2층 버스의 조명 아래에서 대협이 주례 겸 카메라맨 역할을 해서 간략하게 진행하고. 결혼식을 마친 직후 친링이 성불하여 하늘로 올라가고 마이클은 땅에 남아서 헤어지는 장면이 애틋하게 다가와 기억에 남는다.
결론은 평작. 타이틀과 줄거리만 보면 귀신 버스 이야기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생전에 못 다한 인간과 귀신(영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귀신 버스가 그저 배경과 소품에 지나지 않아 소재를 100% 활용하지 못한 게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인간 이야기가 분량이 많은 것에 비해 재미가 없고, 귀신 이야기와 교집합을 이루면서 그나마 좀 볼거리가 생기고 몇몇 장면은 꽤 인상적이기도 해서 가까스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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