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 (2018) 2018년 개봉 영화




2018년에 ‘허종호’ 감독이 만든 사극 판타지 영화.

내용은 조선왕조 실록에 기록된 중종 시기의 괴수 출현 소동을 베이스로 하여, 중종 22년 때 인왕산에서 거대한 괴수인 ‘물괴’가 나타나 사람들을 해치고 역병까지 돌아서 한양 민심이 흉흉해지자, 일찍이 내금위장 으로 중종을 지키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궁궐을 떠나 외진 산속에서 은거하던 ‘윤겸’과 그의 부하 ‘성한’, 딸 ‘윤명’이 중종의 부름을 받고 한양으로 돌아와 수색대를 꾸려 물괴 조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서의 변과 엮었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본작에서는 처음에 물괴가 뚜렷한 실체가 없고 사람의 소행이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음모에 이용된 것이라서, 세자를 저주하는 내용의 물건과 방서가 발견되어 세자 자리를 노리던 경빈 박씨와 복성군이 명백한 증거 없이 처형된 것인 작서의 변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다.

본편 내용의 전반부는 물괴를 둘러 싼 미스테리를 푸는 추리 수사에 가까운 구성을 띄고 있다. 거기에 주인공 윤겸 배역을 맡은 게 ‘김명민’이다 보니 김명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조선명탐정’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윤겸은 내금위장 출신으로 조선 제일의 무장으로 손꼽혀서 실제 작중에 인간과 싸웠다 하면 무쌍난무를 펼치며 다 썰어버리는 전사 중에 전사라서, 탐정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기는 하나.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추리, 수사의 기본 골자가 영락없는 탐정물이니 이미지가 겹쳐 보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그 이미지도 겹쳐서 문제인데.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 신파극 요소와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보는 사람들이 좀 식상하게 느낄 만한 구석이 있다.

다만, 조선 명탐정 시리즈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에 한정해서는 김명민의 이미지가 겹쳐 보이는 문제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신파와 정치 요소가 식상하긴 해도 그게 먹히니까 계속 넣은 거라서 객관적으로 보면 전반부의 내용은 추리 수사물로서 최소한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흥미를 끌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는 그럭저럭 볼만하다.

근데 문제는 후반부로 넘어가서 물괴가 가공의 존재가 아니라 실존하는 괴수로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발생한다.

전반부에 구축해 놓은 미스테리의 탑이 물괴가 진짜 등장하면서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추리와 수사의 의미가 없어진다.

물괴가 토벌해야 할 대상인데 극 전개상 윤겸 일행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물괴가 나타나 반역자들을 도륙해서 오히려 도움을 받는 상황에, 윤겸 일행이 한양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기어이 물괴를 퇴치하는 전개로 이어져서 몰입적인 부분에서 혼란스럽다.

쉽게 말하자면, 괴수가 악당들 박살내다가 주인공한테 퇴치 당하는 상황이라서 그렇다.

처음부터 물괴가 확실히 재난을 일으켰고, 물괴를 토벌하는 게 중요 과제였다면 온전히 괴수물에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미스테리 수사물 실컷 진행해 놓고 ‘짜잔, 괴수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가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토벌의 대상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물괴 디자인 자체는 동아시아의 상상의 동물이자 서울시의 상징인 ‘해태’를 베이스로 해서 역병에 걸린 시체를 잡아먹고 몸집을 키워 몸 곳곳에 종양이 달린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작중에 악당들을 초전박살 내는 게 인상적이기는 하나, 배경 스케일 자체가 상당히 작은 편이라 괴수 재난의 수준이 나라의 위기를 불러올 만큼의 압박을 주지는 못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경향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괴수 영화라고 했을 때는 ‘고지라’, ‘킹콩’, ‘괴물(2006)’을 떠올리는데. 본작은 ‘고스트 앤 다크니스(1996)’ 수준이라서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난 느낌을 준다.

감독이 괴수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해당 장르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 같다.

배우들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선역 악역 가릴 것 없이 기존의 캐릭터를 자가복제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강직한 무인/충신 김명민. 코믹한 감초 연기의 김인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악당 박성웅, 사건의 흑막이자 교활한 악당 보스인 이경영 등등. 항상 보던 그 역할들로 나와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으니 너무 낡은 느낌을 준다.

