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술 무당 (Dukun Ilmu Hitam.1981)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




1981년에 ‘A 해리스’ 감독이 만든 인도네시아산 호러 영화. 타이틀 Dukun은 인도네시아어로 무당. Ilmu Hitam은 흑마술이란 뜻이 있다.

내용은 무당 ‘데위’가 인간으로 변신한 뱀과 부부 관계를 맺었는데 인간 부부를 죽이고 아기를 납치하여 자신의 뱀 자식을 인간으로 둔갑시켜 두 아기를 키우게 되어 각각 ‘마야’와 ‘사리’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그로부터 십수년 후 마야와 사리가 어른이 되어 데위에게 흑마술을 배우며 살던 중. 마야의 친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만나서 딸에 관한 유언을 남겨서 그걸 기억하고 있던 ‘구루(힌두교/시크교의 스승이나 교리 지도자)’의 아들 ‘팡지’가 마야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연인 관계로 발전해 결혼을 하게 되고, 데위와 사리의 흑마술 타겟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인간과 인간으로 둔갑한 새끼 뱀을 키워서 흑마술을 가르친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세 모녀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마야가 피해자, 데위와 사리가 가해자이자 악당으로 나오기 때문에, 부녀지간의 정이나 자매간의 우애보 같은 요소는 일절 없이 선악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사실 데위는 캐릭터 설정상의 비중은 높은 것에 비해서 초반부를 제외하면 등장씬 자체가 적고. 오히려 그의 딸인 사리 쪽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영화 포스터도 사리 혼자 큼직하게 나온다.

작중 사리는 뱀 여신의 친딸로 본래 새끼 뱀이었는데 납치해 온 인간 아기를 베이스로 하여 인간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나온다.

뺨에 뱀 비늘이 뱀녀 폼, 털이 수북하게 자라고 손톱이 생기는 늑대인간 폼. 박쥐 폼에 허리에 두른 스카프로 변신해 날아가는 것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하고, 새끼 뱀을 비도처럼 던지고,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움직이는 것 등등. 다양한 흑마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 흑마술이라는 게 좀 일관성이 없이 나온다. 기이한 출생을 생각해 보면 뱀 주술에 특화시켜야 되는데. 갑자기 늑대인간처럼 변하고, 박쥐와 스카프로 변신해 날아다니는 건 생뚱맞다. 타이틀 그대로 거머리 주술에 특화된 묘사가 나왔던 영화 ‘거머리 무당(1981)’과 비교된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는 흑마술 씬도 그게 텍스트로만 볼 때나 거창하지, 실제로는 구루한테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머리가 따로 분리되어 파이어 브레스 한 번 뿜은 뒤 무력하게 퇴치 당하는 것이라 너무 시시하다. 포스터에는 그럴 듯하게 나온 것과 반대된다.

사리가 퇴치 당한 뒤에 데위가 진 보스로 등장해 구루와 맞서는데. 파워 밸런스가 좀 엉망이라 데위&사리가 일반 주민 학살할 때는 존나 펄펄 나는데 구루와 싸울 때는 병든 닭마냥 골골 거리면서 일방적으로 털리기만 해서 본편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법력 대결의 밀도가 너무 낮다.

구루와 데위가 무슨 록맨의 록버스터 같은 둥근 에너지 총탄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건 아날로그, 레트로, 컬트란 말로도 포장할 수 없는 유치한 연출이었다.

이게 정확히, 분장, 소품 같은 걸 이용한 게 아니라 필름 위에 종이 오려 붙인 걸 덧씌운 수준의 것이라서 그렇다.

작중 사리는 아버지처럼 뺨에 비늘이 돋아나서 흉한 외모를 가졌고, 마야는 인간의 아이이기 때문에 그런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하게 생겼기 때문에 항상 마야를 질투해서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매이자 라이벌 같은 기믹을 만들어 놨는데, 정작 자매 대결을 사리가 파이어볼 한 개 날린 걸 마야가 카운터로 반사하는 씬으로 퉁-치고 넘어갔고 그 분량이 1분은커녕 10초도 안 돼서 황당하다.

후반부에 사리가 마야의 딸을 타겟으로 삼아 새끼 뱀을 먹여 저주를 걸었는데, 마야가 저주를 해체하려다가 못해서 딸을 구하기 위해 인공호흡을 통해 저주를 자신이 되받아 목옆에 난 상처 구멍에서 새끼 뱀이 튀어 나와 다른 사람을 물어 죽이는 내용이라서 자매간의 갈등을 지속시켰는데도 불구하고 대결 씬을 대충 만들고 넘어가니 자매 캐릭터 구도를 살릴 기회를 놓쳤다.

본편 스토리 내의 시간 경계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노래방 간주 점프하듯 훌쩍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팡지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청년기, 중년기(자녀 생기고 콧수염 기른 버전)가 다 나오지만 그 이외에 다른 인물은 세월의 흔적이 전혀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명색이 남자 주인공 포지션인데 혼자만 늙는다)

본작에서 유일하게 호러블한 씬은 데위와 사리의 허접한 변신 모습 같은 게 아니라, 마야의 친 아버지가 저주의 여파로 핏물과 함께 벌레를 토해내고 죽는 씬이다.

옛날 영화니까 벌레를 직접 토해낸 게 아니라 피를 한 웅큼 토한 뒤 바닥에 고인 핏물 속에 벌레가 있었다! 이렇게 연출한 거지만 꿈틀거리는 벌레 자체는 진짜라서 그로테스크했다.

그밖에 기억에 남는 건 구루가 데위, 사리를 퇴치한 뒤 횃불 들고 주위에서 지켜보던 팡지와 마을 주민들이 승리를 기뻐하며 환호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엔딩 씬이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무당, 귀신 같은 악역을 물리친 시점에서 딱 끝나는데. 승리의 환성 부분을 넣은 게 의외라면 의외였다.

결론은 비추천. 무당 손에 자란 인간의 아이와 뱀의 아이가 흑마술을 배우고 서로 대립하는 설정은 꽤 드라마틱하지만, 그런 설정을 본편 내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작중에 나오는 흑마술에 일관성이 없어서 너무 이것저것 막 넣어 잡탕이 됐으며, 법력 대결의 연출이 너무 구려서 컬트적이란 말로 포장할 수 없는 수준의 작품이다.


덧글

  • 뇌빠는사람 2018/10/17 12:57 # 답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인도네시아가 이런 장르가 꽤 많은가보네요;; 강시영화 열풍 불어닥친 홍콩도 이만큼 찍어내지는 못 했을듯...
  • 잠뿌리 2018/10/17 19:35 #

    사실 홍콩이 더 많이 나왔습니다 ㅎㅎ 강시 영화 이외에 저주 영화도 70~80년대에 엄청 많이 나왔죠. 90년대 이후에도 귀신 나오는 영화는 호러든, 코미디든 꾸준히 나왔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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