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없는 여살인마 (1985) 귀신/괴담/저주 영화




1985년에 ‘김영한’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1965년에 ‘이용민’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살인마’의 리메이크판이다.

내용은 광산왕이라 불리는 부자 ‘이시목’이 미술전람회에서 15년 전에 죽은 첫 번째 아내 ‘애자’의 초상화를 발견한 뒤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을 찾아갔다가, 애자 귀신이 나타나 시목의 주위 사람들을 하나 둘씩 해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살인마(1965)’의 리메이크판이라서 내용도 원작과 거의 동일하다. 주인공이 모르는 사이에 주인공의 가족이 주인공의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아내는 죽기 직전 애완 고양이한테 자신의 피를 마시게 하여 복수를 부탁하며 세상을 떠난 뒤. 고양이의 특성을 가진 원귀로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는 것으로. 작품 전반부에서는 원귀의 복수, 후반부에서는 과거 회상을 통해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며 보살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것까지 동일하다.

다만, 전부 다 똑같은 건 아니고 차이점도 꽤 많다.

우선 원작에서는 사건의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인 해숙이 육촌 동생이었는데 본작에서는 야심에 찬 가정부로 나와서 애자가 시어머니인 허 여인과 박 원장의 불륜을 목격하게 유도하고. 시목의 두 번째 부인이 되어 원작보다 더한 악녀로 업그레이드됐다.

애자의 경우는 고양이 육체에 깃들어 귀신이 됐고 본래의 혼은 그림에 넣었으며, 고양이 귀신으로서 시어머니를 죽인 뒤 그 모습으로 변신해 집안에 들어앉은 것으로 자는 아이들 얼굴 핥기와 천장 기어 올라가기 등 원작에 나온 씬들을 재현했다.

근데 새로 추가된 씬들이 좀 미묘한 구석이 있다.

애자 귀신이 사람들을 해치기에 앞서 놀래키는 장면들인데. 이게 좀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것도 그렇고 내용에도 일관성이 없다.

한밤중에 빨래 걷는데 빨래 너머에 숨어 있다가 정원용 가위 들고 덤비거나, 옛날 통닭 사와서 뚜껑 여니까 애자의 머리가 담겨 있고, 냉수 뜨려고 수돗물 받으니 그릇에서 빨간 해골과 손이 튀어나오고. 병원에 옮겨다가 청진기를 데니 심장 소리가 아니라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린다거나, 주사를 해서 피를 뽑으니 검은 물이 나오는 것 등등. 무슨 쌍팔년도 놀이공원 귀신의 집에나 나올 법한 씬들이 잔뜩 나온다.

살인마 리뷰할 때 ‘만약 고양이와 인간의 중간 형태나 혹은 소복 입은 고양이 얼굴로 계속 나왔다면 유치했을 텐데. 사람 모습 그대로 고양이 흉내를 내며 등장해 연기를 하니 상당히 괜찮았다.’ 이런 문구를 쓴 바 있는데 본작은 그 반대다.

작중 애자가 본색을 드러낼 때 네글리제 차림에 얼굴에는 고양이 수염과 눈썹을 달고 손에는 털이 수북하게 난 고양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언뜻 보면 늑대 인간의 고양이 버전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 스타일이다)

인간 형태의 귀신으로 나올 때 파란 조명을 받는데 그것도 사실 전설의 고향 느낌 난다.

고양이 귀신 버전일 때 분장이 유치해서 차라리 인간 형태의 귀신일 때가 훨씬 낫긴 한데. 작중 하얀 소복에 긴 검은 머리만 봐도 딱 ‘앗 귀신이다!’ 반응이 나와야 하는 게 정상인 걸. 머리카락을 입가에 둘러서 변장한 걸 못 알아보는 씬은 영 아니었다.

단, 그래도 본작에서 가장 오싹한 장면은 인간 형태의 애자 귀신이 장식했으며 원작에 없던 새로운 씬들이었다.

시어머니의 최후 파트 때 애자 귀신과 조우한 뒤 도망치다가 힘이 다 빠져 터널터널 걷는 시어머니의 등 뒤로 애자 귀신이 천천히 다가와 통나무 조각으로 냅다 후려갈기는 게 호러블했다.

그 이외에 중반부에 애자 귀신이 방 천장을 뚫고 거꾸로 내려와 해숙의 첫째 딸 미화를 붙잡아 올라가는 씬도 꽤 임팩트가 있었다.

새로 추가된 씬 중에 유치한 걸 떠나서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몇 개 있다.

