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식 (Palasik.2015) 2018년 인도네시아 영화




2015년에 인도네시아에서 ‘디디 메르시’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빨라식의 여왕이 될 아기가 태어나지만 산모가 무당 ‘버르아낙’이 이끄는 사람들에게 붙잡혀 불에 태워져 죽고, 빨라식 일족의 유모인 ‘막 아이템’이 아기를 안고 도망치다가 부유층인 ‘에펜디’가의 집 문 앞에 아기를 두고 떠나서, 에펜디 부부가 그 아기를 입양해 친자식처럼 키우다가 8년 후. 부인 ‘에바’가 임신했을 때쯤 고용인이 일을 그만둬 막 아이템이 정체를 감추고 새로운 고용인으로 취직을 하여 어린 아이를 빨라식의 여왕으로 각성시키는 이야기다.

빨라식은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섬에 사는 미낭까바우족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귀신으로, 전승에 따르면 실제로는 귀신은 아니고 흑마술을 배운 인간인데 보통 때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밤이 되면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내장을 주렁주렁 매단 머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어린 아이나 임산부 뱃속의 태아를 노리는 귀신이다.

꾸양, 레약과 같은 타입의 머리 귀신이다. 이 머리 귀신들은 이름, 전승 지역만 다를 뿐 외형이나 특성은 다 비슷하다.

스팀용으로 출시된 인도네시아 인디 호러 게임 ‘드레드아웃’에도 등장한다.

본작의 메인 스토리는 빨라식 일족의 유모의 음모로 어린 아이가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양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양모를 유산시킨 뒤 정신이 나가게 만들어 집안의 재산을 모두 빼앗고 빨라식 일족의 여왕이 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탄의 아이를 키우다가 가족이 떼몰살 당해 모든 걸 뺏긴다는 구도가 리처드 도너 감독의 오멘(1976)을 연상시키는데, 본작은 그 악마의 자식 포지션이 여자 아이이기 때문에 오멘 여성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오멘 시리즈도 오멘 4(1991)에 이미 어린 소녀가 악마의 자식으로 나와서 여성판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본편 스토리에서 아이가 각성하는 건 하이라이트 씬 때라서 거의 마지막 장면이라서. 빨라식 일족의 유모인 막 아이템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입부 때 아이가 아기였을 때 데리고 도망친 막 아이템이, 8년 후 아이가 입양되어 사는 가정에 고용인으로 들어가 밤만 되면 빨라식으로 변신해 산모를 습격해 피와 살을 가지고 와 아이한테 먹여서 서서히 각성시켜 나가는 게 주된 내용인 것이다.

도입부 때 아이 친모가 출산한 뒤 바로 붙잡혀 불에 태워져 죽는데 그것만 보면 뭔가 빨라식이 박해 받는 피해자 이미지 같지만, 본편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막 아이템이 아무 죄도 없는 인간 산모를 습격해 죽이고, 아이는 키워준 은혜도 모른 채 양부모를 파멸시키고 재산을 빼앗는 막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 좀 몰입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냥 처음부터 나쁜 놈으로 나왔으면 모르겠는데, 피해자처럼 나왔다가 가해자로 둔갑해 패악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설정은 빨라식의 여왕이란 게 되게 거창한데, 그게 에필로그 때만 그럴듯하게 나오지. 정작 스토리 본편에서는 다른 빨라식이 막 아이템 밖에 안 나와서 스케일이 작은 편이다.

주인공 포지션이 되어야 할 에펜디 부부 중 남편은 스토리 전반부에 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저항하려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아내 에바는 뭔가 어중간하게 알아보려다가 사건의 진상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파극을 맞이해서 극 전개가 답답하다.

줄거리나 메인 설정을 보면 주인공 부부가 파극을 맞이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긴 하나, 그래도 최소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노력과 최후의 저항이 제대로 나와야 극적인 맛이 나오는데 본작은 그게 없다.

오멘에서 주인공 로버트 쏜이 데미안의 비밀을 추적하다가 자기 아들이 친아들이 아니고 사탄의 자식이란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의 손으로 데미안을 퇴치하려다가 역으로 당해 버린 드라마틱한 내용과 너무 비교된다.

결국 본작은 막 아이템의 빨라식 원맨쇼가 됐는데. 작중 빨라식은 전승 그대로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머리가 내장 기관을 주렁주렁 매단 채 날아다니는 이미지로 CG 처리됐다.

그 빨라식의 본 모습 자체는 영화 본편에서 그리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고. 사람을 놀래키거나 습격할 때만 잠깐잠깐 보여줄 뿐이다. (기술 문제인지, 예산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빨라식 폼일 때보다는 인간 폼일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 빨라식 일족이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인간일 때는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다닌다는 공식 설정을 가지고 나온다.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커튼 너머의 실루엣으로만 보여줘서 오히려 80년대 머리 귀신 영화보다 더 싱거운 구석이 있다. (CG와 아날로그의 차이일까)

결론은 비추천. 빨라식 일족과 여왕 설정은 흥미롭긴 한데 본편에서는 에필로그 때만 반영돼서 전체적으로 설정을 활용하지 못했고, 처음부터 나쁜 놈으로 나온 게 아니라 피해자처럼 묘사했다가 나중에 가해자로 둔갑해서 배은망덕한 행위를 저지르는 극 전개가 감정 몰입을 방해하며, 주인공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피해만 입다가 파멸하는 게 너무 답답하고 부조리해서 뒷맛이 씁쓸하기까지 한 작품이다.


덧글

  • sid 2018/10/07 21:37 # 답글

    우우 줄거리만 보면 되게 엽기적이고 무시무시한 귀신 이야긴데 영화를 못 찍었나봐요? ㅠ
  • 잠뿌리 2018/10/07 22:55 #

    영화 완성도가 좀 떨어집니다.
  • 루루카 2018/10/08 09:22 # 답글

    M모 방송사의 드라마 'M'이 생각나네요.
  • 잠뿌리 2018/10/10 20:09 #

    M은 볼만한 작품이었죠.
  • 이선생 2018/10/08 21:07 # 답글

    크라슈나 압으로도 불리는 등 그 지역에서는 실존한다고 믿어지기도 하는 귀신이죠...
  • 잠뿌리 2018/10/10 20:09 #

    지역은 다른데 생긴 것과 습성은 똑같은 귀신 전승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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