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의 대역습 (1976) 2019년 전격 Z급 영화




1976년에 한국, 미국 합작으로 ‘최영철’, ‘폴 레더’ 감독이 만든 괴수 영화. 영제는 '에이프(APE)'.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킹콩(1933)’의 아류작이다.

내용은 인도네시아에서 붙잡힌 36피트짜리 거대 고릴라가 수송선으로 운송되다가 선체를 침몰시키고 탈출하여 바다에서 죠스와 사투를 벌여 아가리를 찢어 죽인 후. 인천에 상륙해 도시를 파괴하고,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하러 온 미국 여배우 ‘마릴린 베이커’을 붙잡았다가, 주한미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괴수 영화인데 서양 괴수 영화처럼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게 아니라, 일본 괴수 영화처럼 인형 탈을 쓰고 미니어처 배경에서 촬영한 특수촬영물에 가까운데.. 이 도시 미니어처가 미니어처라고 보기 민망한 수준인 데다가, 카메라에 담기는 분량도 굉장히 짧다.

정확히 말하자면 킹콩의 액션씬 자체가 상상 이하로 짧은 것으로, 킹콩이 도시를 파괴하는 건 처음과 끝 부분에 정말 짧게 나온다.

그 중간 내용. 즉, 본편 스토리 내에서는 단순히 킹콩이 나타나는 장면만 있지 뭔가를 부수는 장면은 없어서 인형 탈을 쓰고 필름에 필름을 덧씌운 합성 짜깁기를 해서 특촬물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미니어처 씬도 조금 나오고, 부수는 것도 시원치 않아서 킹콩이 무슨 병든 닭마냥 골골 거리는데. 이게 왜 그런가 했더니 본작의 미니어처 관련 특수 효과 예산이 1200달러 밖에 안 되는 저예산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총 제작비는 23000달러)

전체 스토리의 약 70% 이상을 사람들이 피난 가는 모습만 보여준다. 걷고. 뛰고. 트럭 짐칸에 오르고. 지프차를 타고. 진짜 밑도 끝도 없이 피난 행렬만 계속 보여주고 있어서 영화 제목을 아예 ‘한국인의 대피난’라고 지어도 무방할 정도다.

중간 내용에서 킹콩이 나오는 씬은 앞서 말했듯 필름 덧씌우기에, 미니어처 배경조차 없고. 파괴 행동도 안 하니 ‘그럼 나와서 하는 일이 뭐냐?’ 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하긴 한다. 존나 이상한 건 하는 것뿐이지만 말이다.

오프닝 때 뜬금없이 바다에서 상어를 붙잡아 메치고, 찢는 걸 시작해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주시하고, 나무에 휘감겨 있던 뱀을 냅다 집어 던지고, 야외에서 무술 영화를 촬영을 하는데 킹콩이 나타나자 갑자기 사극 배우들이 영화 소품으로 쓰던 활 들고 킹콩을 향해 일제히 불화살을 쏘고 여럿이 통나무를 들고 공성추 돌격을 시전하는가 하면, 하늘을 날던 행글라이더를 괴롭히다가 대뜸 춤을 추고, 군대 헬리콥터를 격추시킨 후 손가락 욕인 뻐큐(퍽 유)를 날리는 것 등등. 상상을 초월하는 초전개가 이어진다.

본작은 3D 입체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어디가 3D 입체 영화인 부분이냐면 영화 스텝이 쏘는 활. 한국 보병이 총 쏘는 장면. 킹콩이 군대랑 싸울 때 바위돌을 던지는 컷 등을 1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것들이다.

문제는 그게 화살이고 총알이고, 바위돌이고 간에 명중하는 씬이 안 나오고 발사하는 씬만 나온다는 거다.