초반부 때 애자 귀신에게 화가가 죽임을 당한 뒤, 시목이 그림을 가지고 도망을 치는데.. 정문 내버려 두고 굳이 창문으로 도망쳤다가 개한테 물리는 것부터 시작해, 화가의 지인이 뒤늦게 찾아와 시목이 살인범인 줄 알고 쫓는 내용이다.

중반부에서는 애자의 시체가 유기된 동굴 안에 뜬금없이 고양이들이 잔뜩 모여 있는 건데. 애자가 죽기 직전 복수를 부탁한 건 분명 애완 고양이 나비인데도 불구하고, 애자의 시체가 유기된 동굴 안에 고양이들이 모여 있는 건 왜 넣은 건지 알 수가 없다.

고양이 자체가 사실 그렇게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초반부와 중반부, 과거 회상 때 각각 1번씩. 총 3번 밖에 안 나와서 그렇다.

애자 귀신이 놀래키는 씬은 어떻게 보면 원작인 살인마보다는 권철휘 감독의 ‘월하의 공동묘지(1967)’ 같은 느낌을 주니 연출과 분장이 유치해도 ‘옛날 영화니까 그런 거야’하고 넘어갈 만 한데. 스토리는 원작이 짜임새 있었던 것에 비해 본작은 새로 추가한 미묘한 요소들 때문에 개연성을 상실해서 스토리 자체의 완성도가 하락하여 다운그레이드된 느낌을 준다.

본작의 엔딩은 원작과 같이 보살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는 것인데. 에필로그 직전의 내용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편집 오류인지 몰라도 이상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게 집으로 돌아온 시목이 네글리제 차림의 고양이 인간한테 습격당하는데 그게 애자 귀신이 아니라 해숙으로 나오고, 애자의 목소리로 ‘여보, 나 돌아왔어요’라는 대사가 들리는 장면이다. 거기서 끝났다면 엔딩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다음 장면이 또 있고, 그게 시목이 보살님의 도움을 깨닫는 장면과 이어지는 것이라 해숙 귀신한테 습격당하는 씬과 연결이 되지 않아서 정말 이상하다.

결론은 미묘. 60년대 영화의 80년대 리메이크판으로 스토리는 원작과 동일하지만 새로 추가된 요소들이 유치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게 많아서 원작 스토리의 짜임새 있던 스토리를 잘 살리지 못해서 업그레이드판이 아닌 다운그레이드판이라 작품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볼 게 없는 건 또 아니고. 본작 만의 볼거리도 몇 개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해숙’ 배역을 맡은 배우는 드라마의 어머니 캐릭터로 친숙한 중견 탤런트 ‘김해숙’이다.

덧붙여 본작에서는 목 없는 귀신 안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왜 제목이 ‘목없는 여살인마’로 지어진 건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는데. 추축하자면 살인마+목없는 미녀를 합친 게 아닐까 싶다.

목없는 미녀도 이용민 감독이 만들었는데 살인마보다 1년 뒤에 나온 작품이다.

본작에서 시목이 화가의 집에서 도망치다가 지하에 떨어졌을 때. 소복 입고 붕대 감은 여인을 만났는데 붕대를 푸니까 애자 귀신이 튀어나오는 씬이, 목없는 미녀의 얼굴 붕대 설정을 오마쥬한 것 같다.

추가로 사실 본작은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에 얽힌 이야기로 더 유명하다. 일명 저주 받은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데 SBS에서 방영한 ‘토요 미스테리 극장’과 KBS에서 방영한 ‘스펀지’에서도 그 사연이 방송된 바 있다.

촬영용으로 구해 온 고양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목 매다는 씬의 스턴트 배우가 촬영 도중 피아노선이 끊어져 죽고, 낫을 휘두르는 씬에서 낫이 빠져 버리는가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다.

문제는 그 내용대로 영화가 촬영된 게 아니라는 거. 즉, 그 사연 속에 나오는 장면들은 정작 영화에 아예 안 나오는 씬들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감독이 직접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 장면도 있고, 제목도 분명 ‘목없는 여살인마’라고 뜨는데. 극중에 나온 영상이 전혀 달라서 뭔가 재촬영을 한 게 아니라면 작품 제목을 잘못 넣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덧글

  • 역사관심 2018/10/09 07:19 # 답글

    60-80s 올려주시는 공포영화들 읽어보면서 새삼 이렇게 우리나라에 이 장르가 흥했었구나 싶습니다. 여고괴담이전엔 몇 작품 없던 것으로 알던 무지;
  • 잠뿌리 2018/10/10 20:14 #

    60~80년대가 한창 많이 나오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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