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피조물 (Makhluk Dari Kubur.1991)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




1991년에 ‘S.A 카림’ 감독이 만든 인도네시아산 호러 영화. 원제는 Makhluk(피조물)+Dari(의: 조사)+Kubur(무덤)을 합친 뜻이다.

내용은 ‘잘리’가 바비응예삣(돼지도둑주술)을 사용해 멧돼지로 둔갑해 재물을 훔치다가 마을 주민한테 발각 당해 잡혀 죽고. 급기야 사는 집까지 마을 주민들한테 급습 당해서 집은 불태워지고 아내 ‘수티’와 어린 딸이 마을에서 쫓겨나게 됐는데, 그것을 전부 지켜 본 잘리의 스승이 분노하여 잘리를 요괴로 부활시켜서 마을 주민들에게 복수를 하게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도입부에 나오는 바비응예삣은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의 민간전승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babi ngepet’라는 도둑돼지주술로 사람이 요괴 돼지로 둔갑해서 도둑질을 하는 재물주술이라고 한다. 현대에서도 그 믿음이 이어져서 시골 마을에서는 야생 돼지의 출몰 이후로 돈을 잃어버리는 주민들이 속출했다고 그 돼지가 도둑돼지주술로 둔갑한 요물이라고 믿었다는 사례도 있다.

실제 전승으로 전해지는 주술 방법은 검정 망토를 걸치고 돼지로 변한 뒤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벽, 문, 가구에 몸을 비비며 긁고, 촛불을 들고 불이 꺼지지 않게 지키는 조수를 대동해야 하는 거라 다소 복잡하지만, 본편은 영화라서 그냥 잠옷 입고 밖에 나와 엎드리니까 돼지로 뿅 변하는 것으로 퉁-치고 넘어간다.

하지만 그 도둑돼지주술은 도입부에 나오는 것으로 사건의 발단 정도로만 나오고. 실제 메인 스토리는 스승에 의해 요괴로 부활한 잘리의 학살극이다.

무덤에서 부활한 시체 귀신이라서 좀비 같이 부패한 시체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동공 없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마을 안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노린다.

내용은 그럴 듯 해도 특수분장은 조잡하고 연출이 좀 유치한 구석이 있어 90년대 초 영화인데 무슨 70~80년대 영화 보는 줄 알았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소위 말하는 발로 만든 수준의 저퀼리티지만, 컬트적인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알찬 구석이 있다.

좀비처럼 생긴 것과 다르게 기본 베이스가 주술사라서 무작정 달려들어 목 조르고 물어뜯는 게 아니고. 뚜렷한 이성을 갖고 여러 주술을 사용해 복수한다.

생전의 인간 모습이나 여자로 변신도 할 수 있고, 안개와 함께 모습을 감추거나, 아스트랄 바디(영혼체) 상태로 집에 잡입하는가 하면, 독사 소환과 빙의, 타겟의 배를 뚫고 나오는 척추 뼈 달린 머리 귀신 불러내기에 마징가 제트 로켓 펀치마냥 팔을 날리더니 건담 핀판넬처럼 염력으로 조종하고. 검은 멧돼지를 불러내 돼지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어 날아가 공격하는 술법도 쓰는 것 등등. 주술 묘사의 바리에이션이 풍부하고 괴력을 지니고 칼 등의 무기도 사용해서 생각보다 볼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하이라이트 씬은 이슬람교의 성직자와 잘리의 법력 대결인데 잘리의 요력에 맞서는 성직자의 전투도 볼만하다. 천을 말아서 신성 마법 같은 걸 부여해 띠처럼 만들어 그걸 잡고 붕붕 돌리며 채찍 같이 후려쳐 공격하고. 잘리 퇴치 후 그의 스승이 나타나 숨겨진 보스전에 돌입할 때는 몸에 감고 있던 염주를 주문을 걸고 던지자 불붙은 거대 고리가 되어 날아가 적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해서 인상적이다.

이 작품의 문제는 잘리의 아내 수티의 출현 분량이 많은데 비해서 본편 스토리에 기여도가 없다는 점이다. 일단 잘리가 돼지도둑주술로 남의 돈을 훔친 건 사실이라서 잘리의 아내와 딸이 핍박 받는 걸 피해자처럼 묘사하는 게 오히려 약간 위화감이 들고. 수티가 딸과 함께 숲에서 지내게 됐는데 스토리가 좀 진행되니까 갑자기 딸은 퇴장하고 수티만 남아서 한량들한테 겁간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마을 촌장인 ‘와디’에게 구출되어 그의 신세를 지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이게 잘리의 학살극과 연관이 없어서 사족이 되어 버렸다.

잘리가 원수에 해당하는 마을 주민들 죄다 몰살한 다음에 더 죽일 사람이 없을 때쯤. 수티가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잘리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 역할만 하지, 잘리와 성직자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일 때는 또 비중이 아예 없어져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수티가 받은 핍박이 잘리가 가진 분노의 원천이라던가, 수티가 잘리의 양심회로 역할을 하거나 그의 복수를 막는 것 같이, 뭔가 두 사람이 부부란 설정을 활용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이 서로 겉돈 채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이 아니라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까지 비중을 할애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결론은 평작. 90년대 초 영화인데 특수분장, 연출 수준이 70~80년대 수준이라 다소 유치하고 조잡해서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구린 건 사실이고, 여주인공이 출현 분량이 많은 것에 비해 스토리에 기여도가 적고 부부 설정도 활용되지 못해 캐릭터를 넘어서 필름 자체가 낭비된 수준이라 스토리도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술사가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해 요술을 사용해 사람들을 해치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완전 인도네시아판 ‘리치’라서 흥미로운 구석이 있고, 주술의 바리에이션도 풍부해 볼거리 자체는 많아서 컬트적인 맛이 있는 작품이다. (주: 리치는 판타지물에 나오는 마법사 베이스의 언데드 몬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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