그밖에 기억에 남는 건 인천과 경기도가 허허벌판과 민둥산, 초가집 등의 미개발 낙후 지역으로 묘사된 반면. 서울만 현대 도시스럽게 나온 것과 킹콩을 잡으러 군대가 출동했는데 주한미군은 헬리곱터, 탱크를 동원하는데 한국군은 보병들이 소총 쏘면서 공조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히로인인 마릴린 베이커가 일단은 킹콩과 미녀 컨셉으로 나온 거긴 한데.. 인간 연인이자 주인공 포지션인 ‘톰 로즈’와 함께 나오는 씬은 무조건 포옹하고 키스하는 게 줄창 나오고. 한국 로케이션 촬영이라는 게 강간씬이라 강간남한테 도망치는 장면만 반복해서 나와서 괴상망측하다.

100% 한국 로케이션 촬영인 관계로 북미판도 미국인, 한국인 주요 배우는 영어 대사를 하는데 엑스트라 단역 배우들의 한국어는 그대로 다 나온다.

결론은 추천작. 너무 저예산이라 미니어처도 제대로 못써서 괴수물인데 도시 파괴도 제대로 못하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나 특수촬영이 아니라 필름 덧씌우기의 어설픈 합성에 군중 피난씬만 잔뜩 나와서 조잡함과 유치함의 정점을 찍고 있어 괴수물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인데. 이상하게 만든 게 아니라 못 만든 것이고 그 수준이 경이로움에 이르러서 쌈마이함의 한계에 도전하는 Z급 차원돌파 명작이다.

오! 인천(1981)과 더불어 한국 쌈마이 영화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작품이자, 세계에 인정받는 졸작 영화다.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이 1980년에 생겨서 오! 인천이 한국 쌈마이 영화의 전설이 된 거지, 1970년대에 생겨서 본작이 후보에 올랐다면 역사가 뒤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1933년판 킹콩의 1976년판 리메이크인 존 길러민 감독의 킹콩(1976)이 본작과 같은 해에 나왔다. 킹콩(1976)은 상업적으로 크게 흥행했고 시각효과 부분의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정도로 비평 쩍도 성공한 반면. 본작은 그와 정반대로 Z급 영화로 간주됐다.

덧붙여 본래 본작의 영제는 ‘뉴 킹콩’으로 당시 박스오피스 매거진의 티저 포스터에 광고됐는데. 당연한 일이지만 저작권 클레임이 들어와 ‘슈퍼 에이프’로 바꿨다가 ‘에이프’로 최종 결정됐다.

추가로 중반부에 킹콩을 불화살 사격과 통나무 공성추로 공격한 무술 영화 스텝 중. 스포츠 머리에 수염 기르고 상의 탈의해서 근육을 뽐내며 창을 든 단역 배우가 훗날 쌍라이트 형제로 잘 알려진 ‘조춘’이다.

마지막으로 2004년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때 단상에 본작에서 킹콩이 뻐큐하는 씬을 포스터로 사용됐다. 쌈마이 영화의 한류이자 국위선양 사례로 손에 꼽을 만 하다.


덧글

  • 젠카 2018/10/05 13:28 # 답글

    결론이 반전이네요 ㅎㅎ
  • 잠뿌리 2018/10/06 13:51 #

    못 만든 수준이 상상을 초월해서 오히려 볼만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 포스21 2018/10/05 14:38 # 답글

    ㅋㅋ 뭔가 대단하군요.
  • 잠뿌리 2018/10/06 13:52 #

    이만큼 대단한 80년대 한국 영화는 오! 인천 정도 밖에 없습니다.
  • 시몬 2018/10/06 00:22 # 삭제 답글

    잠뿌리님이 망작이라서 추천하는건 처음봅니다. 도대체 얼마나 망가졌길래...
  • 잠뿌리 2018/10/06 13:52 #

    오! 인천과 함께 양대 산맥으로 칠 수 있습니다.
  • 2018/10/06 12: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0/06 12: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0/06 13: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블랙하트 2018/10/07 11:39 # 답글

    감독인 '폴 레더'의 딸이 '피스메이커', '딥 임팩트' 등을 감독한 '미미 레더' 입니다.
  • 잠뿌리 2018/10/07 22:54 #

    딸은 감독으로서 대성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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