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산장(1980) 귀신/괴담/저주 영화




1980년에 ‘이두용’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국제 의학자 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돌아온 ‘한민우’ 박사가 큰 명성을 얻고 부유한 처가에서 차려준 ‘민우 종합병원’을 운영하면서 부와 명예를 손에 넣었는데, 5개월 전 병원에서 야근할 때 ‘이경아’ 간호사와 동침을 하여 불륜 관계를 맺었던 게 마음에 걸려서 헤어지려고 했지만, 경아가 임신했다고 계속 만나달라고 요구하면서 민우의 별장에 눌러 앉아 급기야 만나주지 않으면 부인한테 폭로하겠다고 협박까지 하기에 이르고, 말다툼 끝에 민우가 경아를 밀쳤다가 실수로 죽게 만들어 경아의 시체를 들고 도망치다가 실수로 우물에 빠트렸는데.. 그 이후로 민우 주변에 경아의 귀신이 나타나 위협을 가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유부남인 주인공이 불륜 관계의 내연녀를 실수로 죽여 시체를 유기했는데, 내연녀의 귀신이 나타나 위협을 가해오는 내용이라서 같은 해인 1981년에 나온 ‘박윤교’ 감독의 ‘망령의 웨딩 드레스’와 유사하다.

본작은 제작 년도가 1980년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실제 영화 개봉일은 1981년 6월 12일이고, 망령의 웨딩드레스는 개봉일이 1981년 4월 16일이라 오히려 그쪽이 2달 앞서 개봉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 원조인지 따질 필요가 없는 게 두 작품 다 기본적으로 1964년에 ‘이만희’ 감독이 만든 ‘마의 계단’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

망령의 웨딩 드레스는 주인공이 건설 회사 사장이라 병원과 무관한 반면. 본작은 주인공의 의사고 병원이 배경 중 하나로 나와서 망령의 웨딩 드레스보다 더 마의 계단과 유사하다.

다만, 기본적은 스토리 라인이 유사한 것뿐이지 풀어가는 과정과 결말은 전혀 다르다.

실수로 죽게 한 내연녀의 귀신이 사술을 부리는 줄 알았는데 실은 인간의 짓이었다! 라는 반전은 그대로 공유하고 있으나, 망령의 웨딩드레스가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귀신물에 가까웠던 것에 비해 본작은 스릴러에 더 가깝다.

어설프게 귀신으로 묘사하지 않고, 면도칼을 사용하는 살인마처럼 묘사한다. 경아가 전화기에 면도칼 슥슥 가는 소리 내고, 특유의 빨간 코트를 입고 면도칼을 가지고 어느새 주위에 나타나 공격을 해서 위협을 가해오는데 상당히 압박이 크다.

‘단순히 면도칼을 휘둘러 공격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민우의 반응에 초점을 맞춰서 그가 느끼는 불안한 심리와 두려움을 밀착 카메라로 디테일하게 잡아내고 있어서 몰입도를 상승시킨다.

얼굴 표정이 아니라 눈빛에 집중을 하는데 이게 문자 ‘불안한 눈’이다.

호러블한 상황도 꽤 나오는데 이게 민우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때 그런 일이 생겨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중 백미라고 할 만한 부분은 중반부 때 나오는 면도 씬이다.

민우가 이발소에 가서 면도를 받고 있는데 무심코 위를 올려보니 죽은 줄 알았던 경아가 면도칼을 들고서 면도를 해주는 걸 목격하는 씬이다. 이때 민우의 흔들리는 눈과 경직된 몸의 반응을 카메라에 담은 연출이 일품이었다.

망령의 웨딩드레스 때는 반전 이후 주인공이 가해자로 나오는 반면. 본작에서는 피해자 포지션을 유지하며, 직업이 의사, 배경 중 병원이 나오는 설정도 활용해서 병원에서 직원들한테 잡혀 강제로 뇌파 검사를 당한다거나, 병원 수술대 위에 묶여 있다가 위기에 처하는 것 등의 이벤트가 나와서 차이가 꽤 크다.

작중 경아는 복수를 위해 민수를 함정에 빠트린 게 아니라, 민우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서 야간 근무 때의 의도적인 유혹부터 시작해 거짓 임신, 거짓 죽음, 귀신 연기 등등. 모든 걸 다 철저히 계획한 것이라 지금 현재로 말하면 ‘얀데레’ 캐릭터에 가깝다.

본작이 시사하는 건 불륜이라는 부도덕한 행위를 질타하는 게 아니라 ‘여자 조심하세요.’ 이거라서, 아예 작중에서 엔딩 직전에 형사가 민우 옆을 지나가다가 귓속말로 ‘여자를 조심하세요’라고 속삭이고, 수갑 차고 경찰에 잡혀 가던 경아가 민우에게 손키스를 날리는 걸로 엔딩을 장식한다.

민우의 부인만 해도 작중에서 이름 언급이 없어 민우의 부인으로만 나오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민우와 경아의 관계를 파악하고, 막판에 경찰에 신고해서 사건 해결에 기여하는 범상치 않은 인물로 묘사된다.

어떻게 보면 사회 부조리를 비판한 망령의 웨딩드레스보다 메시지가 약하긴 하나, 스릴러 장르와 얀데레 캐릭터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결론은 추천작. 본편 스토리 자체는 마의 계단 파생작이라 오리지날리티가 떨어져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장르와 캐릭터의 조합이 좋고, 스릴러로서 꽤 긴장감 있게 잘 만들어서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각본을 쓴 ‘박철민’ 작가는 1967년에 ‘박윤교’ 감독의 ‘백발의 처녀’ 각본으로 영화 시나리오 데뷔를 했는데. 그게 ‘마의 계단’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서 기본 스토리가 비슷하다.

박윤교 감독이 1970년에 만든 ‘마의 침실’도 마의 계단과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마의 계단에서 파생된 작품들이 ‘백발의 처녀(1967) < 마의 침실(1970) < 귀화산장(1980) < 망령의 웨딩드레스(1981)’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 본작의 제목은 '귀화산장'인 만큼 산장이 최후의 무대이긴 한데.. 산장 자체는 전혀 안 무섭다. 오히려 배경으로선 작중에 나오는 병원이 훨씬 무섭다. (한 밤 중에 텅 빈 병원에서 수술대 위에 꽁꽁 묶인 채 의식을 차리는 씬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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