새로운 얼굴들인 혜리와 최우식은 각각 윤명과 허 선전관 역을 맡았고 작중에 썸까지 타지만, 둘 다 발연기를 선보여서 앞선 낡은 캐릭터들보다 더 안 좋다.

그나마 허 선전관은 조연이라서 싸울 때를 제외하면 잘 나오지도 않은데 비해 윤명은 자주 나와도 너무 자주 나온다. 제작진의 편애를 듬뿍 받은 캐릭터라 많은 기믹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걸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과유불급이 됐다.

역병 학살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기구한 팔자부터 시작해 활을 잘 쏴서 싸움도 잘하고, 시체를 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조사를 해서 담력도 높으며, 심심해서 본 의학서를 통해 의학 지식도 수준급이라 의녀 지망생인 데다가, 허 선전관과 썸을 타며 로맨스 코미디물을 찍고. 양아버지 윤겸과의 가족애를 부각시키며 가족 영화까지 만드니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데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해서 답이 안 나온다.

그밖에 자잘한 고증 오류가 눈에 걸린다. 예를 들어 배경이 조선 시대인데 물괴 수색대에서 착호갑사들이 동원한 사냥견이 독일산 사냥견 ‘저먼 섀퍼드’ 라던가, 수색 때 사용한 신호탄이 현대의 조명탄 수준인 것, 궁궐에서 신하가 아무리 고위급이라고 해도 임금 앞에서 오만하게 굴면서 개기는 것 등.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이란 걸 생각하고 만든 건지 의문이 드는 것들이 있다. (현대인이 조선시대로 시간이동이라도 한 건가?)

물괴가 역병을 퍼트린다는 설정을 줄기차게 밀고, 실제 역병 희생자들의 모습도 자주 보여준 반면. 물괴와 처음 조우한 윤겸 일행은 누구도 역병에 노출되지 않은 점 등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문제다.

결론은 미묘. 조선 시대 배경의 사극에 괴수물을 접목시킨 발상은 좋은 편이지만, 주요 캐스팅 배우들에게 고정된 이미지를 재탕한 낡은 캐릭터, 비중에 비해 연기를 못해서 답이 안 나오는 새 캐릭터, 신파와 정치 등의 식상한 소재, 고증 오류와 부족한 개연성, 괴수물로서의 낮은 밀도 등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낡아 빠지기까지 한 작품이다. 발상에는 도전 정신이 담겨 있는데 내용물은 도전의 ‘도’자도 찾아볼 수 없는 안이함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망작이라고 할 만큼 못 만든 영화까지는 아니고.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의 결과치가 낡고 식상한 것을 넘어서지 못한 것뿐이다. 배우들을 전혀 모르고, 한국 영화도 잘 안 봐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머릿속을 완전히 비운 상태에서 보면 퓨전 사극물로 그냥저냥 평타는 친다.

그래서 괴수물로서 ‘7광구(2011)’ 같은 졸작이랑 비교하면 본작이 좀 억울할 수도 있다. 사극물로서 봐도 최소한 ‘조선미녀삼총사(2013)’ 같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제작사가 밝힌 총 제작비가 125억원이나 해서 손익 분기점이 약 300만이라고 했는데, 흥행 성적이 전국 관객 72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쳐서 흥행 참패를 당했다.

덧붙여 제목인 ‘물괴’를 보면 물에 관련된 괴물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 실제 한자 표기는 괴물을 뒤집은 이름으로 만물 물(物)자에 기이할 괴(怪)를 쓰고 있다.


덧글

  • 무명병사 2018/10/18 10:01 # 답글

    저 꼴 날 줄 알았습니다. 저 '지랄'을 떨 것 같았다니까요. 역시 이번에도 충무로를 거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잠뿌리 2018/10/21 11:50 #

    충무로의 구태 요소가 다 모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낡은 영화죠.
  • 미르사인 2018/10/19 00:26 # 답글

    최종병기 활에서도 군견 역으로 셰퍼드가 캐스팅 된 거 보면 아무래도 연기 잘하는 토종견을 찾기가 힘든 듯....
  • 잠뿌리 2018/10/21 11:50 #

    왜 하필 셰퍼드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극에 전혀 안 어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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